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뭐하는 데냐 ⑧] 상도동에 침입한 건축가들의 문패, ‘스튜디오하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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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뭐하는 데냐 ⑧] 상도동에 침입한 건축가들의 문패, ‘스튜디오하숙’
상도동 매력탐구 시간 - 상도동 주민이 말하는 상도동
  • 2019.07.22 14:40
  • by 정설경(성대골에 살고 있는 것만으로 가치있는 주민)

세모, 네모, 동그라미로 뭉쳐진 건축학도들의 도전과 실험

학교에서 만난 건축학도 종소, 민형, 수정은 2010년 동기들이다. 같은 스승 아래 공부한 同學인데다 스승의 건축사무실에서 인턴생활로 경험을 쌓으며 절친이 되었다. 어느 공사가 주최한 공모전을 준비하면서도 공모전이 갖는 한계에 더 공감하며 결국 공모전을 포기하게 된 시간이 지금의 ‘스튜디오하숙’이 가능하게 한 원류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한때는 대기업의 경제효과로 번창했으나 빈 공장만 남게 된 농촌마을의 흔적을 보며 주민들이 원하는 개선의 방식은 무엇이었을까 생각을 모아가던 시기이기도 했다. 취지에 공감하기 힘들었던 공모전 준비를 계기로, 작업의 공감대는 더 커졌고 생각도 쌓였다. 다시 상도동의 작업장에 모일 수 있었던 것도 과거의 강렬한 끈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스튜디오하숙의 전신은 과거 공모전을 계기로 의기투합했던 ‘세모네모동사무소’, 세 멤버의 성격을 반영한 세모, 동그라미, 그리고 네모라는 함축적 의미를 담아 반영한 이름이기도 하다. ‘스튜디오하숙’이라는 이름은 사무실이 있는 상도동의 공간에서 연상했다. 원래 상도동의 이 집은 다락과 외부화장실, 그리고 작은 마당으로 이뤄졌는데 70년대의 전형적인 셋방살이 공간구성을 따르고 있어 숙식하는 ‘하숙’이 연상되었고, 일하며 지내는 ‘스튜디오’의 의미를 합쳐 ‘스튜디오하숙’이라고 이름지었다. 

 

스튜디오하숙, 대문 여는 날 '초대장'


同學에서 공감하는 건축작업자, 그리고 하숙생들

건축을 전공한 사람들은 졸업 후엔 주로 건축사무소에 다닌다. 세모, 동그라미, 네모로 별칭했던 이들은 월급받는 건축사무소의 일원으로 오래가지 못했다. 건축사무소를 나오니 세상의 건축사무소 이슈에서도 멀어졌다. 세 멤버는 그들만의 관심 이슈를 구상했다. 종소는 건축을 전공했으되 가상의 공간에서 전시물을 미리 볼 수 있게 하는 건축설계를 했고, 수정은 소셜벤쳐에 다니며 사회적관심을 건축에 담는 경험을 쌓았고, 민형은 독립사무실을 준비하고 조성하는데 힘을 쏟았다. 서로 가는 길은 살짝 다르지만 건축을 토대로 기획과 건축내용을 만들자는 이들의 작당은 계속 되었다. 각자 생업을 따로 하고 있지만, 우리가 잘 할 수 있고 하고 싶었던 것을 어떻게 현실화할 수 있을까를 잡담처럼 얘기한다. 건축업계의 질서에 얽매이지 않는 건축설계를 하고 싶었고, 사회적 이슈에 부합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욕망도 강렬하다. 하고 싶으나 돈이 되지  않은 것, 그러나 해 볼 가치가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의 실험: 공간을 갖고 싶은 사람들의 바램을 실현해 보다

일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나 공간을 갖는데 애로사항이 있는 작업자들의 바램을 실현하는 미션을 시도했다. 공간을 만들고 제공해 보는 것인데 일단 상도동의 집을 빌려 리모델링하고 사무실로 만들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이름없는건축’의 대표 민형이었다([여기 뭐하는데냐④] 이름없는건축사무소 ‘무명건축’). 실제 공간을 공유하기 전에 3D로 시연해 보는 것은 종소의 몫이었다. 낮은 담과 빨간 벽돌로 모양을 낸 고양이 문은 작업자의 즉흥적인 아이디어라기 보다는 평소 하숙 멤버들이 얘기를 나누며 공감했던 것을 실현한 대목이다. 누가 입주하면 좋을까? 창작하거나 예술하는 사람들이면 좋겠다. 사실 임대가 안되면 직접 쓰려고 했는데 여기에 공감하는 예술가들이 있어 공유되었다. ‘스튜디오하숙’은 애초 거주 공간이어서 온전히 고치기에는 공사비가 부족해서 개인 작업실에 가깝게 공사했다. 그리고 Loci(로사이)라는 건축사무소와 CArt(카트)라는 미술가들이 이곳에 정착했다. ‘스튜디오하숙’은 공유공간이나 작업자들이 머무는 작업실은 서로 분리되어 있다.

 

누구나 공간은 필요하다

이들은 여기서 더 오랫동안 머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곳은 사무공간이지만 상도동의 빙수골이라는 ‘오래된 마을’이어서 오래 머물고 싶다. 오프라인에서 자유로워질 줄 알았던 3D작업자도 고정된 작업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얻은 터라 누구에게나 공간은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취생도 2년을 주기로 이사하는 것이 사회 패턴이라 한 곳에서 오래 머물기 쉽지 않다. 노트북만 있으면 카페에서 작업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유목민도 있지만, 고정 공간에서 마음 놓고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한 사람들도 있다. 이곳은 마음껏 작업하고 구동하는 그런 고정의 공간이다. 

 

스튜디오하숙, 대문 여는 날

그리고 또 한가지를 실험하고 싶었다. 스튜디오하숙이 주민들과 만나면 어떨까. 이것도 우리가 실험해 본 소프트웨어였다. 스튜디오하숙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얘기하고 싶었다. 일단 대문 여는 날로 점은 찍었다고 여긴다.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오픈스튜디오의 단계를 거쳤다. 늦었지만 입주인사를 겸했다. 마을사람들에게 공간의 의미를 설명했고, 공간이 생긴 취지를 공유했다. 이 공간으로 우리는 마을과 소통하는 사람들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어디서 자리를 잡고 일을 하느냐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제 아무리 지원사업을 받아도 쉬이 하지 못하는 ‘소통’을 하숙의 멤버들은 시작했다. 주민들의 예술감수성도 확인하는 계기도 되었다. 앞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들 모두는 이 공간에 다 머물러 있지 않다. 경기도 인근에서 머무르며 서울입주를 고집하지 않는 멤버도 있다. 오프라인에서 자유로운 직종을 실험해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정착하며 건축을 하고 입주작가들과 소통하고 주민들과 생활을 공유하는 멤버들도 있다. 삶과 일이 병행되는 공간을 통해 독특한 소통의 실험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서 동네 주민들은 영감도 얻고 자극도 받으며 도움을 많이 얻고 있을 것이다.
 

 

우린 뭘 하고 있지?

나는 뭐하고 있지? 질문을 던질 때가 있다. 스튜디오하숙 멤버들도 계속 묻는다고 한다. 가치있는 지원사업과 일을 구상하는 과정은 하고 싶은 것을 계속 할 수 있는지 실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는 늘 그것을 고민하고 있다. 가치있는 일을 하고 싶지만 계속 할 수 없는 한계를 진단해 본다. 진짜 내 것으로 일하고, 일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을 고민한다. 스튜디오하숙의 대문을 열었지만, 앞으로 또 무엇을 할지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우리 뭐하지? 또 묻고 우리 진짜 뭐 해 보자는 설계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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