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글로벌 사회적금융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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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글로벌 사회적금융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굿, 파이낸스 ⑤] 더 늦기 전에, 기후위기 금융
  • 2019.12.16 17:45
  • by 김이준수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기금사업실)

금융은 혈맥에 비유되곤 합니다. 돈이 오가는 행위를 통해 기업을 비롯해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게끔 돕습니다. 금융은 따라서 사회 유지와 발전의 중요한 시금석입니다. 특히 순환은 금융의 중요한 작동원리입니다. 피가 돌지 않으면 사람이 죽듯이 돈이 돌지 않으면 사회가 작동을 멈추기 때문입니다. 돈이 필요한 곳에 돈을 흐르게 하는 것이 금융의 기본 역할입니다.

사회적금융은 사회적경제 활성화의 핵심입니다. 사회적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면서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불어넣는 것이 사회적금융입니다. 순환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 자산을 만들고 사회적 관계를 새롭게 조직해나가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이런 사회적금융이 기존 금융 관행의 구심력을 벗어나 새로운 질서를 만들 때 사회적경제도 단번에 도약할 것입니다. 라이프인과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이 사회적금융에 대한 인식 확산과 접근성 향상을 돕기 위해 [굿, 파이낸스]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 여러분이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인식의 폭을 확장하길 기대합니다. 

‘진짜’ 글로벌이 나타났다. 뜨거운데 서서히 달아오른다. 무엇도 이보다 강력할 수 없다. 대체 불가능이다. 그러나 멈춰야 한다. ‘기후위기(climate crisis)’ 혹은 ‘기후비상(climate emergency)’이 그 주인공이다. 서울환경연합 표현에 의하면, 지구가 보낸 청구서다. 지나친 소유와 편리를 취하느라 들들 볶았더니 지구가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보냈다. 따져보면 화 날만 하다. 지구인이 본격적으로 늘어난 1950년, 25억 명이었던 인구는 지금 80억 명에 육박한다. 국내총생산(GDP)은 10배 이상 커졌다. 경제성장 한답시고 자연과 커먼즈를 무분별하고 무차별하게 썼다. 에너지, 물 소비는 천정부지 솟았고 화석연료 소비와 산림파괴로 온실가스 배출은 폭발했다. 지구 곳곳이 지독한 폭염과 한파에 노출됐고, 가뭄과 갑작스러운 호우가 들이쳐 도시가 잠기기도 했다.

▲지구가 보낸 청구서 ⓒ서울환경연합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5년간 세계는 역사상 가장 더웠고, 이산화탄소 농도는 가장 높았다고 언급했다. 지구 체온을 재보니 산업화 이전보다 약 1℃ 올랐다. 한국은 더 가파르게 올라 지난 100년간 6대 도시 평균기온이 1.5도 상승했다. 고작 이 정도 오른 것으로 호들갑 떠느냐고 따진다면, 사람 몸을 생각해보라. 사람은 평균 체온(36.5℃)보다 0.3℃만 높아져도 고통스럽다. 38℃로 체온이 올랐다고 가정해보자. 끙끙 앓으면서 죽을 지경이다. 그런 고통이 지구에 도달했다. 지구 체온이 0.5~1℃ 더 오르면, 파국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 결론이 그렇다. 공짜인 줄 알고 흥청망청 써댔더니 어마어마한 청구서가 날아온 셈이다. 살아남으려면 호들갑은 불가피하다. 앞으로 세계 전력량의 70~85%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등 온실가스 배출을 10년 내 45% 줄이고 2050년 0%를 달성해야 한다. 지구 체온 낮추기에 실패한다면 사람과 생태계는 속수무책의 상황을 맞닥뜨린다. 식량자원 부족, 대규모 기후난민, 문명 붕괴, 전쟁의 고리가 이어진다. 곤충 18%, 식물 16%, 척추동물 8%의 서식지는 물론 바닷속 산호의 99%가 사라질 수 있다. 기후가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온화하고 푸른 우리의 연인, 지구가 죽어간다

뜬금없지만 나는, 10년 전 세상을 떠난 마이클 잭슨을 떠올렸다.

Planet Earth, my home, my place(…) 지구여, 나의 고향, 나의 공간
You are my sweetheart gentle and blue 당신은 온화하고도 푸른 나의 연인
(…)Planet Earth, gentle and blue 온화하고도 푸른 지구여
With all my heart, I Love You 나의 온 마음을 담아 당신을 사랑합니다

마이클 잭슨이 쓴 詩다. 4집 앨범 《Dangerous》 소책자에 실렸고, 유작 앨범 《This is it》에서 그는 이 詩를 읊는다. 과거 같으면 웬 손발 오글거리는 고백이냐고 지청구를 던졌겠지만 이젠 그럴 수 없다. 그가 살아 있다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온화하고 푸른 사랑하는 지구를 위해 어떤 식으로든 나섰을 것이다.

그런 마이클 잭슨은 없지만, 다행이라면 십 대의 세계시민 그레타 툰베리가 우리를 깨우고 있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는데, 당신들은 돈과 끝없는 경제성장이라는 꾸며낸 이야기만 늘어놓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툰베리가 지난 9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세계 각국 정상을 향해 버럭 했다. 꾸지람을 들어도 싸다. 지구는 어른 세대만의 것이 아니니까. 우리는 지구가 화수분이라는 환상(?)을 갖고 더 큰 성장과 더 많은 소득에만 매달렸다. 지구가 날린 청구서는 이미 날아왔다. 차일피일 결제를 늦춘 까닭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깨끗이 인정하고 결제에 나서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논의가 지난 40년 동안 이어져 왔지만 결국 우리는 위기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서 인류는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지난 11월 세계 153개국 과학자 1만 1258명이 국제 과학학술지 <바이오 사이언스>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비상성명을 냈다. 기후위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묻고, 더블로 가야 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선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를 선정했다. ⓒTIME

기후위기가 금융위기가 되지 않도록

미국 마켓워치는 평균기온이 지금보다 4℃ 오르면, 80년에 걸쳐 23조달러(약 2경 7460조원) 손실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보다 3~4배 큰 경제 손실이다. 미국 금융당국은 기후위기 리스크가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기후위기 국면에서 금융이 해야 할 역할은 분명하다.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둔 기업에 돈을 흘려보내야 한다. 사회적금융은 일찌감치 그런 역할을 수행해왔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트리오도스(Tridos) 은행은 1986년 4월 체르노빌 원전 사태를 계기로 신재생에너지 산업 지원에 나섰다. 당시 고위험 분야였지만 트리오도스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고 1990년 유럽 최초로 그린 펀드를 결성했다. 2016년 트리오도스 보고서에 의하면 대출의 가장 큰 비중(38%)이 환경 분야에 집중됐다. 피터 블룸(Peter Blom) 트리오도스 CEO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과 환경, 경제의 균형을 목표로 하는 은행업종이 10년 내 세계 인류의 6분의 1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사회적금융은 이처럼 지속가능성을 기치로 두고 활동하고 있다. 전통적 금융이 위험과 수익률에 집중할 때 환경, 사회, 문화 등을 둘러싼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을 갖추고자 노력해왔다. 사회와 생태 시스템을 고려한 자금공급과 투자 촉진에 힘을 쏟았다.

이러한 움직임이 지금 ‘기후금융’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후금융은 ‘기후변화(위기) 해결을 목적으로 한 금융서비스 제공’으로 정의할 수 있다. 녹색금융, 탈석탄금융 등이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등장했다. 영국 정부는 2022년부터 상장기업, 투자 펀드, 연금 펀드 등이 연차보고서에 기후리스크나 기후 관련 정책 변화가 수익 등에 미치는 영향을 의무적으로 담는 녹색금융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도 이에 동참, 금융회사가 기후리스크 계획을 세우도록 만들고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이를 평가할 계획이다.

‘파슬 프리’(Fossil Free, https://350.org)는 대표적인 탈석탄금융 캠페인이다. 석탄 등 화석연료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금융회사들이 속속 동참하고 있다. 12월 3일 기준, 전 세계 1,145개 금융회사가 참여했고 자산규모는 11.54조달러에 달한다. 유럽중앙은행(ECB)는 2020년 녹색금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유럽투자은행(EIB)은 2021년부터 석탄 등 모든 형태의 화석연료에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2025년까지 EIB가 공급하는 자금의 50%가 기후위기 관련 투자에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 대표적인 탈석탄금융 ‘파슬 프리’ 캠페인 장면 ⓒunsplash

내일은 늦으리

1992년, ‘한국판 위아 더 월드’ ‘한국판 라이브 에이드’라고 불렸던 슈퍼콘서트 ‘내일은 늦으리’가 처음 열렸다. 고 신해철이 기획하고 당대 가장 잘 나갔던 가수들이 ‘환경보전’이라는 주제로 입을 맞췄다. ‘더 늦기 전에’라는 테마곡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27년 전에도 그렇게 외쳤건만, 우리는 실기했다. 그때 늦으리라고 했던 내일이 도달했다. 이젠 내일이 보이지 않으니 ‘지금도 늦으리’라고 외쳐야 할 판이다.

▲ 90년대 국내 정상급 스타가 대거 등장한 환경보호 특별공연 '내일은 늦으리' ⓒ서태지 아카이브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2019년 올해의 단어로 ‘climate emergency’을 꼽았다. 그만큼 긴급 조치가 필요한 상황임을 반영했다. 환경과 녹색, 지속가능성은 사회적금융의 전통적인 테마이자 스테디셀러였다. 잘해왔던 것이지만 더, 계속 잘해야 한다. 자금이 흐르는 길목에 ‘기후협약’이라도 강제해야 한다. 기후위기에 무심한 금융회사는 설 자리를 잃어야 한다. 이제 세상에는 기후만 남을 것이다. 진보·보수, 좌우, 세대 간 구분도 필요 없다. 기후를 벗어나 살 수 있는 사람, 아니 생명은 없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것에 기후는 영향을 미친다. 기후가 모든 것을 바꾼다. ‘그 언젠가 아이들이 자라서 밤하늘을 바라볼 때 하늘 가득 반짝이는 별들을 두 눈 속에 담게 해 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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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준수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기금사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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