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협동조합은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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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협동조합은 필요할까?
[볼로냐에서 배우다 ④] 자마니 교수 부부 강의 -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
  • 2019.10.21 17:55
  • by 정원각 상임이사(경남사회연대경제사회적협동조합)
05:18

경남의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해외연수가 이번이 처음이니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많이 늦은 편이다. 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사회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를 볼 수 있는 볼로냐 지역을 선정했는데, 일정은 참석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두 번의 강의와 다섯 곳의 현장방문을 진행했다. 주요 연수 내용을 정원각 경남사회연대경제사회적협동조합 상임이사가 라이프인에 소개한다.

 

▲ 오래전부터 한국사회에 협동조합에 대해 안내자 역할을 하였던 이탈리아 스테파노 자마니 볼로냐대학 경제학과 교수(사진 오른쪽)를 모시고 강연회를 개최했다.

약 160년 전인 1854년 토리노에서 이탈리아 협동조합이 출발했는데 21세기인 지금,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협동조합이 필요하냐고 반문하는데 나는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협동조합이 필요한 이유는 세 가지다.

먼저 시장경제가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협동조합이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는 자본기업을 중시하는 한쪽으로만 정책을 펴고 있지만 단일한 기업 형태만 아니라 다양한 기업 형태가 필요하다. 자본기업, 협동조합, 사회적경제, 베네핏회사(2010년 미국, 2015년 이탈리아 – 반은 자본기업 반은 협동조합 기업) 등과 같이 다양한 형태의 기업이 있어야 한다. 특정한 기업 형태가 주도하는 사회가 아닌 다양한 형태의 기업이 공존하는 시장의 생태계가 필요하다. 특히,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 시장 경제의 생태계를 위해 협동조합은 중요하다. 

두 번째, 민주주의 원칙을 위해서 필요하다. 협동조합은 노동이 자본을 콘트롤한다는 의미다. 자본기업은 자본이 노동을 콘트롤한다. 그리고 콘트롤한다는 것은 명령, 통제한다는 것이다. 정치에서만 1인1표의 민주주의를 하려고 하는데 경제에서도 민주주의가 되어야 한다. 독재정치를 하는 나라에서는 협동조합이 본질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협동조합의 민주적 결정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에서 민주화가 있어야 한다는 1795년 미국의 알버트 갈라틴의 이론이다. 갈라틴은 미국 독립선언 서명자로서 진정한 민주정치를 위해서는 경제에서도 민주주의를 이루어야 한다고 의회에서 선언했다.

세 번째, 불평등의 해소를 위해 협동조합이 필요하다. 현대 사회는 빈부의 차이가 너무 깊어졌다. 과거에는 불평등이 개인의 문제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의 불평등은 금융을 비롯한 경제 시스템의 문제다. 불평등이 심화되어 시장경제를 무너뜨릴 정도로 심각하다. 그러면 협동조합이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협동조합은 최저임금과 최고임금의 차이가 자본기업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에 불평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 경남 사회적경제 조직 연수단원들이 이탈리아 자마니 교수(볼로냐대학교) 부부를 모시고 강연회를 개최했다.

한편 협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약점도 알아야 한다.

첫 번째는 자본을 쉽게 조달할 수 없다. 주식 시장에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중공업, 조선업 등을 하려면 대규모 자본을 조달해야 하는데 협동조합은 그럴 수 없다. 협동조합은 투자한 자본만큼 의사 결정권을 주지 않는다. 배당도 제한되어 있다. 결국 이런 협동조합의 원칙들은 반대로 자본 유치를 어렵게 한다.

두 번째 약점은 협동조합 경영진 개인들의 욕망을 컨트롤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다. 자본기업에 유능한 인재들이 몰리고 협동조합에는 유능한 인재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그것은 편견이고 문화의 차이다. 그런데 자본기업은 경영진에 대해 물질적 보상을 한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그렇지 못하다. 이럴 때 협동조합 경영진의 개인적인 욕망을 대한 대응이 쉽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다. 

세 번째 약점은 세상의 변화에 대한 대응이 느리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인적 결합체이고 그에 따른 의사 결정이 느리기 때문에 자본기업과 같이 빠른 결정과 대응이 어렵다. 이는 협동조합의 본질적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변화하는 세상에 대해 적응하고 대응하는 협동조합이 꾸준히 생겼다. 핀테크, 플렛폼 분야에서도 협동조합으로 대응을 하고 있고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협동조합의 중요성은 더 강조될 것이라고 본다.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다.

첫째, 4차 산업혁명 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응과 응용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변화에 잘 적응하는 사람들은 이 분야에 교육받고 훈련된 소수의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서 소외될 텐데 이 다수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다수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협동조합, 신협 등을 만드는 일이다.

둘째,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면대면 관계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다. AI, 로봇 등이 해야 할 일이 있지만 그것들이 하지 못하는 일들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인간들의 면대면 관계다. 병원에서 로봇이 간호사의 역할을 모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사람의 병은 약으로만 치료되지 않는다. 하이테크놀로지가 하지 못하는 면대면 관계는 협동조합의 중요한 영역이다. 한편 채택해야 할 기술인가에 대한 판단 중의 하나는 '인간의 관계를 파괴하는 것이냐?'에 대한 것이 있다. 인간의 관계를 파괴하는 기술은 위험하다.

셋째,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강조해야 할 부분은 민주주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보가 중요한데 잘못하면 한 곳에 집중된다. 이 집중의 이유는 돈 때문이다. 하버드대학의 시몬스 교수는 "권력의 집중에서 분산이 필요하고 돈이 먼저가 아니라 인간의 자존감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이 행복을 어디서 느끼느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데 인간은 이를 돈으로만 해결하지 못한다. 분산된 권력, 그 권력에 참여하는 인간의 자존감, 이를 통한 민주주의 증진, 그리고 거기서 오는 행복감. 이는 협동조합이 잘하고 장점으로 가지고 있는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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