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금융 중개기관 어떻게 육성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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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금융 중개기관 어떻게 육성할까?
지역-자조-생태계, 세 바퀴로 가는 사회적금융
  • 2019.07.06 08:38
  • by 김이준수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중개기관육성팀)

지난해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대미는 '의병'이 장식했다. 고애신(김태리)과 유진 초이(이병헌)의 로맨스, 유진-김희성(변요한)-구동매(유연석)의 브로맨스가 눈에 띄지만, 이는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들불처럼 일어난 의병 항쟁의 밑밥이었다. 흥미로운 지점은 유진-희성-동매는 제각각 다르면서도 무릇 하나의 목적을 향한다. 고애신. 제각각 조선(이라는 나라)에게 배신당한 사연을 가진 세 남자가 택한 것은 또 다른 조선, 애신이다. 애신은 자신들이 지켜야 할 가치이자 새로이 도달해야 할 세상이다. 그들은 총(유진), 칼(동매), 글(희성)이라는 각자의 방식(무기)으로 새로운 세상을 지키고자 무기를 활용한다. 몰락하는 조선(앙시앙 레짐)이 아닌 고애신(뉴 노멀)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책임감이 그들의 갑옷이다.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tvN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이하 연대기금)이 마련한 사회적금융 생태계 조성 방안을 다룬 글에 왜 <미스터 션샤인>을 꺼냈을까? 이 방안의 열쇳말을 굳이 비유하자면 '의병'이다. 우선 지역균형발전, 즉 분산(분권)화다. 연대기금이 각종 경로를 통해 수집한 사회적금융 현황을 분석한 결과,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공급기관은 수도권에 몰린 반면 민간 주도로 자금을 공급하는 비수도권 중개기관은 없었다(전국 대상 중개기관만 존재).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의 비수도권 비중(56%, 2016년 실태조사 감안 추정치)을 고려할 때 비수도권의 사회적금융 생태계 조성은 꼭 필요한 과제다. 비수도권 사회적금융 접근성 향상은 비수도권 사회적경제의 도약을 위한 디딤판이다.

둘째는 민간 자조(自助)다. 정책자금이 크게 증가했지만 이를 계속 늘리는 건 한계가 있다. 민간 재원 중 하나인 사회공헌기부금도 지속성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 반면 관계금융(무담보, 무보증, 절차 간소화, 신뢰성 기반 등)에 기반을 둔 자조기금은 안정적 회원 확보를 전제로 확장성과 지속성을 가질 수 있다. 이는 특히 시절 좋을 때보다 어려울 때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런 작은 자조기금 사례도 국내에 존재하며 몬드라곤협동조합을 키운 ‘카하 라보랄’(노동인민금고, 2012년 농업협동기금 ‘이파 쿠차’와 합병해 '라보랄 쿠차'로 재탄생)도 자조에 기반한 협동조합은행이었다. 일제강점기 의병도 자발적으로 들고 일어나 스스로는 물론 나라를 지켰다. 지역 민간 자조기금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혁신은 분권화를 전제로 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여기서 또 중요한 지점이 있다. 세 남자는 각자 제 갈 길을 거니는 와중에 수시로 ‘회합(會合)’한다. 회합은 분자나 이온이 홀로 있지 않고 둘 이상 여럿이 모여 한 개체처럼 행동하는 현상이다. 이들은 회합을 통해 알게 모르게 협력·연대하면서 주변을 감화하거나 끌어들여 생태계를 조성한다. 사회적금융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셋째는 따라서 생태계다. 연대기금은 지역과 자조를 기반으로 한 중개기관 발굴과 등장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사회적금융 생태계 조성 파트너로서 연대와 협력체계 구축에 힘을 쓸 것이다. 양적 팽창은 있었지만 생태계 조성이 미흡했던 사회적금융 시장에 민간 재원이 자발적으로 들어오도록 연대기금은 마중물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아울러 연대기금은 사회적금융 도매기금이라는 성격에 맞춰 협력과 육성이라는 양 날개를 편다. 사회적경제기업 수요를 반영한 사회적금융 공동상품 개발 등의 협력이 한 날개라면 지역 중개기관 설립과 역량 강화를 위한 육성이 다른 날개다. 연대기금은 신규 및 기존 중개기관에 자금 공급, 시스템 구축 및 인력연계 등을 할 계획이다.

<미스터 션샤인>은 패러다임 전환을 다룬 이야기였다. 다소 거창하지만 사회적금융은 기존 금융 패러다임을 바꾸는 '사건'이 될 수 있다. 사건은 존재론적 단절의 계기다. 어떤 일이 있기 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됐을 때 그 일은 사건이 될 수 있다. 필요한 곳에 돈을 돌리는 것이 아닌 더 많은 돈을 벌고자 움직였던 기존 금융 체제도 이제 사회적가치와 포용금융에 눈을 돌리고 있다. 돈이 꼭 필요한 곳에 돈을 돌리는 것, 금융이 기본을 찾는 일은 사회적경제와 사회적가치 확산에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인간 마음 깊은 곳에는 죽는 순간까지도 꺼지지 않는 기대가 있다. 이것이 지금까지 세상을 유지해온 원동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회적금융도 그 과정에 놓여있다. 사회적경제 생태계 발전의 핵심은 사회적금융이다.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사회적금융에 마중물과 촉매제가 되고 싶은 연대기금은 유진이 했던 말처럼 "나의 히스토리이자 러브스토리"를 이제 본격적으로 써 내려간다. <미스터 션샤인> 마지막 장면에서 의병장이 된 애신은 이렇게 읊조린다. '독립된 조국에서 씨유 어게인.' 이를 빗대 이렇게 말하고 싶다. "사회적경제 세상에서 씨유 어게인."

이 글은 연대기금의 사회적금융 지역생태계 조성과 중개기관 육성방안을 시시콜콜 설명하진 않았다. 좀 더 상세한 설명은 5일부터 대전에서 열리는 2019 제2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박람회에서 만날 수 있다. 연대기금은 5일(금) 오후 4시 대전컨벤션센터 중회의실 205호, 6일(토) 오전 10시 대전컨벤션센터 중회의실 103호에서 사회적금융 중개기관 육성방안을 설명한다. 그러니, '굿바이'말고 '씨유'라고 하겠다. 당신을 지면 아닌 현장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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