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④] 가깝고도 먼, 아시아 사회적경제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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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④] 가깝고도 먼, 아시아 사회적경제기업
  • 2019.07.25 10:17
  • by 이은정(쿠피협동조합)
7월 첫째 주 대전에서 열린 ‘사회적 경제 박람회’ 개막식에는 대통령이 처음 참석했다. 축사를 통해서 국민들에 대한 업무보고라고 할 정도로 주요 방침과 실적과 과제들을 망라했다. 이렇듯 국내에서 사회적 경제는 어느덧 중요한 정책적 수단으로 성장했다. 국내 사회적 경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해외에서는 어떤 이슈들이 이야기 되고 있고 있을까? 또,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준비해야 할까? 성공회대학교 협동조합경영연구소 및 성공회대학교·쿠피협동조합에서 진행된 5번의 세미나를 통해 라이프인에서 사회적경제의 국제적 흐름과 동향을 살펴본다.


장마답지 않게 가랑비가 오락가락하던 수요일, 성공회대에서는 아시아의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는 3주 전 발간된 ‘아시아의 사회적경제기업(Social Enterprise in Asia)’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에릭 비데 교수(Eric Bidet)와 드푸르니 교수(Defourny)가 공동으로 편찬한 이 책은 아시아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공동 편저자인 에릭 비데 교수는 한국과 오랜 인연을 가진 연구자였다. 1990년에 한국을 방문해 머무른 경험이 있었고, 이를 계기로 1998년 박사학위 논문을 한국의 사회적경제기업으로 쓰기 위해 방문했었다고 한다. 당시 한국에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와 연결해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주며, 한국에 대한 관심이 아시아에까지 확장된 것이라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여러 논의와 담론, 혹은 사례들은 유럽이나 북미권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거리로는 더 가깝고 국내에 거주하는 아시안들도 많으니 일상에서의 접점은 더 많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아시아의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과 정보는 상대적으로 적었기에 이날의 세미나가 가지는 의미가 컸다.
 

Social Enterprise in Asia

책 제목을 그대로 번역하자면 '아시아 사회적기업(social enterprise)'이다. 하지만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회적기업' 하면 생각하는 좁은 의미(사회적기업육성법에서 정의된)보다는 더 넓은 범주에 해당하는 다양한 범주를 다루고 있기에 '사회적경제기업'으로 칭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에릭 비데 교수는 이 책의 기반이 된 ICSEM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으로 강연을 시작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2013년 벨기에 한 대학에서 시작되었고 60개국 220명의 연구자들이 아무런 대가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대규모 조사였다. 이 조사는 '사회적경제기업이란 이러이러한 것이다'라는 명확한 개념을 제시하지 않고 시작했다는 특징이 있다. 연구자들은 각 나라의 정치‧경제‧사회의 맥락(context) 속에 '존재(실재)'하는 사례들을 수집했기에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사회적경제기업들의 데이터가 수집되었다. 이 프로젝트에 의해 수집된 사례들은 창업가적비영리조직(Entrepreneurial nonprofit), 소셜비즈니스(Social Business), 사회적협동조합, 공공부문사회적기업(Public sector  social enterprise) 등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책 내용에 대해 설명하면서 아시아 사회적경제기업들은 각 나라가 처한 상황에 따라 많은 다양성을 가짐과 동시에 매우 역동적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국가들은 언어, 인종, 문화, 경제상황이 다양해서 아시아 사회적경제기업만의 특별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제도화 정도가 다르다. 한국은 거의 유일하게 '사회적기업육성법'을 비롯해서 협동조합기본법 등 많은 법과 제도로 사회적경제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아직 법이나 제도가 없거나 이제 만들어지려고 하는 상황이다. 둘째,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주력자(key player)들도 다르다. 캄보디아 같은 경우는 국제원조기구나 국제개발기구 같은 해외기구들이 사회적경제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 그러나 중국이나 일본, 한국 등에서는 국내 시민사회나 비영리조직들이 주된 역할을 하고 있다. 

아시아의 사회적경제 지형이 다양성과 서로 다름을 가지고 있음에도 두 가지 공통적인 존재 의의(정당성)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나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사회적 약자(취약계층)와 저소득층의 수입 증대와 일자리 창출에 효율적인 도구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회서비스와 돌봄서비스의 효과적인 제공자라는 점이다. 그래서 사회적 소외와 빈곤퇴치, 지역개발과 환경문제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점이다. 

에릭 비데 교수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어떤 파트너와 자원을 가지고 있느냐가 자율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개발기구나 기업 CSR과의 파트너십 등에 따라 활용가능한 자원은 사기업, 혹은 공공기관, 국내 혹은 해외에서 오기도 한다. 해서 자율성은 국가통제, 수입원에 대한 의존성, CSR기업에 의한 도구화,  해외의 영향, 종교의존성 등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각 나라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하고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환경에 맞게 디자인된 사회적경제 생태시스템(eco-system) 안에서 장기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는 의견이었다. 

복지정책이 잘 갖추어진 유럽 사회와 그렇지 않은 아시아에서의 사회적경제기업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참가자 질문에 한국의 의료 사협이 무척 인상적이라고 했다. 물론 유럽의 복지 수준이 높지만, 일반적인 공공 의료나 복지정책은 평균치를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개개인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는 유럽의 복지정책을 선망하고 있지만, 우리가 가진 장점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충실성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드러난 사실보다는 자신이 믿고 있는 것, 믿고 싶은대로 사실을 인지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사실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말이다. 에릭 비데 교수는 아시아, 특히 우리나라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해 생각보다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었다. 아시아, 또 우리 사회의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해 우리는 '사실'보다는 '규범'을 위주로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외부자의 시선으로 본 평가에 대해 '현실을 잘 모르고 있어서 저런 생각을 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우리가 잘 해왔구나, 유럽은 100년 넘게 걸린 걸 20~30년 만에 했구나' 라고 스스로를 격려하고 칭찬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유럽 뿐 아니라 아시아의 다양한 사회적경제기업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으니 우리는 복이 많은 거라고, 앞으로는 더 잘 할 수 있다고 힘을 내볼 수 있지 않을까?
 

(맨 가운데) 에릭 비데 교수


에릭 비데 교수 - Eric Bidet. Le Mans University/ADDES
에릭 비데 교수가 재직하고 있는 프랑스 르망대학은 일찍이 1980년대부터 사회적경제에 대한 교육을 시작했고 현재까지도 연구와 교육을 지속하고 있다. ADDES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지식, 정보 수집을 위한 연구기관으로 비영리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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