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마을운동은 마을에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상태바
공정무역마을운동은 마을에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공정무역마을을 묻다 ③] 공정무역가게, 공기핸디크래프트 윤하나대표에게 듣다.
  • 2019.11.11 14:48
  • by 이은주(리츠메이칸대 국제관계학부 석사 졸업)

성공회대학교 협동조합경영학과 공정무역연구팀과 일본 리츠메이칸대학교 경제학부의 오노 아츠시 교수팀은 함께 한국과 일본의 공정무역을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다. 최근 한국 공정무역마을운동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위치에서 공정무역마을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관계자들을 만났다. 공정무역마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들의 생각을 소개한다.

① '공정무역마을'이 발전하려면? - 손민호 시의원에게 듣다
② 공정무역으로 어떻게 ‘공정한 삶’을 확산시킬 수 있을까? - 고태경 활동가에게 듣다
③ 공정무역마을운동은 마을에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 윤하나 대표에게 듣다

최근 한국의 소비자들은 '의미있는 소비' 혹은 '지속가능한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러한 사회현상에 따라 여러 분야의 사회적 기업이 발전하고 있으며, 공정무역도 그 중의 하나이다. 공정무역이란 저개발국과 선진국의 불공정한 무역으로 발생하는 구조적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며, 서로에 대한 존중과 투명성에 기초하여 보다 공평한 파트너십을 추구한다. 

공정무역하면 주로 커피와 초콜릿을 떠올리지만, 최근 그 형태가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식품과 패션 그리고 생활잡화나 화장품 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생겼고, '공정무역'의 좋은 의미에 더해져 디자인과 상품성이 좋은 공정무역 가게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 종로구 원서동에 위치한 공기핸디크래프트 쇼룸에는, 세련된 수공예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공정무역을 '좀 더 자유롭고 재미있게. 그리고 사람 중심의 거래'를 하고 있는 공기핸디크래프트 윤하나대표를 만나 '공정무역'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Q 공정무역에 관한 활동은 언제부터 하게 됐는가?

2014년에 법인을 설립하고, 이듬해인 2015년 3월에 브랜드를 런칭했다. 공정무역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오랫동안 커뮤니케이션 관련 일을 했다. 공정무역과의 인연은 네팔에서의 국제 NGO활동을 통해 시작되었다. NGO의 1차적 구호사업 대상은 아니지만 여전히 함께할 필요가 있는, 이를테면 사각지대에 위치한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네팔은 공정무역이 활발한 국가 중 하나이고, 거리에는 예쁜 공정무역 샵들이 많았다. 그때부터 공정무역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보통의 UN기구들이나 NGO기관들이 해온 원조하는 형태의 일방향적인 지원이 아닌, 동등한 관계의 파트너쉽을 맺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어떻게 하면 나 자신도 함께 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마야 전통의 중심, 백스트랩베틀직조 ⓒ공기핸디크래프트



Q 공정무역의 의미는 무엇인가?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두 가지 차원으로 정리한다면, 하나는 사람중심의 거래, 다른 하나는 한 쪽에 치중되어 있는 기존의 무역관행을 중간 지점으로 오게 하고 싶은 활동이다. 사실 시장경제와 다른 어법으로 운영되는 공정무역 활동이 상대적으로 규모도 작은 단체들에게 때론 무리한 투자이기도 또 한계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한 쪽으로 치우친 부분을 끌어당겨 균형적이며 동등한 파트너쉽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리해야 하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 공정무역은 그런 과정 상의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Q 최근 로컬페어트레이드가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흐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공기핸디크래프트 윤하나대표 ⓒ인천공무역협의회

개인적으로 로컬페어트레이드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어떻게 보면 우리가 계속 해온 활동이다. 공기핸디크래프트의 경우 과테말라 현지에서 작업한 직조를 들여와 한국의 봉제장인과 함께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이것이 넓은 개념의 로컬페어트레이드라고 생각한다. 과테말라 현지의 생산자들은 베틀 짜는 것에는 강점이 있지만, 그것을 제품화하는데 있어서는 한계도 어려움도 있다. 현지의 제한적인 규모로 눈높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부자재를 소싱하거나 재봉기술을 발전시키는 등 여러가지를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각자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함께 의견을 모았다. 수공예를 다루고 있는 입장에서 볼 때, 로컬페어트레이드는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로컬페어트레이드가 큰 단위의 지역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좀 더 작은 단위인 지역중심단위로도 활동이 확산되었으면 한다. 또한 지역의 특성을 담은 로컬페어트레이드 제품이 많이 개발되면 좋겠다. 예를 들면, 순천의 지역 컨셉이나 생산품으로 제품을 함께 만들고, 그 제품을 순천에서만 판매하는 형식의 비즈니스 모델이라면, 로컬페어트레이드의 의미도 더하고, 지역과도 좀 더 많이 협업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공정무역 상품을 판매할 때 어떤 윤리나 가치를 강조하는가?

'사람' 을 강조한다.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래서 제품 라인 이름도 생산자 이름을 따서 만들기도 한다. 공정무역이 어떤 의미가 있고 저개발국의 생산지 지원 등의 개념적인 설명보다는 좀 더 낮은 차원으로 내려와서, 이것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의 삶과 전통, 의미등을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
 

(왼쪽)욜란다와 욜란다의 아이, (오른쪽)욜란다가 직조를 짜고 있다. 욜란다를 비롯한 백스트랩 베틀을 짜는 여성 아티잔(artisan)들은 마야 전통의 중심이다. ⓒ공기핸디크래프트


Q 공정무역 캠페인이 상품 시장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공정무역 캠페인은 대체로 ‘공정무역은 좋은 것’, ‘공정무역은 필요한 것’, 그래서 ‘공정무역제품 사세요’, 이 세 가지로 구성되는데, 이것이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와 닿지 않을 때가 많다고 느낀다. 공정무역에 대한 설명도 추상적인 면이 많은데, 캠페인을 하는 시각 자체가 조금씩 바뀌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도 새로운 컨셉과 활동, 그를 통한 메시지를 공유하는 시도들을 조금씩 하는데 물론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보다 소비자 언어로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 좀 더 자유로운 시각으로, 재미있게 접근하는 시도들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공정무역’이라는 테두리에는 속해 있지 않지만, 비슷한 비전을 갖고 활동하는 젊은 조직이나 브랜드들이 여럿 있다. 소비자(특히 젊은 층)들이 이들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반응하거나 더 쉽게 접근하는 것을 볼 때, 미래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공정무역 업계가 생각해볼 지점들이 있다.
 

꿈꾸는 욜란다, 두머리 독수리 쿠션 ⓒ공기핸디크래프트

Q 현재 전 세계 약 2천개 도시에서 공정무역 확산을 위해 공정무역마을운동을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인천, 서울, 부천, 화성, 하남, 경기도가 공정무역도시로 인증되어있다. 한국공정무역마을운동이 잘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현재 우리의 공정무역마을운동은 공공이 정책화하고 큰 단위의 조직 몇몇이 이끌어가는 방식이다. 물론 공공의 지원은 필요하고 조직의 규모가 동력이 되어 짧은 시간 내에 성과가 나타나는 장점이 있다. 다만, 앞으로의 지속적이고 단단한 성장을 위해서는 좀 더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고 공존하는 균형적인 다이나믹스가 생겨나면 좋겠다. 시민 중심의 운동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어렵긴 하지만, 자발적으로 공간과 이벤트를 만들고, 지역에 있는 활동가들과 연대해 조직되고, 그러면서 지역을 기반으로 사회적경제운동,공정무역운동을 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다양한 사람과 크고 작은 브랜드, 기관이 파트너가 되어 주도하는 형태가 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한국 공정무역마을운동과 공정무역 전반의 과제는 무엇인가?

첫째, 공정무역 시장 자체를 넓히는 것. 둘째,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공정무역단체, 브랜드들이 더욱 많아지는 것. 아주 좁은 현재의 시장 안에서 소수의 단체들이 대립적으로 경쟁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 함께 시장을 키우고, 그럼으로써 개성있는 조직들이 더 많아지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탄탄하게 성장하는 데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단체들이 연대할 수 있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 예를 들면, 물류나 마케팅이다. 연대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함께 해보는 것도 가능하다. 작은 단위에서부터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늘려가며 전체 파이를 키우는 것이다. 시장 자체가 너무 작기 때문에, 전체 파이를 키우는 것은 다 같이 해야 할 필요가 하고, 캠페인도 다른 시각과 차원으로 이것저것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공정무역협의회와 공정무역마을운동이 중심이 되어, 개별단체들이 하기 어려운 것 또는 하고 싶으나 역량이 안되는 것들을 조금씩 추진시켜 나갔으면 좋겠다.

공기핸디크래프트는 2019년 남은 기간 동안, 좀 더 다양한 소비자들과 만나기 위해 CJ올리브마켓, 부산 홈리빙 생활용품 박람회,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 등 홈리빙데코 분야의 다양한 행사에 참여한다고 한다. 내년에는 새로운 제품라인도 구상 중이다. 앞으로 공정무역기업과 로컬이 협업해 만들어 가는 공정무역마을운동이 활발히 진행되기를 기대해보자.

라이프인 열린인터뷰 독점기사는 후원독자만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분들은 로그인을 하시면 독점기사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가 아닌 분들은 이번 기회에 라이프인에 후원을 해보세요.
독립언론을 함께 만드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은주(리츠메이칸대 국제관계학부 석사 졸업)
이은주(리츠메이칸대 국제관계학부 석사 졸업)
중요기사
인기기사
  • (07317)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영등포로62길 1, 1층
  • 제호 : 라이프인
  • 법인명 : 라이프인 사회적협동조합
  • 사업자등록번호 : 544-82-00132
  • 대표자 : 김찬호
  • 대표메일 : lifein7070@gmail.com
  • 대표전화 : 070-4705-7070
  • 팩스 : 070-4705-7077
  • 등록번호 : 서울 아 04445
  • 등록일 : 2017-04-03
  • 발행일 : 2017-04-24
  • 발행인 : 김찬호
  • 편집인 : 이진백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소연
  • 라이프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라이프인.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