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적 기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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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적 기업은?
[아프리카 소셜벤처 기행 ⑤]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사람들의 70%의 삶에 관여하는 농업 분야 사회적 기업들
  • 2019.07.06 08:33
  • by 엄소희(키자미테이블 공동대표)

'빈곤'에 대한 정의는 그 기준에 따라 다르지만, 가장 보편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하루 생계비 2달러 이하'의 '절대빈곤선'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이 '빈곤선'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전세계 10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빈곤한 상태에 놓여있다. 그리고 이들의 75%는 농촌 지역에 살고 있다. 그래서 농촌의 삶, 농부의 소득을 바꾸는 일은 전세계 빈곤층에게 가장 폭 넓게 접근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활동하는 많은 사회적 기업이 농업과 관련한 분야에 해당한다. 이들의 활동과 성과가 아프리카 대륙 인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근 2~3년 간 국제 기구와 컨설팅 기업 등에서 아프리카의 농업 기반 사회적 기업들에 주목하여 조사하고 분석한 자료들이 쏟아지고 있다. 농업 분야 사회적 기업은 흥미로운 사례가 많은데, 특정 기업을 선택하여 보기 보다는 이 분야를 조망하면서 다양한 사례를 두루 소개할까 한다.
 

콩밭을 돌보는 마사이 농부의 모습


농업 또한 하나의 산업이다. 그리고 그 산업의 큰 축은 다국적기업의 거대 자본과 그들의 영향력으로 이루어져 있다. 농업 분야 사회적 기업들은 대규모 농장과 거대 기업 간의 거래에서 소외되고 피해를 입는 소규모 생산자들의 문제에 집중한다. 소규모 생산자들의 생산량, 거래량, 부가가치 창출은 (기업과 비교했을 때) 미미한 수준이지만, 소규모 생산자들과 그 가족들까지 생각했을 때 지구의 절반 가까운 숫자의 인구가 처한 문제이기도 하다.

소규모 생산자들이 처한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농업의 가치 사슬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①종자, 토지, 자본 등의 투입 ②농업 지식과 경험을 활용한 생산과정 ③수확과 저장 ④유통과 판매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각 단계는 더 세분화되기도 한다. 길든 짧든 이 과정을 거쳐 농산물이 생산되어 소비자에 이른다. 각 단계를 거칠수록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에 '농업 가치 사슬'이라 부른다. 각 단계에서 발휘하는 정보, 기술, 자본 등의 투입이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는데, 대부분의 소규모 생산자들은 정보, 기술, 자본이 모두 부족하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2018년 발간한 '소규모 생산자의 성공을 돕는 민간 영역의 솔루션: 농업 분야 사회적 기업 모델'이라는 책에서 아프리카의 농업 분야 사회적 기업 100개를 조사하여 분석했는데, 사회적 기업의 솔루션에 따라 크게 네 가지로 사회적 기업을 분류하였다.

1. 재무적 접근: 신용을 확보하고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보다 효율적이며 맞춤화 된 금융 솔루션을 고안한다. 이 모델은 대체 금융 업체, 전문 금융 중개 업체 및 소액 금융 보험에 중점을 둔다.

2. 생산성 향상: 소규모 생산자들이 쉽고 친숙하게 시용할 수 있는 기술 기반 응용 프로그램, 일반 지원 프로그램(예. 자문 및 컨설팅 서비스) 등 역량 강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3. 수확 후 가치 증대: 가공 및 포장 솔루션과 다양한 농산물의 저장 기간을 늘리기 위한 저장 솔루션을 제공한다.

4. 가치 사슬 및 시장 연계 생성: 유통 체인에서 중개자 없이 공급 업체와 구매자가 직접 정보와 거래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다중 이해 관계자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 구분을 보면, 앞서 살펴본 농업 가치 사슬의 흐름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기업들은 소규모 생산자들이 각 단계에서 겪는 어려움을 하나하나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재무적 접근'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 중 'FarmDrive'는 디지털 장부 플랫폼을 사용하여 소규모 생산자들의 신용 평가를 수행한다. 디지털 장부를 통해 농민들의 생산성 패턴, 비용 및 수익을 추적하여 성과 패턴을 파악하고, 은행이 신용 정보를 토대로 대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한다. 소규모 농부들의 대출 접근 및 효율성을 높여주는 기술 활용 사례다.

'생산성 향상'의 대표적 사례는 'Esoko'다. Esoko는 농민들에게 생산 모니터링, 생산량 관리 및 마케팅을 교육하고 지원하는 앱을 개발한 사회적 기업이다. 이 앱의 중요한 서비스 중 하나는 날씨나 농산물 가격 변동에 대한 알림 서비스이다. 이를 통해 농민들은 정보를 얻고, 사전 대비를 통해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Esoko는 앱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농장의 수익률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한다.

케냐의 Esoko 이용자(왼쪽)와 비이용자(오른쪽)의 옥수수 작황 차이 (출처: 세계은행)


'수확 후 가치 증대'에 관여하는 사회적 기업들은 주로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상품화에 집중한다. 각종 가공품이나 신선 식품 저장 솔루션 등이 이에 해당한다. '시장 연계' 부문은 플랫폼을 제공하는 모델로, 지속적으로 온-오프라인에서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사회적경제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공정무역 역시 여기에 해당한다.) 사회적 기업인 'Twiga Foods'는 판매자가 곧바로 생산물을 주문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했다. 농부들은 농산물을 안심 가격으로 직접 조달하여 공급 업체(판매자)에게 전달한다. 공급 업체는 하루 동안 판매한 양에 따라 모바일 머니를 사용하여 판매 대금을 유연하게 지불할 수 있다.

수백개의 사회적 기업들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비즈니스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수의 농촌 지역 주민들이 그 혜택을 받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혁신적인 기술과 네트워크가 농업 분야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지만, 절반이 넘는 사회적 기업이 비즈니스를 시작한지 채 5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지속적으로 비즈니스를 영위하며 더 많은 농민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긴밀하게 연결된 농업 가치 사슬 이해관계자들의 협조와 연대가 필요할 것이다. 


엄소희
케냐와 카메룬에서 각각 봉사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아프리카에 각별한 애정을 갖게 됐다. 좋아하는 것(먹는 것과 관련된 일)과 하고 싶은 것(보람 있는 일), 잘하는 것(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의 접점을 찾다가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아프리카 음식점을 열었다. 르완다 청년들과 일하며 '아프리카 청춘'을 누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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