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인선 진흥원장 "비어있는 부분에 노크하는 진흥원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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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인선 진흥원장 "비어있는 부분에 노크하는 진흥원 될 것"
[연말연시 기획 파트Ⅱ] 김인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 인터뷰
  • 2020.01.07 11:23
  • by 김정란 기자

2019년 한 해 동안 사회적경제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사회적경제 활성화'가 국정과제로 채택되면서 사회적경제는 민간과 공공부문에서 빠르게 양적 성장을 이뤄가고 있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사회적경제의 시대'라는 표현할 정도다(2019-73호: 사회적경제, 금융생활경제연구소 굿랩). 그만큼 공공과 민간부문,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사회적경제와 사회적 가치가 논의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라이프인은 2019년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경제와 관련하여 어떤 논의가 얼마나 이루어지고, 얼마나 실제적 현상으로 연결되었으며, 어떻게 2020년도로 이어질 것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지난 일 년간의 성과와 남아 있는 과제를 짚어보고 새해 사회적경제를 전망해본다. [편집자 주]

① 2019 사회적경제, 결정적 순간들 - 상반기
② 2019 사회적경제, 결정적 순간들 - 하반기
③ 물들어온 사회적경제, 바다로 나갈 준비됐나요?
④ 2019 사회적경제 트렌드 키워드 'Value'(가치)
⑤ 통계로 보는 2019 사회적경제 현황
⑥ 2020 사회적경제 주요행사 & 일정 미리보기
​​​​​⑦ 2020년대 사회적경제를 위한 제언
⑧ 김인선 진흥원장 "비어있는 부분 노크하는 진흥원될 것"

▲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김인선 원장이 라이프인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라이프인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지난 2010년 설립됐다.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되면서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이곳에 지난 2018년 사회적기업가 출신인 김인선 원장이 취임하면서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1년 6개월가량 진흥원장으로 사회적기업을 바라본 김 원장은 어떠한 비전을 가지고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고 있을까? 사회적기업 선배에서 사회적경제와 공공의 다리 역할을 하는 사회적기업진흥원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 원장을 만나 현재 우리나라 사회적경제 현황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배로서, 지원조직의 수장으로서 그는 사회적경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는 올해 진흥원의 수장으로서 "비어있는 곳에 노크하는 진흥원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전에 비해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경제의 위상에 변화가 있었나?

전반적으로 사회적경제에 대한 사회 분위기가 우호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사회적경제와 우호적 관계를 가지고 싶어 하는 대상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전에는 사회적기업 중심으로 생태계가 논의됐다면 작년, 최근 느껴지는 부분은 임팩트투자와 소셜벤처의 움직임이다. 공공기관과 대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위한 활동강화 움직임이 한 축이라면 또 다른 한 축은 소셜벤처와 임팩트투자사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목격된다는 면이 확실히 체감된다.

- 사회적경제가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지 벌써 1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고 있다. 어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가?

최근 10년 넘게 사회적경제조직을 운영하는 사회적기업가 스무 분 정도와 워크숍을 열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누구 앞에서도 못하는 얘기들이 있다는 것을 아니까 '모여보자' 해서 진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분들이 생각하는 과제가 두 가지로 요약되는데 하나는 성장기에 필요한 핵심은 역시 자본이다. 돈일 수도 있고, 특히 돌봄 분야 같은 곳은 공간에 대한 필요도 있다. 또 하나는 업종 단위의 스케일업을 위한 연대, 즉 당사자조직 간의 결속이다. 그런데 이 결속이라는 게 어렵다. 자기 실천 없는 연대는 가능하지 않다. 이런 협력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크다.

- 사회적경제가 넓어지면서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등 점차 세분화하고 확장되는 개념에 대한 혼란도 있는 것 같다.

진흥원은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가 나눠진 것으로 보이는 것은 분할된 정책 때문에 용어를 구분하게 됐지만, 본질적으로 사회적경제, 기업은 다 똑같다고 본다. 사회적관계 속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다양한 기업들의 사회적기업 활동을 포괄하려다 보니 사회적경제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이다. 이 조직들의 이름이 다 다르지만 사회 변화를 추구하고, 민주적 운영에 대한 접근, 무리한 경쟁 지양, 협동과 연대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에 대한 본질은 같다. 그래서 이들을 묶을 기본법도 필요해진 것이다. 그런데 업종, 형태, 그룹핑은 다를 수 있다. 이른바 '성수밸리'라고 일컬어지는 소셜벤처 그룹은 정말 칭찬받을 만하다. 생태계가 저렇게 구축하고 성장하는 것이라는 단초를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모이니까 힘이 있어 보이고, 외부, 정부에서 관심을 갖게 되고, 그러니까 지원을 해주겠다는 방안도 나오는 것이다. 지역 생태계도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본다. 이전의 지원이 옆 사람이 내 경쟁자가 되는 방식이었다면 협력과 연대를 통해 성장해야 한다는 본연을 생각해봐야 할 때인 것 같다.

- 사회적기업이 인증제에서 등록제라는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보는가? 사회가치 평가의 활성화에도 영향을 미칠까?

사회적기업이란 원래 자임(自任)하는 것이다. 등록제는 그런 면에서 좋은 변화라고 본다. 폭을 넓히는데 기여할 것이다. 다만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나오는데 결국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지원할 기업을 선정하게 될 거고, 이런 과정에서 사회적 가치 평가를 확충하고 고도화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이미 평가지표는 시범적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사회적 합의에 따라 취약계층의 고용, 서비스 질, 지역 평판 등 더 높이 평가받는 지표는 변화해 갈 것이다. 현재 환경, 교육 등을 평가할 지표가 적지만 사회적 합의를 통한 기준의 변화와 더불어 세분화될 것이라고 본다.

- 최근 사회적 가치 평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특히 정성적 평가의 어려움을 얘기한다.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현재 우리 지표인 SVI도 정성평가라고 본다. 기업이나 연구원 등 평가 지표를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주체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과제가 있기는 하다. 그런 면에서 비콥 등 다양한 지표가 나오는 것도 긍정적이다. 다시 말하지만 사회적기업은 자임하는 일이고, 결국 내 목표를 자기가 평가해야 한다. 해외 지원이 필요하면 비콥을, 우리 정책 지원이 필요하면 SVI를 받는 등 필요에 따라 결국 자신들이 자기 비즈니스를 평가해야 한다.

지표를 쓰는 입장에서는 1년 단위 평가라는 점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서로 교감이 되면 이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기관들과 이 현실에 대한 지속하거나 증가하려면 적어도 이 정도 만족은 해야 한다는 협의와 합의를 위한 공동작업이 돼야 한다. 진정한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현장과의 유기적인 소통, 동업자 의식, 문제의식 공유가 이뤄져야 하고, 우리는 그 과정에서 워크숍 등 통해 이런 것들을 도우려고 한다.

- 사회적기업에 대한 평가가 고용에 관한 쏠림 현상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자리보다 더 중요한 과제가 있을까? 다만 단기적 고용 창출이 아닌 지속가능한 고용 창출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중장기적 고용확충 시도를 기다려주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UN의 SDGs(지속가능한 목표) 1번이 무엇인가? 바로 빈곤이다. 우리나라의 양극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 혁신 기술을 이용한 성장을 하지 않을 수 없지만 자산을 통한 양극화, 플랫폼 노동자 문제, 그것도 할 수 없는 취약계층의 고용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 부분을 국가가 해결해야 하지만, 국가만이 할 수는 없다. 이를 사회적경제가 같이 하자고 하는 것이 취약계층의 고용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현재 사회적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것도 사실이다.

▲ 사회적경제 친화도시 선정 및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창출대회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는 김인선 진흥원장. ⓒ라이프인

- 사회적경제 인재 양성 분야에서 진흥원의 역할은 무엇일까?

다들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한다. 진흥원이 이런 거버넌스의 구조화에 역할을 할 수 있는 면을 고민하고 있다. 지역단위 합동 워크숍 등을 마련해 우리가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자리를 통해 선배 그룹이나 지역에서 훌륭한 인재를 추천하는 일이 원활해지면, 중간지원조직이 사회적경제 인재들을 선발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사회적경제 확장을 위해서는 인재들의 유입돼야 하는데 혁신을 계속하다 보니 번아웃을 겪는 인재들이 많다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사회적경제 선배로서 어떻게 바라보나?

나는 폐업은 경영적 판단이고 전혀 나쁜 것이 아니라고 본다. 적자에 망할지라도 끌고 가다가 더 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폐업은 그렇게 되기 전에 할 수 있는 판단이다. 사회적기업가의 폐업은 지치고 힘들고 이 일을 절대 안 하겠다 보다는 쉬는 거다. 그만두고 싶어 하지만 결국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경제가 이미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이 됐기 때문에 그 사람은 그렇게 사회화된 것이다. 어쩌겠나? 팔자다(웃음).

다만 진흥원이 그 쉼터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연수를 가거나 다른 방식에 대해 배우거나 할 수 있는 그런 역할들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기업을 한다는 것은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것이다. 앞을 보고 달리고 있는데 사회적기업은 그 와중에 옆도 좀 돌아보면서 가자는 거니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졸음쉼터도 있지 않나. 그런 데에서 좀 쉬다가 다시 가기도 하고 그러는 거라고 생각한다.

- 2020년 진흥원 사업의 초점은 무엇인가?

아, 우리 초점이 너무 많다(웃음). 우리는 일어나려는 조직들의 다양한 요구를 들으면서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는 조직이다. 진흥원장으로 와보니 '부족하고 비어있는 부분이 이렇게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2020년에는 크게 두 가지 맥락으로 생각한다. 하나는 국민들에게 사회적경제를 더 널리 알리는 작업을 하는 것과 성장기 전략 수립에 밑돌을 놓겠다는 것이다. 사회적기업이 좀 더 풍성하고 역동적으로 가려면 국민의 인지도를 높이는 바이소셜 국민 캠페인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하나는 5년 이상 기업에 대한 지원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진흥원이 이제는 그들에게 노크를 해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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