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떠오른 그날, 남대서양에서 또 다른 배가 침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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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떠오른 그날, 남대서양에서 또 다른 배가 침몰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을 만나다..."남대서양 바다에 아직 사람이 있다."
  • 2017.05.10 06:18
  • by 공정경
지난 3월 31일 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나고 채 3년이 지나지 않은 지난 3월 31일 남대서양에서 비슷한 참사가 또 났다. 실종자 가족들은 길거리에서 천막농성을 하면서 실종자 수색작업에 적극 나서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새정부가 들어서는 5월10일 오전 11시 청와대를 찾아 이러한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스텔라데이지호

3월 26일 브라질 구아이바에서 철광석 26만t을 싣고 중국으로 출발한 스텔라데이지호는 5일 후인 31일 오후 11시 30분께 남대서양에서 갑자기 침몰했다. 현재까지 필리핀인 2명이 구조됐고 한국인 8명, 필리핀인 14명 등 선원 22명이 실종 상태다.

아직 찾지 못한 구명벌이 한 척 있고, 그 안에 생존을 위한 도구들이 갖춰져 있다. 그 구명벌 안에서 평소 훈련받은 선원들은 생존 가능성이 있고,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사고 발생 한 달이 지난 5월 9일,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이 농성하고 있는 폴라리스 쉬핑 본사 앞 천막을 찾았다.
 

"오늘 아침에 수색작업 종료한다고 외교부에서 연락이 왔어요. 선사(폴라리스 쉬핑)에서 MRCC에 수색 종료하라고 했대요. 대통령 당선인이 확정되기 전에 덮어버리려고 하는 거 같아요. 덮는다고 덮어집니까? 그게 덮어지냐고...엄마가 있는데!"

차마 울음을 터뜨리지는 못하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스텔라데이지호 일등 항해사 엄마.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가족 대표 허경주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허경주 씨의 실종된 동생 허재용 씨(31)는 스텔라데이지호 이등 항해사다.

"선사에서 뭐라고 한 줄 아세요? 4월 4일, 사고가 발생한 지 겨우 5일째 되는 날, 회장(폴라리스 쉬핑 김완중 회장)이 보상해 줄 테니까 빨리 마무리하자고 했어요. 그때부터 수색 종료하자고 대놓고 얘기하더라고요. 지금 소방방재선 1척이 수색하고 있고, 폴라리스 쉬핑 자사선박은 어제부로 수색도 끝났어요."

"지난번에는 정부 앞에서 "선사를 못 믿겠다." 따위의 말을 하지 않겠다고 대표자들이 서약 하면 수색작업을 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4월 20일 수색작업에 자사선박을 더 투입해달라고 요구하니까 지용호 상무가 배가 없다고 거짓말하고, 배가 있어도 수색작업에 투입을 못 하는 이유가 "영업에 타격이 있다. 계약을 이행 못 하면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고 하는 거예요. 저희가 알아보니까 배상금도 물지 않아요. "사람이 아직 거기에 있는데 어떻게 영업이익이 우선이냐?"라고 반문하니까 "그렇게 말하면 더 이상 대화할 수 없다."고 하더니 이제는 대화까지 단절하고 있습니다. 5월 3일 갑자기 상황실(폴라리스 쉬핑 본사가 있는 건물 10층)을 5월 5일까지만 유지 할 테니까 개인 짐 챙겨서 나라가고하더라고요. 그 얘기 듣고 너무 화도 나고 버틸 필요도 없어서 4일부터 이렇게 밖에 있는 겁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내려와 보지도 않아요."

폴라리스 쉬핑은 서울역과 남대문 사이 00 건물 19층과 20층에 사무실이 있다.

스텔라퀸호 갑판에서 물이 분수처럼 솟아오르고 있다.

 "폴라리스 쉬핑 매출이 얼마인 줄 아세요? 매출이 7천 7백억이고 순이익이 천 백억이에요. 영업이익이 엄청 높은데, 이 이익이 어디서 났겠어요. 노후선박을 개조해서, 속된말로 계속 뺑이 돌려서 난 거예요. 매년 정기 검사를 통과했으니 선박엔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이 사진 좀 보세요. 3월 30일 문제가 생긴 스텔라퀸호에요. 밑에서부터 물이 차올라 갑판으로 물이 분수처럼 솟아올라요. 이 녹슨 것도 보세요. "스텔라퀸호에도 문제가 있지 않냐?"라고 선사에 얘기했더니 절대 그런 일 없다고 발뺌하더라고요. 그래서 해수부를 통해서 이 사진을 보여줬더니 그제야 인정했습니다. 한 달 동안 스텔라데이지, 스텔라유니콘, 스텔라퀸까지 3척이나 선체에 문제가 발생했어요. 당시 스텔라퀸이 공선이라 침몰하지 않았지 선적하고 나왔으면 두 동강 났을 거예요."

스텔라퀸호의 녹슨 선체

폴라리스 쉬핑은 유조선을 개조한 화물선 19척을 보유하고 있다. 스델라데이지호는 1994년에 만들어져 2009년 개조했고 지난 3월 31일 침몰했다. 스텔라유니콘호는 4월 2일 항해 중 선체에 틈이 벌어져 긴급 대피했고, 스텔라퀸호는 평형수 교체 중 상갑판에 균열이 생겨 평형수가 솟구쳐 올랐다. 한국선급은 이날 브라질 폰타 다 마데이라항으로 검사관을 보내 스텔라퀸호가 계속 운항해도 될지 검사하고 있다고 한다.

수색 종료 소식에 해수부 해사안전국장과 통화하던 다른 실종자 가족이 달려왔다.

"방금 해사안전국장이 뭐라고 한 줄 알아? 30일 넘었으니까 수색 종료하고, 합리적 보상을 받도록 선사와 잘 얘기해주겠데. 이게 해사안전국장이 할 말이야?"

"지 새끼 같으면 합리적 보상받고 끝내겠어? 내 새끼 목숨 가지고 그럴 수 있냐고! 그럴 수 있어요? 우리 애가 바다에서 이리 왔다 저리 왔다... 떠다니고, 여기저기 부딪치고... 휩쓸리고 있을 생각 하면, 여기(가슴)를 칼로 난도질하고 싶다고! 살아 있으면 밥도 못 먹고 그 바다에서 이리저리 휩쓸리면서 어찌 지내나... 죽었으면 차라리 건져 와서 한 곳에 따독따독하며 묻어주고 가슴에 묻고..."

일등 항해사 엄마가 결국 눈물을 터뜨린다.

허경주 씨가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4월 17일부터 정부 정규 브리핑이 중단됐어요. 만나면 "비행기 더 구해 달라, 위성사진 찍어 달라, 위성사진 보여 달라" 계속 요청할 거고 정부는 말할 게 없으니까 더는 얼굴을 비치지 않아요. 해수부는 조난신고를 받고 8시간 동안 손 놓고 있었어요. 왜 외교부에 보고하지 않았냐고 물으니까 구태여 보고할 필요를 못 느꼈대요. 외교부와 해수부와 실종자 가족이 다 같이 앉아 있을 때 외교부에 물었어요. "매뉴얼이 있냐?" 외교부가 "해수부에 있어야죠."라고 말하기에 해수부에 물었어요. "매뉴얼이 있냐?" 해수부는 "해외 사건은 외교부에 있어야죠."라고 하더군요. 실종자 가족 앞에서 서로 핑퐁게임이나 하는 겁니다. 매뉴얼 자체가 없어요. 4월 7일까지 부산 선사 상황실에 있었는데 그동안 외교부에서 한 번도 온 적이 없어요. 관련 정보도 정부는 몇 단계를 거쳐서 오니까 정부보다 뉴스에서 더 빨리 얻어요. 정보도 제대로 주지도 않고...그래서 외교부가 있는 서울로 올라왔어요."

위성사진은 봤냐고 물었다.

"수색 초기부터 위성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했어요. 외교부 김00 국장이 그동안 요청도 안 했더라고요. 거기까지 미처 그 생각을 못 했대요. 자기가 남미에 있을 때 산악 조난사고가 났었는데 그때 위성사진을 요청해서 조난자들을 구했다고 하면서 이번엔 미처 생각을 못 했다는 게 말이 됩니까? 무엇보다 사고가 나면 매뉴얼대로 해야지 개인의 경험으로 사고처리를 하면 경험 있는 사람이 국장으로 있으면 다행이고 아니면 말고, 이런 건가요?"

"4월 10일부터 위성사진을 6장 찍었다, 120장 찍었다, 1000장 찍었다 하는데 보여주지를 않아요. 보안지침 상 공개할 수 없대요. 그래서 그런 보안지침이 있으면 보여 달라고 4월 23일부터 요청했는데 지금까지 보안지침도 보여주지 않아요. 그러니 위성사진을 찍었다는 말이 믿어지겠어요?"

지금까지 정부가 한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해수부 해사안전과 최00 과장이 이러더라고요. 민간의 일은 민간이 알아서 해야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다. 민주사회라서 국가가 선사한테 뭐라 할 수 없다고. 참... 민주사회가 무엇인지부터 모르는 거 같아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뀐 건 하나도 없었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가 났으면
선사는 선사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자신의 직원과 자국민 구조를 최우선 순위로 해야 하는 게 상식이건만

기업은 사람보다 돈이 우선이고, 공무원은 떠넘기기에 바쁠 뿐이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는 5월 10일 오전 11시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실종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수색을 촉구한다. 이어 청와대를 방문해 이러한 입장문을 전달한다.

실종 선원 가족들은 "사건 초기 선사와 정부의 안일하고 체계적이지 못한 대처로 구조 골든타임을 놓쳤고, 22명 선원이 타고 있을 구명벌 한 척은 지금도 대서양 한복판을 표류 중이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세월호와 마찬가지로 무리하게 개조되었으며, 25년이나 노후된 선박이었다."며, "생존 도구가 갖춰진 구명벌 안에서 훈련받은 선원들의 생존 가능성이 충분하므로 외교부는 무책임한 수색종료선언을 철회하고 수색을 지속할 수 있도록 시급히 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13일 생명안전약속식에 참석해 국민안전 약속에 서명했다. 또한, 조형물 '생명안전의 눈'에 "안전 때문에 눈물짓는 국민이 단 한 명도 없게 만들겠습니다." 라고 썼다.

실종 선원 가족들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서는 안전사회시민네트워크(준)는 "바다 위의 시한폭탄이라 할 수 있는 침몰선박과 비슷한 선령의 개조노후선이 우리나라에 29척이 더 있다. 제2의 스텔라데이지호, 제3의 세월호가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위기관리센터 내 국가위기관리 매뉴얼을 총 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동생(문재익. 58)이 원양어선 선장인 문재인 대통령과 새로운 정부가 세월호와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에서 나타난 여러 적폐를 제대로 청산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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