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균팩 수거율은 시민의식 아닌 시스템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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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균팩 수거율은 시민의식 아닌 시스템 차이"
  • 2024.04.29 17:01
  • by 정화령 기자

생활 곳곳에 유용하게 사용하는 종이팩. 친환경 포장재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재활용률은 14% 내외에 지나지 않는다. 비록 여기에는 폐지에 섞여 재활용되는 비율은 빠져있다. 하지만 고급 펄프를 사용하고 있어서, 종이팩만 별도로 재활용해서 자원 낭비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재단법인 숲과나눔에서는 이런 종이팩 재활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록열매 종이팩 컬렉티브 정책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6일 숲과나눔 강당에서 열린 7회 포럼에서는 '해외 종이팩 자원순환 우수사례'를 집중해서 다뤘다. 

발제자 류정용 교수가 속한 강원대학교 제지공학과는 우리나라 유일의 종이를 연구하는 곳이다. 그 부속으로는 민간 연구소인 창강제지기술연구소가 소속되어 종이 산업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류 교수는 "종이가 아직도 연구할 게 많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연간 1,200만t을 생산하고 800만t을 재활용한다. 종이 산업만 14조에 달해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 류정용 교수. ⓒ라이프인
▲ 류정용 교수. ⓒ라이프인

류 교수 설명에 따르면, 유럽은 일반팩과 멸균팩의 사용 비율이 2:8 정도로 멸균팩을 훨씬 많이 쓴다. 반면 미국은 일반팩을 많이 쓰는데, 이는 서부 개척 시대에 음식을 장기 보존하기 위해 말리거나 절이는 방법을 사용하여 짠 음식 섭취에 의한 위암 발병률이 급증한 것에 기인했다고 한다. 이후 콜드체인시스템을 도입해서 음식을 장기저장하지 않고 빨리 소비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장기저장에 유리한 멸균팩보다는 일반팩을 애용하게 된 것이다. 이후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일본과 한국도 일반팩 사용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멸균팩 사용 비중이 더 높아지고 있다. 

 

해외의 종이팩 수거에 관해 류 교수는 "미국과 같이 국토가 넓은 나라는 주로 매립하기에 재활용에 관한 고민이 크지 않다. 반면 유럽은 재활용 역사가 깊은 편"이라고 차이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활용은 시민의식과 문화의 차이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재활용 우수사례로 꼽히는 유럽 국가들은 길에 쓰레기 수거함이 있고, 그곳에 구분 없이 재활용 가능한 모든 쓰레기를 버린다. 시민들이 재활용을 편하게 하도록 정부가 편의를 봐주는 셈이다. ▲종이팩 ▲판지 ▲금속 ▲플라스틱 ▲신문지 ▲유리를 한 번에 모으거나, 유리만 별도로 회수하는 게 프랑스, 영국을 비롯한 다수 유럽 국가의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렇게 모인 재활용 자원은 정부가 분류하고 처리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그렇지 못할까? 류 교수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전한다. "선진국에서는 폐지 수거로 생활이 어려워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없지만, 만약 우리나라 정부에서 모두 수거하게 되면 누군가의 생계를 위협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곳에 모은 재활용 쓰레기는 처리 라인을 지나면서 자기장, 자석, 무게 등에 따라 종류별로 다시 구분한다. 분류 후 재활용업체에 판매하는데, 이 판매대금으로 운영 기금을 충당하기는 어렵기에 더 많은 금액의 세금이 투입된다는 점도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이다. 
 

ⓒ라이프인
ⓒ라이프인

재활용 시스템의 차이는 결과물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유럽의 재활용업체에서는 불순물 함량을 1%, 5% 등으로 구분해서 종이 원료를 판매한다. 반면 우리나라 업체는 거대한 쓰레기 더미에서 종이팩을 구분하기 때문에 오염과 냄새 등의 문제로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그로 인해 불순물이 많이 섞이게 된다. 또한 일반팩은 멸균팩처럼 알루미늄 코팅이 되어있지 않지만, 젖어도 잘 풀어지지 않도록 처리한다. 류 교수는 "일반팩은 그것만 모아서 약품처리와 1시간 이상 갈아 용해해야 한다. 일반팩보다는 오히려 멸균팩이 지금 재활용 시스템에 적합한 소재"라고 생각을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재활용 상황은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거부하기 시작하며 처리해야 하는 양이 급격하게 늘어난 상황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마찬가지로, 호주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 멸균팩으로 '세이브보드'라는 압축 건축자재를 만들기 시작했다. 류 교수는 아직은 가격경쟁력에 밀리는 상황으로, 사용처를 더욱 늘려야 한다는 생각도 전했다.
 

▲ 발표자료 중 세이브보드 제품 목록. ⓒ세이브보드 홈페이지
▲ 발표자료 중 세이브보드 제품 목록. ⓒ세이브보드 홈페이지

주제 발제 후에는 참가자들의 질문과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이번 포럼은 7회차로, 다음 달 월례 포럼이 마무리된다. 그리고 6월에는 지난 포럼의 성과를 공유하고, 자원순환 정책을 제안하는 자리가 마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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