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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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
[서진선의 사회적경제 Q&A ①] 사회적경제로 묶을 수 있는 공통점은 '윤리적 가치' 실현
  • 2019.08.16 14:14
  • by 서진선 (성공회대 협동조합경영학과 외래교수)

쿠피협동조합은 성공회대 대학원 협동조합경영학과 교수들과 학생들을 주축으로 협동조합 및 사회적 경제 연구와 교육을 하는 협동조합이다. 쿠피협동조합은 지난 7월 캐나다 요크대학교 맥머트리 교수(J. J. McMurtry), 프랑스 르망대학교 에릭 비데 교수(Eric Bidet), 캐나다 세인트메리대학교 소냐 노브코비치 교수(Sonja Novkovic)를 각각 초청하여 여름 세미나를 개최했다. 그들의 강연과 질의응답을 통해 나타난 사회적 경제 및 협동조합과 관련된 쟁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연재되는 글에서 사용되는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이라는 용어는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육성법에 정의된 인증(예비) 사회적기업보다 국제적인 의미에서 더 넓고 다양한 범주를 다루고 있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인터뷰 정리와 원고 수정에 도움을 준 정지현(성공회대 협동조합경영학과 석사과정)님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러나 본고의 방향과 내용은 오로지 필자의 책임임을 밝힌다.


작년 하반기,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협동조합 이사장들과 면담을 하던 중에 이사장 한 분이 ‘협동조합은 사회적 경제에 포함되지 않는다’라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 협동조합의 경제적 행위를 강조하려는 것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를 통해 협동조합 또는 사회적 경제 개념을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 협동조합(co-operative),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의 개념에 대해서는 다수가 동의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해외에서 가져온 개념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해하고 사용하고 있는 개념과 유럽이나 미국의 개념은 다를 수 있다.

한국의 사회적 기업의 개념은 유럽과 미국의 영향을 받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유럽과 미국의 사회적 기업의 개념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협동조합, 인증(예비)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소셜벤처 등 사회적 경제라고 부를 수 있는 현상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그러한 다양한 모습 속에서 사회적 경제로 묶을 수 있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 라이프인

19세기 초 로버트 오언이 뉴 래너크에서 노동자를 위한 새로운 생산시스템을 만들고, 1844년 로치데일에서 노동자들이 협동조합운동을 시작한 이유와 20세기 후반과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유엔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협동조합에 주목한 이유는 동일하다. 자본주의라고 불리는 경제시스템에서 발생한 불평등의 문제 등으로 인해 사람들의 삶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상 경제적인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중요한 숙제였다. 이익극대화에 초점을 맞춘 자본주의 시스템은 경제적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했지만 결과적으로 불평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고 사람들은 여전히 고통 받았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칼 폴라니가 지적한 것처럼 경제가 사회와 분리되면서 더 크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는 이러한 자본주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나타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윤리적 가치’ 실현
이에 대해 캐나다 요크대학교 맥머트리 교수는 ‘윤리적 가치’를 강조한다. 기존 경제학은 경제학이 과학적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경제와 사회를 분리시켰는데, 사회적 경제는 다시 사회와 경제를 결합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개발도상국 생산자를 지원하기 위한 공정무역 제품 취급과 판매,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 젠더에 대한 관심, 생활임금 제공, 그리고 신협의 경우 소규모 기업, 협동조합, 그리고 지역사회에 자금 제공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기업의 수익성 향상뿐만 아니라, 윤리적 관점에서 사람들의 필요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들을 위해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 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하지만, 윤리적 가치가 시장에서 다른 일반기업과 경쟁하는데 있어 부담이 되지 않을까? 맥머트리 교수는 윤리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고 사회적 경제가 투자자소유기업과 구분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히려 윤리적인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조합원 충성도, 고객 충성도를 얻을 수 있으며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차별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캐나다 세인트메리대학교 소냐 노브코비치 교수 역시 윤리적 가치는 사회적 경제의 필수적인 부분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그러나 맥머트리 교수와 노브코비치 교수는 캐나다 협동조합이 이러한 윤리적 가치를 잘 실현하고 있는가에 대해 서로 다른 평가를 내린다. 맥머트리 교수는 캐나다의 신협이 소규모 기업이나 협동조합, 지역사회에 자금을 제공하는 정도가 일반은행과 차이가 없으며,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합병을 하거나 심지어 탈조합화(demutualization)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한다.

반면에, 노브코비치 교수는 밴시티 신협(Vancity Credit Union) 사례를 소개하며 캐나다 신협은 젠더와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 생활임금 캠페인, 사회적 회계 작성, 소상공인을 위한 보험 등의 상품 제공, 최저임금과 최고임금의 비율 설정 등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로 다른 관점과 배경에서 비롯된 두 평가 모두 캐나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진실을 담고 있을 것이다.

프랑스 르망대학교 에릭 비데 교수는 아시아의 사회적 기업들이 사회적 포섭(social inclusion)과 빈곤 완화(poverty alleviation), 그리고 지역사회 개발(community development)에 실제로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경제의 윤리적 가치 혹은 사회적 가치 실현은 사회적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이면서 사람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일 것이다. 또한 다양한 이름과 형태를 가진 조직들을 사회적 경제라는 범주로 묶을 수 있는 중요한 특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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