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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학들이 전한 '기본소득 실험'의 현재와 미래

기사승인 2019.05.02  18: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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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소득 박람회-국제 컨퍼런스] 국가별로 실험 목적, 설계조건 등 제각각 불구 근로의욕 감소 無...삶의 만족도 질 향상 응답 ↑

세계적으로 다양한 방법의 기본소득 실험이 계속되는 가운데 세계 석학들과 각국의 실험 담당자들이 모여 자국의 사례를 발표하고 논의하는 국제토론회가 열렸다. 한국에서 선도적으로 기본소득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경기도가 마련한 자리다. 

지난달 29, 30일 이틀간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는 '협력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 기본소득'을 주제로 '2019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가 열렸다. 박람회는 '기본소득 국제 컨퍼런스'와 각 지역의 지역화폐를 관람하고 현장에서 지역화폐를 구매해 사용 할 수 있는 '전시 및 체험의 장'으로 나눠 진행됐다.

첫날인 29일 열린 '기본소득 국제 컨퍼런스'에서는 ▲ 기본소득의 성격 ▲ 기본소득의 정의 및 주요 특징 ▲ 각 나라마다 기본소득 실험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차이점과 그 효과 등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29일 오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 국제 컨퍼런스에서 참가자들이 기본소득 실험사례 발표 및 토론을 벌이고 있다. 오른쪽부터 사라트 다발라(Sarath Davala)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부의장, 호셉 마리아 꼴(Josep Maria Coll) 스페인 바르셀로나 국제문제센터 선임연구위원, 샘 매닝(Sam Manning) 미국 Y 컴비네이터 연구소 연구팀장, 레베카 파니안(Rebecca Panian) 스위스 라이나우시 기본소득 실험 책임자, 애니 밀러 영국 시민소득 트러스트 의장, 시그네 야우히아이넨(Signe Jauhiainen) 핀란드 사회보험국 선임경제학자가 세션을 함께하고 있다.

이날 기조 연설은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 공동설립자이자 영국 시민소득트러스트 의장인 애니 밀러와 경기도 기본소득위원회 공동위원장과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을 겸임하고 있는 강남훈 한신대 교수가 맡았다.

이후 세션에서 토론자들이 각국의 실험 및 실행 사례를 발표했는데 안동광 경기도 정책기획관이 '경기도 청년기본소득 사례'를, 시그넨 야우히아이넨 핀란드 사회보험국 경제학자가 '핀란드 실험 사례'를, 이 분야 석학인 사라트 다발라 BIEN 부의장은 '인도 사례'를, 호세프 마리아 꼴 바르셀로나 국제문제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스페인 바로셀로나 사례'를, 안드레아스 예니 스위스 라이나우시 시장과 레베카 파니안 스위스 라이나우시 기본소득 실험 책임자는 '스위스 라이나우시 사례'를 각각 소개했다.

"기본소득은 복지가 아닌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

이날 기본소득의 성격에 대해 연사들은 기본소득이 어떤 제도나 시스템이 아닌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라는 점에 입을 모았다.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 선택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공지능과 로봇산업의 발전으로 일자리는 감소하고 부의 양극화는 현재보다 훨씬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들은 고용이 불안하고 기술발전과 생산력 증가에 따른 막대한 이익을 극소수가 독점하게 되는 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분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지 존재만으로 최저 생활을 보장받는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본소득의 5가지 개념 징표가 모두 갖춰질 때 제대로 효과 발휘할 것"

기본소득은 ①근로의사 입증이나 소득 심사 등 어떠한 조건 없이 ②개인이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모두에게 ③가구나 가계 단위가 아닌 개인을 대상으로 ④일시적인 보조금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⑤현물이나 바우처가 아닌 현금으로 주어지는 돈이다.

애니 밀러 의장(가운데). 사진=경기도

밀러 의장은 "아무 조건없이 기본소득을 받으면 인간은 해방감을 느끼고 삶의 가치를 추구하게 된다"며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고 부의 재분배를 통해 빈부격차가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정의롭고 포용적인 사회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고 기본소득의 효과를 강조했다.

밀러 의장은 "과거 영국법은 여성은 남성에게 속한 동산이었으며, 사회보장 혜택도 여성은 남성인 가장을 통해서만 받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며 "아무 조건없이 모든 개인에게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현금이라는 기본소득의 이 모든 특징이 공존해야 기본소득이 의도했던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별로 '기본소득 실험' 목적·조건·대상 등 달라...결과 해석 및 성패 판단 신중해야

이날 각국의 기본소득 실험 담당자들이 전한 실험의 목적 및 설계 주안점, 기간이나 실험대상자 선별, 재원 마련방법 및 규모 등 실험조건은 제각각 달랐다.

기본소득 도입 목적을 나라별로 보면 성남은 청년들의 복지와 취업역량강화, 인도나 바르셀로나는 빈곤문제 해결, 핀란드는 근로의욕 고취, 스위스는 더 나은 사회 시스템 도입이었다.

이런 목적에 따라 실험대상자와 대상지가 선별됐고, 지급 금액이나 기간, 대조군 설정 등도 각 나라별 재정이나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달라졌기 때문에 참석자들은 이런 변수가 모두 고려되어야 실험의 성패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과 분석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먼저 성남과 인도는 기본소득의 도입 결과를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안동광 도 정책기획관은 "청년 배당에 투입한 돈은 조금(113억)이었지만 그보다 훨씬 큰 일자리 창출, 생산유발(192억), 소득증가(205억), 골목상권 활성화 효과(평균 26.3% 증가)가 있었다"며 "그 외 예상치 못했던 효과로 청년들이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되고, 대부분의 경우 본인이 이 혜택을 받지 못하더라도 청년배당 정책이 계속 유지되기를 희망했다"며 기본소득 정책이 복지 정책 발전을 위한 사회적 합의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렸다.

사라트 다발라(Sarath Davala)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부의장.

사라트 다발라 부의장은 "초장기에는 나도 아무 조건없이 돈을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뗀 뒤 "하지만 인도의 빈곤한 마을 두 곳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기본소득 옹호자가 됐다. 적은 금액이었음에도 기본소득이 지급되자 농업 생산성과 경작률은 의미있는 수준으로 상승했고 주민 건강도 좋아졌다. 농업의 미래에 비관적이던 주민들은 가축을 구매하고 토지를 보유하게 시작하면서 한층 생산적으로 변했으며 사람들은 서로를 믿고 돈을 빌려줬다. 고리대금업자에게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특히 여성 창업이 늘었다. 이런 결과를 보고 지금은 인도의 모든 정치인이 기본소득 도입에 관심이 있다"며 "신뢰를 투입하니 신뢰가 산출되더라. 기본소득을 받는다고 근로의욕이 꺾이는 현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국가별 효과 제각각...하지만 근로의욕 저하는 어디서도 나타나지 않아

핀란드와 바로셀로나는 아직 결과 분석 중이라며 조심스럽게 중간 결과를 언급했다.

핀란드는 정부 주도하에 근로의욕 고취를 목적으로 2017년 1월부터 2년간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하며 기본소득 지급 대상자의 구직행태 변화를 관찰했다. 한정된 지역이나 마을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실험을 한 것은 핀란드가 최초다.

시그네 야우히아이넨(Signe Jauhiainen) 핀란드 사회보험국 선임경제학자. 사진=경기도

이 실험을 담당한 시그네 야우히아이넨 경제학자는 이날 "첫 해 데이터만 나왔다. 2017년 이들의 근로일이 유의미하게 증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근로의욕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구직활동이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실험 대상이 장기 실업자라는 점에서) 1년 내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기를 기대하기에는 기간이 짧다. 실험설계도 처음에는 3가지 형태로 고안되었으나 단일화 된 점이 아쉽다. 다만 대상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기본소득을 받은 그룹의 삶의 만족도나 안정감, 사회적 복지가 향상됐다"며 최종 결과를 기다려 달라고 했다.

호셉 마리아 꼴(Josep Maria Coll) 스페인 바르셀로나 국제문제센터 선임연구위원. 사진=경기도

호세프 마리아 꼴 연구위원은 "바르셀로나주는 빈곤퇴치를 목적으로 빈민지구 3곳을 지정하여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했으며 다음 달에 예비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원하는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우려와 달리 돈을 받는다고 일을 그만두는 현상은 없었으며 주민들의 의식주 환경이 모두 향상됐고 삶의 질에 대한 만족감도 높아졌다"며 "1~2년의 실험기간은 너무 짧다. 더 길고 다양한 파일럿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스위스는 라이나우시에서 기본소득 실험을 시도했으나, 재원 확보 등 문제로 실험이 무산되었다. 이에 도입 과정과 논의 단계에서 있었던 변화를 전했다.

안드레아스 예니(Andreas Jenni) 스위스 라이나우시 시장(오른쪽), 레베카 파니안(Rebecca Panian) 스위스 라이나우시 기본소득 실험 책임자. 사진=경기도

안드레아스 예니 시장은 "스위스는 국민소득 8만불 실업률 3%다. 하지만 앞으로 변화될 미래에도 좋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기본소득 실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레베카 파니안 실험 책임자는 "이미 기존 복지에 만족하고 있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기본소득에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면서 주민들이 삶의 질에 관심을 보였고, 특히 여성들이 창업에 나서는 등 주민들의 삶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마지막 토론에서 사라트 다발라 부의장은 "기본소득이 모든 나라에 적용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며 흥미로워했고, 샘 매닝 미국 Y 컴비네이터 연구소 연구팀장 또한 "기본소득이 여러 맥락에서 다양한 형태로 실험되고 있다. 정책입안자들끼리 더 활발하게 교류하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호셉 마리아 꼴 연구의원은 "각 나라마다 실험이 다양하게 진행되었다. 기본소득 실험에서 의도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먼저 그 원인을 찾아야지 실패라고 단정짓고 바로 이 실험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며 컨퍼런스를 마무리했다.

김지현 기자 apolloni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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