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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국의 음식에서 한식의 향기를 느끼다

기사승인 2019.07.10  10: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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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 음식 기행 ⑥] 에티오피아의 인제라

잠시 눈을 감고 식탁을 떠올려보자. 한국 음식, 중국 음식, 일본 음식을 떠올려보자. 베트남 음식, 인도 음식, 프랑스 음식, 이탈리아 음식… 각 나라 이름만 대도 떠오르는 음식의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식탁에서 전 세계의 음식을 만나고 있다. 각 대륙의 음식이 한국에 소개되어 있지만, 안타깝게도 아프리카 음식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한국 뿐만이 아니다. 이미 전세계의 음식점이 즐비한 미국 등지에서도 아프리카 음식점은 잘 찾아보기 어렵다. 아프리카 현지 음식의 대부분이 특정 국가 뿐 아니라 넓은 지역에 나타나기 때문에 음식에 대한 규정이 어렵기도 하고, 외식업으로 성장할 만큼 대중적 입맛에 맞춘 레시피 개발이 되지 않은 이유도 있다. 그나마 최근 들어 모로코 음식, 나이지리아 음식점들이 한국에도 점차 생기는 추세인데, 이들보다 앞서 '아프리카 음식'의 인상을 강하게 남기며 곳곳에 마니아를 양산하고 있는 음식이 있다. 바로 에티오피아 음식이다.

에티오피아 음식의 강한 특징은 미국 FOX사의 애니메이션 '심슨가족'의 에피소드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해당 에피소드에서 심슨의 부인 마지는 우연히 에티오피아 음식점에 들어갔다가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맛을 느끼고, 그를 계기로 맛집 블로거로 활동하게 된다.
 

애니메이션 심슨가족 ⓒFOX

에티오피아는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들 중에서도 독자적인 문화와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나라답게 식문화 또한 다른 나라와 매우 다르다. 에티오피아를 대표하는 음식은 인제라(Injera)라고 불리는, 테프(Teff) 가루로 만든 전병과 같은 음식이다. 사실 인제라는 한국음식으로 치면 밥과 같은 것인데, 어떤 음식을 선택하건 인제라와 함께 곁들여 먹기 때문에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곁들여 먹는 음식으로는 구운 고기인 '뜹스(Tibs)', 되직한 스튜인 '왓(Wat)', 양념 육회인 '킷포(Kitfo)' 등이 있으며, '베예아이네트(Bayeynetu)'는 이를 조금씩 올린 모듬 음식을 뜻한다.
 

다양한 음식이 인제라 위에 올라간 에티오피아 음식 ⓒtripadvisor

인제라의 주재료가 되는 테프가 매우 한정된 지형과 환경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에티오피아에만 주식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인제라에 곁들이는 음식은 적게는 두 가지에서 많게는 열 가지가 넘게 인제라 위에 올라간다. 닭고기나 쇠고기 등 육류도 곁들이곤 하지만 대체로 다양한 향신료와 함께 조리된 콩류와 채소 등이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에티오피아는 에리트레아의 독립 이후 바다를 접하지 않은 내륙국가가 되었지만 타라 호수와 나일강 등이 있어 그 인근 지역에 가면 민물고기를 활용한 음식들도 접할 수 있다.
 

에티오피아 식단의 일일 단백질 섭취량의 약 2/3를 차지하고 테프(Teff), 최근 슈퍼푸드로도 떠오르고 있다. ⓒFAO

인제라 위에 각종 양념과 음식들을 올려서 인제라를 조금씩 찢어 함께 먹는데, 다양한 음식이 가득 올려진 인제라는 잘 차려진 남도한정식 상차림을 연상케 한다. 다양하고 푸짐한 반찬 때문에 밥을 자꾸 더 먹게 되는 한정식처럼, 인제라에 곁들여 먹는 다른 음식들 때문에 자꾸 인제라를 더 먹게 된다.

인제라를 먹으면서 한식을 떠올린 다른 이유는, 인제라가 발효음식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테프는 메밀과 유사한 곡물인데, 테프 가루를 반죽하여 발효한 뒤 이것을 전병처럼 구워낸 것이 인제라이다. 발효 음식 특유의 신맛과 발효향이 있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한국 음식 중에 김치를 비롯해 많은 발효음식들이 있어서인지 내 경우에는 금방 적응이 되었다.

인제라가 특별한 다른 이유는, 인제라의 다양한 쓰임 때문이다. 인제라는 다른 음식과 곁들여 먹는 탄수화물성 음식으로만 볼 수 없다. 인제라를 찢어서 다른 음식을 싸 먹을 때, 인제라는 숟가락과 같은 도구가 된다. 넓게 편 인제라 위에 다양한 음식들이 올라간 것을 보면 인제라는 접시이기도 하고 밥상이기도 하다. 이렇게 활용성이 높은 음식이 또 있을까!
 

돌돌 말려서 나오는 인제라. 마치 물수건처럼 보인다. ⓒhttps://presentoflife.com

에티오피아의 음식은 개성이 강하고 자신의 색이 뚜렷하기 때문에 인접 국가의 음식들과도 명확히 구분된다. 에티오피아의 인제라 위에 케냐의 염소 스튜를 올린다거나 우간다의 마토케에 에티오피아의 도로왓(닭과 계란이 주재료인 걸쭉한 볶음요리)는 영 조화롭지 못하게 느껴진다. 

인제라 위에 얹혀져야 비로소 제 맛을 내는 에티오피아 음식들은 자신만의 역사를 지켜온 에티오피아인들의 자부심과도 닮아있다. 에티오피아는 케냐, 수단 등 인접국가와는 매우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식민지 시대에 (아주 짧은 이탈리아 점령기를 제외하고는) 독립국가의 정체성을 지켜왔던 나라이며, 종교를 비롯한 사회문화에 자신의 색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사족이지만 6.25 때는 한국에 파병을 하기도 했는데,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는 참전 기념공원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춘천에 에티오피아 한국전참전기념관이 있다.) 이런 역사적 접점을 찾고나면 에티오피아의 문화와 음식이 좀더 가깝게 느껴진다. 인제라의 시큼한 맛은 묵은지를 떠올리면 금세 적응이 된다. 맵싹한 맛을 내는 버르베르 향신료는 한국인 입맛에도 딱이다. 

원재료를 숙성하여 새로운 맛을 내는 발효식품처럼, 에티오피아에서는 모든 것이 에티오피아식으로 발효되고 변형된다. 인제라는 에티오피아의 독자적인 문화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발효음식만의 독특한 풍미를 가지며 숙성된 맛으로 오래 가는, 그런 모습으로 말이다. 


엄소희
케냐와 카메룬에서 각각 봉사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아프리카에 각별한 애정을 갖게 됐다. 좋아하는 것(먹는 것과 관련된 일)과 하고 싶은 것(보람 있는 일), 잘하는 것(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의 접점을 찾다가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아프리카 음식점을 열었다. 르완다 청년들과 일하며 '아프리카 청춘'을 누리는 중이다.

 

엄소희(키자미테이블 공동대표) baram.sophie@gmail.com

<저작권자 © 라이프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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