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생기를 잃는 이유는 다양하다. 한 지역의 굳건한 경제를 담당하던 기업이 이익을 위해 이전을 하거나 흔들리는 경제에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아버리는 경우 남겨진 지역주민들은 생계를 위해 떠난다. 한때는 반짝반짝하던 도시가 세월이 흘러 낡고 그대로 방치되면 사람들이 더는 찾지 않는 곳이 된다. 게다가 사용되고 버려진 도시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높은 집값, 환경오염, 고령화, 각종 범죄와 같은 사회문제에 시달린다.
낙후된 도시, 떠나면 그만일까? 남겨진 사람들과 도시는 어떻게 될까? 지역에 대한 애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 네덜란드에서 한 수 배워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네덜란드의 창의적인 도시재생 이야기를 담은 '플레이스메이커스'가 발간됐다.
저자인 김정빈 작가는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구원들과 함께 도시기획집단 '어반트랜스포머(Urban-Transformer)'를 꾸려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 문화프로그램에 참여해 암스테르담, 아른헴, 로테르담 등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네덜란드의 도시재생 지역 7곳을 방문해 참여했던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연구했다. 이후 2018년 7월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도시를 만드는 사람들-네덜란드 창의적 도시재생으로의 여행" 전시를 진행했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전시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책에 소개된 7개의 프로젝트는 도시에서 발생하는 각각의 문제와 해법을 찾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네덜란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한국의 하향식(top-down) 공공재생사업이 아닌 아래에서 시작되는 상향식(bottom-up)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역을 되살리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몇몇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 모여 사업 환경을 만들고 마침내 공공의 지원과 제도를 끌어냈다.
그 결과 부랑자, 마약상들이 넘쳐나던 곳이 패션특구로, 예술가들이 창의적인 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만나볼 수 있는 장터로 변했다. 어느새 접근불가지역(no go area)은 일명 핫플레이스로 변신을 꾀한 것이다.
장소만들기(place-making)는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을 형성하는 것을 넘어서 다양한 교류가 일어나고 경제적인 순환과 건강한 삶을 함께 공유하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이 책은 설명한다. 더불어 플레이스메이커(place-maker)는 전문적인 건축가, 도시계획자가 아니라 도시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역에 필요한 일을 생각해 자신의 의견을 제안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혁신은 기존의 체계와 자주 부딪히고, 만약 거기서 멈추면 혁신이 일어나기 힘들다. 물론 기존의 체계를 깨고 혁신을 일으키는 것이 항상 기존 법을 무시하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혁신은 혁신의 필요성을 관련자 모두가 함께 인지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협력해야 함을 이해하는 곳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더욱 중요한 포인트일 것이다. _136p
한편, 플레이스메이커스를 펴낸 픽셀하우스는 단행본, 작품집, 그림책을 기획ㆍ편집하며, 건축 또는 도시를 글과 이미지로 기록하는 도큐먼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뉴욕 런던 서울의 도시재생 이야기』, 『세상어디에도 없는 도시의 사람들』, 『보도블록은 죄가 없다』 등을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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