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케어가 가능한 시니어 주택 '캄펑 애드미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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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케어가 가능한 시니어 주택 '캄펑 애드미럴티'
  • 2019.11.07 19:13
  • by 신효진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협동연구원)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주관한 <2019 싱가포르 협동조합 제도 및 정책사례 연구 연수(2019. 10. 22~26)>를 통해 싱가포르 협동조합을 다양한 분야에서 확인했다. 그 중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사회 구조 속에서 지역에서 답을 찾고자 한 싱가포르의 캄펑 애드미럴티(Kampung Admiralty)를 라이프인에 소개한다.

인구 약 570만 명의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저출산, 고령화 이슈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미혼율은 높아지고 출산율은 낮아지고 있으며, 인구평균 연령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1990년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거주자 인구의 약 7%,였지만, 2018년의 경우 인구의 약 14%로 증가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빠르게 나이 들어가는 사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2017년 정년 후 재고용 의무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노동인구 감소에 대비한 경우가 그 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구 구성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특정 집단을 분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커뮤니티를 유지·발전시키는 정책을 가져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 정부가 추진한 정책 중 하나가 캄펑 애드미럴티(Kampung Admiralty, Kampung은 말레이어로 마을(villages)을 의미하며, 애드미럴티(Admiralty) MRT와 연결되어 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싱가포르 거주자 연령 피라미드 ⓒ싱가포르 통계청(Department of Statistics Singapore)


시니어와 관련된 우리사회의 복지 정책은 분명 발전하고 있지만 문화적으로 세대 간 거리는 전혀 가까워지지 않고 있다. 현실에서 시니어들이 다른 세대와 어울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일상 속에 세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캄펑 애드미럴티 사례를 통해 우리가 놓여 있는 현실의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살펴보기에 앞서 싱가포르의 주택 정책의 특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우리나라의 한국토지주택공사에 해당하는 주택개발청(HDB, Housing Development Board)을 1960년 설립하고 토지를 국유화한 뒤 공공아파트를 지어 서민과 중산층에게 저렴하게 분양해 오고 있다. 싱가포르 인구의 80%는 정부가 공급하는 HDB 아파트에 거주한다. 토지 및 주택 등을 국가에서 직접 관리하는 형태인 HDB 아파트는 각자가 원하는 주택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충분하지 못하다. 점차 1인 세대 및 부부세대가 증가하면서 기존 HDB 아파트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졌다. 그래서 2010년 이후 거주자들의 요구에 맞춘 새로운 개념의 HDB 아파트가 개발·공급되고 있는데 말레이시아의 조호르바루(Johor Bahru)와 가까운 북부 우드랜드(Woodlands) 지역에 위치한 캄펑 애드미럴티는 특히 시니어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HDB에서 실행한 첫 번째 프로젝트이다.
 

캄펑 애드미럴티의 전경 ⓒ싱가포르 주택개발청


2018년 완공한 캄펑 애드미럴티는 싱가포르에서 최초로 시니어를 위해 사회시설, 헬스케어, 상업시설 및 주거 공간을 통합하여 개발한 주거 공간으로 55세 이상부터 분양 신청이 가능하다. 캄펑 애드미럴티는 주택개발청이 여타의 기관들(보건부, 이순 헬스 캠퍼스, 국립환경기구, 국립공원위원회, 육상교통청, 유아개발기구 등)과 협력한 다기관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리셴룽 총리는 2018년 싱가포르 건국기념일 연설에서 거주지에서 멀지 않은 공간에서 가족, 친구, 이웃과 교제하며 거주자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캄풍 애드미럴티가 앞으로의 공공주택 모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2018년 세계 건축 페스티벌(World Architecture Festival)에서 올해의 세계건축상(World Building of the Year)을 받을 정도로 현재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바를 건축물에 충실히 담아냈음을 인정받았다.
 

캄펑 애드미럴티 건물 안내도 ⓒ신효진


캄펑 애드미럴티는 지하 2층(주차장, 슈퍼마켓), 1층(커뮤니티 플라자, 상점), 2층(호커 센터, 도심, 공공주택 단지, 교통 허브 근처에 위치해 모든 사람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을 제공하는 싱가포르만의 고유한 푸드 코트 같은 곳), 3~4층(의료시설), 6~7층(돌봄센터 등), 8층(테라스)로 구성되어 있다. 주거공간과 상업/커뮤니티 공동공간이 수직으로 놓여 있는데 이는 전통적인 싱가포르 주거공간의 특징(주거-커뮤니티/호커센터-공원)을 수직화한 것이라고 한다.
 

캄펑 애드미럴티 8층에 있는 커뮤니티 농장 ⓒ신효진


캄펑 애드미럴티의 커뮤니티 농장(community farm)이 있는 8층부터 차례차례 공간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커뮤니티 농장 입구부터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경사로와 손잡이가 눈에 띄었다.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품을 들여 공간을 가꾸고 그로부터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 오밀조밀하게 위치하고 있었다. 거주 공간 가까이에 사회활동은 물론 공동작업이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시니어들의 독립적이고 활동적인 생활을 가져가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커뮤니티 팜 자재 창고 ⓒ신효진


6~7층은 돌봄센터가 위치하고 있었는데 시니어를 위한 돌봄센터는 물론 아동돌봄센터가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자연스럽게 세대간 상호작용과 유대감이 쌓일 수 있겠다는 기대를 품게 했다. 두 돌봄센터는 물리적으로 가까이 위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해 세대 간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그 과정 자체가 시니어들에게 자녀 혹은 손자를 양육할 때의 경험을 다시 일깨우는 한편, 정서적인 안정감, 삶의 목적과 존엄성을 강하게 인식할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한편 두 곳의 돌봄센터가 싱가포르 전국노동조합(NTUC, National Trade Union Congress)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NTUC Health의 Health Active Ageing Hub와 NTUC First Campus의 My First Skool이라는 것은 눈여겨 볼 지점이다. Active Ageing Hub는 음악 교실, 요리수업 등 간단한 교육 프로그램부터 매일 아침 가벼운 운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더해 거주민들은 물론 지역주민들을 위한 데이케어, 가정 간호 및 재활서비스를 제공한다.
 

액티브 에이징 허브 활동사진 ⓒ신효진


3~4층은 의료센터였다. 의료시설이 가까이 있어 거주자는 물론 보호자들에게도 안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의료센터는 지역주민들도 이용 가능했는데 캄펑 애드미럴티의 존재가 여러 측면에서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공공의 이익을 염두에 둔 섬세한 요소들이 곳곳에서 빛을 발했다. 

2층 호커센터 또한 NTUC 사회적기업인 Foodfare에서 운영하고 있었는데 900석 규모의 호커센터는 일찍부터 식사를 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어 거주민들의 생활비 부담을 더는 것은 물론 지역주민들도 자주 찾는 공간으로 보였다. 중국, 말레이, 인도 등 다양한 문화와 전통이 빚어낸 음식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호커센터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세대 간 조화를 만들고자 하는 캄풍 애드미럴티의 모습 그 자체이기도 했다.
 

Foodfare에서 운영하는 호커센터 ⓒ신효진


지하 1층에는 싱가포르 마켓 점유율 59%에 달하는 소비자협동조합 Fairprice의 슈퍼마켓 매장이 있었다. 깨끗하게 정리된 매대에는 다양한 품목의 제품들이 놓여 있었다. 적정 가격으로 양질의 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는 슈퍼마켓에는 오전부터 사람들로 붐볐다. 캄펑 애드미럴티 내에서 생활의 필요(needs)가 원스탑(one-stop)으로 손쉽게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은 시니어들에게 큰 장점이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가졌다.
 

지하 1층에 있는 소비자협동조합 Fairprice의 슈퍼마켓 매장 ⓒ신효진


한창 캄펑 애드미럴티를 둘러볼 때 신나는 음악소리가 들렸다. 1층 플라자에 사람들이 가득 모여 음악에 맞춰 운동을 하고 있었다.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한 시간 동안 피트니스 이벤트가 열리는데 바로 그 현장이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가 1층 열린 공간에서 진행된다고 한다. 캄펑 애드미럴티는 거주자들을 위한 공간일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이익을 조화롭게 가져가기 위한 공간이다.
 

오전 운동이 한창인 1층 플라자 전경 ⓒ신효진
1층 플라자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이벤트 안내 ⓒ신효진


지역 주민들의 접근이 용이해 누구나 공간이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의 혜택을 맘껏 즐길 수 있었다. 그래서 캄펑 애드미럴티에는 전체적으로 활기가 넘쳤다. 거주하는 시니어들은 물론 지역주민들이 수시로 왕래하며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일상적인 만남과 소통이 이뤄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캄펑 애드미럴티는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시니어 주거공간의 한계를 넘어 지역사회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또한 MRT 역이 가까워 대중교통을 통한 이동이 용이했는데 지역사회, 나아가 사회와 연결되어 있음을 물리적인 시설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시니어들이 쉽게 갖게 되는 고립감과 소외감을 낮추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년인구 중 사회활동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이들의 비중은 20.9%이다. 여기서 언급한 사회활동은 여행, 학습활동, 동호회활동, 친목단체활동, 정치/사회단체활동, 자원봉사, 종교활동 등(강나은(2018), ‘노인의 경제활동과 사회참여’, 보건복지포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다. 제한된 사회적 활동 범위는 노년기의 정신건강과 고립감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또 일부러 찾지 않아도 집 근처에서 다양한 활동이 열려 자연스럽게 이웃들과 접할 수 있다면 사회적 상호작용은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다. 캄펑 애드미럴티를 둘러보며 다양한 세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우리 사회에 만들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물음을 갖게 됐다.

싱가포르 캄펑 애드미럴티 사례는 시니어의 주거공간, 건강 및 사회적 요구에 통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일 기관이 아닌 다양한 기관들 사이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지역사회 통합 돌봄(community care)에 대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제기되는 요즘,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물론 정부의 여러 부처 사이에서 협력과 연대를 통한 공통의 과제를 해결하는데 캄풍 애드미럴티 사례는 의미가 크다. 

토지 개발에서부터 의료보건 시설, 사회적 돌봄, 지역사회와의 관계망을 유기적으로 가져가는 캄펑 애드미럴티는 거주하는 노년층의 만족도는 물론 함께 살아가는 지역주민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그렇게 지역의 필요를 담아내는 공간은 지역주민들에게도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두 번째 캄펑을 싱가포르 북서쪽에 건설하기 위한 계획이 세워졌다고 한다. 싱가포르 국토개발부(MND, Minister for National Development)에 따르면 2026년 하반기 완공 예정으로 Yew Tee MRT 근처에 위치하게 된다. 차근차근 쌓여가는 ‘캄펑(kumpung)’ 사례들은 가족과 자녀의 의무로 여겨진 노인돌봄 영역이 지역사회와 관계를 맺으며 어떻게 또 다른 돌봄의 가능성을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줄 것이다. 결국 고령사회 정책이 지역에서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에 따라 시니어의 삶은 물론 지역주민의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AIP(Aging In Place, 살던 곳에서 나이 들기)는 시니어에 관한 정책의 세계적인 흐름이다. 이는 지역의 인적·물적 자원을 바탕으로 최대한 살고 있는 곳에서 필요한 돌봄서비스를 받으며 생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캄펑 애드미럴티 역시 이러한 움직임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특히 사회적기업과 협력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는데 국내에서도 각 지역에 위치한 돌봄 관련 사회적경제 조직들과 충분히 협력하여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러한 움직임을 통해 각자도생이 아니라 지역의 사회안전망을 함께 구축하며 시니어들은 물론 지역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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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진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협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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