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사태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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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사 사태를 바라보며
[라이프인ㆍ생명안전 시민넷 공동기획_안전칼럼] 임석영 (행동하는의사회 전 대표, 가정의학과 의사)
  • 2019.05.22 10:32
  • by 임석영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바이오헬스산업 그리고 인보사케이(주)
시민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이제는 새롭지 않은, 새로운 위협과 마주하다 

최근 20여 년간 정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이야기되는 주장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신성장동력 중 하나는 바이오헬스산업이라는 주장이다. 노무현 정부 때에도 이야기되었던 이러한 주장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야기되고 있으며 3대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발표되기도 하였다. 코오롱제약에서 개발한 인보사케이(주)라는 관절염치료제는 이러한 바이오헬스산업의 성과 중 하나로 각광받아왔다.

사진출처-코오롱 제약 홈페이지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는 골관절염을 치료하는 유전자치료제로 2017년 7월 식약청에서 허가되었다. 이 치료제는 보통의 인체연골세포와는 달리 연골의 재생을 유도하는 성장촉진물질을 지속적으로 분비하도록 유전자 기술로 변형된, 형질전환 연골세포를 주요 성분으로 만들어졌다고 알려졌다. 이를 관절 내에 주입함으로써 성장촉진물질을 지속 분비하여 손상된 연골이 재생되고, 새로운 연골이 생성되도록 하여 골관절염을 호전시킨다는 것이다. 기존의 관절염 치료 약물은 질환 자체를 호전하는 것이 아니라 염증과 그에 따른 통증을 완화하는 약물이었다는 점에서 인보사는 주목받았고,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신약이라는 점에서 대대적인 지원을 받고 환영받았던 치료제였다. 2017년 7월에 식약처에서 허가받은 이후 현재까지 약 3,700여 건의 시술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시험 3상을 허가받는 과정에서 인보사의 주요 성분이 허가될 때와 다르다는 점이 세상에 알려졌다. 원래 알려진 ‘형질전환 연골세포’가 아니라 태아의 신장세포로 만들어진 GP2-293세포가 주성분으로 확인되었다. 이 세포주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사멸하는 정상 세포와는 달리 ‘무한 증식이 가능하도록’ 형질전환된 것으로,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주로 ‘실험실’에서 바이러스를 대량 생산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세포주였다. 이러한 세포가 다시 연골성장촉진물질을 지속 분비하도록 형질전환되어 인보사의 주요 성분으로 사용된 것이다. 이 세포주가 인체 내에 주입된 사례는 현재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일이라 그 영향이 어떠할지 짐작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무한 증식이 가능하다’는 특성은 이른바 암세포의 주된 특성으로서 인체 내에서 종양 발생 등의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부도덕적이며 무책임한 코오롱제약 그리고 석연치 않은 식약처의 대응
지금까지 밝혀진 상황을 보면, 치료제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다른 세포주(293세포)가 잘못 혼입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코오롱 제약은 주요 성분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293세포로 만들어진 인보사케이(주)가 여전히 인체에 "무해한" 관절염치료제라고 확신하는 듯하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그래야만 한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미국 FDA의 임상 3기 실험을 계속 허가받으려고 애를 썼으며, 오히려 성분을 착각한 잘못은 있지만, 처음 허가받을 때부터 293세포를 주요 성분으로 치료제가 만들어졌다는 점을 강조하였고, 더불어 방사선원처치를 하여 안전하다고 발표하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어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겠는가. 유해성 여부를 떠나 약의 주요 성분이 바뀐 것 자체가 커다란 잘못이자 위험한 사실인 것을...

거기다 코오롱제약이 이 문제를 부도덕적으로 대응해왔다는 사실이 추가적으로 밝혀졌다. 식약청이 허가하기 4개월 전인 2017년 4월에 이미 미국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이 주요성분이 다르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코오롱제약에 통보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에 따라 적어도 2017년 7월 허가 시점에서는 코오롱제약이 '의도적으로' 주요 성분을 속이고 허가를 받았다는 점이 확실시되고 있다. 더불어 처음부터 293세포를 주요 성분으로 인보사가 만들어진 것이 현재까지는 확인됨에 따라 애초에 발표된 형질전환연골세포 자체가 있었는지조차 의문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코오롱제약은 인보사 개발 및 허가 과정 등에서 언제 이러한 사실을 알았으며, 어떻게 대처하였는지 또한 어떤 과정으로 인해 293세포가 사용하게 되었는지 등등에 대해 어느 것 하나 명쾌하게 밝히고 있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시술을 받을 환자에 대한 유해한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떠한 조치를 했는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참으로 제약회사로서 무책임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 치료제를 허가한 식약처는 어떠한가. 허가 과정에서 심의위원을 대거 교체하여 허가가 가능하도록 심의를 뒤집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가 하면, 인보사의 주요 성분이 바뀐 것을 3월 22일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9일이 지난 3월 31일에야 국내 판매를 금지하는 등 늑장 대응을 하였다. 더불어 50여 일이 지난 오늘까지도 품목허가 취소 조치를 하지 않고 조사 후 최종 결정을 하겠다는 태도를 일관하고 있다. 마치 식약처는 293세포를 주요 성분으로 하는 현재의 인보사가 인체에 무해하며 유효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라는 코오롱제약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치료제의 주요 성분이 허가된 당시의 성분과 다르다면, 허가를 취소하고 새로운 치료제 성분에 대해 인체 유해성 여부 및 치료 효과를 다시 확인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무엇보다 이번 인보사에 쓰인 세포주는 무한증식을 주요 특성으로 하는, 실험실용 세포주다. 이것 자체만으로도 적어도 현재까지의 지식으로는 인체에 직접 사용하는 치료제로 매우 부적절한 것이다. 당장 허가 취소를 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이제는 새롭지 않은, 새로운 위협 – 성장 우선/경제논리
왜 코오롱제약은 현재의 인보사도 유해하지 않은 치료제라고 주장하고 싶어 할까. 왜 식약처는 당장 인보사 허가를 취소하지 않는가. 그리고 마땅히 해야 할 조치를 주저하는가. 왜 식약처는 인보사를 무리하게 허가하려 하였을까.

우리 모두는 다 안다. 우리 경제가 성장해야 우리가 산다는 ‘성장 우선 경제논리’가 시민의 건강과 안전이 중요하는 인식보다 2019년 촛불혁명 정부라는 이 정부에서도 우세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보건행정당국마저 이러한 인식으로 사태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며칠 전인 5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바이오헬스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을 충분한 근거가 있다"라며, 곧 바이오헬스산업 혁신 전략을 발표하여 바이오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가 추진하는 (약칭)첨단재생바이오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논의하는 3월 26일과 28일을 피해 뒤늦게 31일에야 판매중지를 하였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이며 통과를 앞두고 있다.

물론 인보사를 허가 취소할 경우 생길 사회적 파장은 적지 않다. 당장 코오롱제약이 입어야 할 경제적 피해도 심각하며, 바이오제약산업에 가져올 부정적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피해보다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일정 정도 위협하더라도 경제적 성과만 내면 괜찮을 수 있다는 사회적 신호를 주는 것이 우리 사회에 더 막대한 피해와 부작용을 주는 것이 아닐까.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가장 우선시하는 정부의 조치를 촉구한다
인보사 사태는 불행한 일이다. 생기지 말았어야 하는 일이다. 환자에게도, 시민에게도, 바이오헬스산업에도 모두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생긴 이상,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우선순위는 시민의 건강과 안전에 제일 먼저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인보사는 당장 허가 취소되어야 한다. 이미 시술받은 환자들에 대해 사후조치가 보건당국에 의해 제대로 시행되어야 하며, 피해는 보상되어야 한다. 인보사 허가 과정에 대해서는 감사원의 감사를 비롯하여 정부의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 바이오헬스산업의 성장, 발전에 따라 앞으로도 생길 제2의, 제3의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신규 의약품, 신규 치료제의 허가 과정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확보하고, 국내 바이오헬스산업과 보건행정당국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 그것이 지금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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