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마을은 일상이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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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마을은 일상이 전환이다
[한살림 해외기획연수] 일상을 '전환'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토트네스
  • 2018.05.16 18:51
  • by 한살림 활동가모임 ‘광데렐라’

유쾌한 활동가들의 모임 한살림‘광데렐라’가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꿈꾸며 전환마을(Transition Town) 영국 데번주의 토트네스로 떠났다. 피겨 스케이팅에서 트랜지션(Transition)은 점프와 스텝, 점프와 점프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을 의미하듯 ‘전환’은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연결하여 바꾸는 것을 뜻한다. 인구 8만 5천 명의 시골 마을 토트네스는 지역과 주민을 어떻게 연결되고 있을까? 내가 사는 곳의 문제를 내가 아는 방식, 내가 좋아하는 일로 자연스럽게 전환(轉換)한 ‘토트네스’를 ‘광데렐라’의 방문기를 통해 소개한다.

하나, 토트네스에서 한살림의 ‘오랜된 미래’를 만나다.
둘, 토트네스! 전환(轉換)의 뼈대를 세우는 단체들을 만나다.
셋, 전환(轉換)생태계를 만드는 재미있는 프로젝트
넷, 지역과 함께 하는 농업, 그리고 농장들
다섯, 자연주의 마을과 슈마허, 슈타이너의 힘
여섯, 전환마을은 일상이 전환이다.
일곱, 지역에서 ‘토트네스’를 꿈꾸다.

 

“전환마을”은 내가 사는 마을에서 

내가 아는 방식으로, 

내가 가진 것으로부터 재미있게 

지구와 이웃과 함께 사는 방법이다.

 

아침 일찍 토트네스 마을을 가로질러 바다로 흘러가는 리버다트로 산책을 나갔다. 비포장으로 이어진 가을날 강가엔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마을 사람들이 많다. 하늘은 천천히 흘러간다.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며 여행하는 부부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지금 이곳이 한 달쯤 살고 싶은 그런 곳이다. 그림 같은 이 풍경 속에 조용히 머물고 싶다.

오랜 세월을 지탱해온 듯 보이는 다리를 건너 시내 장터로 갔다. 시청 앞 광장에서 금요일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마켓이 열리는데 우리 5일장이랑 비슷한 분위기다.  ‘Welcom to Totnes'  간판 옆에 빼곡히 붙어있는 벽보는 토트네스 사람들이 마을과 소통하는 광고판이다. 강습, 공연 같은 정보가 붙어 있는데 자세히 보면 요가강좌가 많다. 내적 전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토트네스 사람들은 자기관리를 위해 요가를 많이 하는 것 같다.

투어매니저 ‘할’은 토트네스 안내를 위한 광고판에 적혀 있는 토트네스 역사를 이야기 해준다. 속성으로 마친 토트네스 역사 이야기는 대략 이러했다.

 

토트네스는 오래된 도시다. 907년 앵글로색슨족이 차지한 땅이었다. 텅스텐이 유명했던 곳이라 바이킹족의 침범이 자주 있었지만 앵글로색슨족의 방어도 만만치 않았다. 토트네스는 ‘튜트네이스’라는 말에서 왔다. ‘튜트’는 ‘멀리보다’의 뜻이고 ‘네이스’는 ‘코’라는 뜻인데 항상 높은 곳에서 바이킹이 오나 살피다가 ‘토트네스’라 불리게 되었다, 튜트네이스가 토트네스로 발음되기까지는 1100년 쯤 걸린 셈이다. 이곳 토박이들은 ‘토네스’라고 부른다.

중심 거리에 있는 건물들은 1500년대 엘리자베스시대의 양식이고 대부분 상인들이 지었다. 앞에서는 작게 보이지만 뒤쪽으로 긴 건물형식이 많다. 이곳은 남쪽이라 스페인 등의 국가와 가깝다. 양모, 금, 은 등의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토트네스라는 작은 마을이 부자가 되었다. 다트머스라는 이웃도시에서 증기기관차를 만들어 산업혁명을 일으키게 되면서 모든 것에 변화가 오게 된다. 증기기관차의 등장으로 모든 중심이 ‘석탄’으로 방향이 바뀌게 되면서 토트네스의 발전은 멈추게 되었고 역사적인 유적지로만 남은 잠든 도시가 되었다. 산업혁명이후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기후변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전환’이라는 것으로 잠들어 있던 토트네스가 깨어났다.

   

짧게나마 토트네스의 역사를 듣고 나니 새롭게 보인다. 혁신적인 마을운동을 보러 세계 여러 곳에서 방문을 온다고 한다. 그들은 각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돌아가는지도 모른다. 어떤 이들은 학교를, 어떤 이들은 에너지전환을... 어쩌면 눈 감고 코끼리 만지는 격이 아닐까!

“토트네스는 영국에서도 지독하게 보수적인 곳이다. 전환은 아주 새로운 혁신적인 것이지만 토트네스에서의 전환운동은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것에서 시작됐다. 트랜지션(전환운동)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우리가 뭘 하고 있다고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변화는 계속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는 꼭 좋은 방향으로만 일어나진 않는다. 런던이나 대도시를 떠나 이곳으로 유입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고 토트네스의 변화에 영향을 줄 것이다. 앞으로 5년 안에 토트네스로 유입되는 인구를 지금보다 3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마을의 언덕 위쪽으로 점점 늘어나는 주택들이 화려한 방식으로 짓고 있어 주택 값이 오르고 있는 현상을 주민들은 걱정한다.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지는데 ‘할’은 담담히 말한다.

“퍼머컬쳐 방식으로 사고한다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또 하나의 해결책을 갖는다는 의미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문제를 적대적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전략과 전술을 잘 세우면 해결해 나갈 방법이 생긴다.”

예를 들어 시장경제에서 집을 내 놓으면 집값이 오르내린다. [커뮤니티 랜드 트러스트]를 설립해 신탁개념으로 땅을 구입 후 가격을 컨트롤하고 책정하는 방식의 대안이 만들어지고 있다. 트러스트에서는 27개의 집을 지어 에코빌리지를 형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시내의 상점들마다 입구에 £t(토트네스파운드) 표시가 붙어 있다. 연수 전 사전학습 때 보았던 자료들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토트네스파운드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중요한 프로젝트였으나 토트네스가 인터넷, 모바일 등이 활성화되지 않아 문제가 생기니까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다국적기업의 프랜차이즈 매장은 없었지만 외부의 자본으로 세워진 대형마트가 한 곳 있다. 지역경제에 영향을 줄 것이다. 한살림Day에 사용할 김밥 재료를 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형마트를 이용했던 우리들에게 ‘할’이 나쁜행동이라고 조크를 주기도 했다. 한편에선 오래전에 문을 닫은 지역의 맥주공장을 커뮤니티 경제 방식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전환’을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사업 속에서 만들어 간다.

TTT(Transition Town Totnes) 사무실에서 만났던 전환마을 매니저 ‘Thea’는 본인들이 하고 있는 전환운동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었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공동체의 유연성을 갖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공동체가 행복하고 잘살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우리가 하는 이 일이 전 세계적으로 운영되는 것 또한 우리의 핵심가치라고 생각한다.”

 

한살림Day를 통해 사람을 만나다.

연수를 기획하면서 보고 듣고만 오는 연수가 아닌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교류의 시간을 갖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지속적으로 ‘할’과 소통하면서 우리들의 꿈은 점점 현실이 되어갔다. 토트네스에서의 마지막날 밤을 위해 머리를 맞대어 고민했던 우리들은 모두의 기억에 남을 감동적인 시간을 갖게 되었다.

한살림Day를 위해 빌린 공간은 ‘에코하우스 1호’ 집이다.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은 집이다. 친환경적으로 집을 짓거나 개조하고 싶은 사람들을 격려하고 영감을 주기 위해 1년에 1회 개방을 한단다. 한살림Day 덕분에 에코하우스 구석구석을 구경할 수 있었다.

TTT(Transition Town Totnes) 홈페이지에 소개되었던 한살림Day 홍보문

우리를 엄청 대단한 사람들로 소개해서 당황스러웠다. 행사에 온 사람들의 기대에 찬 눈빛들을 보며 잘 끝낼 수 있기를 기도하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한살림 소개를 시작으로 김밥만들기(재료는 벤‘샵에서 기증한 것도 있고 토트네스에서 구입), 제기만들기, 제기차기, 장명루 팔찌 만들기, 한살림 살림행공 체험 등의 프로그램 등을 함께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가 준비한 한살림 브로셔를 보고 온 듯 했다. 처음부터 행사가 끝날 때까지 진지하고 유쾌하게 함께 해주었다. 토트네스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우리가 오히려 한살림에 배울 것이 많다.’

‘한살림을 더 알고 싶다’

‘기회가 되면 한살림을 방문해보고 싶다’

사람과 사람뿐 아니라 생태계와도 공존을 하면서 성공한 한살림에 대한 그들의 첫인상인 것 같다. 한살림Day는 공식적인 일정이지만 공식적인 미팅이 아닌 만남을 가질 수 있는 기회였다. 비록 언어장벽에 부딪쳐 짧은 영어와 바디랭귀지에 의존해 대화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마을’을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기꺼이 집을 내어 준 안주인은 선물 포장을 위해 가져갔던 한지에 유난히 관심을 보였다. 사용하고 남은 한지를 몽땅 선물로 주니 참 좋아하신다. 이태리에서 왔다는 ‘모리나’는 장명루 팔찌를 만들며 잘 안될 때마다 활짝 웃는다. 런던에서 요가를 배울 때 친하게 지냈던 한국사람에게 배웠다며 한 주민은 우리를 위해 ‘아리랑’을 멋지게 불러준다. 살림행공에 관심을 많이 보인다. 슈마허컬리지에서 만났던 에코경제학 교수 ‘조나단’은 김밥을 좋아했다.

사람들과 만나고 나니 토트네스가 좀 더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그동안 지나다녔던 거리의 풍경, 상점들 하나하나가 머릿속에 스친다. 가게를 시작한지 300년 가까이 되었다는 정육점은 늘 오후 2시에 문을 닫는데 그렇게 장사해도 먹고 살아지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주인을 만날 수 없어 안타깝게도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오후4시만 넘어도 문 닫을 준비를 하는 것 같은 거리의 상점 주인들은 ‘악착같이?’ 장사해서 한 푼이라도 더 벌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 걸까?

토트네스 중심거리인 High Street에는 지역에서 만들어진 물품,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판매하는 매장이 많았다. 티셔츠 하나 구입하려고 돌아다니며 보았던 옷가게는 대부분이 리사이클 매장이었다. 아껴 쓰고 나눠 쓰는 일상이 생활화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상점 앞에 표시되어 있는 ‘not made in china’ 문구중국물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의미보다는 대량생산을 반대한다는 뜻이 담겨있단다.

지역에서 가장 성공했다는 리버포드 농장의 ‘가이왓슨’. 꾸러미사업으로 성공해서 사업을 넓혀갈 때 이웃의 농장을 매입하는 방식이 아닌 협업의 방법을 선택했다. 사업은 키우되 사업체를 키우지 않고 주변의 농부들을 꾸러미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방식이다.

일상을 ‘전환’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토트네스에서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철학이 살아 있다. 토트네스는 진행형이다. 무엇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우리가 느낀 것은 ‘전환이 일상이 되게 만들어가고 있는 곳’이다. 에너지, 농업, 먹거리, 돌봄, 마을의 자립경제 이런 것들이 사람들의 삶과 관계 속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유연성을 가지고 진행되고 있다. 스스로 하루하루 변화해 가는 것. 문제가 생기면 문제 속에서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것.

작은 펍 ‘알버트인’에선 동네사람들이 맥주 한잔에 스낵 한 봉지 놓고 내내 이야기를 나눈다. 지구 반대편에서 온 이방인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내며 저녁시간을 즐기고 있는 토트네스 사람들의 여유 있는 삶이 부럽기도 하다.

‘한살림!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꿈꾸다’의 연수는 막을 내렸다. 어떻게 꿈을 꾸지? 다음 마지막호에서 이야기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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