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 유전체 역학조사로 흔적 확인할 수 있다면
상태바
가습기살균제 피해, 유전체 역학조사로 흔적 확인할 수 있다면
[강찬호의 위험사회 아웃(2)]서울대보건대학원 성주헌 교수, 흡연 연구와 함께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 추적에도 관심
  • 2017.04.25 15:15
  • by 강찬호
광화문 광장에서는 매주 목요일 옥시아웃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월20일(목) 오후6시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성주헌 교수를 만났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역학교실에서 유전체 역학, 맞춤건강증진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의학박사이고 전문의이다. 흡연의 건강피해 영향에 대한 쌍둥이 연구를 해오고 있다.

성 교수가 소개한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담배 흡연 소송에서 노출 여부에 대한 인과관계를 특정 하는 것이 이슈이다. 흡연으로 인한 건강피해는 장기노출로 인한 건강피해인데, 그 사이 흡연자가 노출될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은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 특정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느냐가 소송에서 핵심 쟁점이다. 흡연 소송이 쉽지 않은 이유이다.

성 교수는 이러한 이슈에 대해 쌍둥이 연구를 통해 흡연자들에게서 ‘유전자 메틸화(Methylation)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고 밝혔다. 즉 유전자 변형이 유전자 염기서열의 변화와 재조합에 의한 복제과정에서의 변형이 아닌, 다른 환경적 요인에 의해 유전자 염기에 메틸기가 붙는 과정인 ‘메틸화 과정’이라는 특이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전자 메틸화로 인한 유전자 변이를 ‘후생적 변화’라고 부른다. 유전자 메틸화는 후대에 걸쳐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성 교수는 흡연자 건강피해에 대한 유전자 메틸화 연구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간 공동연구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고, 어느 정도 결론에 이르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유전자 메틸화 현상에서 흡연의 ‘마커’를 찾기가 쉽지 않아 어려움이 존재한다며 과학적인 입증 작업을 통해 공인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성 교수는 흡연 피해자들에게서 보여 지는 유전자 메틸화 현상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확정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게서 유전자 메틸화라고 하는 공통된 흔적이 발견된다면 가습기살균제 사용 입증, 피해입증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 부위를 채취해서 유전자 분석을 실시하고 그 결과 공통적으로 메틸화 현상이 발견된다면 피해자 입증에도 근거가 마련되고, 건강피해 연구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물론 진행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의 경우 사용한 제품이 달라 노출된 화학물질도 다르고, 노출량도 다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성 교수는 PHMG로 건강피해와 그 피해 정도가 심한 경우에서부터 먼저 유전자 분석을 실시하는 것을 제안했다. PGH, CMIT/MIT 등 건강피해와 노출 정도에 따른 다양한 유형의 건강피해를 연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주어진 연구 여건에 맞춰 단계적으로 실시해보자고 제안했다.

성 교수의 제안은 4월22일(토) 오전 11시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개최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워크숍에서 한 번 더 언급되기로 했다. 이어 피해자들의 동의를 전제로 피해자들의 참여가 가능할 경우, 샘플 작업이 진행되고 분석에는 3~4개월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다.

한편 성 교수의 제안은 ‘가뭄에 단비’와 같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규모는 2017년3월말 현재 5,531명이 신고했고 이 중 1,168명이 사망자이다. 이 중 지금까지 정부에서 피해자 판정을 한 인원은 982명이다. 기존에 피해자 판정을 받은 이들 중에 상당수는 피해인정 기준에 반발하고 있다. 폐 손상 이외에 다른 신체 기관의 건강피해를 방치했다는 항변이고, 폐 손상 관련해서도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피해 판정조차 받지 못하고 대기 중에 있는 피해자들의 답답함은 여전하다. 동시에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는 판정 작업과 별도로 ‘미제 사건’처럼 놓여 있다. 건강피해에 대한 후속 연구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성 교수의 연구는 민간 차원에서 피해 문제를 연구하는 경우로 유전자 연구에서 어떤 단초를 확인할 수 있다면, 정부 기관에 또 다른 자극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라이프인 열린인터뷰 독점기사는 후원독자만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분들은 로그인을 하시면 독점기사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가 아닌 분들은 이번 기회에 라이프인에 후원을 해보세요.
독립언론을 함께 만드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요기사
인기기사
  • (07317)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영등포로62길 1, 1층
  • 제호 : 라이프인
  • 법인명 : 라이프인 사회적협동조합
  • 사업자등록번호 : 544-82-00132
  • 대표자 : 김찬호
  • 대표메일 : lifein7070@gmail.com
  • 대표전화 : 070-4705-7070
  • 팩스 : 070-4705-7077
  • 등록번호 : 서울 아 04445
  • 등록일 : 2017-04-03
  • 발행일 : 2017-04-24
  • 발행인 : 김찬호
  • 편집인 : 이진백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소연
  • 라이프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라이프인.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