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장관, 대구의 호출에 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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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장관, 대구의 호출에 응해야
대구 독자가 보내는 편지
  • 2018.03.13 21:14
  • by 라이프인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의 시민사회운동가를 중심으로 김부겸 장관의 대구시장 출마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2016년 겨울 촛불집회에 참석한 김부겸 의원.

서울의 광화문광장 같은 곳이 대구 반월당 네거리다. 2016년 겨울 촛불집회도 매주 여기서 열렸고, 세월호나 가습기피해자 모임 등 시국 관련 집회가 열리는 대구의 아크로폴리스다. 몇 일 전 이 곳에 수 십명의 시민이 모여 ‘가습기 진상조사위원회’가 수 년 째 진척이 없는 것을 두고  서울과 같은 시간에 정부의 조속해결을 촉구하는 모임이 있었다. 이들은 주장은 한결같았다. “정부가 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느냐. 황전원 씨  같은 인사가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조사위에 참여하는 건 언어도단이다. 대통령의 적극적 관심과 집행을 촉구한다” 등이었다.

눈총받으면서도 '상식 사회' 향해 외로운 싸움 지속

다른 어느 곳보다 변화를 갈망하는 곳이 대구의 개혁진영 사람들이다. 수구 본산 대구에서 이들은 외딴 섬에 고립돼있는 듯한 존재다. 인권과 안전, 사회정의를 촉구하는 그들은 항상 소수였고, 심지어 눈총까지 받으면서도 자신들의 신념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위해 외로운 싸움을 지속해오고 있다. 그래서 촛불정부 수립 이후 처음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가 그들에게는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대구로 대표되는 이른바 TK지역에서 개혁세력의 승리는 역사적 의미를 획득하기에 충분하다. 박정희 체제 이래로 대구•경북은 민주의 불모지 정도를 떠나, ‘보수 해악’의 대명사가 된지 수 십년 째다. 그러나 대구는 억울하다. 애시당초부터 그렇게 ‘근본없는’ 지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해방 공간 독립투쟁과 사회주의활동이 활발하기도 했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헌신적 투쟁의 역사도 다른 지역 못지 않다. 좀 더 멀리로는 국채보상운동의 발원지였고, 4•19혁명의 도화선 격인 2•28 경북고생 대규모 시위라는 찬란한 기억을 아직도 뜨겁게 품고 있다.

독립과 민주 위해 헌신한 대구의 전통 되살려야

각설하고, 김부겸 장관의 대구시장 출마가 절실하다. 대구의 승리는 대구만의 승리가 아니다. 유력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대구가 바뀌어야 나라가 바뀐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구 사람들은 그게 말 뿐이라는 것이다. 대구 출신 개혁진영의 대명사 격인 김부겸 장관이 시장에 당선될 절호의 기회임에도 불출마를 기정사실화하자, 실망을 넘어 무기력 증세까지 보이고 있다는 게 현지 활동가들의 절박한 호소다. 승리할 수 있는 기회를 왜 놓치냐는 것이다. 

장관직이나 민주당 의석 하나보다 개혁진영이 대구시장을 갖는 것의 정치적 의미가 훨씬 크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어떠한 대진 조합으로도 김 장관이 출마할 경우 당선되는 것으로 나온다(중앙선관위 여론조사 수합 코너 참고).

민주당1석 보다 대구시장이 정치적 비중과 의미 훨씬 커

김 장관의 차출로 민주당의 제1당 지위가 위험할 수는 있다. 그러나 어차피 과반의석 정당이 없는 상태에서 국회 운영은 민주평화당, 정의당과의 공조가 불가피하다는 것은 지방선거 전이나 후나 변함이 없다. 그리고 김 장관의 차출 순간 민주당이 제1당의 지위를 잃는 것도 아니다. 제1당 지위 상실 ‘가능성’ 때문에 민주당후보 대구시장 당선이라는 상징성과 역사성, 정치적 비중을 포기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것이 대구개혁진영 인사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필자도 그 주장에 동의한다.

'김부겸 출마, 수구 총집결 초래'는 객관적 사유 못돼

“김부겸이 출마해 대구에서 승리가 확실시되면 전국의 수구보수가 총 결집해 전체 선거판도에는 안좋다”는 전망 겸 불출마 사유는 과학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수구보수의 ‘전투력’이 대구와 부산-울산-경남으로 분산돼 전체 영남 지역의 선거판세에 플러스가 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지금 영남 수구보수층은 ‘대구-경북은 튼튼하게 지켜낸다. ‘부울경’을 사수하자!‘면서 더 똘똘 뭉치고 있다”는 게 대구 현지 분석가들의 견해다. 지역 민심의 흐름과 전국 판세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이번 선거의 최전선이자 핵심인 ‘부울경’을 위해서라도 수구보수세력의 본산이자 상징인 대구를 흔들어야 한다. 그래서 대구의 개혁세력은 김부겸을 호출하고 있다(수도권에서 수구보수는 빈사 상태이니 상술을 생략한다).

또, 김 장관이 시장에 당선되더라도, 시 의회 의석 예상 분포상 자유한국당이 절대 다수일 게 확실하기에 협조를 받기 힘들어 막상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얘기도 한다. 근거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시 행정권 자체를 포기한다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 자유한국당의 발목잡기가 커질수록 시민들은 진정한 변화를 저해하는 실체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시장은 민주당이지만 시 의회는 새누리당이 장악했던 성남시에서 이재명 시장이 수행했던 개혁 조치들을 귀감으로 삼을 수 있다. 그러므로 ‘시 의회 협조난망’ 역시 불출마 사유로는 충분치 않다고 본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예단키 어려우나, 회담 합의 자체만으로도 민주개혁진영의 선거 승리가능성은 훨씬 높아진 상태다. 다만, ‘미투 운동’의 여파가 어디까지 진전되느냐에 따라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엄존한다. 이럴수록 김 장관처럼 대구에서 폭 넓은 지지와 신임,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인사의 출마가 요구된다. 

썩 좋은 비유는 아니지만, 집에 금송아지가 있으면 뭐하는가. 필요할 때 팔아 집을 짓든, 아들 공부를 시키든, 장사 밑천을 하든…그래야 금송아지지, 안그러면 그냥 쇠붙이일 뿐이다.

‘민주 불모지’ 오명 씻고 승리의 경험 만들어야

눈총 받아가면서도 30년간 오로지 민주당을 지키고 찍어온 대구경북 사람들에게 왜 승리의 경험, 승리의 구심점을 만들려하지 않는가. 구 시대적 관점이긴 하지만, 대구사람들에게 김부겸은 ‘대구의 인물’이다. 야구로 치면 이승엽 같은 4번 타자다. 4번 타자가 찬스 때 한 방 날려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구 YMCA 사무총장으로 30년 넘게 대구의 개혁진영을 규합하고 시민운동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김경민 씨는, “개혁세력 20%, 수구 55%, 기본적으로 보수층이지만 변화를 바라는 부동층이 촛불과 정권교체 이후 25% 정도로 커져있다. 김 장관이 출마하면 수구 55%가 흔들리게 돼있다. 그게 김부겸의 힘”이라고 말한다. 그는 “30년 간 보수 본산, 그 척박한 땅에서 희망의 불씨를 놓지 않아온 20%와, 변화를 갈구하는 25%를 뭉치게 할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절규하듯 호소한다.

"왜 대구는 아직도 저러느냐 탓하기 앞서 승리 카드를 써라"

“왜 대구 사람들은 아직도 저러느냐, 언제 바뀔거냐고 손가락질 말고, ‘디빌 수 있을 때 확실히 디빌’ 카드를 쓰면서 대구도 바뀌라고 요구하라!” 대구의 외로운 개혁진영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구는 김부겸을 호출하고 있다. 대구라는 고도(孤島)에서 구조 신호를, 선박 호출부호를 계속 타전하고 있다. 외딴 섬에서 수 십년 째 자력갱생하고 있는 소수 개혁세력의 간절한 타전을 외면하지 않기 바란다.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표시한은 3월 15일이다. 이틀 남았다. ‘결단’이란 이럴 때 쓰는 단어일 게다.

무엇보다도, 선거는 이기려고 하는 것이다. 중앙 정치권과 김부겸 장관은, ‘김부겸 불출마 = 대구 포기’로 받아들이는 최소 45%의 대구 민심을 새겨읽기 바란다. 45%는 믿을 만한 최소치라는 게 현지 시민사회운동가들의 견해다. 지금보다 상황이 훨씬 나빴던 4년 전 김부겸 후보가 대구시장 선거에서 40.3%를 얻었다. 대구 현지의 추산은 결코 과장이나 허장성세가 아니다. 

시민들, "민주당 예비후보들 아직 2%부족…대구를 포기하지 말라"
 
김경민 대구YMCA사무총장의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김부겸 호출 요구는 현 민주당 예비후보들이 대구의 ‘변혁 민심’을 담기에는 미안하지만 아직 2%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들을 재목으로 키우기 위해서라도 김 장관의 출마가 절실하다”. 필자는 대청 시렁에 큰 광주리 놔두고 왜 소반을 갖고 나오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얘기로 해석하고 싶다. 시렁의 광주리는 자주 꺼내 쓰는 게 아니다. 명절이나 제사 지나고 나면 그 광주리,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 사이 민심이 어떻게 바뀌고 요동칠지, 정치지형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대구는 아직 그만큼 척박하다. 황무지에서의 꽃 한 송이를 귀히 여겨야 한다. 대구는 이기고 싶다, 변화에 목이 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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