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유경제가 혼란스럽다, 단어 교통정리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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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유경제가 혼란스럽다, 단어 교통정리부터!
[인터뷰]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
  • 2019.06.02 14:04
  • by 공정경 기자

"공유경제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필요하다."

"우리가 꿈꾸었던 공유경제가 아니다."

"공유경제의 빛과 그림자"

"공유경제와 소유경제의 충돌"

"약탈적 공유경제는 가라"

"정부가 공유경제 활성화 정책을 발표했다."

"공유경제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

"좀비기업 된 우버, 공유경제는 사기다"

"공유경제의 노동착취"

"공유경제 활성화는 '플랫폼 노동자'라는 새로운 노동 계층을 낳는다."

"우리는 배달 기계가 아니다”…21세기 플랫폼 노동자의 외침"

"공유경제로 포장된 플랫폼 자본주의"


공유경제로 검색하면 나오는 뉴스들이다. 공유경제라는 단어가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공유경제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르겠고 공유경제가 플랫폼 노동자, 플랫폼 자본주의라는 단어와 무슨 관계인지도 모르겠다. 공유경제와 플랫폼 자본주의가 상반된 개념인지...

공유경제가 무엇이고 공유경제라는 단어가 왜 이렇게 혼란스럽게 쓰이는지 궁금하다. 홍기빈 칼폴라니사회사회경제연구소장은 용어들이 뒤섞여 사용되기 때문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공유경제', '커먼즈(commons)', '플랫폼' 세 단어에 대한 교통정리가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

홍기빈 소장은 쉐어링 이코노미(Sharing Economy)가 한국에서 '공유경제'로 번역된 것이 문제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공유경제 = 플랫폼 비즈니스 = 대박 이윤

"쉐어링 이코노미는 2005년쯤 샌프란시스코나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을 목적으로 나온 단어다. 철저하게 비즈니스적인 단어다. 신종산업이 생기면 항상 사회적 마찰이 생긴다. 이때 사회적으로 좋은 여론을 업으면 사회적 마찰을 쉽게 줄일 수 있다. 쉐어링 이코노미가 멋지고 도덕적이고 좋은 모델이라는 사회적 여론을 업어야 사회적 마찰을 쉽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2000년대 초반 몇몇 이론가들이 이야기한 쉐어링(sharing) 담론을 끌어다 크게 유행시켰다."

2000년대 초반에 팽배했던 쉐어링 담론이란 쉽게 말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유휴자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도시를 생각해보자. 부동산과 자동차가 도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건물과 주차장을 들여다보면 밤새 아무도 없는 건물, 비어있는 집, 온종일 주차장에는 세워져있는 차량이 상당하다. 유휴자원, 즉 비어있는 공간과 주차장에 세워져있는 차를 공유하면 같은 양의 물질적 자원으로 효율성을 올릴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유휴자원을 활용하면 생산을 줄일 수 있으니 자연환경이 덜 파괴되고, 놀고 있는 집이나 자동차를 사용하니 자원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유휴자원을 공유하려면 사적 소유권을 풀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집을 빌려줄 때 임대인과 임차인이 직접 만나 계약서를 쓰는 방식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 클릭만으로도 쉽게 직접 거래할 수 있다. 유휴자원 공유가 쉬워졌고 중개자를 거치지 않으니 거래비용도 줄었다.

"쉐어링 이코노미의 핵심은 플랫폼 비즈니스다. 실리콘밸리나 샌프란시스코에서 쉐어링 이코노미가 나온 이유는 플랫폼 창설자가 대박 이윤을 거두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됐다. 유휴자원 공유가 친환경적이고 미래지향적이고 심지어 인간적이라는 양념까지 쳐서 비즈니스로 만들었다."

"쉐어링 이코노미는 도덕적으로 대단한 뜻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중국집에 둘이 가서 너는 짜장면 시키고 나는 짬뽕 시켰을 때 반씩 나눠 먹자는 것을 영어로 '쉐어(share)'한다고 한다. 배타적 소유권을 풀겠다, 딱 그 정도 수준이다. 쉐어링 이코노미가 한국에서 '공유경제'라고 번역됐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공유'의 뜻을 오롯이 담고 있는 게 아니다. 한국에서 공유라는 단어는 굉장히 큰 의미로 다가온다. 한국에서도 공유경제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속에 플랫폼 비즈니스를 염두에 두는 경우가 많다. '쉐어링 이코노미, 공유경제 = 비즈니스'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홍기빈 소장은 '플랫폼을 어떻게 사회화할 것이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플랫폼 비즈니스 vs 커먼즈 ... 플래폼 어떻게 사회화할 것인가?

홍기빈 소장은 현재 한국에서 공유라는 단어가 너무 오염돼서 공유라는 말을 아예 쓰지 않는다고 한다. 공유라는 좋은 단어를 어찌 보면 돈에 뺏긴 격이다.

"보통 한국에서 생각하는 공유경제의 아름다운 측면들과 사회적인 선은 '커먼즈(commons)'에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와 커먼즈를 대비하면 이해가 쉽다. 둘 다 플랫폼 기반이다. 플랫폼 자체에는 별 의미가 없다. 플랫폼은 쉽게 말해 '좌판'이다. 전통시장, 백화점, 대형마트, 결혼정보업체, 채용정보업체, 인력시장, 온라인쇼핑몰 등 유형무형의 온갖 형태의 장이 플랫폼이다. 교회도 선남선녀들의 플랫폼 역할을 한다. 나에게 아무리 귀한 산삼이 있더라도 거래하는 네트워크에 들어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플랫폼은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나는 장, 즉 '매개의 장'이다. 문제는 플랫폼에 모인 유형무형의 것들이 어떤 관계를 맺느냐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플랫폼 창설자의 이윤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플랫폼에 나오는 유형무형의 것들은 상품 형태를 띤다. 커먼즈는 플랫폼 운영의 목적이 창설자의 이윤이 아니다. 플랫폼에 나온 유형무형의 것들은 상품 형태를 띠지 않고 공동소유, 공동관리, 공동사용한다.

예를 들어 위키피디아(Wikipedia)는 커먼즈이고 에어비앤비(Airbnb)는 플랫폼 비즈니스다. 위키피디아는 이용자들이 직접 참여해서 만든 온라인 백과사전이다. 위키피디아에 올라온 지식과 정보는 상품으로 거래되지 않는다. 누구나 위키피디아에 들어와서 지식과 정보를 생산할 수 있지만 위키피디아의 원칙에 맞게 공동관리하는 거버넌스(관리위원회)가 있다. 또한 위키피디아는 설립자인 지미 웨일스의 이윤을 위해서 운영하는 플랫폼이 아니다. 반면 에어비앤비는 빈집이 상품으로 거래되고 이윤이 플랫폼 창설자에게 돌아간다.

"최근 계속 논란이 되는 '타다'같은 경우는 그냥 비즈니스다. 이재웅 대표가 공유경제의 성격을 강화하겠다고 주장하려면 타다 비즈니스에서 나오는 이윤을 이재웅 대표가 다 가져가면 안 된다. 택시회사의 구조조정을 위해서 얼마를 쓰겠다든가, 타다에서 택시 운전사를 어느 정도 고용하겠다든가, 그 플랫폼에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대폭 받아들일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비즈니스에서 커먼즈의 성격으로 조금씩 조금씩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부터 이동노동자들(대리운전사, 배달노동자, 퀵서비스 기사)이 열악한 플랫폼 노동 현장을 바꾸기 위해 본격적으로 모여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올 5월1일 배달노동자는 라이더 유니온을 출범했고 몇몇 분야의 플랫폼 비즈니스 노동자들은 플랫폼협동조합을 결성해 꾸려나가고 있다. 플랫폼협동조합이 대안이고 이를 확산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플랫폼에서 착취가 발생하는 이유는 플랫폼에 오는 사람들이 상품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가령 배달노동자가 일반 용역회사에 들어가면 상품으로 전락하지만, 배달노동자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플랫폼을 운영하면 그 플랫폼 내부는 최소한 커먼즈의 성격이 생기기 시작한다. 노동자들이 플랫폼을 운영하는 주체로 참여하면 거버넌스 구조가 바뀌니까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커먼즈로 조금 이동하게 된다. 문제는 플랫폼이 성공하려면 독점상태가 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어마어마한 자본을 쏟아부어야 한다."

"플랫폼협동조합은 자본의 영세성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에 큰 규모의 플랫폼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그리고 플랫폼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본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점점 상품화된 비즈니스로 조금씩 변해가지 않을 수 없다. 플랫폼은 필연적으로 독점을 요구하는 데 협동조합 자체로 플랫폼이 성공할 수 있느냐, 그런 크기를 가질 수 있느냐는 해봐야 안다."

홍기빈 소장은 '플랫폼을 어떻게 사회화할 것이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플랫폼을 꼭 대기업이나 개개인이 협동조합으로 만들어야 하는 법은 없다. 국가가 만드는 플랫폼도 얼마든지 있다. 의료서비스는 국가가 계획해서 플랫폼으로 만든 사례다. 국가가 플랫폼을 짜고 복합적인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어나가면 커먼즈로 바뀔 수 있다. 그러면 과도한 착취나 이윤 독점 등의 문제를 넘어설 수 있다. 플랫폼은 국가의 손을 빌릴 수도 있고 풀뿌리에서 할 수도 있고 둘을 섞을 수도 있다. 플랫폼이 독점 사이즈로 가야 하는 이유는 이윤 때문이다. 커먼즈 플랫폼의 경우는 꼭 독점할 필요가 없고 크기가 클 필요도 없다. 우버나 에어비앤비처럼 플랫폼이 자본의 전유물로 돼버리는 게 우리가 바라는 미래는 아닐 것이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미래의 이상적 모습은 아니잖나."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는 올해 지식커먼즈운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홍기빈 소장이 현재 번역하고 있는 '커먼즈 선언'이라는 책은 번역이 끝난 후 '지식공유지대 e-Commons' 홈페이지에 올려 누구나 무료로 내려 받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화폐경제에 너무 익숙해져있는데 현물경제도 훌륭한 경제다. 이익을 계산할 때 화폐적인 이익계산에만 너무 익숙해져 있으니까 다 상품 형태로 거래하게 되고 플랫폼 비즈니스가 계속 커지는 것이다. 각자가 내놓는 유형무형의 것들을 화폐 이외의 방법으로 평가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고 관계 속에서 서로 사용하는 방법을 익혀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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