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들려주는 소셜벤처 이야기, 들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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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들려주는 소셜벤처 이야기, 들어볼래?
한기협, 소셜벤처 현안점검 및 개선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 개최
  • 2019.11.14 23:59
  • by 이진백 기자
▲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가 '소셜벤처 현안점검 및 개선을 위한 좌담회'를 13일 서울 중구 행복나래 수펙스홀에서 개최했다. ⓒ라이프인
▲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가 '소셜벤처 현안점검 및 개선을 위한 좌담회'를 13일 서울 중구 행복나래 수펙스홀에서 개최했다. ⓒ라이프인

다양한 사회문제를 혁신적인 기술,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해결하면서 지속가능한 수익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소셜벤처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 용어는 종종 혼용되어 왔다.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의 고용, 사회서비스 공급, 지역사회공헌 등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을 말하며, 소셜벤처는 '소수의 기업가가 사회문제를 해결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상업화하기 위해 설립한 신생기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즉 소셜벤처는 좀 더 다양한 사회문제를 좀 더 유연하게 해결하고자 하는 기업형태이다. 

소셜벤처는 사회적기업과 일반 벤처의 경계에서 사회적 가치와 수익을 모두 창출하는 기업이다. 그만큼 더 많은 도전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확고한 신념과 사명감뿐 아니라 제도적 지원과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소셜벤처는 법률적 정의가 모호하며, 소셜벤처의 법적지위와 지원제도도 부재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정작 필요한 기업이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목적을 지속하도록 유인할 방안이 없어 이에 대한 연구 및 정책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현장의 당사자 및 전문가들은 소셜벤처의 현안과 생태계를 어떻게 보고 있으며, 새로운 발전과제로 무엇을 제안하고 싶어할까?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이하 한기협)는 13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행복나래 수펙스 홀(SUPEX Hall)에서 소셜벤처 관련 이슈와 현안을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현장 당사자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소셜벤처 현안점검 및 개선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했다.

한기협 정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번 좌담회에서는 소셜벤처-임팩트투자, 사회적기업 관계자 등 현장 당사자 및 전문가들이 모여 소셜벤처의 의미와 소셜벤처가 창출한 사회적 가치, 소셜벤처 정착 및 활성화를 위한 정책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 변형석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상임대표. ⓒ라이프인
▲ 변형석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상임대표. ⓒ라이프인

좌담회는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변형석 상임대표의 사회로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좌담회에는 김혜원 교수(한국교원대학교), 경창수 이사장(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권운혁 전무이사((주)컴윈), 김정열 이사장(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원재 대표(LAB 2050), 이은애 위원(서울민주주의위원회), 도현명 대표(임팩트스퀘어), 김재현 대표(크레비스파트너스), 김형수 대표(트리플래닛), 김가영 대표(생생농업유통)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소셜벤처에 대한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고 또 소셜벤처와 관련된 환경이 급속히 성장하였지만 그로 인해 문제점도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간과 그 공백을 채울 수 있는 제도적 보완점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 사진 왼쪽부터 김혜원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김재현 크레비스파트너스 대표. ⓒ라이프인
▲ 사진 왼쪽부터 김혜원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김재현 크레비스파트너스 대표. ⓒ라이프인

한기협 정책위원인 김혜원 교수는 ▲소셜벤처를 중소벤처기업부가 관할하면서 일반 벤처기업과 동일하게 인식하는 오류를 보임 ▲소셜벤처 판별 기준 및 사회적 가치 판단 기준이 모호해 임팩트 투자자의 임의적인 해석으로 일반 영리 벤처기업에 임팩트 투자기금이 공급될 가능성이 높음 ▲소셜벤처 생태계의 크기에 비해 펀드의 규모가 지나치게 과대해 기업당 투자액이 높은 기업에 투자가 집중되는 상황이 나타나 씨드 또는 시리즈A 규모의 투자의 필요한 스타트업에게 공백이 발생 ▲고용노동부 소관의 사회적기업가 육성 정책 사업과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셜벤처 관련 정책이 이원화되어 정책 혼선이 발생, 양 부처의 협업으로 통일된 정책 기조와 사업 마련 필요 등을 좌담회 개최 배경으로 설명했다.  

▲ 사진 왼쪽부터 김정열 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 이은애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위원, 이원재 LAB 2050 대표. ⓒ라이프인
▲ 사진 왼쪽부터 김정열 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 이은애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위원, 이원재 LAB 2050 대표. ⓒ라이프인

좌담회에서는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가 과연 다른 것인가? 하는 고민속에서 최근 중소기업벤처부에서 소셜벤처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에 있고, 그 중 매년 1,000억원 규모의 임팩트펀드를 조성하면서 소셜벤처에 대한 관심 및 성장이 폭발함에 따라 다양한 이슈가 제기되는데 당사자들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좌담회는 ▲소셜벤처 판단기준은 적절한가? ▲소셜벤처 생태계는 어떠한가? ▲소셜벤처에 대한 금융지원 및 투자의 규모나 방식은 적절한가? ▲임팩트투자자 그룹이 많이 형성되고 있는데 투자의 생태계는 어떠한가? ▲소셜벤처 당사자들은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는가? 라는 다섯가지 질문을 제시하며 진행됐다. 본격적인 좌담회는 현장 당사자 4명의 모두 발언으로 시작됐다.  

▲ 사진 왼쪽부터 권운혁 (주)컴윈 전무이사, 경창수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 김가영 생생농업유통 대표. ⓒ라이프인
▲ 사진 왼쪽부터 권운혁 (주)컴윈 전무이사, 경창수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 김가영 생생농업유통 대표. ⓒ라이프인

도현명 대표는 이날 모두 발언에서 "최근 2년간 소셜벤처 영역이 지난 10년과 비교했을 때 최소 10배 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런 양적성장에 따른 한계와 단점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고, 적절한 가이드가 제시되어야 한다"며 이에 대한 방안으로 ①1억 이하의 최초 지원금과 10억 이상의 시리즈A 규모 이상의 투자는 늘어났다. 하지만 현장에서 필요한 2~5억 규모의 중간단계 투자가 부족하다. 소셜벤처가 성장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투자단계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 ②돈에 비해 사람이 부족하다. 소셜벤처를 이해하고 함께할 수 있는, 지원할 수 있는 전문역량을 가지고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 ③정부자금 이외에 민간영역에서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재단의 기업소유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④정부정책으로 인해 일반투자자들의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투자개념으로 들어오기에 소셜벤처는 일반 영리기업과 다르다. 오히려 이러한 투자가 늘어날 경우 소셜벤처 생태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가치 측정에 대한 검증과 검토가 반드시 함께되어야 한다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네 가지 방안 모두 시간이 필요한 사안이므로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재현 대표는 "한국에서는 임팩트투자와 소셜벤처를 동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분명 다르다. 임팩트투자는 다양한 영역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광범위한 투자개념이다. 이에 대해서 분명히 하지 않음으로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며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지만 그 이전에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으므로 정책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한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2~5억 정도의 투자가 필요하고 펀드는 30억정도의 규모가 적절한데 반해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형수 대표는 지난 10년간 소셜벤처를 운영하면서 느낀 점을 자유롭게 이야기 했다. 그는 "소셜이 상징하는 바가 무엇인지, 사회문제를 비즈니스 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야 한다고 본다. 최근 영리기업이 사회공헌이라는 이름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소셜벤처가 자기 능력을 보이지 못하면, 일반영리기업에 영역을 빼앗길 수 있겠다는 위기의식을 느낀다"며 "중요한 것은 소셜벤처의 역량을 강화해야 하고 소수의 창업자만이 아닌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가치에 동의하는 다양한 전문가가 양성되어야 한다. 그래서 시민들이 느끼는 일상의 문제를 소셜벤처가 해결해 나간다면 비즈니스 모델도 해결하고 사회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가영 대표는 "소셜벤처의 외부적인 환경은 과거에 비해 좋아졌다. 하지만 내부의 상황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소셜벤처의 목적, 즉 사회문제 해결은 한순간에 해결되지 않는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며, 때로는 실패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재무적인 성과가 여전히 중시되고 있다. 이런 모습들이 현장을 위축시키고 소셜벤처 당사자들이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억누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참가자들은 사회적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영리단체나 협동조합에 대한 투자가 외국과 달리 한국은 대출 이외의 방법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의 자본시장의 성숙 ▲사회적 금융의 확대 ▲사회적 가치 실현에 따른 대출금 탕감제도 등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어 소셜벤처의 활성화와 관련해 성수동으로 대표되는 소셜벤처 클러스터가 지역에도 자생적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지역과의 협업을 통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또 자본의 논리로부터 독립되고 보호받는 소셜벤처를 위한 방안에 대한 의견도 다양하게 제기했다. 참가자들은 영국의 CIC, 미국의 B-Corp와 같은 사례를 공유하며 미션 드리프트(Mission Drift, 추구하는 미션의 방향과 상관없이 다른 방향으로 떠밀리는 일)를 방지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기업가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으며, 개인만이 아닌 시민사회가 함께 사회적기업가를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함께 제기됐다. 또한 급격히 성장한 투자규모가 적절히 필요한 곳에 잘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소셜벤처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정부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너무나 많은 공모전과 투자가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잘못된 신호를 준다는 점을 밝히고, 소셜벤처 창업을 학습을 통한 창업으로 만들어가는 정부의 정책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소셜벤처 창업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실험에 도전하는 이들이 쉽게 창업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창업생태계 조성으로 문화나 정책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참석자들은 당사자들이 필요하게 느끼는 정책적 과제에 대해서 ▲공제회 설립 ▲이해충돌 방지 ▲지속적인 당사자 간담회와 같은 협의체 ▲사회적가치 측정의 통일 ▲사회적기업가들에 대한 안전망 구축 ▲정부의 사회적경제 진입에 대한 충분한 검토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한기협에서는 좌담회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검토해 정책개선과제를 도출하고, 이를 정부 및 국회에 전달해 현장에서 필요한 정책이 잘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며, 13일 좌담회 기록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게시할 예정이다. 또한 소셜벤처 좌담회에 이어 추후 도시재생, 공공구매 전문컨설팅 수진기업 편중과 관련된 좌담회를 연속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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