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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들 노동 사각지대, 협동조합으로 해결 가능한가?

기사승인 2019.11.19  17: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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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국회의원회관서 '예술인 프리랜서 협동조합 정책 토론회' 개최

얼마 전 TV에는 반가운 얼굴이 등장했다. 그룹 '더 자두' 출신의 강두였다. 10년 동안 활동이 뜸했던 강두는 자신의 생활고에 대해 고백하면서 하루 생활비가 천오백원 혹은 그 이하라고 말했다.

화려하고 멋있어 보이는 문화예술인들의 그늘은 비단 강두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다. 2011년 최고은 작가의 안타까운 소식에 2012년 11월 18일부터 '예술인 복지법'이 시행됐지만, 옥인시범아파트 철거를 계기로 형성된 작가그룹 '옥인콜렉티브'의 진시우, 이정민 부부작가는 지난 8월 생을 마감하는 등 문화예술계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고용환경에서 발생하는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 15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예술인 프리랜서 협동조합 정책토론회'가 열려 참여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라이프인

이러한 노동 보호 사각지대에 놓인 예술인 프리랜서의 안전망 구축에 대한 논의를 위해 15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예술인 프리랜서 협동조합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첫 발제는 임병덕 씨엔 협동조합(CN COOP) 이사장이 '예술인 프리랜서 현황 및 우산 협동조합의 필요성'이란 주제로 진행됐다. 예술인은 스스로를 프리랜서라고 정의내리지 않지만 행정 업무상에서 또는 클라이언트들에 의해서 근로자가 아닌 구두계약의 프리랜서라고 불려진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인력들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대한민국 법에는 프리랜서라는 용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 씨엔 협동조합 임병덕 이사장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라이프인

2007년에 SBS 시사교양 '긴급출동 SOS 24' 작가가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최저임금, 초과근무수당, 퇴직금, 연차 등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보호받아야 할 권리는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았다. 그 후 10년 뒤 tvN 공채 조연출 자살로 이 문제는 더욱 더 심화되었다.

봉준호 감독이 한국영화 표준 근로법을 준수하자 화제가 되었던 것처럼 문화예술계에서 52시간의 근무환경을 준수하면 뉴스에 나올 정도로 아주 특이한 예가 되어버렸다. 임 이사장은 "자조, 자기책임, 민주주의, 형평성, 평등, 타인에 대한 배려,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협동조합 모델은 어려운 사회문제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벨기에 스마트(SMart) 협동조합은 1998년 공제회사로 출발했다. 2005년 2000명 예술인들이 모여 복잡한 행정구조에 대응하기 위해 엥테르미탕(비정규적인) 예술인, 기술자, 노동자들을 위한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현재는 유럽 9개국으로 확산됐으며, 예술인들이 창작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계약, 및 사업관리(행정, 회계, 재무, 법무 등)와 창작 활동을 위한 인프라(공간, 장비, 네트워크 등)서비스, 지불보증기금, 사회보험, 혜택등을 제공하고 있다.  

▲ 벨기에 스마트(SMart)협동조합 인스타그램

임 이사장은 한국형 예술인 프리랜서 협동조합의 방향성으로 ▲상호부조 등을 통한 협동조합 정신 고취 ▲4대 보험, 2대 보험, 예술인 산재보험의 기초안전망 제공 ▲계약을 위해 법인 설립, 직접생산증, 공장 등록 등 프리랜서 개개인이 모두 법인 설립하는 과정 없이 협동조합을 공유기업으로 활용 ▲프리랜서들이 종사하는 시장에서의 불공정성에 대처 ▲프리랜서들의 일감 수주의 불안정성 대처 ▲프리랜서들의 프로젝트 수주 및 이행 관련 지원 기능 ▲조합원의 경험 및 노하우 전수 등을 꼽았다.

두 번째 발제는 예술인소셜유니온 김상철 운영위원의 '프리랜서 권익 확대를 위한 조직 활성화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이어졌다.

'대한민국 헌법' 제22조 제2항은 '저작가 발명가 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예술가가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거나 4대보험과 같은 법의 보호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개인 사업자 또는 중소기업자의 형태를 가져야 한다.

김 운영위원은 프리랜서의 개념이 고용계약 단계에서 일반 근로자와 구분되지 않는 대상으로 예술인을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예술인은 스스로 사업자라고 인식하지 않지만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기위해 '개인 사업자'격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근로자가 받아야 할 최저임금, 퇴직금, 연차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 문제를 풀려면 정책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예술인 등이 보조금을 지원받는 시스템인 '이(e)나라도움'이 있지만 예술인 활동에 적합하지 않은 시스템에 활동을 맞춰야 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지정토론은 ▲박일훈 기획재정부 협동조합과장 ▲송윤석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정책과장 ▲김부희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총괄과장 ▲최영미 일하는사람들의 협동조합 연합회 정책위원장 ▲조현경 한겨례 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센터장이 참여했다.

최영미 정책위원장은 '집단적 보호'를 위한 매개조직의 활성화를 위한 협동조합의 역할의 역할로 ▲상호부조기금을 통한 사회적 위험에서의 자기보호 ▲고용계약, 업무계약의 주체로서의 역할 ▲공동수주, 정보교환 등 일감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세 가지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 정책도 조속히 도입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현경 센터장은 "미래에는 프리랜서가 압도적인 일자리가 될 것이지만 현재는 대중적으로 인식이 부족한 상황"을 안타까워 하며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협력하고자 할 때 중간 매개체 역할을 협동조합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고독을 통해 영감을 얻는 예술인들의 특성과 협동조합의 참여적, 민주적 의사결정 특성이 잘 수렴될 수 있게 완만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2018년 전업예술인의 프리랜서 비율이 2015년 통계에 비해 늘어난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이어진 현장토론에서 이종승 공연예술인노동조합 위원장은 "예술가들의 노동을 배짱이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한 사회의 인식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원준 (사)한국독립PD협회 사무국장은 모든 창작자들을 동시에 보호할 수 있는 컨텐츠 산업 기본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표중식 (사)한국문인협회 사무총장은 프리랜서의 법제도화 시 우려되는 점과 프리랜서 협동조합 설립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표 사무총장은 "프리랜서 협동조합이 발족 또는 본격 가동되어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인식의 대전환이 요구되며, 해외의 사례를 우리나라 현실에 적용할 때 벤치마킹할 합리적인 타당성과 출자(조합비)와 과실의 분배 등을 숙고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설훈 국회환경노동위원과 안민석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장, 윤일규 국회보건복지위원의 주최로 마련됐다.

설훈 국회환경노동위원은 "프리랜서는 늘어나고 있는 반면 법적장치는 미비하다"고 안타까워하며 "특히 연소득이 월 백 만 원정도로 어려운 처지의 예술인 프리랜서가 법적 장치를 통해 문화예술인으로서 자긍심을 느끼고 빈곤을 탈피하도록 해결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사회가 변화하면서 노동의 형태도 변화한다. 예술가, 프리랜서, 협동조합 그리고 정책이라는 손님이 둘러앉은 식탁에서는 무엇보다도 '배려'와 '이해'가 중요할 것이다. 예술가는 협동조합이라는 원동력을 발판삼기위해 연대해야하고 정책은 예술가의 특성을 고려해 행정업무의 까다로움을 완화해야 한다. 더불어 예술가들의 노동을 값지게 보려는 시민들의 인식변화도 필요하다. 부디 이 식사가 성공적으로 끝맺어 문화예술인들의 노동, 고용환경이 나아지기를 기대해본다.

전윤서 기자 yyooo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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