선물처럼 열린 ‘칠성 청소년 북카페 ‘BooK Do 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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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처럼 열린 ‘칠성 청소년 북카페 ‘BooK Do 칠성’
  • 2018.03.12 11:08
  • by 양영희 시민기자
지역아동센터 현판식을 진행, 많은 이들이 개소식을 찾아 축하했다.

지난 여름 어느날 칠성의 학부모들이 애절하게 이야기하던 목소리와 표정이 있었다. 아이들이 학교가 끝난 후 갈 곳이 없어 편의점에서 군것질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돈이 없는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이 사먹는 걸 구경만 한다. 어떤 아이들은 운동장 후미진 곳에서 핸드폰 게임으로 시간을 때우고 또 어떤 아이들은 운동장이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비가 오거나 눈이 와서 운동장에서 시간을 보낼 수 없는 날도 많다. 아이들은 대부분 하교 후 학원이나 지역아동센터로 가는데 가끔은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지 않는 아이들과 학원가는 아이들에게 틈이 생기기도 한다. 이럴 때 아이들은 난감한 방황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머물 곳, 이왕이면 그곳이 편안하고 친구랑 놀 수도 있으며 책도 볼 수 있고 숙제도 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간절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칠성면은 비교적 아이들이 많은 동네다. 전국적으로 아이들 보기가 별보기보다 어려운 데 이곳은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 60여명이 면소재지에 있어 아이들의 동선이 하나로 연결된다. 그래서 공간을 만들면 초등학교, 중학교 아이들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간절하면 이루어지는 걸까? 절실하게 필요를 느낀 사람은 당연히 학부모다. 아이를 둔 엄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칠성초등학교, 중학교에 아이들을 둔 부모들이 칠성자치위원회를 찾아가 그들의 고민을 얘기하고 청소년공간을 요청했다. 다행히도 자치위원회에서는 흔쾌히 지역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제안에 공감하며 공간을 제공했다. 그래서 복지회관에 있는 칠성초 총동문회사무실을 청소년카페로 겸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학부모와 간담회

이제 돈이 없어도 지역의 모든 아이들이 편안하게 드나들며 머물고 쉬며 놀이하고 공부할 수 있는 곳이 마련될 수 있었다. 겨울방학동안 학부모 연락처를 통해 ‘청소년 북카페 준비를 위한 학생, 학부모 설명회’를 하고 아이들이 원하는 공간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홍성 ㅋㅋ만화방’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영상을 함께 보고 직접 홍성 나들이도 감행한다. 부모와 아이들 15명이 꿈으로만 그리는 카페를 구체적으로 상상해가는 과정이었다. 그 후 카페에 필요한 침대, 책장, 책상 등을 목상공방에 가서 만들었다. 수차례 걸친 작업과정엔 아이들과 부모, 교사, 교육청행복지구 관계자 등이 참여하며 함께 했다. 그렇게  1,2월 매주 만나며 머릿속 공간이 현실이 되어갔다. 카페 이름도 아이들과 부모들이 모인 단톡방에서 공모했고 그 중 ‘칠성 청소년 카페 BooK Do 칠성’이 뽑혀 카페의 정식이름이 되었다. 이름이 생긴다는 건 공간의 역사에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아이들과 부모들은 개소식을 위해 공간을 꾸밀 작품들과 쿠키와 방향제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쿠키는 개소식에 온 손님테이블에 놓여있었고 방향제는 기꺼이 찾아와 축하해준 분들께 선물로 드렸다. 아이들이 만든 장식품중 닭을 그린 민화가 있었다. 아이들은 귀신을 쫓는다는 닭그림의 의미를 말했다고 한다. 아이들의 삶이 할머니, 할아버지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다.

공간이 새로 탄생하기 위해선 만든 노력이 필요하다. 가구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의 집기를 들어내고 바닥공사와 벽에 페인트칠하는 것까지 힘든 노동의 과정이 생략될 수 없다. 작업과정이 아이들 건강에 해롭거나 거친 노동력이 필요한 것들은 모두 학부모와 교사들이 함께 했다. 책장을 만들고 책을 준비하는 과정은 지역의 ‘숲 속 작은 책방’에서 도움을 주셨다.

홍성 마을을 찾아 사례를 배우고

3월 8월 오후 1시 30분, 드디어 칠성 청소년 북카페 ‘BooK Do 칠성’개소식이 진행됐다. 칠성면장님, 칠성주민자치위원장님을 비롯해 칠성초, 칠성중, 감물초 교장선생님, 교육청관계자와 괴산행복지구 어울림임원, 괴산잡곡등 지역에서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까지 좁은 카페에 설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찾아와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분들의 질문중 반가운 것은 아이들을 위해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 것이었다. 아직 부엌도 만들지 못했고 책도 부족하고 상시적 운영비도 없다. 다만 공간을 만든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수준이다.

공간운영은 학부모 봉사자3명이 교대로 한다. 3월엔 주중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문을 열 계획이다. 봉사자들은 카페 운영을 아이들의 의견을 받아 반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혼자 풀지 못한 고민이 있다면 그 비밀까지 돕기 위해 ‘비밀함’을 만들어 아이들 쪽지에 몰래 답장도 해 줄거라며 봉사자로 나선 안수연씨는 웃는다.

안수연씨는 ‘이곳에서 언니오빠들이 같이 노는 모습이 참 보기 좋고, 자기 동생은 귀찮아하면서도 친구동생을 챙기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칠성 아이들은 집들이 다 떨어져있어서 친구 집에 가는 건 어려운데 카페에 오면 언제든 친구가 있으니 아이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말한다. 수연씨는 아이들이 모이게 되면 학부모도 모일 것이고 그러다 보면 이곳이 어른들의 소통의 공간이 되리라 기대할 수 있으며 그 후엔 더 해 보고 싶은 일들을 도모할 수 도 있을 것이라며 다음 희망을 말한다. 예전에 아주 크게 열렸다던 칠성장을 살려내 아이들과 지역주민들의 생산물과 작품들이 예쁘게 진열되고 사람들이 몰려드는 상상을 하는 수연씨를 보며 희망을 현실화하는 기쁨이 주는 힘을 느낀다.

개소식이 끝난 후 3시가 다 되가니 아이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기 시작한다. 같은 공간에도 아이들이 있으면 빛난다. 아이들은 테이블에 앉아 떡과 쿠키를 먹고 바로 방으로 들어간다. 이층엔 여자아이들이 아래층엔 남자들이 모여 논다. 책을 읽기도 하고 브루마블도 한다. 아이들 표정이 즐겁다. 5학년 창영이는 카페에 온 소감을 묻자, “대박! 지상낙원!”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며칠 동안 북카페 생긴다고 소문이 쫙 났었는데 와 봐도 문이 닫혀 못 들어왔는데 오늘은 문이 열려 들어왔다며, 시간이 될 때마다 무조건 올 거라고 했다.

카페 만드는 과정에 참여했던 아이들도 ‘상상했던 그대로 카페가 생겨서 뿌듯하다’며 웃는다. ‘이곳은 편안하고 친구들과 게임을 편하게 할 수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어서 좋다’고 말하는 아이들 표정에서 칠성 북두칠성 카페의 존재이유는 다 나온 듯 했다.

봄이 온 뒤 함박 눈이 내린 날, 괴산은 겨울의 마지막 선물을 받은 듯 하얗게 빛났다. 그날 ‘칠성 청소년 북카페  북두칠성’은 아이들에게 선물처럼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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