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플라스틱 '혼합 플라스틱'으로 해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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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플라스틱 '혼합 플라스틱'으로 해결하자
[기획] 안전과 환경오염의 주범 '플라스틱' 해법을 찾아라! ⑥
  • 2019.11.01 21:30
  • by 송소연 기자
06:48

"바다에 있는 미세 플라스틱은 현재 우리 은하에 있는 별보다 많다. 만약 현재 동향이 계속된다면, 2050년까지 우리 바다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게 될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의 말이다. (2018년 세계 환경의 날 기념 연설)

인간이 쓰고 버린 800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매년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파도 등에 잘게 부셔져 물고기가 먹게 된다. 플라스틱 입자를 먹은 물고기를 인간이 섭취한다. 인류가 버린 플라스틱이 생태계를 거치면서 다시 인간에게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인간에게 준 축복으로 여겨졌던 플라스틱이 전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재앙으로 다가왔다. 인류의 역사를 석기-청동기-철기시대로 나눈다면 현대는 플라스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 중 한곳이어서 플라스틱 사용의 부작용을 더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우리만의 문제를 넘어서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이어지기 전에 지구와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선택이 아닌 책임이다. 

라이프인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플라스틱의 사회적, 환경적 문제와 그에 대응하는 한국사회의 방식을 진단하고, 국내외 사례를 통해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해결방안을 고민해 보는 기획시리즈를 여섯 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①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 인간에게 묻다
② '9%', '91%' 플라스틱 - 숫자로 보는 플라스틱 재활용
③ 플라스틱 문제 누가 해결하고 있을까? 
④ 플라스틱 재활용률? 단순하거나 없애거나
⑤ 폐플라스틱 줄게~ 보증금 다오!
⑥ 버려지는 플라스틱 '혼합 플라스틱'으로 해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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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하고 버려지는 플라스틱은 어디로 갈까? 폐플라스틱에게는 4가지 길이 있다. 소각되거나, 매립되거나, 바다로 이동하거나 재활용되는 것이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을 모두 재활용하면 좋겠지만 '사이언스 어드밴스 저널'에 게재된 '플라스틱의 생산과 이용, 운명' 논문에 따르면 1950년부터 65년 동안 인류가 사용한 플라스틱 89억 톤 중 단 9%만이 재활용 됐다. 나머지 91% 중 79%는 매립되거나 쓰레기로 방치됐고, 12%는 소각 처리됐다.

버려진 플라스틱 91%가 간 길은 결국 최상위 포식자 인간을 향해있다. 소각장으로 간 플라스틱은 연료로 사용되지만, 소각과정에서 다이옥신 같은 유해물질을 발생시킬 수 있다. 매립지에 간 플라스틱은 다른 쓰레기와 함께 '침출수(浸出水)'를 만들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바다로 흘러들어간 플라스틱은 생물분해가 되지 않아 '미세 플라스틱'으로 쪼개져서 바다에 떠돌아다니게 된다. 바다에 떠있는 플라스틱 조각들은 바다새와 물고기가 먹고 먹이사슬을 통해 독성물질을 퍼뜨린다.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인해 인간을 둘러싼 환경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게 됐다.

▲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한 플라스틱 폐기물 조각의 모습 ⓒ사이언스


플라스틱 분리수거 열심히 해도 재활용이 되지 않는 이유는? 
비싼 선별비용, 복잡한 재생과정 때문

우리나라 쓰레기 재활용률은 독일에 이어 59%로 세계 2위다. 정부가 재활용 선별업체로 넘어긴 쓰레기를 재활용 된 것으로 집계하기 때문이다. 재활용 선별업체가 얼마나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선별이 잘 된 플라스틱은 고품질 원료가 되지만, 선별이 안 되면 폐기물이 된다.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같은 종류(재질)의 플라스틱을 선별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아직 재활용 기술이 발전단계에 있어 폐플라스틱을 수작업으로 분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규모 면에서 경제적이지 못하고, 재생품의 품질이 비교적 좋지 않다.

환경부에서는 플라스틱을 3가지(페트, 플라스틱, 비닐류)로 분리 배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보통 플라스틱은 생활 쓰레기 속에 혼재되어 있고, 플라스틱 간에도 서로 다른 재질로 구분되어 있지 않다. 7개 플라스틱 종류 중 페트는 다른 플라스틱보다 재활용이 용이하기 때문에 별도 배출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페트병의 경우 재질이 다른 뚜껑과 라벨를 제거하지 않으면 대부분 폐기된다. 

▲ 합성수지 재질 분리배출표시 ⓒ환경부

플라스틱과 비닐류로 배출하는 6종(HOPE, LOPE, PP, PS, PVC, OTHER)은 업체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상태와 재질로 선별된다. 이때 선별자의 분별력과 숙련도에 전적으로 의지해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인력이 많이 소요된다. 플라스틱의 순환을 생산단계부터 고려하야만 하는 이유다.

선별이 잘 된 플라스틱은 분쇄, 세척 과정을 거쳐 펠렛(Pellet, 압축하여 만들어진 작은 조각)으로 만들어져 다시 제품으로 생산된다. 플라스틱 음료수 병이 펠렛이 되기까지는 최소 14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폐플라스틱병이 펠렛(Pellet)으로 만들어지는 과정]
(1)선별 → (2)수거 → (3)압축 → (4) 병뚜껑 제거 → (5) 1차 세척 → (6) 색깔별 페트병 분류 → (유색 페트병 검은색으로 염색) → (7) 상표 제거 → (8) 2차 세척 → (9) 분쇄 → (10) 3차 세척 → (11) 금속탐지기로 이물질을 제거 → (12) 조각조각 잘라진 플레이크(Flake) 형태로 제작 → (13)화학적 정제로 불순물 제거 → (14)펠렛 형태로 제작


폐플라스틱 선별 과정 없는 단순한 재활용 방법 : 알록달록 혼합 플라스틱!

혼합 플라스틱은 종류별로 분리되지 않은 폐플라스틱을 의미한다. 혼합된 폐플라스틱을 분리하지 않고 재생하면 성분간의 상용성으로 인하여 물성이 저하되어 품질이 저하된다. 최근 선별과정 없이 재생 가공하여 적절한 품질을 가지는 재활용 제품을 제조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 오래된 플라스틱 장난감 조각으로 만들어진 의자와 테이블 ⓒecoBirdy

벨기에에 본사를 둔 '에코버디(ecoBirdy)'는 기증받은 아이들의 장난감을 분쇄해서 어린이용 가구를 만든다. 에코버디의 주요 목표는 혼합 플라스틱 재활용 장벽을 극복하는 것인데, 특히 재활용하기 어려운 플라스틱 장난감 폐기물에 집중하고 있다. 장난감은 다른 소비재보다 플라스틱을 더 많이 사용한다. 장난감의 80%는 소각되거나 매립지로 버려지고, 90%는 수명이 6개월 정도다. 에코버디는 오래되고 사용되지 않은 장난감을 수집, 분류, 세척 및 분쇄해 100% 재활용 플라스틱 조각(ecothylene)으로 만든다. 장난감이었을 때의 색깔을 그대로 사용해 추가적인 색소나 수지도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인 제조 과정으로 만들어진다.
 

▲ 혼합 폐플라스틱이 원재료인 바이블럭으로 만들어진 벽 ⓒByFusion

뉴욕 기반 스타트 업 '바이퓨전(ByFusion)'에서는 혼합 플라스틱으로 '바이블럭(ByBlock)'을 만든다. 플라스틱의 장점이 반영되어 콘크리트보다 절연성이 우수하고 벽돌보다 강하다. 바이퓨전은 세척과 분류 작업 없이 거의 모든 유형의 플라스틱을 증기와 압축을 사용하여 블럭 형태로 만든다. 블럭은 무독성 제조 공정으로 만들어 지는데, 화학용품이나 접착제도 쓰지 않고 폐플라스틱을 분쇄해 다양한 모양과 크기에 맞춰 압축시킨다. 블럭을 쌓아올릴 때도 가운데 강철봉을 끼워 고정하기 때문에 접착용 시멘트가 필요 없어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는 거의 배출되지 않는다.

 

▲ 혼합 플라스틱 320g으로 만들어진 화분 ⓒ아이쿱생협

국내에서는 아이쿱생협이 혼합 플라스틱을 활용해 화분을 만든다. 아이쿱생협은 지난 7월 개최된 사회적경제박람회에서 '플라스틱 100% 재활용을 위한 세이프넷(SAPENet)의 약속'을 통해 플라스틱 저감, 재활용 정책 추진을 선언했다. 친환경농업(생산)과 윤리적소비(소비)간 지속가능한 시스템 구축에 사회적 가치를 담은 폐기까지 확장하는 도전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를 위해 2020년 괴산자연드림파크에서 약 2,000평 규모로 플라스틱 재활용 공방 '지구야 고마워'를 열 예정이다. 공방에서는 플라스틱을 선별하지 않고 골고루 섞어 사용해 재활용의 과정을 4단계로 축소했다. 과정이 줄어든 만큼 재활용 비용도 줄어들었다. 조합원 가정, 매장, 물류센터 등 아이쿱생협 내에서 발생된 플라스틱은 수거되어 재활용 공방에서 화분, 의자 등의 제품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더 이상 플라스틱 문제 해결은 사용하는 소비자의 몫만이 아니다

관점을 바꾸면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쓰레기 재활용률 1위인 독일은 '미래의 자원은 폐기물에서 나온다'고 할 정도로 재활용 산업을 미래 산업으로 주목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재활용 관련 법적 규제 및 폐기물 처리 기술 개발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하고있다. 독일의 폐기물 처리 관련 산업의 매출은 2013년 기준 266억(약 34조 7천억 원)유로 규모로 1천2백여개 회사에 약 12만 명이 종사하고 있다. 

플라스틱 문제 해결은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를 추구하는 시민과 더불어 생산단계부터 플라스틱의 자원순환을 고민하는 기업, 플라스틱이 잘 회수되고 재활용될 수 있도록하는 정부의 정책과 결합되어야만 가능하다. 플라스틱 병을 비롯하여 각종 플라스틱 제품을 계속 매립하고 소각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 아닐까? 91%의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쌓아놓기만 한다면, 인류가 한 일들 중에 가장 수치스러운 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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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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