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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가치 함께 냅시다!"

기사승인 2020.01.21  17:2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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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 파이낸스 ⑥] 사회적가치를 생각하는 건 금융의 일

금융은 혈맥에 비유되곤 합니다. 돈이 오가는 행위를 통해 기업을 비롯해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게끔 돕습니다. 금융은 따라서 사회 유지와 발전의 중요한 시금석입니다. 특히 순환은 금융의 중요한 작동원리입니다. 피가 돌지 않으면 사람이 죽듯이 돈이 돌지 않으면 사회가 작동을 멈추기 때문입니다. 돈이 필요한 곳에 돈을 흐르게 하는 것이 금융의 기본 역할입니다.

사회적금융은 사회적경제 활성화의 핵심입니다. 사회적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면서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불어넣는 것이 사회적금융입니다. 순환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 자산을 만들고 사회적 관계를 새롭게 조직해나가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이런 사회적금융이 기존 금융 관행의 구심력을 벗어나 새로운 질서를 만들 때 사회적경제도 단번에 도약할 것입니다. 라이프인과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이 사회적금융에 대한 인식 확산과 접근성 향상을 돕기 위해 [굿, 파이낸스]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 여러분이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인식의 폭을 확장하길 기대합니다. 

경자년(庚子年)이 기지개를 켠 초입, 지인이 "사회적가치 많이 내라"는 덕담을 건넸다. 세상에, 보편적 가치(복, 건강, 행복, 장수 등)를 받거나 누리라는 정성 담긴 흔한 말 대신, 사회적가치라니. 살짝 놀랐고 반가웠다. 그래서, 받아쳤다. "누구든 복 받으면 혼자 먹지 말고 나누자." 지인이 사회적경제 종사자인 까닭에 그런 덕담이 오갔겠지만, 신선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체제가 여전히 지배하던 2002년, 비씨카드 광고는 새해 덕담계를 한순간에 바꿨다. "여러부운~, 부자 되세요~" 빨간 옷에 하얀 목도리를 두른 배우 김정은 씨가 외친 이 한 마디는 그야말로, 블랙홀이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만복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등 모든 덕담을 집어삼켰다. 부자가 되라니, 이전까지 듣지 못한 뜬금포였지만, 이 말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당시까지, 표면적으로 돈을 최고의 가치이자 목적으로 여기는 태도를 경계했었다. 그러나 이 덕담이 물꼬를 텄다. 노골적으로 돈은 만신전에 올랐다. 실증적 통계는 없지만, "대박 나세요"와 같은 인사말이 일상적으로 횡행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  배우 김정은씨가 "여러분, 부자 되세요"라고 외친 광고의 한 장면 ⓒ유튜브 캡쳐

이런 덕담의 변화는 신자유주의 경쟁체제로 접어들었다는 명백한 징후였다. 공존과 상호부조보다 각자도생이 사회의 작동원리가 됐다. 생존 책임은 온전히 개인의 몫으로 남겨졌다. 공동체는 소멸해갔다. 부자가 되거나 대박이 나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식이 새해 덕담에 스며들었다. 새해 덕담의 변화에서 나는 내가 사는 세상이 달라지고 있음을 얼핏 감지했다.

새해, 사회적가치라는 희망을 길어올리다

사회적금융 기관에 몸담은 입장에서 사회적 가치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호들갑을 떨어댔지만, 새해 덕담으로 듣게 될 줄 몰랐다. 3년 전 이맘때(1월 9일) 작고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새해는 희망의 부활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열리는 축제'라고 언급했다. 섣부르다 타박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 덕담을 작은 희망의 징조로 받아들이고 싶다. 맞다. 새해란 그런 것이다. 작가 로맹 롤랑의 말(이성의 비관주의, 의지의 낙관주의)을 빌려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가 했던 말을 곱씹는다. "나의 지성은 비관주의적이지만, 나의 의지는 낙관적이다(I’m a pessimist because of intelligence, but an optimist because of will)."(그람시 영향을 받은 체 게바라는 다시,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고 던졌다.)

물론 사회적가치의 부각은 의지가 아닌 명백한 사실이자 현상이다. 정부는 연초 '사회적가치 실현을 위한 공공부문의 추진전략'을 내놨다. 정부·공공기관에 사회적가치 전담 부서·인원을 배치하는 등 공공부문이 사회적가치 실현을 선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맞춰 사회적금융도 탄력을 받고 있다. 정부는 새마을금고가 올해 100억 원을 사회적경제기업에 공급하고 신협의 사회적경제기업 출자를 위한 신협법 개정과 협동조합 우선출자제 도입 추진 등 사회적금융 기반 고도화에 나서겠다는 정책 의지를 밝혔다. 민간도 연초부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중개기관을 설립하거나 준비하고 협력을 통한 사회적기업펀드 결성 등 임팩트 투자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기존 금융권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기반을 둔 경영 체계 수립을 선언하면서 사회적가치 창출 기류에 동참하고 있다. 바야흐로, 사회적가치가 찰랑찰랑 물결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사회적가치를 생각하는 건 금융의 일이다.

뷰카의 시대, 희망과 절망 사이

현대사회 특성 중 하나로 '뷰카(VUCA,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머리글자를 조합한 신조어로, 불확실한 사회환경을 뜻함)'가 꼽힌다. 빠르게 변동하는 불확실하고 복잡하며 모호한 시대에도 금융의 힘은 여전하다. 뭣보다 금융은 선택이나 습관을 만드는 힘이 있다. 이런 힘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문제에 접근한 사회적경제기업 활동을 뒷받침하고 사회적가치를 낳는다.

뷰카 시대에 필요한 것은 문제를 해석하고 풀어가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역동적인 대응 능력이다. 그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저에 사회적금융이 자리할 수 있다. 기후위기, 플랫폼노동, 빈곤과 불평등, 청년 문제, 지역 소멸 등 다양한 사회문제에 사회적금융은 촉수를 세우고 행동해야 한다.

새해가 희망의 부활을 기념하기 위한 축제이고 덕담은 그런 희망을 품은 축사지만, 솔직히 말하면, 희망의 실현 가능성을 뒷받침해줄 어떤 확실성도 없다. 사실, 곳곳에 지뢰투성이다. '주 40시간'을 어떻게 줄일지 고민해도 부족할 판에 '주 52시간'으로 왈가왈부라니. 시대착오적이다. 협동조합의 아버지 로버트 오언이 "하루 8시간 일하고, 8시간 놀고, 8시간 쉬기"를 내세운 때가 1817년이었다. 

▲협동조합의 아버지 로버트 오언이 "하루 8시간 일하고, 8시간 놀고, 8시간 쉬기"를 내세운 때가 1817년이었다. (이미지: public domain)

200년이 지난 지금, "숨 돌릴 틈 없이 일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다는 플랫폼 돌봄노동자 애비(영화 <미안해요, 리키>)의 한숨은 우리 시대의 참담함을 드러낸다. 특히 취임하자마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경제 활력을 높이겠다"는 일성을 내세운 국무총리는 어떻고. 국정과제인 '노동존중사회'가 있고, 대통령도 신년사를 통해서도 이를 강조했건만, 못내 아쉽다. 국정과제를 생각했다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라 '노동하기 좋은 환경'이어야 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에서는 사람값이 너무 싸다. 싸도 너무 싸다. 암담하고 참담하고 아득하다.

▲'미안해요 리키(Sorry We Missed You, 2019)' 스틸컷 ⓒ네이버영화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

그럼에도 희망의 실현에 대한 보장이 꼭 필요하진 않다. 그런 보장 없이도 우리는 무언가를 희망해야 한다. 희망은 부활했다가도 꺼지고, 꺼졌다가도 부활한다. 생각해보라. 작년에 우리는 숱한 좌절을 겪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우리는 새해와 함께 어김없이 희망과 소망을 꺼낸다. 새해니까.

올해 처음 만난 책 《까대기》(이종철 지음)에서 택배 상하차 작업(까대기)을 하는 주인공 이바다는 이렇게 말한다. "조금 덜 일하고 조금 더 벌어가면 좋겠다. 아프고 다치면 나가라, 네가 책임져라, 가 아니라 쉬어라, 걱정마라, 하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 이바다의 소망이 이뤄질 수 있도록, 플랫폼노동자를 위해 사회적금융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추진하고 있다.

▲ 까대기(이종철 글그림)의 한장면 ⓒ출판사 보리

사회적가치가 별건가. 오언이 내건 '8시간 노동'이 구체적으로 꿈을 꾸게 한 슬로건이자 사회적가치 창출을 유도하였듯, 우리도 조금 덜 일하고 조금 더 벌어가자고 하면 어떤가. 덕담이라도 그리 던지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징조를 만드는 건 어떤가. 새로운 덕담 하나에 살짝 설레면서 허튼(?)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부디 용서해주시라. 새해니까. 그리고,

"사회적가치 함께 냅시다."

김이준수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기금사업실) webmaster@lifein.news

<저작권자 © 라이프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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