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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 맞은 공정무역 커피 회사의 재기, 어떻게 가능했나

기사승인 2019.08.02  09:2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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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퀘벡 사회적경제 이야기③] 2019 캐나다 공정무역 컨퍼런스 이모저모(上)

'사회적경제 국제교류센터 CITIES'는 각 나라의 사회적경제간 지식 공유와 혁신의 확산을 위한 활동가들의 교류를 활성화 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조직으로, 2016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 2회 국제사회적경제포럼 GSEF에서 참가자들의 결의로 출범했다.

사회적경제 모범사례와 관련 지식의 확산을 도모하는 '사회적경제 국제교류 센터 CITIES'와 '라이프인'이 캐나다 퀘벡주의 사회적경제의 전반을 소개한다. 공정무역 이야기를 시작으로, 사회적경제 생태계, 사회적금융, 사회적주택, 돌봄 사회적기업 등 다양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캐나다의 공정무역 단체들의 네트워크인 CFTN(Canadian Fair Trade Network)의 연차 총회 및 컨퍼런스가 2019년 2월 28일부터 3월 3일, 4일간 오타와에서 열렸다. 연례 컨퍼런스를 기회로 현장을 방문, 행사 참관기를 통해 캐나다의 공정무역 운동을 보다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고자 한다.

2018년 현재 캐나다 전역의 공정무역 매출액 합계는 대략 5억 캐나다 달러(한화 약 4천5백억원)로 집계한다. 페어트레이드 캐나다의 인증을 사용하는 업체의 수가 200여개에 달하며, 페어트레이드 인터내셔널의 로고가 아닌 다른 공정무역 인증(Small Producers’ Symbol(SPP), Fair for Life 등 대안적 공정무역 인증)을 지지하고 사용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으나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고, 공인된 통계로는 집계되지 않고 있다.

캐나다의 10개 주 중에서 공정무역운동이 활발한 곳은 인구밀도가 높은 편인 브리티시 콜롬비아, 퀘벡, 온타리오 3개 주이며, 퀘벡 공정무역 협회 (Association québécoise du commerce equitable:AQCE) 및 공정무역 마니토바 (Fair Trade Manitoba) 처럼 주 단위 공정무역 협회를 중심으로 활동하거나, 공정무역 토론토(Fair Tradse Toronto), 공정무역 밴쿠버(Fair Trade Vancouver), 공정무역 오타와 (Fair Trade Ottawa Équitable)처럼 도시 단위 협의회로 활동하고 있다.

캐나다 전역에서 활동하는 공정무역 단체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지역 간의 거리가 있어서 쉽지 않은 일이다. 매년 열리는 CFTN 컨퍼런스는 각 지역별 공정무역 네트워크, 인증기관인 페어트레이드 캐나다, 공정무역 관련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 및 캠페이너, 그리고 관련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상호간에 정보를 교환하고 연대활동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캐나다 전역에서 모인 CFTN 컨퍼런스 참석자들 ⓒ Canadian Fair Trade Network

본격적인 컨퍼런스에 앞서 2월28일에는 사전행사로 CFTN 연차총회 및 일반 참가자들을 위한 공정무역 스페셜티 커피 전문업체인 브리지헤드(BridgeHead) 로스팅 공장 및 초콜릿 설탕 전문 공정무역 협동조합인 라 시엠브라(La Siembra) 공장 투어를 진행했다. 연차 총회 및 로스팅 공장과 초콜릿 공장 방문은 놓치고 싶지 않은 일정이었으나, 다른 일정으로 아쉽게도 사전행사 일정은 빠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브리지헤드는 캐나다 최초의 공정무역 단체로서의 상징성뿐 아니라 사전취재를 통해 알게 된 품질 혁신에 대한 내용이 대단히 인상적이었기에, 공장 방문 기회를 놓친 것이 더욱 아쉬웠다.

브리지헤드는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공정무역 커피 회사이다. 브리지헤드는 당초 1981년 멕시코 워하카에서 최초의 공정무역 커피 협동조합 UCIRI가 만들어지기 이전 단계에서 커피 농민들이 거래선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때 설립되어 니카라과의 커피 농민들과 거래한 바 있다. 당시 니카라과는 일반 시민들의 지지를 받던 좌파 반군이 부패한 소모사 정권을 축출하고 집권한 이후 미국 정부의 금수조치로 고통받던 상황이었고 전 세계 곳곳에서 활동가들이 니카라과 커피 농민에 대한 연대활동으로서 공정무역 커피 구매를 추진했다. 

브리지헤드의 설립 또한 그 흐름에 동참한 토론토 소재 연합교회의 목사 두 분과 활동가 두 분이 의기투합한 결과였다. 사업 경험이 적은 활동가들이 커피 사업을 운영하는 데 한계점을 느끼던 중 1984년 옥스팜 캐나다가 사업을 인수, 커피와 수공예품 공정무역 사업을 하는 사업체로 상당기간 운영하였으나, 공정무역 수공예품은 생각보다 수익을 내기 어려웠고, 커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1998년 마침내는 부도위기를 맞아 영국의 공정무역 전담 투자회사인 쉐어드 인터레스트(Shared Interest)의 도움으로 부도는 모면했으나, 사업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는 명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 명확했다. 이 때 마운틴 이큅먼트 코옵(Mount Equipment Cooperative)에서 매니저로 일하던 현 CEO 트레이시 클라크(Tracey Clark)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모아 브리지헤드의 지분을 인수하고 2000년부터 큐그레이더를 비롯한 커피업계의 전문가들을 채용하여 커피와 홍차 사업의 재건에 역량을 집중했다. 

2012년에는 자체 로스팅 공장을 설립했는데, 흥미로운 것은 브리지헤드를 아끼는 지지자들과 소비자들이 후원 프로젝트를 조직하여 CAD(캐나다 달러) 250-1,000 사이의 상품권을 구매함으로써 로스팅 공장 설립 기금 조성을 지원했다는 점이다. 오늘날 브리지헤드는 오타와 전역에 20개의 커피샵을 보유하고 있으며 캐나다 전역에 약 3천톤의 공정무역 커피를 공급하는 중견 커피 기업으로 성장했다. 공정무역 커피 전문회사로서 생산자 조합에서 수매하는 커피의 품질 편차가 큰 것은 극복하기 어려운 딜레마 중 하나인데, 브리지헤드는 2016년부터 오타와 칼튼 대학교와의 산학 협력을 통해 질량분석(mass spectrometry) 이나 가스 크레마토그래피 분석(gas crematography analysis) 등 최첨단 분석 기법을 적용, 분자수준까지 정밀도를 높인 품질 분석을 통해, 품질의 불확실성을 줄여 나가는 공정 혁신을 기획하고 있다. 최초의 공정무역 커피로서 부도위기를 맞았다가 전문성 제고와 품질 혁신을 통해 다시 재기한 브리지헤드의 사례는 한국의 공정무역 기업들에게도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오타와 퀘벡 수력발전 건물에 있는 브리지헤드 카페 사진 ⓒMatti Blume

브리지헤드 생산공장 방문 기회를 놓친 것은 컨퍼런스 후 매장 방문으로 달래기로 하고, 연차총회의 주요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총회록을 살펴보니, 몇 가지 중요한 안건이 논의된 것을 볼 수 있었다. 먼저 페어 포 라이프(Fair for Life)가 CFTN에서 인정하는 공정무역 인증기관으로 추가되었다. 페어 포 라이프는 주로 유기농 인증을 전문으로 하던 IMO에서 시작된 인증으로, 2006년에 처음 공정무역 인증을 시작했다. 미국의 공정무역 인증기관이던 페어 트레이드 유에스에이(Fair Trade USA)가 대농장 생산 농산물 인증을 시작함에 따라 많은 공정무역 단체들과 결별하게 된 2011년부터 대안을 찾던 이들과 협력하여 공정무역 인증 사업을 점차 확대한 바 있다. 페어 포 라이프는 2016년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인증하는 ‘For Life Standard’와 공정무역 단체들의 공급사슬을 인증하는 ‘Fair For Life Standard’ 두 가지로 인증을 분리 확립하고 공정무역 인증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로써 캐나다에서는 페어트레이드 인터내셔널, 소농인증 SPP에 이어 세번째로 페어 포 라이프가 공정무역 인증기관으로 공식 인정을 받게 되었다. 

이사회 신임이사 항목을 보면서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이 하나 있었는데, 오타와 공정무역 협회 소속으로 공정무역 캠페인을 하는 고등학생 에마누엘 루카비에츠키(Emanuel Lukawiecki)가 이사회 선거에서 이변을 일으키고 신임이사로 선출된 것이다. 고등학생이 이사로 선임된 것은 캐나다 공정무역 네트워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에마누엘 루카비에츠키는 공정무역 오타와에서 활동하면서 본인이 다니는 학교를 공정무역 학교로 지정되게 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 학생이며, CFTN 이사회에 선출되기 앞서 공정무역 오타와의 홍보 책임자로 활동하면서 오타와를 공정무역 도시로 만들기 위한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새로 CFTN의 이사에 선임된 고등학생 활동가 에마누엘 루카비에츠키(왼쪽)가 동료와 함께 컨퍼런스 개회식 사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 Canadian Fair Trade Network

컨퍼런스 첫날인 3월 1일, 오타와 지역 알곤킨(Algonquins)부족의 장로 중 한 명인 모니크 마나츠 (Monique Manatch)가 환영사를 통해 캐나다 전역 각지에서 온 활동가들을 환영했다. 공정무역의 발전 과정에서 선진국 내에 있는 소수 민족들과의 거래는 공식적으로 공정무역의 정의에 포함되지 않으나, 캐나다에서 공정무역 활동가들이 캐나다 고유의 이슈로서 선주민과의 공존 공생을 늘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스피리트 베어(Spirit Bear)나 버치 바크(Birch Bark)와 같은 커피 회사들은 캐나다의 선주민들과 협력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Fair Trade USA는 국내 공정거래(Domestic Fair Trade) 라는 이름으로 미국 내에서 협동조합이 아닌 농장들에 공정무역 인증을 부여함으로써 공정무역 운동 진영의 반발을 불러 일으킨 바 있는데, 선주민들이 협동조합이나 비영리단체 등 사회적경제 조직을 통해 물품을 거래하고 민주적인 거버넌스를 가진 비즈니스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이는 공정무역의 원래 취지와 보다 부합하는 ‘국내 공정거래’의 모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알곤킨 부족 장로 모니카 마나츠가 환영사를 하고  있는 모습 ⓒ Canadian Fair Trade Networ
 

김진환 연구원(사회적경제국제교류센터) webmaster@life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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