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회적경제, 어떻게 키울까? 제도 만들고 연대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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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회적경제, 어떻게 키울까? 제도 만들고 연대 강화해야
송영석 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 인터뷰
  • 2019.11.11 23:27
  • by 노윤정 기자
▲ 송영석 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 ⓒ라이프인

실업 및 고용불안, 빈부격차 등 경제구조적 문제가 심화되면서 사회적경제의 중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국제연합(UN)에서는 기후변화 방지·불평등 해소·지속가능한 개발 및 소비 지향 등의 가치를 우선 순위에 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수립했으며, 유럽연합(EU) 주요 국가들은 사회적경제를 저성장·저고용의 경제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평가하고 있다(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유럽 차원의 실천계획을 촉구하는 '마드리드 선언'에 서명, 2017). 국내에서도 지난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되고 이에 의거해 2010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설립됐다. 또한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는 등 사회적경제의 제도적 환경이 갖춰져 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사회적경제 관련 제도는 미비한 실정이다. 사회적경제기업 고용 비중이 전체 고용 대비 1.4%에 그친다는 점만 봐도(유럽연합의 경우 6.5%)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 역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경제를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한 관계기관의 존재와 역할이 절실한 상황이다. 인천에서는 해당 역할을 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담당하고 있다.

2014년 11월 출범한 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인천시 사회적경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사회적경제조직의 발굴과 육성, 판로 지원 등 인천 지역의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조직된 기관이다. 시에서 직접 운영하다가 지난 2016년 민간에 위탁했으며, 지난 9월 사단법인 인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로 수탁기관이 변경되고 인천평화의료복지사회협동조합 전무이사 및 부평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인천생활협동조합협의회 대표 등을 역임한 송영석 센터장이 취임했다. 라이프인은 송 센터장을 만나 인천의 사회적경제 전반에 대한 이야기와 사회적경제 육성을 위한 구상에 대해 들어봤다.

Q. 인천시에서 집중하고 있는 사회적경제 육성 및 지원 정책은 무엇인가?

사회적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제품의 공공구매를 확대하기 위해 공공구매 활성화 조례를 만들었으며, 최근에는 공유자산 이용료 감면 혜택을 사회적경제기업까지 확대하도록 조례를 개정해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경제기업들의 공유자산 이용료는 평정가격의 1/100이다.

또한 사회적경제기업 지원제도 실행지침을 준비해 계약통제관을 신설하고 사회적경제기업의 공공구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경제기업 제품 우선구매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실행지침을 만들고 계약통제관을 두어 운용하는 방안을 내년(2020년) 실행할 계획이다.

더불어 당사자 조직 간, 그리고 당사자 조직과 관 사이의 네트워크 구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당사자 조직의 이야기를 관에 전달하고, 관의 이야기를 당사자 조직과 상의한 다음 그 내용을 다시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연결망이 구성돼야 한다. 네트워크를 키우다 보면 일이 진행되는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협동하고 연대함으로써 사회적경제 내부의 힘을 기를 수 있다.

Q. 사회적경제조직 간 소통 창구를 단발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한 구상이 있다면?

큰 고민이다. 당사자 조직들이 상시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공간과 해당 공간을 유지할 수 있는 내용을 만들어야 한다. 다른 지역의 사례를 참고하면서 당사자 조직들을 한 장소에 모이게 하고 면대면으로 만나 함께 사업을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흩어져 있는 각 당사자 조직과 기관들을 모으고 정례적 모임을 형성하는 역할을 해보고자 한다. 최근 인천에 사회적경제조직이 생긴 이례로 그런 자리를 처음 만들어봤다. 그래서 사람들이 고무돼 있다. 현재는 그 정도 단계다. 지원 정책이나 사회적경제의 내용이 좀 더 보강돼야 한다. 오피니언 리더 그룹들까지 묶어서 네트워크를 좀 더 규모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야 네트워크가 공고해지고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올해 민간위탁법인이 사회적경제네트워크로 결정됨에 따라 민관협력의 기회가 확대되고 있으며 민간 간의 네트워크도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회적경제기업의 필요를 효율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중심으로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시민들과 현장에서 만나 교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다. 개별 기업의 어려움을 공동으로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시민의 지지를 얻고 인지도 개선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Q. 시에서 펼치는 사회적경제 활동에 대한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혹은 활동으로는 어떤 것들을 구상하고 있는가?

사회적경제 활성화와 지속가능성의 기반은 시민의 참여와 지지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경제기업의 인식 제고와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하고 있다. 시민을 찾아가는 홍보 행사인 사회적경제 박람회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 우수상품박람회와 시민이 사회적 가치가 있는 기업을 선정하는 '사회적경제 가치 페스티벌'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인정받은 기업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특히 인천의 경우 성공한 지역화폐로 평가받고 있는 'e음카드'(인천시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만든 모바일 기반의 선불카드) 플랫폼에 사회적경제몰을 입점시켜 사회적경제 제품의 판로 확대와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기업이 지향하는 사회적가치를 중점으로 판단해서 인천의 대표기업을 키우려고 한다. 지향하는 사회적가치나 가치 실현을 위한 구상 등을 평가해서 기업을 발굴하고 전문가 그룹과 함께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고, 사람들에게 홍보할 예정이다. 생활협동조합이라고 하면 안전한 먹거리가 떠오르지 않나. 그런 식으로 해당 기업을 떠올렸을 때 특정 사회적가치가 떠오를 수 있는 기업을 육성하고자 한다.

ⓒ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Q. 사회적경제를 실현하는 방법은 결국 '소비'일 것이다. 사회적경제의 규모를 키우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 

공공구매가 기본 바탕이 된다. 사회적경제기업 입장에서 공공구매를 해주면 운영하는 데 여유가 생길 것 아닌가. 공공구매는 기업이 운영될 정도의 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지속적인 거래가 가능한 판매처를 연결해주는 정도의 역할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공공구매와 관련해서 신경을 많이 쓰고 있고 기업들에게 판매의 장을 제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이 사회적경제 상품을 찾아서 소비하도록 해야 하지 않나. 소비자들이 구매를 결정하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가성비다. 당연히 동일한 품질에 저렴한 가격이 책정된 상품을 소비한다. 또 다른 요소는 기업과 상품이 제시하는 가치다. 소비자들이 상품의 가치를 소비하는 거다. 예를 들어, 폐방화복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어서 팔면 가격은 굉장히 비싸다. 수거 비용도 꽤 들고, 제품을 만들 때 수작업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폐방화복으로 만든 제품을 판매하면서 '여러분이 지불하신 금액 중 일부는 소방관들을 위해 쓰인다'고 하면 소비자들이 그 물건을 구매한다. 즉,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해당 상품을 구입했을 때 어떤 가치를 얻을 수 있는지, 그걸 잘 설득해야 한다.

Q. 인천시 전체 경제기업에서 사회적기업은 0.3%, 사회적기업 취업자는 인천 전체 취업자 가운데 0.43%라고 한다. 시 내 사회적경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당면과제는 무엇일까?

인천시의 전체 경제기업 중 사회적기업의 비율 및 취업자 비율의 비중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건 인천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다만, 인천이 사회적기업의 지속율이나 고용률 등의 지표에서 우수한 수치를 나타내는 것은 연구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회적경제기업들의 외연 확장을 위해서는 인프라와 기반 자원을 마련하고 확산해야 한다. 인천시는 공공기관 출자와 민간협의회를 주축으로 기반기금을 조성하고 있으며, 도시재생과 마을공동체 등과 협력하여 지역 사정에 적합한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사회적경제 기반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사회적경제 혁신타운 조성에도 적극 참여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 송영석 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 ⓒ라이프인

Q. 현재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경제가 지향해야 할 구체적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사회적경제는 사람 중심의 경제다. 지역사회의 필요를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자조적이고 자립적인 경제 활동이다. 사람들이 모여 관계를 맺고 연대를 이루며, 그 연대체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필요를 해결해 가는 것이다. 여기에 사회적경제의 방향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경제의 방향과 가치는 지역 중심, 사람 중심, 연대 중심이 될 것이다. 사회적경제는 지역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연대하고, 그 연대를 중심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의 경제라고 본다. 또한, 사회적경제 붐은 현상이다. 빠른 도약 뒤에 부족하거나 놓치는 부분은 없는지 성찰이 필요하다.

Q. 사회적경제 분야에 몸담고 있으면서 느낀 안타까운 점은 무엇인가?

안타까운 점은 정말 많다. 20년의 현장 경험을 비추어보면 제도, 민관의 협력 체계, 금융, 지원 체계, 시민의 관심도 등 모든 부분에서 아쉽고 안타까운 점이 있다. 그러나 아쉬움만 이야기 할 수는 없다. 사회적경제 확산을 위해서는 조직의 견고성을 더 탄탄하게 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사회적가치와 사업을 만들어 가는 프로세스가 정착되기를 원한다. 더불어 협력의 가치를 인정하는 제도적 다양성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지원 체계도 확대되어 사회적가치가 인정받고 확산되기를 희망한다.

또한, 당사자 조직의 내부 조직력도 키워야 한다. 조합원들을 교육하고 조직력과 참여도를 끌어올릴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기본적인 조직력을 갖추어야 지역사회를 설득하고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무엇보다 조직력 강화가 중요하다. 조직력을 가지고 자신들의 가치를 만들어내면서 시장경쟁력을 확보하는 거다.

Q. 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2019년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2020년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린다.

주어진 조건 하에서 사회적경제 조직의 지원을 확대하고 제도를 만들어 가는 데 기여했다고 자평한다. 사회적경제 우선구매 확대와 제도화를 만들어 내는 데 기여했으며, 사회적경제 우수상품박람회를 통해 사회적경제의 가치에 대한 시민인식 개선에 나섰다. 또한 사회적경제 기반조성을 위해 창업보육실을 확대 운영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2020년에는 사회적경제조직 간의 네트워크를 긴밀하게 하고 협력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자원의 집중과 집적을 통해 규모화해나갈 예정이다. 또한 지역 특성에 적합한 사회적경제기업을 발굴하고 집중육성할 것이며, 사회적경제 조직의 기초체력을 키우기 위해 공공구매를 체계화할 것이다. 사회적경제의 우호적인 문화 확산을 위해 오피니언 리더가 활약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2020년 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네트워크 구축 및 제도 개선, 판로 확대, 인식 확산 등 4대 목표를 중심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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