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재활용률? 단순하거나 없애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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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재활용률? 단순하거나 없애거나
[기획] 안전과 환경오염의 주범 '플라스틱' 해법을 찾아라! ④
  • 2019.10.17 10:39
  • by 김정란 기자
07:31

"바다에 있는 미세 플라스틱은 현재 우리 은하에 있는 별보다 많다. 만약 현재 동향이 계속된다면, 2050년까지 우리 바다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게 될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의 말이다. (2018년 세계 환경의 날 기념 연설)

인간이 쓰고 버린 800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매년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파도 등에 잘게 부셔져 물고기가 먹게 된다. 플라스틱 입자를 먹은 물고기를 인간이 섭취한다. 인류가 버린 플라스틱이 생태계를 거치면서 다시 인간에게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인간에게 준 축복으로 여겨졌던 플라스틱이 전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재앙으로 다가왔다. 인류의 역사를 석기-청동기-철기시대로 나눈다면 현대는 플라스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 중 한곳이어서 플라스틱 사용의 부작용을 더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우리만의 문제를 넘어서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이어지기 전에 지구와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선택이 아닌 책임이다. 

라이프인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플라스틱의 사회적, 환경적 문제와 그에 대응하는 한국사회의 방식을 진단하고, 국내외 사례를 통해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해결방안을 고민해 보는 기획시리즈를 여섯 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①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 인간에게 묻다
② '9%', '91%' 플라스틱 - 숫자로 보는 플라스틱 재활용
③ 플라스틱 문제 누가 해결하고 있을까? 
④ 플라스틱 재활용률? 단순하거나 없애거나
⑤ 폐플라스틱 줄게~ 보증금 다오!

 

우리가 '플라스틱'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사실 PP,PE 등 다른 재질의 모음이다. 이는 플라스틱 재활용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라이프인

- 왜 모두 플라스틱 때문에 전전긍긍하나
터키의 어느 대학 식품공학과 연구팀이 '먹는 플라스틱'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또 어디서는 썩는 플라스틱을 개발했다고 한다. 왜 다들 플라스틱을 가지고 이런 저런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일까? 플라스틱 쓰레기가 지구를 덮고 있다는 심각성은 이제 세계 어디서나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 뿐만 아니라 해외 많은 나라들도 플라스틱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고, 그만큼 이를 처리하는 일에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이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처리는 쉽게 '재활용을 위한 단순화'와 '생산 규제'로 나눌 수 있다. 소비자들은 분리수거를 할 수 있지만 재활용을 직접 할 수는 없다. 플라스틱 제품의 폐기 처리가 단순해야 재활용까지 수월하게 이어지고, 생산 주체인 기업을 제한해야 플라스틱 쓰레기 자체가 줄어든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이뤄지지 않고는 재활용률 높이기는 실상 불가능하다.


- 쏟아지는 생수병, 그들의 해법은?
생수병 사례를 들여다보면, 각 국가가 플라스틱 포장재 처리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생수병을 비롯한 PET는 가장 많이 소비되는 플라스틱 포장재 쓰레기 중 하나다. 2016년 해양수산부와 해양환경관리공단이 내놓은 '국가해안쓰레기 모니터링'에서 PET는 7.4%로 분리 가능한 쓰레기 중 가장 많았다. 가장 많이 소비되는 만큼 가장 재활용이 편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특히 생수병은 몸체는 흔히 PET로 불리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뚜껑은 폴리에틸렌(PE) 또는 폴리프로필렌(PP)로 만들어져 아예 달리 배출돼야 한다.

뚜껑이야 쉽게 따로 버릴 수 있지만 라벨이 더 큰 문제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라벨을 몸체에 붙이는데 쓰인 접착제를 없애지 못하면 재활용 품질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주목받은 것이 비접착식 라벨이다. 일본은 절취선이 적용된 라벨로 이용자가 버릴 때 절취선을 제거하고 버리도록 하고 있다. 라벨을 벗기는 것만 수월해도 재활용 확률이 높아질까? 지난 기사에 언급된 것과 같이 일본 폐플라스틱은 올 상반기에 우리나라로 3만 5000톤이 수입됐다. 순수플라스틱의 비율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사용된 플라스틱 포장재 중 재활용에 드는 노동력이 적고, 그것은 재활용 업체의 이윤으로 이어지므로 재활용 확률이 높아진다.

유럽은 수분리성으로 알려진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물에 녹는 성질의 접착제를 사용해 PET병을 물에 넣으면 접착제는 녹고 라벨은 뜨는 방식이다. 두 방법 모두 라벨을 제거하는 방안이 될 수 있지만, 이 방식은 라벨 분리를 위해 '양잿물'로 불리는 유독성 물질을 사용하는 등 친환경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라벨 점착 방식 등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와 수월한 포장재를 구분하는 등급제를 포함하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의 하위법령 개정안'을 지난 8월 입법 예고했지만, 일반적으로 비접착식 라벨이 접착식보다 높은 등급을 받게됐다는 지적이 일어 아직 혼란을 겪고 있다.


- 재활용만으로는 해결 안돼! 규제 서두르는 나라들
단순화만으로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는 없다. EU의 통계기구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16년 EU가입국의 평균 플라스틱 포장재 재활용률은 42%다. 지난 2005년 24%에 불과했던 포장재 재활용률이 11년만에 18% 높아졌다. 그럼에도 이들은 서둘러 강력한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지난 해 '순환 경제를 위한 유럽의 플라스틱 대응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EU 회원국에서 모든 플라스틱 용기를 재사용 혹은 재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목표다. 구체적으로 2021년까지 빨대, 면봉, 일회용 칼, 접시, 풍선 등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을 금지하고, EU 회원국은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 병의 90%를 회수해야 한다. 이에 따라 각국이 각종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제 내년이면 프랑스에서는 플라스틱이 들어간 면봉이 아예 판매가 금지된다. 대신 대나무, 옥수수 등이 포함된 대체품을 만들어야 한다. 독일은 올해부터 시행된 신포장재법(Verpackungsgesetz)에 따라 제품 포장재를 다루는 모든 기업은 이에 대한 회수와 재활용, 폐기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마저도 제조사와 유통기업은 포장재 회수와 재활용을 자체적으로 해결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듀얼 시스템'에 참여해야 하고, 소재의 중량과 종류에 따라 부과되는 포장재의 수집, 분류, 폐기와 관련한 라이선스 수수료를 지불하는 강력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온라인 기업은 물론 '수입기업'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캐나다도 플라스틱 퇴출에 동참한다.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지난 6월, 이르면 오는 2021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전면 금지를 선언했다. 이에 더해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업체에 재활용 의무를 지우는 방안도 마련한다. 이들 규제의 플라스틱을 포장재로 사용하는 기업들에게 "생산하지 말라"는데 방점이 찍혀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비접착식 라벨을 도입한 기픈물 생수병 500ml. ⓒ라이프인


- 해외에선 기업들이 반발하지 않나요?
우리나라도 현재 자연드림의 '기픈물' 500ml 생수에 비접착식 라벨이 부착되는 등 변화가 시작되고 있기는 하다. 정부도 지난 해 규제안을 내놓고 플라스틱 퇴출이라는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해 5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소비 단계에서는 1회용품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2022년까지 1회용컵과 비닐봉투의 사용량을 35% 감량할 계획을 내놓았고, 2020년까지 모든 생수·음료수용 유색 페트병을 무색으로 전환하는 등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은 생산 단계부터 단계적으로 퇴출시키는 등 생산자의 책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 초 음료업계 반발이 컸던 PET 맥주병 퇴출이 2021년으로 당초보다 1년 늦춰졌고, 어두운 색을 무색으로 바꾸는 논의도 아직이다. 


위에 생수병 사례에서 언급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자원재활용법)' 하위법령 개정안에 대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측은 지난 9월, "환경부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분담금 차등화를 통해 생산 단계에서의 포장재 재질 및 구조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이는 '재활용이 더 잘 되는 포장재'의 생산을 늘릴 뿐, 플라스틱 소비 감축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생산자가 플라스틱을 덜 내놓는 것까지 가지 못한 개정안이라는 것이다. EU가 '순환 경제를 위한 유럽의 플라스틱 대응 전략'을 내놓으면서 "자원의 친환경적 사용과 지속가능한 활용을 통해 EU 경쟁력과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며 규제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에 비하면 우리 정부의 규제가 생산자, 즉 기업의 입장을 더 많이 배려한다는 국민들의 지적이 계속되는 이유다.


사실 우리가 해외의 플라스틱 포장재에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는 환경과 미래에 대한 당위적인 관심 때문만은 아니다. 수출 산업이 중요한 우리나라로서는 세계적인 플라스틱 규제 움직임을 따라가지 않으면 당장 수출길이 막힐 수도 있다.


우리는 한때 급속한 산업화의 흐름 속에서 환경을 뒤로 미뤄뒀지만, 이제 환경이라는 가치를 뒤에 둬서는 오히려 산업적으로도 도태될 수 있는 현실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가 쉽게 버려왔던 플라스틱 포장재들이 지구 환경을 지키자는 사회적 가치 때문만이 아니라 산업적인 의미에서도 우리의 변화를 요구하는 도구로 돌아왔다니 참 역설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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