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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 조직을 구분 짓는 기준은?

기사승인 2019.08.23  13: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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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진선의 사회적경제 Q&A ②] 사회적 경제, 다시 생각해보기

쿠피협동조합은 성공회대 대학원 협동조합경영학과 교수들과 학생들을 주축으로 협동조합 및 사회적 경제 연구와 교육을 하는 협동조합이다. 쿠피협동조합은 지난 7월 캐나다 요크대학교 맥머트리 교수(J. J. McMurtry), 프랑스 르망대학교 에릭 비데 교수(Eric Bidet), 캐나다 세인트메리대학교 소냐 노브코비치 교수(Sonja Novkovic)를 각각 초청하여 여름 세미나를 개최했다. 그들의 강연과 질의응답을 통해 나타난 사회적 경제 및 협동조합과 관련된 쟁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연재되는 글에서 사용되는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이라는 용어는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육성법에 정의된 인증(예비) 사회적기업보다 국제적인 의미에서 더 넓고 다양한 범주를 다루고 있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인터뷰 정리와 원고 수정에 도움을 준 정지현(성공회대 협동조합경영학과 석사과정)님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러나 본고의 방향과 내용은 오로지 필자의 책임임을 밝힌다.


노브코비치 교수의 강연이 시작되기 전 대학원 과정에 계신 선생님 한 분과 노브코비치 교수가 나눈 대화가 본 필자의 관심을 끌었다. 명함을 교환하고 명함에 쓰여진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에서 일을 했다는 선생님의 말에 노브코비치 교수는 그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경제’냐고 물었다. 그의 질문을 받고 의아해하던 그 선생님과 필자에게 노브코비치 교수는 그 사회적 기업이 민주적인 기업지배구조(democratic governance)를 가지고 있는지를 다시 물어보았다. 맥머트리 교수의 강연 내용도 다시 살펴보면서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과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를 분리해서 말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경제는 사회적 기업을 포괄하는 개념인 것에 반해, 캐나다에서 사회적 경제는 사회적 기업과 구분하여 사용되는 개념이었다. 그리고 민주적 기업지배구조는 이를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영국의 사회적 기업 법으로 볼 수 있는 공동체이익회사(Community Interest Company) 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다중이해관계자로 구성된 민주적 구조를 법적 의무사항에 포함할 것인지에 대한 찬반 논의가 있었다. 이에 대해 협동조합 및 관련 진영은 찬성하였고 자선단체(charity)에서는 반대하였다. 영국의 찬반논의가 일어난 배경은 유럽대륙국가와 다른 영국만의 역사적 발전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경제조직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대륙국가들은 협동조합 전통 아래에서 사회적 기업 관련법들을 제정하였다. 1991년 이탈리아에서 사회적 협동조합을 규율하는 법이 제정된 이후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 폴란드 등에서 잇따라 사회적 협동조합 관련법이 제정되었다.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육성법에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기 위해 “서비스 수혜자, 근로자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갖출 것”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유럽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라이프인

사회적 경제의 핵심 특징은 ‘민주적인 기업지배구조’
노브코비치 교수, 맥머트리 교수, 비데 교수 모두 공통적으로 윤리적 가치(사회적 가치)와 더불어 기업지배구조의 민주성을 사회적 경제의 핵심적인 특징으로 보았는데, 문맥에 따라서는 민주적인 기업지배구조가 더 중요한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맥머트리 교수에 의하면, 윤리는 사람들이 함께 결정하는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원칙들이라고 설명한다. 즉, 국가가 강제로 윤리를 정해줄 수 없으며, 자기 이익을 높이기 위한 수익성 극대화라는 시장의 원칙이 윤리적일 수 없고, 사람들이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통해서 합의할 수 있는 기본적인 원칙들을 윤리로 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이 윤리적이기 위해서 민주성이 중요하다.

맥머트리 교수는 캐나다 협동조합이 윤리적 혹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이유가 민주적인 기업지배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강연 마지막에 캐나다 재생에너지협동조합의 예를 들면서 이들 협동조합은 민주적이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투자자협동조합이 되고 있으며, 협동조합 형태 그 자체가 조직의 윤리적, 사회적 영향력을 결정하는 요인은 아니라고 역설하였다.

노브코비치 교수도 민주적인 기업지배구조가 사회적 경제의 핵심이며, 이것이 사회적 경제가 사회적 기업과 다른 점이라고 분명하게 설명한다. 협동조합에서 조합원들이 민주적으로 소유하고 지배하는 것 자체가 윤리적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기 위해 자신들이 지켜야 하는 행동준칙을 가지고 있다. 노브코비치 교수가 설명한 캐나다 신협의 긍정적인 사례는 민주적 기업지배구조가 그 신협에서 잘 구현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이러한 민주적 기업지배구조는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의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경영으로 이어진다.

비데 교수는 유럽의 사회적 경제 개념은 협동조합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누가 참여하고 어떻게 의사결정권을 분배하는지에 관한 민주적 기업지배구조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점에서 유럽의 사회적 경제는 협동조합 모델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사회적 경제라는 개념은 그렇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고 사회적 기업이 일반화되어 있는데, 이러한 사회적 기업에서는 이익 추구를 제한하지 않으며 민주적인 기업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사회적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기업이라고 일컬어진다.

한국 사회적 경제에 주는 시사점은?
사회적 경제의 특징을 '윤리적 가치'와 '민주적인 기업지배구조'로 정리하였다. 윤리적 가치 실현 혹은 사회적 목적 추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경제 개념과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러한 관점은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경제기업으로 분류되는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협동조합 등을 모두 포괄할 수 있다. 다만 실제로 윤리적 가치나 사회적 성과를 얼마나 내고 있는지를 알기 평가하기 위해서는 측정이 필요한데, 문제는 그 측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즉, 윤리적 가치나 사회적 목적 추구를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사회적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런 사회적 성과를 내고 있는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민주적인 기업지배구조가 사회적 경제의 핵심이라고 하는 것은 쟁점이 될 수 있다. 언어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고구조를 제약한다는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말로 경제는 기업을 포괄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유럽과 캐나다의 맥락에서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와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을 별개의 개념으로 본다는 접근은 우리에게 다소 생소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 기업이 사회적 경제에 속한다고 보는 우리나라에서 민주적인 기업지배구조가 사회적 경제의 핵심이 될 경우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사회적 경제, 사회적 기업에 포함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사회적 경제 개념이 프랑스에서 처음 형성되었을 때부터 협동조합은 사회적 경제의 중요한 조직이었고, 1989년 유럽위원회에서 제시한 사회적 경제 정의, 유럽의 사회적 기업 연구자 네트워크인 EMES(EMergence des Enterprises Sociales en Europe)와 캐나다 퀘벡의 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샹티에가 제시한 기준 등에서 민주적 의사결정은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중요한 기준이다.

수업 중에 가끔 학생들에게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를 가지지만 사회적 성과를 추구하는데 관심이 적은 기업’과 ‘사회적 목적을 열심히 추구하지만 민주적이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을 하면 학생들의 반응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어서 두 기업 중 어떤 기업이 더 사회적 경제에 부합하는지 물어보면 민주적인 기업을 선호하는 비중이 조금 더 높게 나타나지만 학생들의 의견은 대략 반반 정도로 나뉜다. 어떤 학생은 민주적이어야지 사회적 경제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고, 어떤 학생은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먼저라고 한다. 누군가는 민주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사회적 목적 추구 기업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러한 논의는 우리 사회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다양한 사회적 경제, 사회적 기업 개념을 받아들인 우리나라에서 모두가 합의하는 정의(definition)를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비데 교수도 사회적 기업에 대한 확정적인(definitive) 정의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았다. 우리는 계속해서 사회적 경제에 대한 정의와 개념을 발전시킬 것인데, 그 과정에서 각각의 특징을 가진 조직들이 함께 교류하고 연대하고 협력하는 사회적 경제의 장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서진선(성공회대 협동조합경영학과 외래교수) webmaster@life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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