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도박하고 협동조합으로 비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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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박하고 협동조합으로 비상하다
'살아있네 강랜푸드 협동조합' 유정숙 이사장 인터뷰
  • 2019.10.08 17:56
  • by 송소연 기자

강원랜드는 침체된 폐광지역(정선군·태백시·영월군·삼척시)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졌다.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끌어 온 탄광은 1989년 채산성이 낮은 탄광 폐쇄(석탄산업합리화 정책)로 점점 문을 닫았다. '산업전사'로 불리던 광부들은 마을을 떠났고, '강아지도 만 원짜리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호황이던 지역 경제는 무너졌다. 폐광으로 침체한 지역 경제를 카지노로 살린 미국 덴버시와 펜실베이니아가 롤모델이 되어 카지노가 허가되었고, 지금의 '정선 카지노'가 2003년 문을 열었다. 카지노의 수익은 지역에 환원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사용되는 부분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도박중독으로 재산과 가정 그리고 목숨을 잃었다.

'살아있네 강랜푸드 협동조합' 유정숙 이사장이 처음 강원랜드를 방문한 시기는 2003~2004년쯤이다. 강릉 단오제를 구경하러 관광차 왔다가 카지노를 처음 접했다. 처음부터 거액의 돈을 베팅한 것은 아니고, 20~30만원 수준으로 시간이 될 때 한 번씩 방문했다. 긴 세월 동안 카지노를 방문하면서 베팅금액은 점차 늘어나게 되었다. 가지고 있는 집을 처분하고 노모에게까지 돈을 부쳐달라고 연락하기도 했다. 딸에게 연락하려던 찰나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에 카지노 출입을 스스로 정지하는 '영구정지'를 신청했다.

유 이사장은 클락(KLACC,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는 도박중독 예방과 치료활동을 진행하고, 단(斷)도박한 사람들이 다시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의 문을 두드렸다. 이 후, 숲해설가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따서 2017년 8월부터 4개월 동안 숲해설가로 활동했다. 다음해 봄에는 클락에서 진행한 협동조합 교육을 받았고, 단비(단도박으로부터 비상하는)모임에서 만난 조합원들과 강원랜드 희망재단의 '폐광지역 사회적경제 창업 지원 사업 아이디어'공모에 지원했다. 선정되어 협동조합을 만들게 되었고, '폐광지역 사회적경제 창업지원'에도 선정되어 분식점 '살아있네 강랜푸드'까지 열게 되었다.

하이원리조트 초입에 자리잡고 있는 '살아있네 강랜푸드 협동조합' ⓒ라이프인


강원랜드가 병주고 약주는 느낌이 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질문에 유 이사장은 "지원하라고 돈을 잃은게 아니라 지원 받게끔 내가 잃은거다."라고 말하며, "원망하게 되면 삶을 포기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삶을 사는 쪽을 택했다. 열심히 살고 있다. 그동안 바빠서 다른 걸 신경 쓸 틈도 없고, 도박의 유혹도 없었다. 요즘은 몸이 고단하지만 정신은 온통 일만 생각하고 있다. '잘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살아있네 강랜푸드 협동조합은 하이원리조트 초입에서 국수와 김밥을 파는 분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영구정지를 신청한 5명이 모여 4명이 1천50만원, 1명이 10만원을 출자했다. 최근 협동조합으로 가게를 차리니 협동조합에 관심을 갖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간혹 "영구정지하면 강원랜드에서 식당차려 줍니까?"라고 물어 보는 사람도 종종 있다고. 유 이사장은 "바닥을 내딛고 걸을 수 있는 발걸음을 함께 해주었는데, 정말 '첫 발걸음'에 불과했다"고 설명하며, 조합원들과 함께 협동조합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발로 뛰며 협동조합을 설립했다고 한다.

유 이사장은 협동조합의 가장 어려운 점으로 '사람과의 관계'를 뽑았다. "갑자기 조합원 1명이 그만 둔일이 있었다. 조합원들의 갈등도 있었다. 사소한 것에서 속상하고 사소한 것에서 풀렸다. 먼저 고민을 많이 하고 다가가니 해결되기도 했다. 협동조합이 잘 운영되려면 많이 싸워야하는 것 같다. 단, 잘 싸우고 잘 화해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을 고민하다 '뒤에서 험담하지 않기'를 정관에 포함했다.

우여곡절 끝에 가게를 여는 전날 밤, 유 이사장은 딸을 시집보내는 엄마의 마음처럼 긴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결과는 좋지 않다고. 사북에는 5천명이 살고 있다. 식당들은 시즌 6달(여름 3달, 겨울 3달)을 벌어서 6개월 동안 먹고 산다. 살아있네 강랜푸드 협동조합은 큰돈을 벌기보다는 현상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유 이사장은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다. 잘 되든 안 되든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우리의 사회적 목적은 우리가 잘 사는 것이다. 큰 욕심이 없다. 적게라도 노후자금을 만들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클락의 상담사는 유 이사장에게 처음 클락 방문 때보다 얼굴이 좋아졌다고 한다. 요즘 유 이사장은 할지 말지 고민되면 행동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 작은 성공의 경험이 확신을 주었다고 한다. 이 때 현실을 가감 없이 설명해준 멘토가 큰 힘이 되었다며, 힘든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멘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살아있네 강랜푸드 협동조합 유정숙 이사장 ⓒ라이프인

유 이사장은 협동조합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는 부탁에 "에휴~ 모르겠다. 잘되어야 하는데 정답이 없는 것 같다"라며, 식당 운영의 매뉴얼화, 배달, 테이크아웃 음식 판매, 메뉴 변경 등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고민 등을 공유했다. 사업이 잘 운영되면 1~2명 정도를 더 채용할 예정이다.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를 주민이 스스로 해결하고자 할 때 사회적 경제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살아있네 강랜푸드 협동조합은 이 지역의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작은 움직임을 시작했다. '하이원 베이커리', '고한사북대리운전(협동조합설립준비 중)', '깜밥이날다 누룽지자활협동조합', 비누, 샴푸 등을 만드는 '담비협동조합'에도 단도박 이후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희망의 씨앗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씨앗이 잘 성장해 꽃을 피우고 다시 씨앗이되어 날아가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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