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회적경제를 연구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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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회적경제를 연구해야 할까?
[서진선의 사회적경제 Q&A ⑦] 사회적 경제 교육과 연구, 그리고 대학의 역할2
  • 2019.09.27 09:24
  • by 서진선 (성공회대학교 협동조합경영연구소 연구원)

쿠피협동조합은 성공회대 대학원 협동조합경영학과 교수들과 학생들을 주축으로 협동조합 및 사회적 경제 연구와 교육을 하는 협동조합이다. 쿠피협동조합은 지난 7월 캐나다 요크대학교 맥머트리 교수(J. J. McMurtry), 프랑스 르망대학교 에릭 비데 교수(Eric Bidet), 캐나다 세인트메리대학교 소냐 노브코비치 교수(Sonja Novkovic)를 각각 초청하여 여름 세미나를 개최했다. 그들의 강연과 질의응답을 통해 나타난 사회적 경제 및 협동조합과 관련된 쟁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연재되는 글에서 사용되는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이라는 용어는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육성법에 정의된 인증(예비) 사회적기업보다 국제적인 의미에서 더 넓고 다양한 범주를 다루고 있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인터뷰 정리와 원고 수정에 도움을 준 정지현(성공회대 협동조합경영학과 석사과정)님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러나 본고의 방향과 내용은 오로지 필자의 책임임을 밝힌다.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 시즌2에서 장그래 사원은 김동수 전무에게 회계를 배우러 찾아간다. 김동수 전무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이론만 배워도 안 되고 현실만 알아도 안 돼. 이론은 현실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하고 현실은 이론의 토대 위에 서야 한다고.” 김동수 전무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계는 이 세계를 설명하고 있는 이론(들)의 토대 위에 있다. 그렇다면 사회적 경제와 관련된 이론이나 연구의 현실은 어떤가? 맥머트리 교수는 사회적 경제, 협동조합에 대한 이론과 연구가 부족하다(undertheorized)고 지적한다. 사회적 경제기업의 실재(實在)를 이해하기 위한 각 나라의 맥락을 파악하는 연구는 비데 교수가 참여한 연구프로젝트도 2011년이 되어서야 시작되었고, 이제 그 결과물이 나온 것이다.

사회적 경제라는 것이 실제로 있는 것인지, 있다면 왜 그것이 존재하는지, 실제로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 사회적 경제기업을 위한 평가지표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등을 알기 위해서 우리는 이론연구와 실증연구가 필요하다. 우리는 연구를 통해 사회적 경제 현상과 이론적 근거를 설명할 수 있고, 사회적 경제기업에 필요하고 적합한 경영학 이론과 실무를 개발·적용할 수 있을 것이고,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경제에 관한 좋은 연구들이 하나씩 쌓여 좋은 토대를 만들어 낼 때 양질의 교육을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사회적 경제에 대한 지식이 연구를 통해 쌓이고 체계화될 때 사회적 경제는 조금 더 진보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문화원(British Council)’과 ‘영국 사회적기업협의체(Social Enterprise UK)’은 ‘글로벌 시티의 과제, 창조경제·사회적경제가 내놓은 해결책(Global City Challenges – The creative and social economy solution)’이라는 연구 보고서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도시가 직면하는 문제 8가지를 나열하고, 여기에 사회적경제의 방식으로 대응하는 방법과 사례를 제시한다. ⓒ영국문화원


비데 교수는 아시아의 사회적 경제기업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기 때문에 조사된 국가에서 사회적 기업이 현실에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연구의 성과가 나오는 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최근 성공회대 협동조합경영학과 교수들과 석박사 학생들은 그간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The Management of Consumer Cooperatives in Korea: Identity, Participation and Sustainability”라는 제목의 책을 Routledge 출판사를 통해 출간하였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2010년부터 협동조합경영학과가 시작되었으니 학생들을 훈련시키고 연구가 쌓여서 하나의 책으로 출간하는데 10년이 걸린 셈이다.

사회적 경제 연구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경제 관련 대학원이 많아지고 있으며 학부과정도 조만간 만든다는 소식이 들린다. 대학에서 사회적 경제 교육과정이 많아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사회적 경제 연구자 양성과정은 그렇게 눈의 띄지 않는다. 사실 해외 대학교에도 사회적 경제 관련 연구자 과정은 거의 없는 편이다. 관심 있는 연구자들이 개별적으로 연구를 하고 학회를 통해서 모이는 편이다. 이번 쿠피 세미나에 참석한 교수들은 사회적 경제,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교수들과 학생들이 모인 연구공동체가 대학에 있다는 사실이 즐거운 것처럼 보였다. 연구공동체가 있다는 것은 그 연구 분야의 양뿐만이 아니라 질도 높이는 힘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활발하지 않지만 사회적 경제 관련 학회와 학술지가 생기면서 학술적 교류가 진행되고 있다. 매년 사회적기업학회, 한국협동조합학회, 한국비영리학회가 모여 사회적경제통합학술대회를 열고 있다.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사회적 경제 관련 연구자 모임은 네 군데 정도 있다. 비데 교수와 ICSEM 프로젝트를 함께 실행한 유럽의 사회적 기업 연구자 네트워크 EMES, 노브코비치 교수가 의장으로 있는 국제협동조합연맹의 협동조합연구위원회 ICA CCR, 사회적 경제와 관련 학술지 Annals of Public and Cooperative Economics를 발간하고 있는 학술단체인 CIRIEC, 사회적 경제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목표로 이탈리아 트렌토에 위치한 연구소 EURICSE. 이외에도 여러 연구소와 연구자 네트워크에서 사회적 경제,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을 연구하고 논문, 책, 보고서 등을 발간하고, 학술대회와 세미나를 통해 모인다. 지금 우리가 사회적 경제에 대해 학습하고 있는 내용 대부분은 위에서 언급한 곳에 속한 연구자와 연구네트워크의 결과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회적 경제 현장과 대학은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할 것인가?

교육과 관련한 여러 문헌에서는 교육 프로그램을 대학 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협동조합연합회나 사회적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서 만들기를 권한다. 이는 아마도 사회적 경제 현장의 필요와 대학의 교육 전문성을 서로 인정하고 협력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CMEC은 세인트메리대학교와, 뉴질랜드 캔터베리대학교는 뉴질랜드 협동조합연합회와, 영국 셰필드할람대학교는 Social Enterprise Europe과 함께 각자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개설하였다.

하지만 모두가 이러한 협력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맥머트리 교수는 대학이 사회적 경제 연합조직과의 공식적인 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둘이 떨어져 있는 것이 더 건강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대학에서는 연구자가 자유롭게 생각하고 원하는 바를 얘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 대학에 경제적인 지원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어떤 것을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에는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학자들마다 다른 의견이 있는데, 사회적 경제 현장과 대학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때로는 협력, 때로는 긴장관계를 가지는 것이 더 건강한 생태계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노브코비치 교수와 비데 교수는 우리나라 정부가 사회적 경제에 우호적인 것이 큰 기회이고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사회적 기업 육성 기본계획’, ‘협동조합 기본계획’, ‘사회적 경제 인재양성 종합계획’ 등을 발표했다. 이러한 기본계획 속에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과 대학의 역할이 포함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정부의 지원은 대학 내 사회적 경제 교육을 확산시키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경제를 키우는데 일조할 것이다. 반면에, 이러한 교육의 밑바탕이 될 연구 부분이 미비한 점은 많이 아쉽다. 앞에서 얘기한대로 연구에는 많이 시간이 필요할 수 있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사회적 경제 연구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대학이 사회적 경제 교육과 연구를 잘 수행한다면 대학은 사회적 경제 발전을 위한 허브로써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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