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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회적경제를 좋아하는 이유

기사승인 2020.01.21  09: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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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연시 기획 파트Ⅱ] 김종걸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장 기고

2019년 한 해 동안 사회적경제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사회적경제 활성화'가 국정과제로 채택되면서 사회적경제는 민간과 공공부문에서 빠르게 양적 성장을 이뤄가고 있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사회적경제의 시대'라는 표현할 정도다(2019-73호: 사회적경제, 금융생활경제연구소 굿랩). 그만큼 공공과 민간부문,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사회적경제와 사회적 가치가 논의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라이프인은 2019년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경제와 관련하여 어떤 논의가 얼마나 이루어지고, 얼마나 실제적 현상으로 연결되었으며, 어떻게 2020년도로 이어질 것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지난 일 년간의 성과와 남아 있는 과제를 짚어보고 새해 사회적경제를 전망해본다. [편집자 주]

① 2019 사회적경제, 결정적 순간들 - 상반기
② 2019 사회적경제, 결정적 순간들 - 하반기
③ 물들어온 사회적경제, 바다로 나갈 준비됐나요?
④ 2019 사회적경제 트렌드 키워드 'Value'(가치)
⑤ 통계로 보는 2019 사회적경제 현황
⑥ 2020 사회적경제 주요행사 & 일정 미리보기
​​​​​⑦ 2020년대 사회적경제를 위한 제언
⑧ 김인선 진흥원장 "비어있는 부분 노크하는 진흥원될 것"
⑨ 2020 사회적경제 장기전망과 과제
⑩ 2020년대 맞이한 4대 생협, 미래비전 들여다보기
⑪ 내가 사회적경제를 좋아하는 이유

 

김종걸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장 ⓒ라이프인

필자는 사회적경제 운동을 생각할 때, 영국의 자유주의자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의 저작들을 떠 올리곤 한다. 밀은 행복에는 저급한 쾌락과 고양된 행복이 있으며, 그 중 지고지선(至高至善)의 행복이란, 사회구성원 전체와 자신의 행복을 일치시킬 때의 기쁨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동일한 문제의식을 아마르티아 센(Amartya Kumar Sen, 1933~ )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발전의 목적을 '실질적 자유'의 확대, 즉 각 개인이 누리는 '역량(capability)'의 확대에 있다고 말한다. 그 '역량'은 경제적 실무역량, 정치적 민주역량, 사회적 동감역량, 그리고 개인이 느끼는 삶의 기쁨과 도덕적 자부심까지 모두 포함한다.

필자는 사회적경제야 말로 개인의 행복과 공동체의 행복을 연결시키는 중요한 통로라고 생각한다. 협동조합이든 사회적기업이든 그 활동의 주요 목적은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며, 그 일상의 참여가 개개인의 '삶의 활력'과 '지적·도덕적 능력의 향상'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사회적경제가 중요시되는 이유는 보다 포용적인 경제가 가능해 질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필자가 방문했던 여러 사회적경제 거점은 이러한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다. 필리핀 마닐라의 빈민가에서는 협동조합 생수공장을 만들고, 아이들의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는 단단한 활동가가 살고 있었다. 스코틀랜드 시골 땅 끝 마을에서는 노인 밖에 안 남은 마을에서 공동의 취사와 운동시설을 만들어 운영하는 걸쭉한 청년이 있었다. 서울역 맞은편 동자동 쪽방촌에는 사랑방공제조합을 헌신적으로 도와주는 청년 활동가가 있었다.

이들을 비롯하여 수많은 사회적경제 활동가 얼굴에서 발견되는 모습은 삶의 자부심이었다. 밀이 말한 '공동체와 함께 하는 행복', 센이 말한 '실질적 자유가 주는 삶의 자부심'이 이들의 얼굴에서는 빛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조직들이 더욱 확산될 수 있을까?

혹자는 정부지원의 확대를 말한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사회적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법과 제도와 정책이 아니다. 사람 중심의 조직을 만들려는, 아주 길고 긴 일상의 노력이다. 필자 또한 처음에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복지전달체계를 효율화시키는 등의 정책효과만을 생각했었다. 그 때문에 관련된 법을 만들고 정책을 정비하면 사회적경제가 발전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깨달게 된 것은, 중요한 것은 '정책'보다는 '운동'의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 중시 전략을 유지하면서 시장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며(기업으로서의 사회적경제), 보다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민 행동의 거점으로 기능해야 한다(운동으로서의 사회적경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소속된 모든 구성원이 민주주의자로서의 기본 소양을 잘 닦아 결국은 정치의 세계를 변화시켜가야 한다(정치로서의 사회적경제).

하나 분명한 것은 2020년의 시대는 사회적경제에게 점점 더 많은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새로운 미래는 시민참여의 새로운 경제가 구상되어야 한다. 우리는 노동하고 소비하는 단순한 호모에코노미쿠스가 아니다. 때로는 무상노동의 자원봉사자이며 좋은 일에 대한 기부자이기도 하다. 지역사회 속에 존재하는 각종 선의의 자원들이 통상적인 경제활동과 잘 어울렸을 때 우리는 살 만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한국사회의 강고한 이중구조의 벽을 깨기 위해서는 '밑'으로부터의 새로운 경제혁신이 또한 필요하다. 멀리서 보면 한국경제는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화려한 모자이크다. 그러나 '국가'가 아니라 '마을'이라는 안경을 통해 이 땅을 바라보면 대한민국은 너무 넓고 다양한 공간으로 변한다. 마을은 대도시의 한가운데, 변두리의 뒷골목, 산과 들에도 존재한다. 이곳으로부터 새로운 혁신의 경로가 설계되어야만 강고한 이중구조의 덧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바라기는 2020년 이후에는 경제정책 전체도 새롭게 정비되었으면 한다. 시장은 보다 경쟁적이며 활기차게 변해야 하며, 정부는 국민을 편안하게 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시장과 정부의 개혁은 그 자체로만 완결되지 않는다. 시장실패와 정부실패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민사회의 기획을 구상해야만 시장과 정부의 능력도 업그레이드된다.

해법은 지역에서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조직하고 이들에게 가능한 많은 역할(의료, 복지, 교육 등)을 부여하는 것이다. 기존의 시장과 정치·관료체계의 외곽에 건강한 시민사회의 거대한 저수지를 만들고, 이들에게 더 많은 역할을 부여해야만 한다. 다양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경제조직, 바로 2020년 이후 대한민국 사회적경제에게 주어진 역할이다.

김종걸(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 webmaster@lifein.news

<저작권자 © 라이프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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