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분야의 '일자리', 패러다임 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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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분야의 '일자리', 패러다임 전환 필요
사회적경제 분야의 '일자리'란 무엇인가?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향하여
  • 2018.09.20 11:03
  • by 이진백 기자

새로운 시대정신에 걸맞는 새로운 의미의 일자리가 탄생할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0월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 '일자리정책 5개년 로드맵' 등을 발표하면서 사회적경제를 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규정했다. 사회적경제 활성화는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찍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사람 중심 경제'와도 맥을 같이 한다. 

정부의 정책 발표에 대해 사회적경제 현장 일각에서 큰 기대를 가진 것도 사실이다. 정부가 제시한 로드맵이 제대로 실현된다면 사회적경제는 시장의 측면에서 새로운 경제 주체를 형성하고, 그 자체로도 우리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보는 신호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가마다, 시대에 따라 사회적경제는 다양하게 정의돼 왔다. 하지만 '구성원간의 협력과 자조를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민간의 모든 경제활동'이라는 사회적경제의 기본 가치와 원리는 변하지 않았다. 

사회적경제는 시장경제가 기피하는 영역에서 사회적 효과성을 발휘하고, 공공서비스 측면에서 추가비용 투입의 부담을 덜면서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도모할 수 있는 새로운 포용적 성장동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정부 주도하에 양적성장을 거듭해 왔지만 아직까지 사회적경제가 차지하는 위상이 높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일천한 경험과 단절적 이해로 인해 여전히 취약 계층 일자리 창출사업이나, 대기업과 봉사단체에서 해오던 사회공헌활동 정도로 이해되고 있거나,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 의존한 또다른 생존 경쟁, 그리고 정부의 눈먼 돈 개념이 확산되어 도덕적 해이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사회적경제기업이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와 지적도 없지 않다.

그동안 정부는 사회적경제를 성장의 측면에서 접근해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두고 육성을 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해 정책을 펼쳐왔다. 사회적경제가 본래 지니는 가치 실현에 초점을 둔다면 일자리는 협동과 연대하면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효과가 될 수 있다.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사회적경제 정책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공동주관하고 사회적기업 행복나래가 후원한 제7회 사회적경제 정책 포럼이 9월 17일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개최됐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사회적경제 분야의 일자리란 무엇인가'로 새로운 일자리의 보고로 주목받고 있는 사회적경제가 만들어가는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효율적 지원 정책을 위해서 정부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등 사회적경제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일자리 문제 해법을 모색하고 일자리 정책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비전을 발굴하고자 마련됐다. 

이번 포럼에서는 일자리 관련 연구자뿐 아니라 현장 사회적기업가, 비영리 조직과 중간지원 조직 실무자 등이 참여해 사회적경제 분야의 다양한 일자리 유형을 제시하고 현장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사회적경제 분야의 일자리 역할과 발전방안에 대해 발표와 함께 열띤 토론에 나섰다.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사회적경제가 한국경제의 어려움을 타개해 줄 수는 없겠지만, 사회적경제 없이 한국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도 기대되지 않는다"며 "정부는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좋은 일자리로 발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 가자"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김인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경제 위기의 극복과 저성장 시대 일자리 창출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사회적경제의 활성화가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경제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수단으로만 비춰질까 우려스럽다"며 "그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해왔던 고용 패러다임의 전환을, 사회적경제가 지향하는 일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제기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1, 2부로 진행됐다. 1부는 길현종 박사(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의 '한국 사회적경제 '일자리' 현황 및 쟁점'에 대한 기조발제로 시작됐다. 

기조발제에 나선 길현종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사회적경제영역에서 일자리의 의미 ▲일자리를 이해하는 일반적인 분석틀 및 자료들 ▲우리나라 사회적경제 일자리 현황 및 이해 등에 대해 설명하고 사회적경제 관점의 정책 패러다임 개선에 관해 제언했다.

길 연구위원은 "사회적경제조직은 긍정적·부정적 이미지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부정적 이미지로는 영세·소규모, 열악한 경제적성과(영업이익), 취약계층 중심, 저임금 일자리 등이라 판단된다. 이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많은 이들에게 사회적경제조직에서의 일자리가 질이 낮다 인식하도록 만든 주요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지만 이는 편향된 인식이라고 생각한다"며 "여성·장년·장애인에 보다 많은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점은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인식되어져야 할 부분이며, 전체 근로자에 비해 평균적으로 임금수준은 낮지만 보다 평등한 내부 임금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이며, 상당수 기업에서 민주적 의사결정구조가 일상적으로 구현되고 있으며, 일에 대한 주관적 만족도가 높은 일자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길 연구위원은 "사회적경제 일자리의 양적성장은 사회적경제 전체의 성장과 직결된다. 임금 수준을 제외하고는 사회적경제조직에서의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이다라고 이야기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반박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경제조직 및 정부는 현재 일자리 질 관련 취약 영역을 개선하고 우수한 영역을 지속시킬 수 있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자리의 질은 다른 일자리와 비교를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으며, 이 때  관련자료는 ▲자료 간 단순 비교 ▲일부 개인·조직을 제외한 후 최대한 유사한 기업군들 간의 비교 ▲통계기법을 활용해 통계적으로 매우 유사한 집단을 만든 후 해당 지표를 비교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회적경제조직과 비교가능한 원자료가 확보 가능하다 해도 사회적경제 전체를 포괄하는 자료확보가 어렵기에 우리나라 사회적경제 전체의 일자리의 질을 확인하기 위한 정교한 비교는 여전히 어렵다고 토로했다. 

기조발제에 이어 5개의 유형별(▲노동자협동조합 사례 공유 및 제언 -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 ▲프리랜서협동조합 일자리 사례 공유 및 제언 - 최재직 번역협동조합 사무국장 ▲사회서비스 분야 사회적경제 일자리 사례 공유 및 제언- 송유정 사회적기업 휴먼케어 대표 ▲청년 사회적경제 일자리 사례 공유 및 제언 - 조금득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트레이너 ▲지역 기반 사회적경제 일자리 사례 공유 및 제언 - 임경수 전주도시재생지원센터장) 사회적경제 일자리 사례를 발제하고 현황과 정책 방향을 제시해 정부 정책 결정에 제언을 꾀했다.   

변형석 상임대표(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를 좌장으로 한 2부 종합토론에서는 안인숙 집행위원장(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박강태 회장(일하는사람들의협동조합(워커쿱)연합회), 강보배 사무국장(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이 토론자로 나서 사회적경제 일자리에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한편, 이날 종합토론 후에는 참석 시민들 간의 질의답변, 자유로운 상호토론이 진행됐다. 지난해부터 진행된 '사회적경제 정책포럼'은 사회적경제 분야의 다양한 현안을 주제로 중요한 쟁점들을 다루고 그것들을 의제화하여 공론화하는 포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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