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변화하고 혁신하는 능력을 보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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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변화하고 혁신하는 능력을 보여다오
사회적경제의 교과서 '프랑스의 사회적경제: 효율성에 도전하는 연대' 서평
  • 2019.11.26 09:37
  • by 신재민 (일하는사람들의연합회 국제협력위원)
▲ 『프랑스의 사회적경제 : 효율성에 도전하는 연대』 티에리 장테 지음, 편혜원 옮김, 알마, 2019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이 책은 유럽 상호공제보험조합그룹(GEMA)를 이끌었고, 현재 사회연대경제 국제지도그룹의 대표를 맡고 있는, 프랑스 사회연대경제의 리더인 티에리 장테가 2006년에 처음 집대성한 프랑스 사회적경제에 관한 교과서 같은 책이다. 최신 개정판은 2014년 사회연대경제법 전후 사정까지 추가한 덕분에 최근 프랑스 사회연대경제의 흐름과 변화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사회적경제의 출발점, 다르게 하기

저자는 책의 첫 장에서 사회적경제의 정치적 기원이 되는 자유주의, 급진주의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의 밑그림을 그렸던 오언, 생시몽, 푸리에, 프루동, 르플레, 블랑, 지드와 같은 19세기 사상가들이 내세웠던 이론 및 사상을 요약하는 것으로 사회적경제의 깊은 뿌리를 얘기한다. 비록 그들 사이에 상이한 부분이 있었을지라도 “행복 추구와 자아실현, 사람들을 위한 경제에의 통제”라는 공통점이 바로 사회적경제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앙리 데로슈가 ‘명문화된 유토피아’에서 ‘실천화된 유토피아’로의 이행이라 부른, 실제 현장에서의 많은 시도와 실험들(농업협동조합, 생산노동자협동조합, 소비협동조합, 신용협동조합과 같은 협동조합의 실험, 공제조합의 실험 등)을 통해 새로운 사회를 조직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하고 ‘다르게 하기’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 과정 속에서 현재 우리가 사회적경제의 원칙이라고 얘기하는 자유로운 협동적 주도, 민주주의, 잉여의 공정한 분배, 자기자본의 전체/부분의 비분할성, 연대성, 개인중시, 국가 및 공공단체로부터의 독립성 등이 정립되기에 이르렀다.

사회적경제의 지속적 발전, 혁신하기

20세기를 거쳐 오면서 사회적경제가 직면한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저자가 언급했듯이 관료화의 위험, 원칙의 훼손과 경영의 통속화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지만 사회적경제는 각각의 특수성에 맞게 조직운영에 적합한 솔루션과 방법 모색해왔다.(45쪽) 예를 들어 커진 규모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 위임분산, 지방조직을 만드는 방식으로 구성원의 참여를 독려하고 구성원과의 거리를 좁혀 지역 밀착성을 유지하거나 조합원의 역량 강화와 선출직 임원들의 역할을 강화하는 교육을 통해 민주적 경영의 위기를 극복하거나 협동조합 출자증권, 공제조합 증권 등 다양한 투자수단을 활용하거나 주식회사 형태의 자회사를 두는 그룹화 방식을 통해 시장 경쟁에 대응하는 등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는 혁신을 도모하였다.

저자는 현대 사회적경제의 복수적 접근이라는 제목아래 몇 가지 개념들을 간략히 정리하면서 오늘날 사회연대경제로 포함되거나 그 주변에 위치한 여섯 개의 개념(제3섹터, 4차 경제, 연대경제, 사회적기업가 정신, 공동기업, 사회적시장경제)은 공유경제, 커먼즈경제로부터 추월당하거나 경계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순환경제, 디지털경제, 실버경제는 위협만큼이나 자극제로 부상한다고 인식한다.(69쪽) 비록 프랑스와 우리 사회적경제의 발전 경로와 현재 처한 상황이 똑같지 않아 온전히 동의할 수는 없겠지만, 저자가 각 경제 유형별 특징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최소한 지난 몇 년 사이에 우리 사회에 급부상한 공유경제, 디지털 경제 등에 대한 관점과 협력 방식을 사회적경제의 발전과 혁신이라는 방향 속에서 정립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중앙정부부터 여러 층위의 지역행정단위까지 다양한 협력 형태 등장

개별법으로 인해서 분산되고 서로 고립된 형태로 발달해온 사회적경제는 프랑스에서도 단일성 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2014년 사회연대경제법 제정과 더불어 모처럼 하나의 운동으로 수렴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저자는 사실 제도화 과정 전후에 나타나는 정부에 대한 의존은 ‘도구화의 위험, 개입 또는 책임과 권한에서 위험 요소를 발생’시키지만, 사회적경제가 독립적으로 인정을 받으면서 공공 및 민간 주체들과 새롭고 다양한 협력 형태도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 정부 차원에서는 사회적경제 관련 소관부처가 다름으로써 발생하는 행정의 비효율성 등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경제 관련 부처 간 정책조정실을 만들거나 사회연대경제 담당장관을 두거나 사회적경제 관련 부처별 대표위원직을 신설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부 조직을 개편해왔다. 또한 중앙정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경제협력지역거점 사업의 경우에는 공동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지역 주체들이 상호 협력하여 지역 사회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레지옹과 데파르트망, 코뮌 지역행정단위(프랑스의 행정구역은 광역지자체에 해당하는 18개의 레지옹(région) 및 그 하부 단위로 101개의 데파르트망(départements), 329개의 아롱디스망(arrondissements), 3,879개의 캉통(canton), 36,767개의 코뮌(commune)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에서도 사회적경제가 지역 사회․경제․ 문화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책 수립 및 민관 협의구조를 마련하고 있다. 보조금, 공공서비스 공모 위탁 또는 법령, 조례 등을 통한 지정 위탁 등을 통한 지원방식 외에 새로운 협력 방식도 등장하고 있다. 저자가 장프랑스아 드라페리의 “사회적경제, 특히 협동조합운동이야말로 ‘경제를 지역과 연결’시켜주는 적임자”라는 말을 빌어 지역발전에 있어서 협동조합의 역할을 강조했듯이 공익협동조합의 경우에는 조직화된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지자체가 50% 이상을 출자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하는 협동조합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자본주의 위기에 맞서 무엇으로,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

지금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위기는 경제금융위기이자, 식량 위기, 환경위기, 에너지 위기이기도 하다. 위기의 강도와 규모는 지금까지의 확신을 뒤흔들고 소위 ’지배적‘인 경제 시스템을 재고하게끔 한다. 긴장과 변화의 시기를 맞아 사회적경제는 자신 앞에 닥친 도전과 미래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275쪽) 지금의 위기는 사회적경제로 하여금 ’현대성‘을 증명하고 혁신할 수 있는 능력과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해보일 것을 요구한다.

사회적경제는 경제, 금융, 의료, 사회, 문화, 스포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발전해왔다. 부문별로 차이는 있으나 프랑스 사회경제 부문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티에리 장테는 국립통계청 통계자료에 사회적경제에 관한 위성계정이 아직 없고, 출처가 다양한 만큼 통계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155쪽) 사회적경제 전체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진단할 수 있기 위해서는 통계자료와 실증 분석방법론을 통한 계량화 연구가 그만큼 필수불가결하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5월에 발간된 『사회적경제의 힘: 통계방법론과 해외 사례들』 마리 J.부샤, 다미알 루슬리에 엮음, 이상윤, 윤길순 옮김, 알마, 2019.를 참고하기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사회적경제는 두 가지 한계에 봉착해 있다. 하나는 사회적경제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도 실제 경제활성화정책 상 사회연대경제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없다는 점이다. 이런 모순적 상황으로 인해 사회적경제가 산업구조조정에 미친 영향이 미미한 실정이다. 다른 하나는 사회연대경제 스스로도 앞으로 미래의 행동무대가 무엇일지 등 미래지향지향적인 발전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278쪽)

저자는 시민의 참여를 기반으로 사회적경제에 부여된 공익성, 사회적유용성, 환경적 효용성, 경제적 효율성 달성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 세 가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기한다. 첫째, 사회적 전환(빈곤 퇴치, 의료 접근성 개선, 인구변천에 대응). 그에 대한 방안으로 대인서비스 양성 대학기관 설립, 실버경제 관련 사회적경제의 독자적 전략 수립, 생태적 전환(농산물 유통, 공정무역, 카셰어링, 재생에너지 등) 등을 예로 든다. 둘째, 차원의 변화. 협력경제, 공유경제, 커먼즈경제 등으로부터 사회적경제의 발전 요소 발굴, 인터넷과 재활용기술 등 기술 혁명의 결합 등자신의 역할을 제고, 셋째, 결집전략. 사회적경제의 연대와 규모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바우처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모델을 다변화하고 국제적으로 사업을 확장(현지 사회적경제 및 노동조합과의 제휴 및 협력)해온 UP 협동조합 그룹의 사례를 들고 있다.

사회적경제가 나아가야 할 길을 함께 찾아가는 실마리 제공

저자는 사회적경제의 다양한 형태와 조직의 탄생: 도식화(35쪽), 협동조합 유형별 적용 법제 비교(101~107쪽), 사회적경제 관련법과 민사/상사 회사법의 비교(137~139) 표로 정리하고, 각 장의 끝부분에 관련 정책․제도 및 구체적 사례, 관계자의 목소리 및 관련기관들의 자료를 덧붙여서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이 아주 광범위하고, 각 장으로 들어가면 간결한 정리 속에 굉장히 많은 내용이 함축돼 있어 웬만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다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우리의 짧은 사회적경제 역사 속에서 제기된 쟁점과 이슈, 우리가 품고 있는 문제의식과 고민과 궤적을 같이 하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이 책은 그간 사회적경제 역사나 사회연대경제법 주요내용, 사회적기업 사례, 협동조합 혁신모델(사업고용협동조합, 공익협동조합 등)을 통해 우리가 접해왔던 프랑스 사회연대경제 관련 몇 가지 파편화된 정보들을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준다는 점에서 아주 유용하다. 그 맥락은 바로 사회적경제가 “공익성, 사회적유용성, 환경적 효용성,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과제를 “다르게 하기, 지속적인 발전과 혁신, 협력, 도전과 연대”로 해결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사회적경제가 나아가야 할 길을 함께 찾아가는데 이 책이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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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일하는사람들의연합회 국제협력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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