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뭐하는데냐 ⑨] 상도동엔 ‘타일연구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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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뭐하는데냐 ⑨] 상도동엔 ‘타일연구소’가 있다
상도동 매력탐구 시간 - 상도동 주민이 말하는 상도동
  • 2019.08.28 09:46
  • by 정설경(상도동의 명소를 기록하는 마을주민)

상도동이 품고 있는 명소를 만나고 있다. 골목카페, 작은도서관, 동네서점은 커뮤니티의 거점 노릇을 하고 있는데 아홉 번째 만나는 상도동 명소는 타일연구소. 이름도 생경한 ‘타일연구소’는 뭐하는 곳일까? 우리가 아는 건축자재 ‘타일’을 연구하는 것이 마을살이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동네 거점 역할을 하고 있는 '타일연구소'

 

연구소를 창업한 타일기술자

타일연구소장 이건영은 2002월드컵을 광화문에서 응원하고 상도동으로 이사 왔다. 상도동에 터를 잡고 몇 번의 이사를 거쳐 지금의 타일연구소가 자리한 상도3동 사자암 근처에 정착했다. 상도동살이는 이제 20년을 목전에 두고 있다. 마을버스 노선이 3개가 다니는 목좋은 길가에 2층 건물을 구했는데 살림집은 2층에, 창고처럼 잠겨 있던 1층은 ‘타일연구소’로 변신했다. 그가 건축업계에서 타일 일을 한 것은 5년차. 이런 저런 일들을 했는데 잘 풀리지 않아 인테리어 일을 배우게 됐고, 마침 동네에서 사람을 구한다기에 타일 일을 접하게 되었다. 해외에서 사용되는 최신 기법과 업계 동향을 알게 돼서 타일 일이 운명처럼 다가왔다. 몸으로 부딪히는 노가다지만 젊은 친구들이 모여 SNS로 교류하다 보니 세련되게 변화했다. 인스타를 5년 전에 시작할 정도로 젊은 감각의 ‘노가다’판이라 할 수 있다. 스타벅스의 인테리어와 아파트 공사하는 타일 팀과 어울리다 보니 일도 많이 배우고 자연스럽게 독립했다.

 

타일연구소 공사 공정 과정

 

사회적기업을 준비중인 타일연구소장의 소셜 미션은 뭘까?

‘타일연구소’ 이건영소장은 어깨너머로 타일 기술을 익혀 지금의 기술자가 되었다. 타일기술자가 되려는 사람들, 인테리어종사자, 그리고 타일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쉽게 가르쳐 주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타일산업과 건축시장의 동향을 살피며 우리보다 앞선 곳에선 타일의 품질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국제흐름도 전달한다. 최근엔 영등포 청년건축학교에서 타일 경험을 전달했고, 타일기술자들끼리 대화도 나눴다. 갈수록 타일에 대한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져 가고 있었다.

타일 기술자는 왜 사회적기업가가 되고 싶었을까? 창고로 쓰였던 1층 공간을 활용해서 막연히 사회적 미션을 수행해 보고 싶었다. 혼자였으면 막막했을텐데 ‘청년건축학교’를 알게 되었고, 거기서 알려준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지원했다. 타일연구소는 사회적기업으로 육성되는 중이다. 사회적기업을 몰랐다면 혼자서 각개전투하는 ‘타일공’에 머물렀을 것이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내 사회적기업가를 육성하는 ‘SEempower’의 도움으로 사회적기업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3인이 모여 ‘타일연구소’를 창업했고, 이건영은 연구소 소장이자 사회적기업의 대표이다. 이 기업이 목표한 것은 타일기술자를 배출하고 그들이 숙련공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타일기술자들


인연이 되는 청년들이 기술자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인도하고 싶고, 그런 것을 가능하게 하는 지금의 ‘타일연구소’ 공간을 꾸미게 되었다. 공간은 타일 실습을 해야 하므로 최소한의 외형만 갖추고 공사를 마쳤다. 교육생마다 타일 기술 수준이 다르니 수준별 커리큘럼을 마련해야 하고, 타일시장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이 높으니 새로운 기술 동향을 청년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청년 기술자들이 인턴으로 와서 실습도 하고 파견 오면 좋겠다. 일반인들도 타일을 체험할 수 있도록 타일을 이용한 생활소품 만들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시작하다 보면 동네에서 ‘타일’을 매개로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게 되지 않을까. 상도동 명소엔 ‘타일연구소’가 추가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놀러올 것 같다.

 

마을에서 콜라보: 타일솜씨로 마을화장실 재생

성대골마을은 대규모 아파트가 없다. 단독주택과 다세대 주택들이 모여 오래된 마을을 이룬터라 노후 시설이 많다. 타일연구소를 꾸미던 차에 성대골어린이도서관의 노후된 화장실을 보게 되었다. 도서관 이용객들은 화장실을 거의 이용하지 못했다. 요즘의 화장실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도서관을 리뉴얼할 때 화장실 공사도 했으면 좋으련만 그럴 여건이 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알아차린 이건영소장은 타일연구소 공사와 함께 진행했다. 주거재생의 취지를 담아 마을화장실로 재생시킨 것이다. 동네 설비업체 사장님이 화장실을 뜯고 양변기를 앉혀 주었고, 타일연구소 기술자들은 바닥과 벽, 천장에 타일을 입혀 전설의 화장실을 탄생시켰다. 리뉴얼된 도서관도 좋은데 화장실은 더 좋은 시설이 되었다. 냉대받던 화장실은 이제 이용객들로 초만원(?)이다. 타일연구소만 리뉴얼할래도 비용과 시간이 만만찮은데 어린이들이 이용해야 할 시설이라 눈 딱 감고 저질러 주었다. 마을 주민들이 각자의 재주를 보태어 쓰일 수 있는 화장실로 만든 콜라보였다.

 

성대골어린이도서관 화장실 공사 전후

 

#타일연구소의_나아갈_길

타일기술은 건축 작업에 함께 움직이는 것이라 도시재생과 밀접한 업종이기도 하다.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주거재생이나 지역재생 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 막상 타일로 작업한 결과를 볼 때면 뿌듯하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인력양성을 꾸준히 해야 한다.

그의 타일 작업은 인스타에서 만날 수 있다. 인스타를 왜 하느냐고 물으니, “실력자들과 경쟁하고 있는 모습을 알리고 싶어서”라고 밝혔다. 이 업계엔 잘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배우면서 나도 견주고 싶기 때문이다. 외국의 선진사례를 우리도 적용하고 있어 그것도 드러내고 싶다. 기존의 타일 시공이 소홀했던 점을 언급하며 시장의 규칙을 지키도록 기술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결과물이 좀 나을 때는 일에 대한 자부심도 느낀다.
 

타일연구소 소장


타일의 매력은 뭘까? 타일은 기계화할 수 없는, 핸드메이드로 천년을 이어온 기술이라고 한다. 그래서 기술자 대우를 받는 직종이다. 노가다 업계에선 대우가 좋은 편이기도 하다. 그런데 타일 재료가 무거워 다루기 힘들고 세밀하게 작업해야 하는 기술이 요구된다. 타일을 재단할 때 0.3mm, 0.5mm 단위로 통제할 수 있는 섬세함이 필요하다. 기술자가 되기 어려운 만큼 되고 나면 그만한 대우를 받고 실력만큼 대우 받을 수 있어 권하고 싶다. 젊은 청년들이 많이 진입하면 디자인 분야로 우뚝 서지 않을까. 오래된 기술인데도 새로운 문물로 손색이 없는 ‘타일기술’을 마을에서 만났다.

 

#상도동살이 #상도동타일러 #타일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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