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정무역,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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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정무역, 변화가 필요하다
[공정무역의 변화를 모색한다⑥] 김선화(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 위원, 성공회대학교 협동조합경영학과 박사수료, 쿠피협동조합 조합원)
  • 2019.02.06 10:27
  • by 김선화(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 위원)
한국에 공정무역이 시작된 지 17년이 흘렀다. 공정무역단체, 소비자생활협동조합, 학교, 종교기관, 지방정부 등의 다양한 조직들과 사람들이 공정무역에 관심을 갖고 공정무역 소비, 인식확산, 교육을 촉진해왔다. 최근에는 인천시, 부천시, 서울시, 화성시가 공정무역마을이 되었고, 공정무역마을 운동을 시작하는 곳이 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공정무역은 규모 면에서도 인식의 확산 측면에서도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2013년부터 공정무역을 연구해 왔던 쿠피협동조합의 공정무역 연구팀은 글로벌하게 진행되고 있는 공정무역의 주요한 흐름을 소개하고 분석함으로써 한국 공정무역이 발전하기 위한 변화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 아름다운가게에서 공정무역 수공예품을 취급하면서 시작되었다. 그 뒤를 이어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비영리조직에서 파생된 기업들이 공정무역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일반 회사들이 유럽 등지에서 공정무역 완제품을 수입해 오고 있다. 규모는 약 500억이다.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작년도 대한민국 수입총액이 599조에 달하고, 이중에 커피 수입만 7천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수입규모에 비해 공정무역의 규모는 매우 적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정무역을 건강하게 성장시켜 나갈 수 있을까?

지난주까지 공정무역의 변화를 모색하며 다섯 편의 칼럼을 연재했다. 최근에 글로벌하게 변화되고 있는 흐름을 짚어 보았고, 변화된 흐름 속에서 한국의 공정무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이를 종합하여 한국 공정무역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 비전을 수립하고 공유해야 

첫째 운동과 비즈니스를 아우르는 공통의 비전을 설정해야 한다. 공정무역제품을 수입하고 판매하는 비즈니스측면과 교육과 캠페인, 판매처 확대 등을 기반으로 하는 공정무역마을운동은 함께 가야 한다. 최근에 시나 도 차원에서 공정무역마을운동이 일어나면서 지방정부에서 공정무역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등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인천시와 서울시가 2012년에 조례를 제정하고 공정무역에 관한 지원을 해 왔다. 경기도는 2017년에 조례를 제정하고 공정무역에 관한 교육, 제품개발, 캠페인, 판매처 확대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의 공정무역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에 관한 청사진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운동 측면에서, 비즈니스 측면에서 서로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관련된 협의체들이 모여서 중장기 비전을 수립하고 그에 따른 목표와 세부 지표를 구성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지역별로도 그에 부합하는 목표와 추진전략이 구성되어야 한다.     

   

■ 민간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민관협력을 강화해야

둘째, 민간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공정무역은 생산자들과의 연대를 통해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소비운동이자 글로벌시민운동이다. 그간 공정무역은 빈곤문제를 해결하는데 유효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이행하기 위한 주요한 수단으로 거론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지속가능발전목표와 공정무역과의 연결점이 부족하다. 한국에서 공정무역이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이행하는 주요한 수단이 되려면 네트워크의 폭이 넓어져야 한다. 공정무역 비즈니스를 하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을 중심으로 한 협의체인 한국공정무역협의회와 마을운동을 전개하는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 그리고 지역단위 공정무역협의체를 거점으로 국제개발협력단체, 시민단체, 기업, 소상공인, 지역공동체, 유기농업 분야 등과의 협력을 넓혀 나가야 한다. 그래야 한국사회에서 ‘공정무역’ 그리고 ‘공정한 거래’의 개념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공정무역은 학교, 종교기관, 복지관, 지역 공동체 등 수 많은 공동체들과 연결될 수 있는 접점이 있다. 지역 기반의 다양한 공동체들이 공정무역마을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함께 하면서 지역사회에 공정함의 개념과 가치를 전파해 나간다면 공정무역은 지속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출처 - Fair Trade Certified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YlVICw_kydM)

 

셋째, 민관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2019년 국가예산이 470조에 달한다. 공공에서는 다양한 영역에 다양한 방식으로 예산을 사용하는데 그 중에는 중소기업 지원, 소상공인 지원, 교육, 마을공동체 강화, 급식 등의 다양한 예산이 편성되어 있다. 신규 예산 편성은 조례와 같은 입법에 근거해서 진행한다. 민과 관이 협력하여 공정무역마을운동을 활성화하려면 공정무역을 하기 위한 입법 근거를 마련하는 것과 기존의 제도를 바꿔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구매나 공공조달을 시행하려고 할 때 관련 제도들로 인한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에서 정치인, 공무원들에게 공정무역의 의미와 가치를 전달하고 함께 바꿔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공정무역의 범위를 확장해야 

넷째, 로컬(도메스틱)페어트레이드가 확산되어야 한다. 유럽과 북미에서 자국 또는 인접 국가의 가난한 생산자들과의 공정한 거래를 통해 삶을 개선하려는 로컬(도메스틱)페어트레이드는 이미 십여 년 전부터 실천되어 왔다. 자국 또는 인접국가의 농부가 공정무역의 원칙을 적용하여 생산한 제품을 단독으로 또는 개도국의 공정무역 원료와 혼합하여 로컬페어트레이드 제품으로 출시한다. 프랑스공정무역협의회(Commerce Équitable en France)의 자료에 의하면, 2017년 프랑스 전체 공정무역 매출 규모 1조 3천4백억이며, 이 중에 로컬페어트레이드 매출이 4천백억 규모에 달한다. 한국은 작년에 경기도에서 처음으로 로컬페어트레이드 제품을 개발했다. 한국에는 이미 로컬페어트레이드 개념에 근접하게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조직들이 있지만 그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의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생산하는 제품들에 로컬페어트레이드의 원칙을 적용하기 쉬울 것이다. 로컬페어트레이드 제품을 개발하는 조직들이 늘어가고, 규모가 확산된다면 한국의 공정무역은 기존과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다양한 조직들의 참여로 인해 공정함과 정의, 그리고 평등의 개념이 조직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더 깊게 스며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 누구나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다섯째, 정보의 집적과 유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일부 유럽국가에서는 유치원부터 공정무역을 가르친다. 공정무역의 복잡한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연령별로 컨텐츠를 구성하고 배포한다. 지역별로 진행한 캠페인을 공유하는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캠페인의 내용과 방법을 공유할 수 있도록 페이지를 구성해 놓았다. 캠페인을 해본 경험이 없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조직들은 이 사이트를 방문하여 캠페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공정무역마을운동을 중심으로 교육과 캠페인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참여자들이 궁금해 할 만한 내용들이 잘 정리되어 한번에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까지 그런 부분이 미흡하다. 공정무역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지식과 정보의 생산과 축적, 그리고 유통에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쿠피협동조합에서는 공정무역연구를 시작한 2013년부터 사회적경제조직이 주도하는 공정무역의 건강한 주류화를 주장해왔다. 지금도 이 주장은 변함이 없다. 현재 시점에서 공정무역이 건강하게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운동과 비즈니스를 아우르는 비전을 수립하고 공유해야 한다. 그리고 민간단체들과의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민관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때 공정무역의 범위를 로컬(도메스틱)페어트레이드로 확장한다면 더 많은 조직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규모도 커질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공정무역의 가치에 공감하고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공정무역에 관한 정보와 지식을 쉽게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운동으로서 공정무역은 성장할 수 있다. 공정무역 그리고 더 나아가 로컬(도메스틱)페어트레이드로 실천을 확장하여 개도국과 대한민국 생산자들의 삶을 더 많이 지원 하길 희망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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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화(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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