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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의 가치를 여행으로 디자인하는 '사계절공정여행'

기사승인 2020.01.14  16: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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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의 관광, 관광의 일상화를 꿈꾸는 여행사 '사계절공정여행' 백영화 대표 인터뷰

지난해 겨울 성수동을 여행한 추억이 떠올랐다. 우리를 반겨준 안내자에게 불쑥 사무실이 어디냐고 물으니 왕십리역 모처를 알려주었다. 업체 이름도 묻지 않고 찾아갔는데 '(주)사계절공정여행'이라는 간판이 골목에 새겨져 있다. 목적지에 다다르니 사단법인 일촌공동체와 사무실을 함께 쓰고 있고, 대표와 실장, 그리고 팀원 포함하여 네 사람이 함께 일하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공정여행사를 운영하는 이들은 직원들이자 함께 일하는 화기애애한 동료들이다. 2019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팀으로 선발되고 지원기관의 도움을 받아 열심히 준비했더니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하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작년 말 선정되었다. 

기자가 찾아간 이 날은 '소셜캠퍼스온'에 입주하기 위해 신청서를 내는 날이었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사무실이라면 이런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방편의 하나가 공간클러스터로 입주하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소셜벤처·사회적기업들이 입주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공간을 지원해 주는 사업이 '소셜캠퍼스온(溫)'이었다. '온(溫)' 입주를 기원하며 여행사 동료들에게 '공정여행'을 물었다.

사계절공정여행의 탄생설화는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동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전신인 성동협동사회경제추진단이 추진한 마을해설사 양성과정이 시초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생협활동을 하던 백영화 대표는 성동구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주민인 데다 성동에 대한 애정, 그리고 성동에서 일을 벌이고 싶었던 갖가지 욕망(?)이 비벼져서 내 언덕이나 다름없었던 이곳에서 마을해설사 양성과정에 참여했다. 청년, 논골주민공동체, 생협, 신협과 관련해서 활동한 주민들이 수강생으로 참여했고, 상인과 아파트 주민들도 있었다.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마을해설사가 되어 '마을여행'이 추진되기를 기대했으나, 생업을 물리칠 수 없었던 다수는 하차하고 몇몇 사람들이 마을여행을 시도한 것이 바로 2015년 말이었다.

청년소셜벤처들이 둥지를 튼 서울숲옆 성수동

그렇게 소담하게 시작한 이름이 '성동구공정여행사업단의 성동구사회적경제둘레길마을여행'이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활성화되면서 서울숲 인근에 위치한 성수동은 사회적경제의 좋은 거점이 되었다. 다양한 사회적기업들이 자연스럽게 들어와 자리를 잡으면서 '사회적경제둘레길마을여행'이라는 이름도 얻었다. 자연이 주는 도심의 숲, 녹지공간을 탐방길에 넣으니 사람들은 사회적경제를 탐방하지만 '마실나들이'를 나온 것처럼 숲을 걷게 되었다. 공정여행사인 공감만세가 서울시의 다양한 정책들을 탐방하는 '혁신로드'를 운영하면서 이론으로 배우던 사회적경제를 일상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성동구공정여행사업단의 마을여행 신청이 늘어났다.

▲ 성수동 체인지 메이커를 위한 공동 주거 공간 '디웰하우스' 방문한 학생들 ⓒ사계절공정여행
▲ 마을여행을 통해 '서울숲 언더스탠드 에비뉴 청년일자리카페'에 방문한 성수1가 1동 주민들 ⓒ사계절공정여행
▲ 성동구신입공무원들과 함께한 공정여행 ⓒ사계절공정여행

1990년 성수동에서 야학활동을 했던 백 대표의 옛 시간도 여기에 스며 있었다. 고향을 떠나 일하러 온 전국의 청년들이 야학에서 만나 시대를 배운 시절이 떠올랐다. 뿌리 깊게 박힌 성수동에 대한 애정은 사회적경제둘레길을 통해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2018년은 정말 활발하게 여행을 안내했다. 별도로 '서울 속 마을여행'으로 성동구만의 특화된 지역여행을 진행했다. 마을여행은 하나의 사업으로 일자리도 만들어지고 지역 내 경제 활성화라는 취지가 담겨 있다. 성동구에 위치한 다양한 사회적경제주체들이 모여 '살림경제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사회적협동조합을 출범했고, 백영화 대표도 조합원으로 참여해서 정식으로 '성동구공정여행사업단'이란 이름으로 마을여행을 진행했다. 성동구의 사회적경제에 대한 지대한 관심의 반영물이어서 성동구공정여행사업단은 2019년은 주식회사로 창업하였고 '주식회사사계절공정여행'은 여전히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 마을여행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백영화대표 ⓒ사계절공정여행

바삐 지낸 2019년의 피날레 성과물은 성동구 공정무역업체들과 협력해서 사계절공정여행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한 '우리가 연결하는 공정한 세상'이다. 공정여행을 주도했던 그들은 성수동에 정착한 사회적기업의 이야기를 모아 11월 마지막 날 열었다. 공정무역을 알리는 이벤트와 공정무역으로 만나는 공정여행, 그리고 이곳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한데 만나 소소한 동네모임(토크콘서트)을 열었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애초 이곳을 개척했던 가게들은 많이 떠났지만, 남아있는 터줏대감들과 새로운 친구들이 들어와 성수동의 명성을 만든 장본인이 되었다. '사계절공정여행'은 성수동을 개척한 당사자들을 평소 만나며 안내하던 당사자들이라 이날의 교류는 흘러온 시간을 거슬러 보게 하는 의미를 가졌다.

성수동을 넘어 성동구 여행을 꿈꾸는 여행사 '사계절공정여행'

성수동은 예전의 것과 지금의 것이 자연스럽게 배합된 곳이다. 언제부터인가 갤러리, 카페들이 대거 들어와 토론, 공연, 쇼룸 등 세상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면서도 여전히 오래된 가게와 공장도 함께 공존하고 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어울려 둘레길이 되었고, 사람들이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명성이 생겼다. 그리고 이곳을 보여주고 이야기해 주는 사람들은 지역여행활동가로 성장해 있다.

성수동 중심으로 이뤄진 마을여행을 이제는 성동구 전체로 확대해 보려고 한다. 재래시장과 새로운 상가들이 혼재해 있어 높은 빌딩도 있지만 오래된 터전도 남아 있는 용답동은 풍성한 지역스토리가 될 것 같다. 지역주민들과 지역여행활동가들이 모여 '용답동의 재발견'을 할 예정이다. 송정동 뚝방길도 사계절을 만나는 느낌으로 여행자를 만날 것이다. 오래도록 한 곳을 지키며 살아온 금호동 주민들과 마을여행을 가졌는데 마을을 통해 우리가 사는 곳을 재발견하는 시간이 되었다. 한 지역에서 오래 사는 사람은 그것만으로 가치가 부여된다. 주민들과 함께 공감하는 마을관광을 기획하고 혹시 수익이 생긴다면 지역으로 온전히 돌아갔으면 좋겠다. 이런 사업을 시도하는 의미도 있고, 보람도 남다르기 때문이다.

▲ 성수동의 포토월이 된 빌라 엄노인 담벼락정원 : 정원을 가꾼 할아버지는 고인이 되었지만 할머니는 세상을 만나며 할아버지가 가꾼 정원을 추억하고 있다. 담벼락정원과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는 것도 마을여행을 하다 보니 미션이 되었다. ⓒ사계절공정여행

세상의 가치를 여행으로 디자인하다

지역여행, 마을여행은 참 좋은 일이다. 여행과 마을이라는 관심 영역을 사업과 일로 풀어가는 방식이다. 그동안 성수동을 다녀간 여행자들의 욕구가 반영돼서 새로운 패턴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변화도 생기고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가는데 많은 여행객들이 동참한 결과이기도 하다. 지역의 이야기가 생활관광이 되고, 일상이 관광이 되는 곳, 그리고 관광을 일상화하는 지역을 꿈꾼다. 누구라도 마음이 있고 기회가 있으면 여행을 할 수 있고, 여가로서 여행이 가능해야 한다. 국가는 이것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국가가 국민에게 해야 할 미션을 위탁받아 진행하고 있는 사계절공정여행. 누구라도 마을을 여행하고 여가를 누리고 싶다면 성동구로 gogo. 그들은 누구나 여행하며 여가를 누릴 권리를 대행해 주고 있다.

공정여행사를 운영해 보니 생각만큼 일자리 창출이 원활하지는 않았다. 그나마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어 지금까지 헌신한 당사자들(?)에게 조금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주어진 일들을 해내느라 바삐 지내왔는데 그동안 얻어온 자원을 조사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기회를 가져보려고 한다. 활동을 자료로 정리하면 책으로 발간할 수 있을 것 같다. 직접 관광을 안내하고 지자체의 위탁사업도 병행하고 있는데 자생력을 높이려면 매출이 높아야 한다.

사계절공정여행은 지역에 있는 다양한 당사자들과 협업하여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여행을 만들려고 한다. 작년에 아프리카페스티벌을 주체한 아프리카인사이트와 함께 공정여행으로 청소년들에게 아프리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알리는 청소년주체발광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또한 지역주민, 지역단체들과 연계해서 8인8색 성수투어를 만들어 전국지역문화재단 담당자100여명이 참여한 2019지식공유포럼에서 제대로 성수동을 여행하도록 했다. 올해는 지자체와 연계하여 지역 주민들에게 관광을 통한 실질적인 일 할 거리를 기획하고 있다

함께 일하는 재성군은 군제대 전에 직접 전화를 걸어 공정여행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말년 휴가 때 회사에서는 그를 위해서 1인 공정여행을 해주었으며 제대하자마자 바로 일을 시작하였다. 사회초년생이지만 사계절공정여행의 홍보파트를 맡아서 열심히 배우며 일하고 있다. 공정여행을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풀지 않았다면 또 재성군이 하고자 꿈꾸는 일과 맞지 않았다면 아마도 다른 일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현실은 녹록치 않지만 지역 안에서 신바람 나게 지역주민과 다양한 주체들을 만나고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를 영글게 하고 있다. 모종의 꿍꿍이를 즐겁게 만들고 있는 사계절공정여행은 성수동의 수제화 장인을 발굴하고, 지역공동체를 여행객에게 소개하고, 책방하는 사람들이 세상과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하는 일들을 벌였다.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질문하며 일할 수 있는 것이 특권이라면 특권.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상상할 수 있는 것만으로 이곳은 무궁무진한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 책방투어 ⓒ사계절공정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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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설경 객원기자 snow429@hanmail.net

<저작권자 © 라이프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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