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젊은 대륙 아프리카를 이끄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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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젊은 대륙 아프리카를 이끄는 청년들
[아프리카 소셜벤처 기행 ⑧] 아프리카 청년 정상회의 (Youth Connekt Africa Summit) 참가 후기
  • 2019.11.05 11:30
  • by 엄소희(키자미테이블 공동대표)
10월 중에 아프리카의 르완다와 에티오피아에서 연달아 '아프리카와 청년', '아프리카와 사회적 기업'을 살펴볼 수 있는 국제 행사가 열렸다. 필자는 르완다에서 활동하는 소셜벤처 '키자미테이블'을 대표하여 각 행사에 참석했는데, 각 행사에서 경험하고 느낀 부분을 라이프인을 통해 공유한다.

 

Youth Connekt Africa Summit 2019 포스터 ⓒYouth Connekt 공식 트위터

'가장 젊은 대륙' – 아프리카 대륙을 일컫는 별칭 중 하나이다. 이것은 아프리카를 재발견, 재평가하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제 3자 관점의) 추상적 표현이 아니다. 실제 아프리카 대륙의 인구는 젊음, 그 자체이다. 인구의 70%가 30세 이하이며, 대륙 전체의 평균 연령은 23~24세 정도이다. 문자 그대로 지구 상 가장 젊은 대륙인 것이다. 물론 이는 많은 배경을 내포한다. 출산율이 높은 점이라든지, 기대수명이 길지 않다든지 하는. 하지만 이것을 문제의 지점으로만 삼을 것이 아니라, 현상 그대로 받아들이면 아프리카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설명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안팎에서 '아프리카'라는 지역적 요소와 '청년'이라는 세대적 요소를 결합하여 구상하는 시도가 활발하다. 아프리카 대륙 내에서는 많은 국가에서 ‘청년부’를 정부 부처로 두고 있고, 국가의 중요한 발전 요소로 보고 있다. 'Youth Connekt'라는 청년 포럼 역시 그 일환이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고, 사회의 주요한 이슈를 청년들과 연결 짓기 위한 행사로써, 아프리카 대륙 내 12개 국가에서 개최되고 있다. 'Youth Connekt Africa Summit'은 이 청년 포럼의 정상회의 격으로, 매년 대표 국가를 선정하여 열리는데 2018년과 2019년에는 연속으로 르완다에서 이 행사를 유치했다.
 

▲ Youth Connekt Africa Summit 2019 개막식 모습 ⓒ엄소희


아프리카 대륙에 한정된 행사처럼 보이지만, '아프리카'라는 키워드보다 '청년'이라는 주제에 더 집중하기 때문에 각 대륙에서 이 행사에 참석한다.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 간 열린 2019년 행사에는 91개국의 청년 및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전세계적으로 청년 이슈가 주목 받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아프리카의 청년에 전세계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대륙의 청년들이 직면하는 문제는 다른 대륙의 청년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 막 사회에 진입하는 청년들은 대개 '어떻게' 사회에 진입할 것인지(일자리 및 리더십), 그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기술 및 경험 습득) 등에 대한 고민을 갖기 마련이다. 2019년 Youth Connekt Africa Summit 에서 5대 목표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요약해보자면 '1. 일자리 창출, 2. 청년들의 기술 향상, 3. 청년 리더 양성, 4. 청년 간의 연결, 5. 성별 격차 해소'였다. 청년들을 인적 자원으로 보고, 이들이 경제적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다양한 논의와 시도를 하고자 하는 것이 행사 내내 느껴졌다.

청년들의 문제는 농촌 지역보다는 도시 지역에서 더 두드러지기 마련인데, 이는 도시의 역동성과 연결된다. 최근 들어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도시화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고, 특히 청년들을 중심으로 인구 유입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일자리 문제가 도시문제(빈곤, 범죄 등)로 이어지면서 도시 청년의 안정적인 정착과 역할 찾기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도 ‘도시와 청년’을 주제로 한 워크숍이 열렸고, 아프리카의 도시 청년과 다양한 이슈를 연결 지어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환경, 남남-협력, 리더십, 창의적 경제, 비즈니스 등 다섯개의 주제로 나누어 그룹별로 토론을 진행했는데, 참가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것은 창의적 경제와 비즈니스 분야였다. 여기에서 창의적 경제는 기존 산업과는 다른 혁신 사업을 일컫는 것으로, 크리에이티브를 접목한 문화 예술 분야 비즈니스 사례가 다루어졌다. 큰 틀에서 보면 창의적 경제 역시 비즈니스 분야이기 때문에, 청년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분야는 비즈니스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아프리카의 청년들이 비즈니스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들이 다른 대륙의 청년들에 비해 특별히 사업가 정신이 발달해 있기 때문이 아니다. 이들이 소속될 수 있는 정부나 기업의 자리가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예로 들어보면, 한국은 공무원 등의 공공 일자리와 대기업/중소기업의 민간 일자리, 그 외 각종 기관의 사회 일자리 등 사회 각 분야에 기능이 활성화되어 있어 분야별로 일자리가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대부분의 나라는 그렇지 않다. 정부의 기능과 활동이 아직 제한적이고, 민간 영역 또한 크지 않다. 때문에 기존 기관에 소속되는 일자리를 찾기가 매우 어려워서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다.
 

▲도시 청년 이슈 토론에서의 각 그룹별 모두 발언 모습(우측 두번째가 필자) ⓒ엄소희


필자는 '도시 청년과 비즈니스' 토론의 중재자로서 토론을 이끌었는데, '청년들이 비즈니스를 하고자 할 때 부딪치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반면 기회 요소는 무엇인지', '준비 과정에서 사전 조사가 왜 중요한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아프리카 대륙 뿐 아니라 아시아, 중동 지역에서 온 청년들도 참여하여 자신의 사례를 나누었고, 매우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토론 시간 동안 획기적인 해결책이나 놀라운 결론은 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서로 의견을 나누는 사이에 참여자들이 공감대를 쌓고, 우애를 다지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정부의 부정부패 문제는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데, 이런 문제 때문에 무언가 시도하고 시작하기 어렵다'라는 이야기에 각자의 이야기를 보태며 동감하고, '그래도 이런 행사가 있어서 다양한 경험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은 좋다'는 이야기에 유사한 행사나 프로그램을 서로 소개해주며 정보를 나누는 식이었다.

토론의 내용적인 부분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참여하는 청년들의 태도였다. 필자는 키자미테이블이라는 소셜 레스토랑을 1년 여간 운영하면서 많은 청년들을 만났다. 대부분은 이력서를 들고오는 구직자들이었는데, 대개 수줍어하고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본 행사에서 만난 청년들은 당당하고 활기찼다. 이들이 얼마나 이런 기회를 바라고 기다렸는지 잘 느껴졌다. 이들이 더 많이 발언할 기회를 가지고, 무언가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분명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Youth Connekt Africa Summit에서 다루어진 주제와 오간 논의들은 각 세션을 담당했던 UN 기구들에 의해 정리되어 정책 제안으로 전달된다. 아직 최종 문건이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도시 청년 이슈 토론을 통해 정리된 제안은 1. 청년 기업가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 및 플랫폼 필요, 2. 남-남 협력 활성화를 위한 청년 리더 양성, 3. 창의적 경제 영역 확산, 4. 정부와 청년 간의 긴밀한 협업 등이다.

청년들을 주체로 세우자는 논의를 하는 이 행사마저 정부와 국제기구의 주도로 진행되고, 안건이 정리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참석한 청년들이 점차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서로 간의 연대를 통해 조금씩 역할을 키워간다면, 언젠가는 진정 ‘청년에 의한 청년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Youth Connekt Africa Summit의 캐치프레이즈는 'I take the lead(내가 앞장 선다)'였다. ‘젊은 아프리카’가 그 동력을 온전히 활용하려면,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 문구 그대로, 이제는 청년들이 앞장 설 수 있도록 온 사회가 함께 움직일 수 있길 바란다.


엄소희
케냐와 카메룬에서 각각 봉사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아프리카에 각별한 애정을 갖게 됐다. 좋아하는 것(먹는 것과 관련된 일)과 하고 싶은 것(보람 있는 일), 잘하는 것(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의 접점을 찾다가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아프리카 음식점을 열었다. 르완다 청년들과 일하며 '아프리카 청춘'을 누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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