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학, 협동조합으로 교육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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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학, 협동조합으로 교육하라
대학생협 30주년, 출간 기념 인터뷰...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 김진아 이사장, 권종탁 사무국장, 주수원 사무총장 인터뷰
  • 2018.07.09 09:48
  • by 공정경 기자

대학생협이 30주년을 맞았다. 1988년 서강대학교 소비자협동조합으로 시작한 대학생협은 현재 35개 대학, 14만 9746명 조합원, 총출자금 35억원, 매출 2000억원으로 성장했다. 또한 30년 대학생협 역사상 최초로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 학생이사장이 선출됐다. 개별조합에서 학생이사장이 선출된 적은 몇 차례 있으나 연합회 차원에서는 처음이다. 대학생 당사자들이 조직을 스스로 더 강화해 사회적 목소리를 하나로 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대학, 협동조합으로 교육하라>가 출간됐다. 초·중·고 학교협동조합 관련 도서는 몇 권 있으나 대학생협을 다루기는 처음이다. 출간을 기념해 연합회 김진아 이사장과 권종탁 사무국장, 그리고 이 책의 공동저자인 주수원 전국학교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사무총장을 함께 만났다.

왼쪽부터 김진아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 이사장, 주수원 전국학교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사무총장, 권종탁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 사무국장

-먼저 이 책이 나오게 된 계기를 설명해 달라.

주수원 사무총장(이하 주) : 2016년에 하승우 녹색당 정책위원장,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장과 함께 대학생협의 의뢰를 받아 대학생협과 함께 연구를 진행했다. 1년간 공동 논의와 연구를 하며,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는 초중고 학교협동조합과 대학생협간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려 했다. 그 연결고리의 핵심은 “교육”이였다. 초중고와 대학은 여러 측면에서 다르지만, 학교 안의 협동조합으로서 학생복지와 교육 기능을 담당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연구 보고서로서 끝나는 게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자 책 작업을 진행했다. 대학생협만이 아니라 국내외 다양한 캠퍼스 협동조합을 조망하고 싶었는데 박주희 연구원이 결합하면서 이 부분이 보강되었다. 특히 박주희 연구원이 경희대에서 수업을 진행하며 생협과 함께한 프로젝트 부분이 포함되게 되었다. 최근 들어 링크 플러스 사업 등으로 대학에서도 지역과 연계한 협동조합 방식의 창업 교육이 다양하게 고민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대학에서의 협동조합을 통한 교육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면 좋겠다. 무엇보다 대학생협이 이러한 흐름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 직접 대학생협을 경험해보며, 지금은 연합회 이사장으로도 활동하는 김진아 이사장에게 물어보고 싶다. 동아리나 다른 여러 가지 활동도 많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대학생협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김진아 이사장(이하 김) :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생활협동조합이 있다고 들었다. 가격측면이나 포인트 적립 등 소소한 혜택이 있다고 생각해서 이용하게 되었다.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교육기관인 대학 내에서의 학생 자치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복지로 연결됐다. 대학은 교육기관이므로 학생식당 등 후생복지시설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한 학생들의 권리이다. 이런 것은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하고 싶어서 대학생협 활동을 시작했다.

1983년 정부의 졸업정원제 시행으로 대학 정원은 늘어났지만, 기본적인 시설 확충이 뒤따르지 못했다. 한국외대의 경우 1988년 말까지 4000명의 학생을 위한 복지시설이 어문과 식당과 부속매점이 전부였다. 산속에 학교가 위치해 차량 없이는 학교 밖으로 나가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이후 대학생협운동이 시작되면서 매점, 자판기, 식당, 스낵코너, 하계 어학연수, 분리수거, 폐건전지수서 등 다양한 복지 사업들이 활성화됐다. 한국외대뿐 아니라 대부분의 대학이 학생복지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학생들을 받아들었다. 시설이 있더라도 대학이 직영하거나 외부 기업이 운영해 상품의 질이 형편없거나 학생들의 불만이 반영될 창구가 없었다. 학내의 주체들이 자치적으로 학내 복지를 해결하려는 것이 대학생협운동의 시작이었다.

김 : 최근 캠퍼스에 프렌차이즈 매장 등 다양한 외부 업체들이 입점하고 있다. 대학은 교육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교육에 관한 부담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오고 있다. 외부업체가 대학에 입점하면 비싼 임대료를 낸다. 이윤추구와 비싼 임대료를 내기 위한 매장의 운영은 캠퍼스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 등록금도 비싸고, 학교 안에서 써야 할 돈도 많다. 이러한 문제들을 대학 구성원들이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대학생협을 운영하고 있고, 그렇기에 대학생협은 학생들에게 정말 절박한 문제이다. 대학생협을 통해 학내 구성원들의 소비로 발생한 잉여가 후생복지 향상 등으로 환원되고, 무엇보다 대학 구성원들이 운영 주체의 권리가 생긴다. 이러한 것들은 대학생협이 외부 업체와 구별되는 정체성이다. 외부업체가 입점하여 학내 시설을 운영하면 대학 구성원들이 후생복지 시설에 대해 어떠한 결정도 할 수 없다.

김진아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 이사장

권종탁 사무국장(이하 권) : 세종대에서는 학생들에게 싼 가격에 질 좋은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대학생협을 학교가 강제로 몰아내려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학생협이 운영하는 매점이나 식당이 기업체가 운영하는 곳보다 훨씬 싼데도 학교에 학교발전기금을 내놓지 않는다며 위협했고, 학교식당 및 복지시설 운영권을 위임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2010년 최종통보를 받고 내부적으로 ‘방법이 없지 않으냐’며 접으려고 할 시점에 ‘이건 아니다’며 오히려 세종대학생들이 나서서 3년간 학교와 싸웠다. 그러나 2014년 학교 측이 제시한 임대료(임대보증금 1억원, 월 임대료 1000만원, 수도광열비 700만원)을 감당할 수 없어 2013년 최종적으로 접었다.

모든 예산결정에서 학생들은 항상 배제돼 있고, 학교의 고유목적보다 상업적 목적에 관심을 두고 이해당사자들이 결정하다 보니, 학생들을 위하는 대학생협을 위협하는 상황이 있다. 세종대도 그런 경우다. 97년 사학재단 비리로 물러났던 설립자의 둘째 아들이 이명박 정부 때 복귀하면서 학교 내 민주세력을 쳐내갔다. 제일 먼저 직원협동조합, 교수협의회를 쳐냈고 마지막이 대학생협이었다.

주 : 책에서 협동조합이 교육과 연계해서 갖는 여러 가능성과 가치를 얘기했지만 가장 큰 부분은 ‘민주주의’라 생각한다. 학교가 참 모순적인게, 학교는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있지만, 민주적이지 않은 곳이 학교다. 요즘 국내외에서 미래학교가 많이 얘기되는데 미래학교의 화두는 민주적거버넌스 확립이다. 지난 6월 22일과 23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교육학회 연차학술대회의 주제가 ‘융복합 시대의 공교육 혁신’이였는데 여기에서도 강조한 부분이 학생들의 민주적인 참여, 지역과의 연계였다. 제4차산업혁명 등 새로운 시대적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서 교육은 이전과 달라져야 하는데 내부적으로는 구성원들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하고 외부적으로는 지역사회와 만나야 한다.

주수원 전국학교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사무총장

김 : 대학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이를 통해 내가 깨달은 것은 대학의 모든 고민이 교육부 정책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교육을 하고, 어떤 대학이 될 것인가 하는 고민보다는 교육부 정책에 대응해서 정원을 많이 받고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만 고민한다.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후생복지에 대한 내용은 회의 자리에 등장하지 않는다.

권 :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경제활성화정책, 공공기관 사회적가치평가를 시행하고 있지만 대학은 사각지대다. 교육부의 정책은 여전히 바뀐 게 없고 교육부 예산에도 사회적경제 관련 예산은 없다. 그동안 대학역량평가 항목에 재정자립도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대학이 돈만 벌려고 한다. 학교 시설은 거의 아웃소싱하고 학교발전기금을 내라고 강요하고 시설이용료를 내라고 한다. 결국 학생들은 등록금에 포함된 시설이용료를 이중으로 내는 꼴이다.

김 : 대학생협은 학생, 교수, 직원으로 구성돼있다. 생협의 이익환원은 조합원이 참여해 조합원의 필요에 의해 공동으로 결정한다. 대학생협의 이익은 학생조합원에게 장학금으로 환원할 수도 있고, 가격을 더 낮출 수도 있고 후생복지를 높이는 데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대학생협의 이익 일부를 대학에 납부하고 있다. 대학은 후생복지나 시설사용료가 포함돼서 등록금이 비쌀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대학구성원이 운영하는 대학생협에 시설사용료를 부과하고 학교 발전기금을 내라고 하는 등 “학교에 얼마 낼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되었다. 

대학생협은 학내 복지문제로 시작했지만 ‘학내 민주주의’ 실현의 장이다. 현실적으로 대학 내에서 학생과 직원, 교수가 만나 동등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되고 있다. 후생복지와 관련된 내용만 아니라 학교의 민주적인 운영, 새로운 사업, 새로운 교육과 배움이 만남의 주제가 될 수 있다.

책에서는 정부가 대학 공공성을 강화를 바란다면 비리와 비효율로 점철된 사학재단보다 대학생협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고 한다. 비전과 발전기금에만 목을 매는 대학 당국은 대학을 정상화 시킬 수 없고, 대학의 특성상 구성원들의 위치가 구조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는 곳에서는 대학생협처럼 대등한 조합원으로서 서로의 입장을 밝히고 들을 수 있는 장이 중요하다.

대학의 상업화로 대학생협의 자리가 줄어들고 있지만 후생복지 못지않게 교육적 차원에서도 대학생협의 존재가치가 커지고 있다. 대학생들에게 ‘협동조합으로 창업하라’가 아니라 ‘협동조합으로 교육하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권종탁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 사무국장

- 대학생협하면 매점이 먼저 떠오른다. 상징적인 사업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만 ‘기승전매점’으로만 보는 시각도 있다.

권 : 대학생협이 매점, 식당, 카페 등을 사업체로 운영하고 있지만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 학생들이 필요한 시설을 학생들이 스스로 운영하는 것에 가치가 있는데 많은 분들이 단순히 업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어디 가서 대학생협에 대해서 쭉~ 이야기하면 “그건 됐고요, 그래서 뭐하시는데요?” 그럼 남는 게 식당, 매점, 카페... 앞쪽 이야기가 중요한데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운영하고 직접 참여하고 조합원의 의견이 반영되고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 등 그 속의 과정자체가 다른데, 그런 얘기를 하면 “다 알고요, 그래서 GS랑 뭐가 달라요?” 이렇게 흘러간다. “다 알고요”라고 말하는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한데...답답할 때도 종종 있다.

김 : 외부 업체랑 생협 매장이 완전히 다른 것 중 하나가 이익구조가 어디로 돌아가느냐이다. 또한 학생들의 참여로 학생들을 위한 서비스를 만든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장학금 제도를 신설하거나, 판매가를 낮추는 등의 노력을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매장 운영에 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시험기간 열공국수, 메뉴 개발 등의 활동을 한다. 이에 더하여 학생조직인 학생위원회를 기반으로 해외 교류 활동, 책 벼룩시장 등 다양한 사업과 활동을 한다.

- 올해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가?

김 : 생협 조합원, 임원 활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 "의사결정 구조 학생들의 더 많이 쉽게 참여하는 것"이다. 임원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생협에 대해 어려워하는데, 자료와 매뉴얼을 제작하여 배포했다. 그뿐만 아니라 전국 단위로 학생임원을 조직해서 서로 고충도 털어놓고 교류하는 장을 추진하고 있다. 연합회 차원에서 상담 등 활동 지원을 하고있다. 또한 학생단위를 확대하기 위하여 전국에 학생위원회 설립을 독려하기 위해 전국을 다니고 있다. 대학생협의 가치는 여러 가지다. 이런 부분을 공통의 정체성으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대학생협 브랜드화를 추진 중이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사회적으로 낼 수 있는 조직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권 : 개인적 바람은 대학생협 전국 학생위원회가 반값등록금, 청년들 삶 전반에 걸쳐 사회적 목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좋겠다. 청년정책에서 당사자들이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이고 생협이 그 정도 위상으로는 올라가야 하지 않을까?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김 : 대학생협 운영이 대학 내에서 여러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교육에 필요한 후생복지에 대한 것을 구성원이 협동을 통해 만들어간다는 것은 그 의미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하지만 현재 대학의 여러 제도적인 문제로 인해 대학생협의 가치가 온전히 실현되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다. 대학 관계자들이 대학의 존재목적과 그 안의 후생복지에 대한 부분을 다시 한번 깊게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권 : 국가를 위해서도 협동조합은 필요하다. 협동조합의 기본은 자기가 아니고 우리다. 또 그 결과물은 우리 안에 머무는 게 아니라 전체를 가리키고 있다. 협동조합이 많으면 많을수록, 접근하기 쉬우면 쉬울수록 사회가 맑아지고 밝아진다. 경쟁하고 싸우고 남을 밟고 올라서는 게 아니라 협동하고 함께 하는 것이 국가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가능한 어릴 때부터 협동조합을 경험할 수 있도록 확산해야 한다.

주 : 어쩌다 보니 초중고에 이어 대학에서의 협동조합에 대한 책도 내게 되었다. 이러다 어른들을 위한 협동조합 학교 책도 내게 되지 않을까(웃음). 사실 저자들 간에도 ‘생애주기형 학교협동조합’ 얘기를 많이 나눴다. 협동조합이란 삶의 한 방식인 만큼 어렸을 때부터 직접 참여하면서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 모두가 협동조합을 할 필요는 없지만 유의미한 하나의 선택지로서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 또한 ‘협동조합 간 협동’이 중요한 만큼 학교협동조합들 간의 연결하는 작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6년부터 대학생협연합회와 초중고학교협동조합이 함께 학생조합원의 날을 진행하기도 했고, 올해는 개별 대학과 초중고 학교협동조합 연계 사업을 논의해보고 있다. 나중에 우리나라에서 제1회 학교협동조합 국제학생조합원의 날이 열릴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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