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이 남긴 것 ①] 비정규직의 안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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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이 남긴 것 ①] 비정규직의 안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라이프인ㆍ생명안전 시민넷 공동기획_안전칼럼]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
  • 2019.03.15 17:35
  • by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

 
산재사망 62일 만에 김용균은 제대로 눈을 감을 수 있었다. 꽃다운 24살의 청년은 청년이자 비정규직이었고 그것도 발전소라는 공공부문에서 일하다 스러졌다. 아름다워야 할 청년이어서 더욱 슬프고 비정규직이어야만 했기 때문에 더욱 슬프고 탐욕스러운 기업주가 아니라 국가가 죽였기 때문에 더욱 슬프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모습이라는 생각에 몸서리가 쳐진다.

이번 호에서는 왜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사망할 수밖에 없었나에 주목한다. 최근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사망 사고 10명 중 9명은 하청 노동자라고 한다. 200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기사망 위험이 정규직에 비해 3배 이상 높다고 발표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서로 다른 환경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설명해 준다. 즉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낮은 임금, 불안정한 고용, 불안전한 업무환경에 빠져 있다.

여기에서 두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꼭 나누어져야 하는 것인가? 꼭 나누어져야 한다면 이러한 차별은 정당한 것인가? 우선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꼭 나누어져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살펴보자. 많은 경영이론가들은 기업의 핵심 업무는 정규직이 하는 것이 맞고 비핵심 업무는 비정규직이 하는 게 기업에 이롭고 사회적으로도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최근에 와서는 생명안전 업무는 정규직이, 그렇지 않은 업무는 비정규직이 해도 된단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핵심이고 어디부터 비핵심인가? 어떤 것이 생명안전 업무이고 어떤 것이 그렇지 않은 것인가?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이루어져 있으며 노동자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매우 자의적이다.

예를 들어 보자. 서울시 지하철 구의역에서 2016년 역시 젊은 노동자가 스크린도어 수리 업무를 하다가 열차에 접촉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스크린도어 수리 업무는 핵심인가, 비핵심인가? 생명안전 업무인가? 아닌가? 당시 1호선~4호선을 운영하던 서울메트로는 이 업무를 비핵심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외주화 시켰다. 그러나 5호선~8호선을 운영하던 도시철도공사는 외주화하지 않고 정규직이 맡아 진행했다. 핵심 업무라고 본 것이다. 그런데 외주업체들이 들어온 스크린도어 수리 업무에서 2016년까지 약 3년에 걸쳐 3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필자는 이러한 현상을 가까이에서 살펴본 후 '위험의 외주화'라기보다는 '외주화 자체가 위험을 생산한다'고 규정했다. 외주업체에서 3명이 사망하는 동안 정규직이 업무를 진행하던 곳에서는 단 한 명의 사고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같은 업무를 외주업체가 할 때와 원청 정규직이 수행할 때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2인1조의 유지, 관제 및 역무와의 원활한 의사소통, 피로가 덜한 교대제 등이 그것이다. 정규직은 교섭력도 있고 사고가 나면 원청 경영자에게 직접적인 패널티가 작동하게 된다. 그러니 제대로 원칙을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외주화가 진행된 곳에서는 그 어떤 것 하나 원칙대로 진행되는 것이 없었다.

두 번째, 그렇다면 이렇게 분리되어 떨어져 나온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차별을 받아야만 하는가?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헌장에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적시되어 있으며 기본적인 인권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안전한 업무환경 또한 차별이 없어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4배까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 경향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세계행복 보고서(UN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157개국 중 5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는 한국을 볼 수 있다. 사회복지의 부족과 양극화 때문이다. 가장 수위에 올라있는 국가들이 주로 북유럽 국가들이고 이들은 비정규직에 대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기 어려운 사회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바보들인가? 결국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다른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원칙이고 지켜지고 있는 나라들도 있기 때문에 우리가 비도덕적이거나 비정상인 것이다.

외주화되어 떨어져 나온 업무를 수행하는 사내하도급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식사시간을 챙기기 어렵고 규정에는 있지만 2인1조 작업을 못하는 인력구조에서도 일을 했고 수당도 지급되지 않는 장시간 초과노동을 수행했으며 관제와 원활한 소통이 어려워 열차에 서행 운전을 요청하지도 못했다. 구의역 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면 알려지지 않았을 산업안전보건법 등 총 52개 위반조항이 나타났고 76건이 사법조치 대상이 되었는데 이런 살벌한 현장에 그 누구 하나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원청도, 규제 당국도.

김용균이 일하던 현장도 매한가지였다. 원청 정규직이 하던 업무가 외주화된 연료환경설비 운전업무, 독점적 공기업이 유지 보수하던 경상정비 업무 역시 기술 없는 민간업체에 개방되면서 나타난 불안전 문제.

2018년 12월 말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법률을 '김용균법'이라고 언론은 썼다. 그러나 필자는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고 읽는다. 무분별한 하도급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고 이는 '유해작업 도급 금지'조항에 담아 생명수 역할을 해야 했지만 도급 금지 조항은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도급의 승인'조항에서라도 '산재사망이 발생한 업무', '기타 위험 업무' 등은 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시행령 개정이 필요한 실정인데 이 또한 후퇴가 유력시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나눌 명분은 없다. 비정규직이 차별을 받아야 할 명분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는 날로 더 많은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으며 더 큰 정규직과의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수십 년 간 지속되어 온 이 부조리를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만은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청의 책임을 크게 물을 수밖에 없다. 너저분한 도급구조를 통해 종국적으로 이익을 보는 집단, 즉 원청이 무분별한 도급을 할 수 없도록 강제해야 하며 하도급에서 발생한 산재에 대해 원청이 더 큰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오는 4월에 고용노동부에서는 바뀐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한 시행령을 입법예고하겠단다.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것이다. 시행령은 그야말로 대통령의 의지에 달린 문제이다. 국회 통과를 어렵게 했지만 시행령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이는 현 정부가 비정규직 노동자 산재사망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묻는 중대한 시험대이다.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채찍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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