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을 가르친 적이 없는 인생의 스승님께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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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을 가르친 적이 없는 인생의 스승님께 보내는 편지
이강민(소래고등학교 기술·가정과 교사 이강민)
  • 2018.05.10 15:11
  • by 라이프인

지금도 저와 연락이 닿아 많은 조언을 해주고 계시는 선생님 두 분이 떠올라 편지를 올립니다. 고등학생 때 정규수업과 방과 후 수업으로 3년 동안 좋은 책을 많이 추천해주신 정성수 국어 선생님, 고3 때 부모님에게 저를 사범대에 보내라고 권유하신 선경석 담임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들 덕분에 저는 독서를 통해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제가 바라보는 시선을 학생들의 눈높이로 옮기는 데에도 많은 영향을 주셨습니다. 환경과 사람, 그리고 선생님들이 알려주지 않았던 공정무역이라는 개념까지 확장하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하셨다는 것을 아실까요? 유머러스하고, 다정다감한 말투로 학생들에게 어려운 개념을 설명하는 방법도 배웠지요.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감사의 마음을 짧은 글로 대신합니다.

또 다른 스승인 인천의 진로취업상담 부장교사 이기운 선생님과 아버지께도 어버이날에 전하지 못한 마음 뒤늦게 전합니다. 아버지는 제가 특이한 일에 관심을 가질 때 항상 걱정하셨죠. 가정교육과를 가겠다고 할 때 걱정을 하셨고, ‘아름다운 가게’에서 자원 활동을 한다고 했을 때도 “제 앞가림도 못 하면서 누굴 돕느냐?”고 걱정하셨습니다.

하지만 10여년 지난 지금, 제가 하는 직업과 활동에 지지를 보내주시고 계십니다. 아버지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척들이 공정무역과 사회적경제를 발견하면 반갑게 제보도 해주셔서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버이날 항상 거창한 효도를 하지 못해 죄송하지만, 부모님 모두 제가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은 중3이 된 하늘빛중학교 수민이와 하윤이 잘 지내니? 2년 전 담임교사와 학생으로 만나 헤어졌지만, 매년 전국에서 열리는 공정무역 행사장에서 너희를 만나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단다. 그런 선생님의 맘도 모르고 셀카 한 장 같이 찍어주지 않는 사춘기 소녀들. 너희들은 제자이지만 선생님들은 너희를 어리고 귀여운 선생님이라 생각한단다. 어른인 내가 하지 못하는 공정무역 캠페인 아이디어나 행동을 볼 때마다 ‘나는 왜 이 아이들처럼 청소년기를 보내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야.


사실 재작년 학교폭력 예방 글짓기에 너희들이 표현한 문구가 너무 귀여워서, 작년에 그 내용을 다른 컬럼에서 공정무역과 함께 언급한 적도 있단다. 그러니 너희는 나에게 공정무역을 바라보는 시선을 확장시켜준 스승이라고도 할 수 있지. 5월 5일이 어린이날이라 청소년인 너희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어른들의 시선에서는 푸르게 자라나는 어린이로 보여. 작년에 너희가 준 편지에 늦었지만 이렇게 답장을 한다. 12일 세계공정무역의 날 행사에서도 반가웠어.

평소 낯이 간지러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지인들이 많습니다. 5월임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마음을 전하지 못한 이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스승의 날이 저를 기념하는 날이라고 표현하기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은 병아리 교사입니다. 하지만 아기가 태어나고, 생일이 되면 미역국을 먹듯, 스승의 날이 오면 또 다른 스승들을 기억하고 함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감사의 마음을 물건으로 표현할 때면 공정무역을 포함한 사회적경제 제품을 애용하고 있습니다. 그런 제 마음과 행동에 최근 같이 공정무역 활동을 하는 친한 선생님이 이런 칭찬을 하시더군요. “이강민 주변에는 사람이 정말 많아. 근데 희한하게 안티가 없어. 그리고 다 좋은 사람들이야.”라고. 

평소 배려와 나눔, 협동, 공정한 가치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배우고 경험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열심히 전하려는 저의 노력에 이런 칭찬을 하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세상엔 참 배울 것이 많고, 천지에 스승님들이 넘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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