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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협동조합 생태계 밑거름 되는 '세이프넷(SAPENet)'

기사승인 2019.09.10  18: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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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아이쿱생협은 세이프넷의 비전을 발표하고 새로운 협동조합 생태계 조성을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 세이프넷(SAPENet, Sustainable and People-Centered Economy Network)은 4개 분야 160여개 조직들로 구성된 사회적경제 네트워크로 같은 비전과 목표아래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데 함께 힘을 모으고 있다. 생협부터 사회적협동조합, 중소기업, 비영리단체, 연구재단, 법인까지 다양한 형태의 조직에는 현재 약 3,90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 많은 사람들은 세이프넷이라는 생태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들이 모여 협력하고 경쟁력을 만든 생태계는 어떻게 구현되고 있을까? 이러한 궁금증을 세이프넷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통해 들여다 봤다.
 

세이프넷 모형 ⓒ 아이쿱생협


해피푸르츠의 박동호 대표 "시간이 가장 큰 신뢰"

친환경유기식품클러스터인 '괴산자연드림파크'는 아이쿱생협과 협력관계인 생산자 단체가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아이쿱생협과 20년 가까이 거래하고 있는 '해피푸르츠'는 괴산자연드림파크가 문을 열기도 전인 2014년에 1호로 입주했다. 

해피푸르츠 박동호대표 ⓒ 아이쿱생협

박동호 대표는 세이프넷의 참여 동기를 '신뢰'라고 말한다. 우리콩식품(박동호 대표는 해피푸르츠 설립 전 우리콩식품을 운영하며 아이쿱생협에 두부를 납품했다.)은 2000년도에 아이쿱생협 시흥 물류창고 화재로 대금을 못 받은 적이 있다. 아이쿱생협의 직원은 조합원들에게 물품은 공급을 위해 돈은 나중에 주겠다고 물건을 달라고 사정했고, 박대표는 못 받으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납품했다. 얼마 후 아이쿱생협의 조합원은 십시일반 모음 기금으로 물류창고를 복구하고 납품대금을 정산했다. 박대표는 "가공업체도 아이쿱생협도 모두 어려웠을 때였다. 그때부터 아이쿱과 뭔가 거래관계 이상의 신뢰가 만들어진 것 같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그 신뢰는 괴산자연드림파크까지 이어갔다. 소규모 음료제조는 과실즙, 채소즙을 파우치 비닐 용기에 넣어 판매해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군이다. 박대표는 괴산자연드림파크 내 협력과 다양한 원재료를 활용한다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는 현재 생산량이 답해 주고 있다. 해피푸르츠는 연간 300만개의 음료를 만들고 있고 그것마저도 부족해 곧 생산라인을 1개 더 추가할 예정이다. 

최근 해피푸르츠는 체내 중금속, 미세먼지 저감에 도움을 주는 '숨' 이라는 음료를 최초로 출시했다. 괴산자연드림파크에 입주해있는 기업들은 매주 한 번씩 모여 파크에 일어나는 소소한 일부터 세이프넷 전체의 정책과 방향을 논의한다. 최근 세이프넷은 건강한 먹거리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몸과 마음도 건강하게 할 수 있는 '치유와 힐링'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선보이고 있다. '숨'은 그런 흐름에 맞춰 개발됐다.
 

체내 중금속, 미세먼지 저감에 도움을 주는 음료 '숨' ⓒ 자연드림


해피푸르츠는 원재료수급부터 판매까지, 세이프넷과 기업의 가치사슬을 연결시켜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고 있다. 입주단체 회의에서는 노하우와 정보 공유도 이뤄지고 있다. 공장에서 필요한 일들을 회의 안건으로 내놓아 입주 기업들 간 노하우를 나누고, 괴산자연드림파크의 공무팀, 품질개발팀, 연구팀과 정보교류를 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은 새로운 구상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박대표는 "음료 시장은 계절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급조절과 원재료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혼자서 농축회사를 만들기는 힘들겠지만, 파크에 다양한 과실을 농축하는 회사가 만들어진다면 원재료 수급에 용이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가, 직원에서 기업의 대표로" - 수미김 허선례, 쿱양곡 채근수 공방장 

허선례, 채근수 공방장(자연드림파크에서는 공장을 공방이라고 부른다.)은 모두 아이쿱생협과의 인연이 길다. '쿱양곡'의 채근수 공방장은 1998년도에 아이쿱이 만들어졌을 때 물류팀에 입사해 작년에 아이쿱과 같이 스무돌을 맞았다. '수미김' 공방의 허선례 공방장은 진주아이쿱생협의 초대이사장 출신에서 아이쿱생협의 회원조합을 지원하는 직원으로, 그리고 괴산자연드림파크의 공방장으로 자리를 바꿔왔다. 출발점은 달랐지만 이 둘은 이제 투자자이자 주인으로써 괴산자연드림파크 공방을 책임지고 있다. 직원과 공방장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수미김 허선례 ⓒ 아이쿱생협

허선례 공방장은 "책임감이 크다. 망하면 안 되니까(웃음). 작은 공방이지만 작다고 안하는 건 없다. 직원일때는 신경쓰지 않았던 인사, 노무, 홍보, 개발, 교육 등 모든 분야를 챙기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다. 힘든 일도 많았지만, 큰 보람을 느낀다. 또한 매출 현황에 더욱 주의 깊다. 아이쿱생협의 인기상품은 항상 우유, 두부 같은 신선상품인데 최근 수미김에서 출시한 플라스틱 트레이(내포장 용기)를 뺀 김이 함께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제품개선을 통한 매출상승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근수 공방장도 "기업이 얼마 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하며 "직원 2명으로 시작한 기업이 이제는 21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직원이었다면 크게 고민하지 않았을 일들도 또 책임지니까 느끼게 되는 점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두 공방 모두 기업의 운영은 자율적으로 하고 있지만 기술개발과 신상품개발부분에서는 협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세플라스틱 없는 소금이다. 세이프넷은 미세플라스틱 이슈가 화제가 되면서 안전성의 이슈가 과거와 달리 유기, 무기, 농약, 무농약 기준을 넘어 완전 다른 차원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인지하고 관련 문제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같이 고민하고 협력하고 있다. 

쿱양곡 공방은 소금이 위생적이지 않다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양곡관리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세플라스틱이 0%인 소금을 만들었다. 생산된 소금은 세이프넷안의 라면공방, 수미김 등 식품제조기업에 공급되고 있다. 

수미김은 미세플라스틱 없는 깨끗한 소금을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포장지를 친환경 소재로 전환해 가고 있다. 트레이 없는 김 개발에 대해 허선례 공방장은 "단순히 포장만 바뀌는 게 아니라 건조 방식과 포장을 위한 생산라인도 달라져야 했기 때문에 직원이었다면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비자가 원한다고 생각했고 환경에 부하가 덜 가는 방향을 사업에 반영했다."라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수미김은 사용 중인 포장재를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 것도 검토 중인데, 법적 기준 때문에 전부 바꿀 수는 상황이다. 또 기업 혼자서 포장재에 대한 기술개발과 연구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에 대해 허선례 공방장는 "세이프넷 안에서 환경의 부하를 줄이고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포장재의 소재부터 생산 공정, 재활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수미김 공방 라인 ⓒ 아이쿱 생협


구례, 괴산의 다양한 중소기업과의 협력하고 있는 '김태경우리밀베이커리'

김태경우리밀베이커리 김태경 대표 ⓒ 아이쿱 생협

세이프넷은 구성원들이 경험과 신뢰를 토대로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을 주고 있다. 우리밀로 빵을 만들고 있는 '김태경우리밀베이커리'는 1,200평 규모로 구례자연드림파크에 공방을 오픈했다. 구례, 괴산자연드림파크 통틀어 가장 큰 공방이다. 김태경우리밀베이커리의 김태경 대표는 "2000년에 아이쿱생협에 입사해 일한 경험이 주인이자 새로운 기업가로서 도전할 수 있게된 계기가 됐다. 큰 도전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구매해주는 조합원들이 있다는 점이 투자에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빵은 원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복합가공식품이다. 김태경우리밀베이커리에서 만드는 식빵 하나에는 우리밀, 밀크쿱의 무항생제 우유, 쿱유정란의 유정란 전란액이 사용된다. 이러한 협력은 구례자연드림파크에 입주한 다양한 중소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넘어 R&D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밀 글루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우리밀은 소비를 확대하려고 해도 쫄깃함이 없는 특유의 식감 때문에 신제품 개발이 제한적이었다. 그런데 세이프넷에 있는 식품개발연구소가 우리밀에서 글루텐을 분리해 다양한 상품 개발이 가능해졌다. 김태경우리밀베이커리에서는 강력분, 박력분을 가지고 식빵뿐만 아니라 페스츄리, 롤케이크 등도 만들고 있다. 
 

구례자연드림 베이커리공방 ⓒ 아이쿱생협


김태경우리밀베이커리는 신설 공방의 공장가동률을 안정화한 후 제빵제과 분야의 사회적경제기업 협력도 고민하고 있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소셜미션을 가지고 있는 사회적경제기업과의 협력해 제조업으로서도 제대로 자리 매김하고자 한다. 가까운 시일 안에 국내산 호밀, 귀리, 건조과일, 견과류를 사용한 건강한 빵을 개발해할 예정이며, 기반을 더 탄탄히 하기위해 벤처인증이나 스마트팩토리도 염두 해두고 있다.

세이프넷은 우리밀 글루텐 개발, 미세플라스틱 문제처럼 기업이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적인 생태계라는 전략을 선택했다. 정부의 협동조합 지원방향도 양적확대에서 자생력과 내실화를 갖춘 협동조합 생태계 육성으로 전환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세이프넷이라는 생태계가 어떤 결실을 맺게될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송소연 기자 sysong0612@naver.com

<저작권자 © 라이프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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