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쿱택시③] 쿱택시 법인카드, 개인카드처럼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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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쿱택시③] 쿱택시 법인카드, 개인카드처럼 펑펑
미용실·유흥주점·당구장·골프장·사우나에서 사용... 공휴일·주말·명절 사용 430건
  • 2019.03.22 18:06
  • by 공정경, 송소연 기자

법인카드는 법인을 상대로 발급되는 신용카드로 회사 내에서 업무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경비에 사용된다. 법인카드는 함부로 지출하거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사용 범위가 통상적으로 규정돼 있다. 예외적으로 사용할 때는 업무와의 관련성을 입증하는 증거자료가 필요하다.

법인카드 사용 범위는 ▲ 회사 내 소모품, 사무기기, 비품 등의 물품 구매대금 ▲ 차량 및 보험 관련 비용 ▲ 접대비, 복리후생비 ▲ 회의비, 광고비 ▲ 기타교육비 등이다.

다음과 같이 사용할 때는 증빙자료가 필요하다.

▲ 평일 근무시간이 아닌 공휴일이나 주말에 사용할 때 ▲ 업무시간 외 심야, 새벽에 사용할 때 ▲ 미용실, 사우나, 스포츠센터 등 업무와 관련성이 없는 곳에서 사용할 때 ▲ 평일 업무 사업장과 떨어진 곳에서 사용할 때 ▲ 친인척 및 가족을 동반한 출장에서 사용할 때 ▲ 상품권이나 금 등 현금화하기 쉬운 품목을 구매할 때 ▲ 골프용품, 고가의 주류 등 사치성 물품을 구매할 때 ▲ 거래처에서 여러 번 분할하여 결제할 때

 
올해 열린 쿱택시 4차 총회(2월 27일)에서 박계동 전 이사장 시절 조합 법인카드가 개인의 영리목적으로 다수 사용됐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법인카드는 법인의 운영을 위해서 사용하는 카드로 개인의 영리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현 이사장 측이 박계동 전 이사장 때(2015년 8월~2018년 9월) 사용한 법인카드 사용내역과 금액을 정리했다. 사용한 법인카드는 7장(현대카드 2장, 하나카드 5장)이고, 총 사용 금액은 2억6천만원이다. 이중 현대카드는 이사장과 사업본부장이 사용했고, 총 사용 금액은 1억3천9백만원이다. 하나카드 4장의 사용 금액은 1억2천1백만원이지만 누가 사용했는지 정확하지 않다.

당시 경리부장이자 법인카드 총괄책임자인 황모씨는 "현대카드 2개는 임원(이사장과 사업본부장)이 사용했고 하나카드 3개는 직원들이 업무용으로 필요할 때마다 사용했다"고 답했다.

개인카드처럼 사용한 법인카드 사용내역

박계동 전 이사장과 사업본부장이 사용한 현대카드 사용처를 보면, 대부분이 음식점과 주유소다. 사용처가 미용실, 사우나온천, 당구장, 유흥주점, 노래방, 골프장, 골프연습장, 쇼핑몰 등으로 나온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다.

현대카드 사용날짜를 보면 1921건 중 430건(22.4%)이 공휴일·주말·명절이다. 또 저녁시간 사용이 241건, 새벽시간 사용이 11건이다.

업무와 연관성이 떨어진 사용처라도 업무상 연관성을 입증하는 자료가 있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업무상 연관성을 입증하는 자료가 조합사무실에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22개월 동안 법인카드로 약 2200만원의 비용을 사용한 이씨 또한 문제다. 지난 기사에서 언급했듯, 조합원 지위의 양도 또는 조합원 지분의 양도는 정관상 총회의 의결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씨는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ㄱ' 조합원의 지위와 지분을 개인 간 거래로 승계했고, 쿱택시 상임이사(3대 사업본부장)를 맡았다. 

총회의 의결을 받지 않은 조합원 지위·지분 양도는 효력이 없을 뿐 아니라 위법이다. 조합원 자격이 없는 사람이 상임이사를 맡아 법인카드 2200만원을 사용했다는 점은 법적으로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현 이사장 측은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보면 '먹고 마시고 기름 넣고'다. 아무리 법인카드 사용내규가 없더라도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용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박계동 전 이사장은 "법인카드는 3장만 사용했고, 골프 한 번 친 적 없다"고 말했다. 법인카드 사용내역에 골프장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되묻자 "그것은 모르는 사항"이라고 답했다.

임원 보수, 총회에서 1억원으로 정했는데...

쿱택시 1차 정기총회(2016년 2월 24일) 자료집 '임원 보수 승인의 건'을 보면, 상근 임원 2명의 보수를 1억원으로 정했다. 상근 임원은 박계동 전 이사장과 상임이사를 말한다.

2016년 쿱택시 1차 정기총회에서 임원 보수를 1억원으로 승인했다.

급여명세서를 확인한 결과, 박계동 전 이사장은 2015년 600만원으로 시작해 610만원(연봉 7320만원)으로 오르고, 2017년 8월부터 710만원(연봉 8520만원)으로 올라 760만원까지 받았다.

현 이사장 측은 "1차 정기총회 때 상근 임원 보수를 1억원으로 정했다. 상임이사가 300만원 정도 받았으니까 이사장은 530만원 정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전 이사장은 총회에서 승인한 보수보다 훨씬 더 많은 600~760만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쿱택시 vs 수마협동조합(Suma Wholefoods)

쿱택시는 노동자협동조합이다. 노동자협동조합은 노동자들이 법인을 소유하고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협동조합이다. 영국의 유기농 도매회사 수마협동조합(Suma Wholefoods)도 노동자협동조합이다. 같은 노동자협동조합이지만 둘은 여러 지점에서 비교가 된다.

쿱택시는 노동자협동조합이지만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에 승무조합원 이사가 한 명도 없었고, 회계나 경영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도 조합원들은 속 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다.

영국 유기농 도매회사 수마협동조합(Suma Wholefoods)

반면 수마협동조합은 일 자체에 경영 참여가 포함돼 있다.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면 그만큼 일을 덜 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높은 임금을 받는 경영진이 없고, 대표는 자리가 아닌 역할이기에 대표직이 필요하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결정한다. 대표는 없지만, 리더는 있다. 내부적으로 많은 리더가 있고 그 리더들이 팀별로 일을 조율한다.

협동조합은 자금조달 측면에서 조합원들의 출자금에 의존하기에 외부 거버넌스의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그러나 조합원의 숫자가 많을 경우 1인1표의 원칙에 따라서 힘이 분산돼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이사회와 경영진에 대한 감시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외부 거버넌스의 역할 강화에 대한 필요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쿱택시 조합원들은 2년 전 서울시에 외부감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해당 구청 관할이라고, 해당 구청은 서울시 관할이라고 떠넘겼다. 외부감사까지 요청할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취재한 바로 보면 제대로 작동해야 할 내부감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쿱택시가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온전히 서기 위해

쿱택시는 2015년 10월 서울시에서 10억원의 사회투자기금을 융자 받았다. 저신용자·신용불량자의 고용창출을 위해 40명의 출자금 대출 용도로 받은 기금이다. 취재 결과, 10억 중 1억3천5백만원이 원래 용도대로 사용되지 않았고, 어디에 사용됐는지도 불명확하다.

노동자협동합인 만큼, 공적자금이 들어간 만큼, 이사회 구성원에 승무조합원과 공익이사가 포함돼 있었다면 쿱택시는 현재 어떻게 됐을까?

국내 1호 택시협동조합으로 많은 관심과 기대를 모았던 쿱택시의 갈등은 단순히 이해관계자들의 계파싸움이 아니다. 쿱택시를 처음 조직한 사람들이 쿱택시 3대 원칙(민주적인 운영, 투명한 경영, 공정한 분배)을 만들었지만 본인들이 만든 원칙에 어긋나게 운영한 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협동조합을 잘 몰라서, 협동조합 운영에 미숙해서라는 말로 모든 잘못을 덮어버릴 수는 없다. 노동자협동조합은 노동자의 경영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쿱택시 갈등을 들여다보며 그동안 무엇이 허점이었고 어떤 사항들이 보완돼야 쿱택시가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온전히 설 수 있는지 차근차근 짚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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