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2017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가 처음으로 감소했으며, 고령인구비율이 14.2%로 증가돼 우리나라는 본격적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에 여러 매체에서는 일본보다 빠른 기세로 고령화에 진입했다는 정보를 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속도로 2026년이면 초고령화 사회에 들어선다.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멀게는 한국 사회에서 가깝게는 우리네 가정에서 맞닿은 노인 돌봄에 관한 문제는 더 이상 넋 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는 문제가 되었다. 고령사회, 돌봄의 형태는 어떠할까? 나의 노년은 어떻게 그려질까?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힘든 노인에게 이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돌봄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엮어낸 그림책 '꽃 보고 한 걸음 구름 보고 한 걸음'이 발간됐다. 열두 명의 평범한 시민 돌봄 종사자들이 자신의 삶과 노동을 직접 쓰고 그렸다.

어르신들은 온종일 침대에 누워 창밖만 바라보는 삶,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방 안에서 혼자 하루를 보내야 하는 삶, 혼자 힘으로는 온전한 일상을 지킬 수 없는 삶을 겪고 있다. 이들의 평범한 하루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돌봄이다. 돌봄을 기다리는 이들의 평범한 일상이 돌봄을 하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출 수 없게 한다. 

책은 열두 편의 이야기로 구성돼있다. 돌봄 현장에서 어르신들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그림책을 만들었으며, 세상 사람들과 소통의 매개로 그림책을 활용하기 위해 그림책으로 발간됐다. 단지 노동을 그려낸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피어나는 삶의 형태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돌봄 종사자들은 지금의 어르신들을 보면서 미래의 '자신'을 떠올리고 있었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시간과 질병 앞에서 10년, 20년 후의 자신의 모습을 그려봤다고 한다. 알록달록 곱게 칠해진 그러나 조금은 투박한 그림체 속에 돌봄 종사자들의 진솔한 속마음이 짙게 묻어난다.

어르신을 돌보며 가끔 힘들 때 그런 생각해요.

나도 이렇게 늙을 건데…….

오늘 돌봄을 하는 내가, 내일 돌봄을 받게 되지요.

이 책을 엮어 만든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는 1994년 안성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 지역주민과 의료인이 협력해 민주적 의료기관, 건강한 생활,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는 우리나라 제1호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전국 회원조합들이 지역사회 현장에서 함께 구현해 가도록 지원하고, 의료의 공공성 실현을 위한 정책, 교육, 홍보, 컨설팅, 네트워크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함께 책을 엮은 그림책미술관시민모임은 2012년 시민활동가, 그림책 작가, 기획자, 편집자, 출판관계자, 연구자 등이 모여 그림책 공간 조성, 운영과 그림책 문화 예술을 위해 만든 시민단체이다. 어린이에서 어르신까지 지역과 세대를 넘어 그림책을 통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만만한책방 전소현 관계자는 "이책('꽃 보고 한 걸음 구름 보고 한 걸음')을 만드는 내내 많이 울기도 하고, 따뜻한 희망을 보기도 했다"며 "돌봄 종사자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맞이할' 이야기, 아니 어쩌면 우리가 이미 '맞이한' 이야기를 <꽃 보고 한 걸음 구름 보고 한 걸음> 통해 들어보고 나의 노후를 그려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