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양천아이쿱, 조합원활동가의 성장을 들여다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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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양천아이쿱, 조합원활동가의 성장을 들여다 보다
  • 2019.11.05 17:00
  • by 정설경 객원기자
지난 11월 1일 양천구에 소재한 해누리타운에서 '스무살 양천아이쿱, 더 나은 미래를 꿈꾸다'라는 주제로 20주년을 기념했다.  ⓒ양천아이쿱생협

양천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양천아이쿱)이 창립 2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11월 1일 양천구에 소재한 해누리타운에서 '스무살 양천아이쿱, 더 나은 미래를 꿈꾸다'라는 주제로 20주년을 기념했다. 기념식에 앞서 열린 포럼 및 토론에서는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한 양천아이쿱 20년'을 이정주 양천경제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발제를 진행했다. 이정주 이사장은 양천아이쿱생협의 3대 이사장이면서 조합원 활동가가 조합의 대표를 맡은 첫 당사자이기도 하다. 이날 포럼은 여성들이 조합원 활동을 주도하며 생협의 리더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짚어보는 기회이기도 했다.

주부들이 주도한 좀 다른 시민단체, 생활협동조합

양천아이쿱생협의 전신은 볕내생협이다. 1997년 사명감과 운동성을 갖춘 실무자가 조합원 중심의 준비위원회를 꾸리면서 생협운동이 시작되었는데 규모가 작아 경영이 열악했다. 수년간 경영난을 겪던 수도권의 6개 생협(볕내, 부평, 부천, 안산, 한밭, 수원)은 21세기 생협연대를 창립(1998년 3월)하여 물류통합을 시작으로 생존 방안을 모색했다. 생협은 드넓은 도시에서 지역사회 주민들, 특히 평범한 주부들이 결성한데서 다른 시민단체와는 차별적이었다. 1999년 7월에는 양천지역의 볕내생협과 강서지역의 어깨동무생협 조합원 120명이 '강서양천생협'으로 통합하여 힘을 키웠다. 작은 규모로 유지해야 하는 어려움을 통합으로 극복해 보는 의미를 갖는다.

생협운동은 안전한 먹을거리를 시민들의 주요한 관심사로 끌어 올려 윤리적소비운동의 의제로 확산시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 자연드림 매장을 개설함으로써 지역사회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조합원활동가를 광범위하게 조직함으로써 조합원 주도의 의제를 만들고 윤리적소비자들이 조직되는 거점이 되었다. 양천아이쿱은 초기 63명의 조합원 규모에서 4천명이 넘는 조합원 규모로 성장하는데 20년이 걸렸다. 대중적인 소비자생활협동조합으로서 규모와 면모를 갖추는데 에는 매장이 큰 계기가 되었다. 조합원들은 소비자로서 자기정체성을 깨달으며 소비자 본연의 실천 의제를 세우고 실현하기 위해서 꾸준히 성장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헌신과 열정의 아이콘, 이사장들

'20주년 기념식'에서는 3명의 전임 이사장들에게 공로상을 시상했다. 3,4,5대 이사장이었던 이정주, 김미선, 이복자는 양천아이쿱생협을 설립하고 성장하게 한 1세대 활동가로, 헌신과 열정의 아이콘이다. 후배 활동가들은 기꺼이 그들의 공로를 공유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조합의 이사장은 외부의 명망가를 영입해서 임명했고, 조합원 활동은 여성활동가들이 주도해서 끌어갔다. 공로상을 수상한 이복자 이사장(양천아이쿱 5대 이사장)은 "고인이 되신 이인철 초대이사장님이 떠오릅니다. 이제는 여성들이 주도하며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될 것이라고 늘 격려해 주셨다"고 회고하며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2004년 3대 이사장은 양천아이쿱 최초로 조합원 활동가가 이사장으로 선출되었다. 조합원활동가 이사장은 본격적으로 각종 모임과 회의를 주도했고, 조합원 소통을 실질적으로 담당했다. '더불어혼입'사건처럼 사업의 위기가 닥쳤을 때도 탈퇴하려는 조합원들과 직접 소통함으로써 조합원에게 아이쿱생협의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고 회고한다.

'20주년 기념식'에서는 3명(이정주, 이복자, 김미선)의 전임 이사장들에게 공로상을 시상했다. ⓒ양천아이쿱생협


조합운영의 전면에 나선 조합원 리더십

아이쿱의 성장은 사업적으로는 매장을 통해 조합원 규모가 커졌고, 다양한 사회적 의제를 제기하고 실천한데서 생협의 사회적 의무를 확인하게 되었다. 또한 사회적경제가 성장하기 전부터 이미 태동했던 생협은 조합원들이 경영의 전면에 나선 최초의 조직이 아닐까. 2008년 신정동에 복합매장을 설립하며 꾸준히 매장을 늘렸는데 증가하는 조합원 규모를 감당하기 위해 이사회가 주도적으로 고민했다. 매장 근처에 마련한 조합원 활동공간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이사회가 직접 운영의 주체가 되었다. 실무력을 갖춘 사무직원의 도움을 받아 자원활동가들은 상근시스템을 갖췄고, 매장이 자리한 인근에 위치한 공간을 통해 조합원 활동을 확대해 갔다. 조합원 활동 공간에서 조합원과 소통하며 모임과 프로그램으로 조합원 활동이 활발해졌다. 다양한 교육과정이 더해져 조합원들은 배움으로 자기주도성을 발견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경영 효율화로 조합원 활동 공간은 줄어 들었지만, 조합원들이 모이고 배우고 소통하는 공간은 자원활동가들이 탄생하고 성장하며 아이쿱리더십으로 자리매김한 중요한 매개가 되고 있다.

지역사회로 확장한 아이쿱 리더십

양천지역은 마을공동체와 사회적경제생태계가 꾸준히 조성되고 성장하고 있다. 아이쿱에서 갈고 닦은 리더십은 양천구 지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김미선 이사장(양천아이쿱 4대 이사장)은 양천마을네트워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으며, 이정주 이사장은 양천사회적경제협동조합을 탄생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이미연 사무국장(강서구사회적경제생태계조성단)이 평가한 것처럼, 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서울에서 두드러지는데 특히 양천구는 양천아이쿱의 내부 역량과 리더들이 헌신적으로 역할해 주어 네트워크 기반이 먼저 마련되었다. 사회적경제생태계를 구축하는 미션에도 아이쿱의 리더십이 주도성을 발휘하고 있어 생협은 사회적경제와 함께 지역사회를 계발하는 중요한 자원이 되고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다시 점검하며 향후 비전을 수립해야 하는 몫을 스무살 양천아이쿱은 충실히 해 내고 있었다.

스무살에 세우는 양천아이쿱의 포부~리더십과 소통

스무살을 맞는 양천아이쿱의 미래비전 선언문에는 조합자치와 민주주의 운영원칙을 최우선으로 실천할 것을 강조했다. 조합원 스스로 운영하고 방향을 세워 나가는 조합자치를 실현하고, 조합활동의 꽃은 조합원의 자발적 참여임을 반복했다. 조합원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조합자치는 조합원 활동가들의 몫이며, 이들의 성장은 아이쿱의 리더십이 성장하는 것이다. 조합원 활동의 책임단위이자 운영 주체인 이사회는 협동조합운동의 방향성을 가지고 조합원이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과 교육을 제공하여 건강한 이사회로 선순환될 수 있도록 건실한 비전으로 설계했다. 협동조합 선구자들이 내세운 협동조합의 가치와 원칙을 미래비전 선언에 충실하게 담았다.

이정주 이사장(양천사회적경제협동조합/ 양천아이쿱생협 제3대 이사장)은 지난 20년 양천아이쿱 조합원으로서 보내온 시간을 회상하며, 그동안의 성장을 바탕으로 양천구 지역사회와 함께 행복한 실천운동을 펼쳐보길 주문했다. "가치중심에서 소비중심으로 움직이는 조합원, 급격한 생활방식의 변화로 조합원모임과 소통이 변화해야 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변화를 반영하는 모임과 소통, 그리고 조합원활동가를 어떻게 배출할 것인가, 우리는 중요한 미션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1세대 활동가들이 헌신과 열정의 리더십으로 조합을 키웠다면 새로운 세대의 리더십은 어떻게 배출되고 성장할 것인가.

어려운 과제를 목전에 두고 조합원의 목소리를 이성란 이사장(현 양천아이쿱이사장)이 소개했다. 양천아이쿱조합원 318명을 대상으로 조합(원) 소통과 비전수립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많은 조합원들은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의지로 가입했고, 물품에 대한 신뢰가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가격혜택과 자연드림마일리지에 대한 반응은 아주 좋았다. 지속가능한 조합을 위해서 매장과 물품을 이용하고, 조합원 경제참여(책임출자금과 선수금 등)가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협동조합 7원칙은 우리의 기본, 기본에 충실하자고 강조했다. 특히 협동조합의 자율과 독립은 본원적 역할이다. 조합원들이 자긍심으로 느끼고 있는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고,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생협은 지역사회에서 함께 존재하고 주민과 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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