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종사자를 위한 사회적경제의 실험과 해결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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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종사자를 위한 사회적경제의 실험과 해결과제
제11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 - '확산되는 플랫폼 노동, 사회적경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2019.12.10 12:39
  • by 이진백 기자
지난 12월 5일, 서울 서소문 행복나래 수펙스홀에서 '플랫폼 노동, 사회적경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2019 제11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이 개최됐다.

플랫폼은 통상 승객과 열차가 만나는 승강장을 말한다. 불어 plat(평평하다)와 영어 form(형태)의 합성으로, 옛 성 마루의 한쪽에 지면보다 높이 대포를 설치하던 장소였다. 오늘날엔 그 의미가 확대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만나는 공간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쇼핑, 여행, 취미 등 각종 정보를 나누며 이루어진다. 이들 앱을 개설하고 관리하는 일이 플랫폼 사업이고, 그 명령을 오프라인으로 실행하는 사람이 플랫폼 노동자다.

대한민국의 플랫폼경제 종사자 규모는 50만 명 정도(46만9천 명~53만8천 명)로 추산되며, 이는 국내 전체 취업자의 1.7~2.0)% 규모다. 남자는 대리운전(26.0%), 화물운송(15.6%), 택시운전(8.9%)으로 나타났고, 여자는 음식점보조나 서빙(23.1%), 가사육아도우미(17.4%), 요양의료(14.0%) 등 성별로 명확하게 일하는 분야가 구분됐다. 플랫폼경제 종사자의 인적 특성을 살펴보면 남성이 66.7%로 여성의 33.3%의 두 배가 높았는데 이는 플랫폼경제 종사자 중 남성 취업자 비중이 높은 대리운전, 퀵서비스, 음식배달, 화물운송 등 직종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연령별로는 50대와 60세 이상 등 장년이, 지역별로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특징을 보인다. 플랫폼경제 종사자 중에서 절반에 가까운 46.3%는 '부업'으로 플랫폼경제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다. (출처:김준영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분석팀장 '한국 플랫폼경제 종사자 규모추정' 논문)

▲ 성별 플랫폼경제종사자의 주요 직업(%)
▲ 플랫폼경제종사자 인적특성별 분포(천명,%)

플랫폼경제 종사자의 증가가 사회적 관심을 모으는 것은 이들 중 다수가 기존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되고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등 노동시장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사회적보호의 확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상호성에 기반한 사회적경제를 통해 플랫폼경제 종사자의 처우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사회적경제는 사회적 가치를 조직의 핵심 목표로 추구한다. 수익은 적지만 공익이 큰 영역에서 책임 있게 활동하고, 이용자와 종사자를 함께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 사회적경제의 대응은 협동조합의 장점을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9 제11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이 지난 5일, 서울 서소문 사회적기업 행복나래 수펙스홀에서 '확산되는 플랫폼 노동, 사회적경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란 주제로 열렸다. 이날 포럼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일하는사람들의협동조합연합회가 공동주관하고 행복나래 후원으로 진행됐다.

발제와 전체토론으로 나뉘어 진행된 포럼의 1부에서는 사회적경제 영역이 플랫폼 노동에 대응해서 어떤 실험들, 그리고 어떤 과제를 안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으며, 2부에서는 플랫폼 노동 전반의 이슈를 가지고 사회적경제와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 박강태 일하는사람들의협동조합연합회 회장.

일하는사람들의협동조합연합회 박강태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경제와 협동조합이 역할을 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공공성이 높아지는 영역에 대해 역할을 해 주었으면 하고, 또 하나는 플랫폼 경제와 같이 나쁜 일자리가 양산되고 또 노동이 불안정해지는 문제들에 대해서 대처하는 일을 해 주었으면 싶다"며 "두 가지 모두 우리 사회의 당사자들, 현장에 있는 사업 주체나 노동자들이 협동조합이 유력한 대안임을 신뢰하고 또 희망하는 기운이 높을수록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자리가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가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조금 더 큰 역할을 하는 곳으로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조 발제에 나선 한국노동연구원 길현종 연구위원은 '플랫폼 종사자 보호 현황 및 쟁점'이란 주제로 ▲플랫폼의 확산(정의, 분류, 최근 경향) ▲플랫폼의 논점들 ▲플랫폼과 이용자 권익증진 ▲플랫폼과 제공자 보호 ▲영리 플랫폼과 정부의 한계 ▲사회적경제와 플랫폼 ▲ 향후 과제들 등에 대해 설명하고 플랫폼경제에 왜 사회적경제가 필요한가에 대해 제언했다.

플랫폼경제와 공유경제의 차이에 대해 길 연구위원은 "플랫폼이 단지 공유를 하는 목적으로 쓰이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포괄적 정의를 내려서 플랫폼경제라는 용어를 쓰며 활용하고 있다"며 "공유경제보다 플랫폼경제는 일반적으로 조금 더 포괄적인 정의를 쓰는 것 같고 보다 객관화된 용어, 조금 더 비어있는 자원들을 공유하는 공유경제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비어있든 비어있지 않든 가지고 있는 제공자와 이용자 간 거래하는 플랫폼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 길현종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그는 지금 현재 경향은 ▲수익성에 대한 부정적 문제 ▲정부의 규제 문제 등으로 플랫폼이 위기가(거품이)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이 생겨나기 시작했으나 개인적으로는 아직까지 위기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섣부른 판단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점점 더 우리 삶에 플랫폼이 익숙해지는 상황이고 정부 규제는 논점은 유효하지만 모든 부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길 연구위원은 "플랫폼경제는 온라인을 통해, 거래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이용자인 고객의 권익 보호와 서비스 제공자인 플랫폼 종사자들의 처우와 관련해 많은 사회 문제를 불러오고 있다"며 "플랫폼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익성을 추구하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가치 실현을 추구하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이 플랫폼 경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공익을 구현하는 새로운 경영모델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길 연구위원은 ▲사회적경제조직의 개입이 실제 영리기업보다 더 나은 사회적가치를 구현할 수 있을까 ▲플랫폼경제 내 어떤 영역에 사회적경제가 개입해서 가치를 구현할 수 있을까 ▲플랫폼경제에서 사회적경제가 개입할 때 걸림돌은 무엇일까 등 사회적경제를 통한 플랫폼경제 구축에 있어 향후 과제를 제언했다.

이어 사회적경제가 플랫폼경제와 맞닿는 영역에서 특수하게 작동하는 각 분야별(가사노동, 대리운전, IT, 문화예술) 플랫폼 종사자들의 사례를 들었다.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최영미 대표는 가사노동분야에 대해,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이상국 총괄본부장은 대리운전 분야에 대해, 한국IT개발자협동조합 오철 상임이사는 IT분야에 대해, 씨엔협동조합 임병덕 이사장은 문화예술 분야에 대해 각 분야별 플랫폼 종사자를 위한 사회적경제의 실험과 해결과제에 대해 실제적인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이들이 역점을 두는 것은 자체 플랫폼 개발과 운영이다. 플랫폼을 누가 갖느냐에 따라 서비스 형태나 조합원 처우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 가사서비스 분야의 '라이프매직케어협동조합'은 지난해 공유 플랫폼 앱인 '우렁각시'를 출시해 플랫폼협동조합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구성원들이 공동 출자해 소셜프랜차이즈 사업본부 성격의 라이프매직케어협동조합을 만든 것은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서 협업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우렁각시 가사관리앱'이라는 공동 플랫폼을 구축해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 사회적경제기업들의 비용절감과 비즈니스 모델 전환을 지원한다. 앱 출시 뒤 7개월간(2019년 1~7월) 새로운 고객 1683명이 가입했으며, 이 기간 중 서비스 주문율(앱을 내려받은 사람 중 실제 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은 초기의 9%에서 25%로 상승했다. 교육 사업을 널리 알리고 소비자 편익을 강화하기 위해 '좋은돌봄연구소'라는 사이트도 개설했다.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도 대리운전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플랫폼협동조합 실험에 나섰다. 이상국 총괄본부장은 "대리운전자들을 12명씩 묶어 카톡방을 만들고 자조모임도 꾸려 활동한다"며 "이런 노력을 통해 개별화되어 소외되던 종사자들이 소속감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들 사업자들로 구성된 한국아이티(IT)개발자협동조합이 '쿱브리지'라는 앱을 출시했다.

▲ 조현경 시민경제센터장.

이어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조현경 시민경제센터장은 '사회적경제를 활용한 플랫폼 종사자 지원방안에 대한 제안'이란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조 센터장은 "플랫폼 기업도 발전하고 종사자도 보호할 수 있는 두 가지 접근이 필요한 것 같다"고 의견을 표했다. 그는 "플랫폼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사회적경제는 ▲고용안전망 ▲사회안전망 ▲사회보장전달체계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조 센터장은 "사회적 성과를 함께 추구하는 협동조합 특성을 고려해, 가정 내 돌봄이나 아이티(IT)와 같이 일부 업종을 대상으로 종사자들이 소유하는 노동자 지주회사에 한해 인건비나 사회적경제기업들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공유 플랫폼 개설 등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플랫폼협동조합의 성장이 종사자들의 고용안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센터장은 "플랫폼협동조합은 공제회 사업이나 교육훈련을 위탁 운영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영리기업이 외면했던 플랫폼 종사자들의 취약한 사회안전망을 보완하고 종사자들의 연대의식이나 경력 형성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플랫폼협동조합은 종사자들이 노동자로서 법적 지위를 취득해 사회보험 적용을 받는 사회복지 전달 창구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센터장은 "사회적경제기업이 플랫폼 종사자의 고용안전망, 사회안전망, 사회보장정책의 역할을 하려면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센터장은 구체적인 정책으로 ▲고용안전망으로서 플랫폼 사회적경제기업의 육성 및 성장 지원 ▲사회안전망으로서 공제회 및 교육기관 설립과 운영 지원 ▲사회보장정책으로서 플랫폼 종사자의 사회보장 전달체계로 플랫폼 사회적경제기업 활용 등을 제안했다.  

이어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이사장을 좌장으로 플랫폼노동연대 이성종 대표,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안인숙 집행위원장, 기획재정부 박일훈 협동조합과장, 고용노동부 오은경 사회적기업과장과 발표자들이 함께 한 가운데 전체토론이 진행됐다.

사진 왼쪽부터 오철 한국아이티개발자협동조합 상임이사, 이상국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총괄본부장,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 길현종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안인숙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이성종 플랫폼노동연대 대표,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박일훈 기획재정부 협동조합과 과장, 오은경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과 과장, 임병덕 씨엔협동조합 이사장.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장.

'플랫폼 노동자를 모으자는 것'과 '노동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플랫폼노동연대의 핵심 활동 목표라고 설명한 이성종 대표는 플랫폼 영역에서 사회적경제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플랫폼 운영주체가 통상의 기업들에게도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플랫폼 노동이 지속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노조법상 노동자로 플랫폼노동을 포함하는 것이 핵심이지만 그 이전에 당사자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안전망 확보를 시급히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협동조합과 노동조합은 적용하는 법은 다르지만 지향하는 의제에서는 상당부분 공통분모가 있다고 본다며 미국에서 시도되고 있는 노동조합과 협동조합이 함께 구축하고 운영하는 플랫폼이 존재하듯이 다양한 시도들이 확장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인숙 집행위원장은 "플랫폼 시장에서의 노동은 인간의 상품화가 더 심화되고 인간이 더욱 생산요소로 해체되어 가는 것을 보여준다"며 "인간에 대한 이해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상에 대해 풍부한 논의가 있는 가운데 정책적 대안들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안 집행위원장은 "사회적경제의 대응 노력이 경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적 아젠다와 사회제도 변화의 압력으로 제출되어야 할 것"이라며 "어떻게 하면 보다 더 많은 업종의 연합회, 또 업종의 연합회 보다 더 상위의 연합회, 지역의 협의체 이런 것으로 묶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일훈 협동조합과장은 "내년부터 부처간 협의를 통해 실행방안을 찾아볼 계획"이라며 "다양한 이해관계의 복잡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 중에 있다. 협동조합이 활용 이용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가면서 차별적인 장벽을 해소하고 일반기업들과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같이 나가는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오은경 사회적기업과장은 "고용노동부가 사회적기업 관련한 여러가지 지원제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여러 플랫폼 종사자들을 위한 지원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을 것 같다. 제도적인 보완이나 제원제도 관련해서는 약간의 유연성을 적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심점이 필요한데 협의체를 만들겠다는 말씀을 들으니 상당히 반갑고 기대도 크다. 사회적경제조직에서 플랫폼 종사들의 보호방안 등 바람직한 모델이 나와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토론회와 연구과제를 발판으로 지속적인 논의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플랫폼 협동조합협의회가 구성될 예정이다. 토론회 사례발표자들은 토론회에 모인 플랫폼 현장조직들을 중심으로 플랫폼 협동조합협의회를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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