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in 한국] '도우누리'에서 상상하는 한국 복지의 개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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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in 한국] '도우누리'에서 상상하는 한국 복지의 개혁 (2)
  • 2024.04.16 10:00
  • by 김종걸(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1회 목차)


1. 한국 복지의 동맥경화
 1) 낮은 복지체감성
 2) 복지 전달의 심장/대동맥
 3) 복지 전달의 중/세동맥
2. 모세혈관의 건강함: 도우누리 이야기
 1)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2) 명확한 목표 설정과 구체적 평가

도우누리의 성과는 조직의 목표 설정과 내부의 평가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곳은 5년마다 한 번씩 전략목표를 정하고 매년 그 세부 과제를 평가한다. 2011년 '늘루픈돌봄센터 전략체계(2011-2015)'를 수립하고 '성과관리체계'를 도입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①좋은 일자리 창출과 고용유지(8개 성과목표와 21개 세부점검목록), ②바른 돌봄서비스 공급(5개 성과목표와 14개 세부점검목록), ③돌봄서비스 공익성 확대(5개 성과목표와 12개 세부점검목록), ④지역사회 복지활동 강화(3개 성과목표와 8개 세부점검목록)의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했다(「2012년 제5기 활동평가와 결산보고서」). 당시 필자는 보고서를 읽고 감탄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탁상공론의 사회적가치평가가 난무하는 가운데 도우누리의 목표치는 명확했고, 평가지표는 구체적이었다.

도우누리는 평가시스템을 계속 발전시켰다. 2020년에는 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 가치지표(SIV) 진단, SK의 사회적 가치측정(SPC), 쿱인덱스(Coop Index) 진단 및 조합원 만족도 진단(SN플랫폼 컨설팅)을 실시했다. 그 결과를 근거로 조직운영의 개선과제를 도출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회의를 거듭했다. 

현재는 '제3기 도우누리 전략체계(2021-2025)'가 작동 중이다. 10대 전략과제와 28개 세부과제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산하조직은 이 목표와 평가지표에 따라 행동한다. 2022년 2월 25일 대의원총회의 풍경은 이를 잘 보여준다. 당시 제1호 의안은 '2020년도 활동평가 보고와 승인의 건'이었다. 먼저 법인사무처, 늘푸른돌봄센터 광진, 광진아동발달심리지원센터, 서울아가마지, 늘푸른돌봄센터 강서양천점/노원점, 시립중랑노인전문요양원, 시립중계노인전문요양원, 능동꽃맞이어린이집, e단지2편한어린이집 순으로 활동 목표별 정량과 정성평가 결과 보고가 길게 이어진다. 중간중간 대의원의 질문/총평과 담당자의 대답도 교환된다(「2022년 도우누리 대의원총회 자료집」).

도우누리의 조직 목표는 크게 말하면 좋은 직장, 좋은 돌봄서비스, 지역사회의 발전과 함께하는 것이다. 이것은 '구호'로 실현되지 않는다. 현실에 맞게 목표치를 항상 점검해야 하며, 그 목표수행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과정이 없는 조직은 생명력이 없다. 도우누리는 적어도 이 분야에서는 한국에서 가장 선구적이다. 
 

▲ 비전 및 사명가치 - 제3기 도우누리 전략체계.
▲ 비전 및 사명가치 - 제3기 도우누리 전략체계.


3) 조직 미션의 침투

조직 미션의 진정성은 많은 사람에게 침투되어있다. 주거복지와 관련된 한 사례를 이야기해보자. 도우누리는 2018년 서울시 주거복지센터를 위탁받아 광진구에 개소했다. 2022년부터는 서울주택도시공사와 광진주거복지센터 업무를 위탁받았다. 이곳의 도움을 받은 한 중장년 여성(64세, 1인가구)의 이야기다. 

가정폭력으로 이혼한 그녀는 상가건물 맨 꼭대기에 살고 있었다. 좁고 곰팡이도 심한 집이었다. 바퀴벌레가 바글거리고 도배지도 다 뜯겨 있었다. 치매에 걸린 친정어머니를 돌봐야 하기에 자활 참여도 힘들다. 그래서 수급자로 인정도 못 받고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활했다. 그 사정을 들은 센터에서는 '전세 임대 즉시 지원사업'을 신청했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었으나 자부담 600만원 마련의 길이 막막했다. 센터가 지원할 수 있는 자금은 최대 300만원이었다.

이에 '서울형 임차보증금 지원사업'을 다시 신청했고, 결국 자부담금 600만원을 해결했다. 그녀에게는 유일한 마음의 위안이 반려견이었다. 그런데 반려견이 문제였다. SH공사, 민간주택 모두 쉽게 집을 내주지 않았다. 이에 서울시복지재단에 부탁했고 그곳 지원으로 보증금 600만원, 월세 40만원의 임대주택에 계약할 수 있었다. 센터를 후원하는 영구크린113호점 사장이 무료로 이사를 도와주었다. 세탁기도 후원해주었다(「2022-23 광진주거복지센터 운영성과 보고집」). 

지쳐있는 취약계층의 세세한 요구를 들어주고, 공적인 자원과 사회 속 선의의 자원을 연결하는 것.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조직의 미션을 체화한 진정성 있는 직원만이 할 수 있다. 그러나 직원의 진성성만으로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경제적/사회적으로 보상받아야 하며, 기업으로서의 도우누리의 경쟁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경쟁력의 키워드는 '통합돌봄'이며, 시대적 요구와도 부합된다. 앞에서 설명한 64세 한 여성이 받아야 할 서비스는 주거만이 아니라, 돌봄, 이동, 영양 등 보다 '종합적'이다. 이 모든 것을 도우누리 혼자 공급할 방법은 없다. 지역사회의 역량이 서로 합쳐지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4) 지역사회의 연대와 통합돌봄

지역사회 연대 능력에서 도우누리는 강점을 가진다. 애초부터 지역시민단체(광진주민연대)를 모체로 하기에 시민역량의 조직은 이들의 유전자 깊숙이 자리한다. 그 가시적 성과가 '공유공간 나눔'이다. 

2017년에 광진구의 시민조직, 사회적경제 조직은 전세보증금과 은행대출금을 모아 39억원 자금으로 5층 건물을 구입했다. '시민자산화'로 유명하게 된 사례다. 지하에는 타악전문예술단 울력과 모두가 공유하는 교육공간이 있다. 1층에는 다온약국(동네약방), 광진생협&더마실카페(자활기업), 공유식당이 자리잡는다. 2층은 더불어내과의원(마을주치의), 3층에는 도우누리/한우리돌봄센터(협동조합)와 공유 회의공간, 4층에는 광진주민연대와 사회적기업 21세기자막단 그리고 10여개의 사회적경제 창업기업이 입주해 있다. 5층은 지역언론사인 디지털광진도 있다. 이들 모든 조직들은 상시적으로 만나 지역사회 아젠더와 향후 협업계획을 논의한다. 

통합돌봄 노력도 계속 이어왔다. 2016-18년에는 '광진구사회적경제특구사업'을 통해 통합돌봄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었다. 도우누리(재가돌봄), 한국아동국악교육협의회(정서돌봄), 복지유니온(영양서비스), 빨래방(빨래서비스), 스마트헬스(운동서비스), 인스케어(주거편의서비스) 등이 함께 노력한 결과다. 이들은 함께 돌봄식당 1호점(열린밥상, 구의동), 돌봄식당2호점(따뜻한 밥상, 중곡동)을 열기도 했다. 

위의 경험은 2019-21년의 자체적인 '돌봄네트워크 강화전략'으로 확대되었고 2022년 이후 커뮤니티케어 네트워크로 구조화 된다. 도우누리, 광진주민연대, 더불어내과, 늘푸른돌봄센터, 중곡종합사회복지관, 광진사경네트워크, 광진지역자활센터, 따뜻한밥상(자활기업), 복지유니온(사회적기업), 누리배송(자활기업), 광진주거복지센터가 통합적 서비스를 공급하려는 노력이었다. 

'협력'은 멋있는 명분이 아니라 경쟁력의 근간이다. 협동조합원칙 중 제6원칙(협동조합간 협동)과 7원칙(지역사회의 관여)을 강조하는 이유이며, 현대 협동조합의 기본문서, 『레이들러보고서』(1980년)의 기본정신이었다. 도우누리가 다양한 네트워크 관계를 유지하며, 통합돌봄의 협력안건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주의해야 한다. 긴 시간에 걸쳐 신뢰가 축적되지 않는 한 협력은 협력의 비용만을 청구한다. 한 직원은 "민간 주도의 네트워크는 비공식이라는 인식의 한계가 있다. 운영자금도 부족하다. 유사 사업 조정의 경우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곳도 부재한 것이 지역사회의 현실임"을 토로한다. 그래서 사업 주체였던 돌봄플러스센터는 결국 접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은 마중물로서의 정부/지자체의 지원은 필수적인 듯하다. 도우누리는 이번에도 통합돌봄을 위한 현장 노력을 계속한다. '커뮤니티케어 네트워크(2021~현재)'가 논의중심이라면 '광진구통합돌봄플랫폼(2023~현재)'은 협업을 위한 네트워크다. 서울시는 만 50세 이상 또는 모든 연령의 위기가정을 대상으로 '돌봄SOS센터사업'을 시행한다. 일정 액수를 한도로 5대 재가돌봄서비스(일시재가, 단기시설, 동행지원, 주거편의, 식사지원)를 통합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광진에서의 이 사업 추진 중심이 통합돌봄플랫폼이다. 사회적기업(복지유니온, 인스케어코어, 라이트라이프), 자활기업과 사업단(라온쿡, 나눔인테리어), 협동조합(주거돌봄협동조합, 누리배송협동조합)이 함께 한다. 또한 통합재가돌봄을 위한 자체공간도 마련했다. 2022년 중곡동 주택가 한가운데 주택을 매입해서 만든 '공유공간 돌봄'이라는 건물이다. 광진구에서는 가장 좋은 주간보호센터로서 명성이 자자하다. 

 

3. 변경의 반란을 꿈꾸며

복지시장은 확대일로다. 인구고령화, 후천성 장애인구 확대, 1인가구의 증가가 복지수요를 폭증시킨다. 그래서 일반 민간기업들이 이 시장을 노리고 진출한다. 거대기업들도 있다. 미국 의 최대 요양서비스 기업 바야다홈헬스케어는 2016년 한국에 진출했다. 2019년 창업된 케어링은 국내 최대의 가족요양 서비스업체로 유명 트로트 가수를 동원한 대대적인 광고를 내보내 눈길을 끌었다. 방문가정 교육의 큰손 대교도 2022년 노인장기요양사업에 진출했다. 한 사모펀드는 돌봄의 주간보호센터를 여기저기 매입하기도 한다. 돌봄시장은 돌봄만이 아니라 관련 식품 및 장비 판매와 어울려 거대한 시장확대의 폭발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영세사업자가 주류다. 어린이집을 제외한 전국의 사회복지시설은 2021년 기준 27,348개, 종사자는 339,579명이다. 사회복지사들을 제외하면 최저임금에 거의 고정되어 있는 사람들이 많다. 열악한 노동환경도 보고된다. 

이런 시장상황에서 어떻게 좋은 직장과 좋은 돌봄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을까? 도우누리의 선택은 앞에서 설명한 '지역협력'과 함께, 사업다각화였다. 그래서 2023년 '도우누리복지용구'를 창업했다. 복지 용구와 고령친화식품을 판매(임대)하는 사업이다. 장기적으로는 장애인용품, 의료기기 판매사업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가맹점(소셜 프랜차이즈) 사업도 시작했다. 케어누리라는 영리법인을 창업하고, 브랜드이미지, 가이드북, 브랜드상품, 가맹점계약서 공정거래위원회 등록, 교육매뉴얼 개발 등 발길이 분주하다. 

도우누리는 설립 이래 계속 진화해 왔다. 조직 형태도 시민사회단체 사업단에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발전하였고 여전히 자활기업, 사회적기업,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조직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고 있다. 사업영역/시설/자산/매출액/종업원 모두 성장세가 빨랐다. 지역 내 협력의 중심으로도 활동했다. 이러한 노력은 대한민국 복지의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만드는 자랑스러운 성과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물어보게 된다. 도우누리가 잘한다고 세상이 바뀔까? 눈앞의 거대한 벽은 만만치 않다. 복지의 방향성은 혼선을 거듭하고, 관료의 전달체계는 사방이 동맥경화다. 특별한 비법은 없다. 도우누리라는 거점을 온전하고, 같은 꿈을 꾸는 자들과 협력하고, 미래 변혁을 위한 영향력 있는 세력으로 커나가야 한다. 도우누리는 한국돌봄사회적협동조합(70개 기업), 광진사회적경제네트워크(64개 조직),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한국자활기업협회, 일하는사람들의협동조합연합회 등 다양한 조직에 참여한다. 이들이 모두 훌륭한 미래세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주의하자. 조직이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은 사람이다. 특히 리더의 역량은 조직의 비전형성과 건강성 유지에 필수적이다. 도우누리의 민동세 이사장은 복지현장을 오랫동안 지켜왔다. 대학에서 지구과학을 공부했으나 30여년 가까이 지역의 시민사회와 복지현장을 누볐다. 관련해서 석사와 박사학위도 받았다. 그가 '외도'했던 것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4년여 대통령 직속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시절이다. 그러나 복지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사회정책분야에서 일한 것이다. 결국 그는 언제나 복지의 최전선에 있었다. 그래서 그의 말은 귀 기울일만 하다. 2024년4월3일 수요세미나의 마무리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돌봄이 확대되고 있으나, 여전히 공적 서비스는 취약하고, 민간 서비스는 비쌉니다. 돌봄노동의 여건과 처우도 열악합니다. 우선은 돌봄 공급자의 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접목하고, 영리기업에게도 배우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돌봄의 제도/정책/사업을 잘 이해하고, 개선을 위한 연구, 사회적 공론화도 시도해야 합니다. 큰 방향은 통합돌봄입니다. 돌봄은 가족만으로, 기업 하나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서비스를 통합해서 공급해야 하며, 우리는 그 실현을 위한 다양한 실험대에 서 있습니다."

필자는 오랫동안 '변경혁명론'이라는 것을 믿어왔다. 모리스 돕(Morris Dobb)이나 오오츠가 히사오(大塚久雄)와 같은 '자본주의 이행논쟁'의 주요 이론가들이 견지했던 역사관이다. 모든 개혁은 변경에서 시작된다. 중세 유럽은 봉건귀족에 의해서 변화되지 않았다. 시대의 변경이었던 독립소자영농민, 그들의 상승 계층인 자유상공인(브루조아)에 의해 붕괴되었다. 찬란했던 로마를 멸망시킨 것도 변경의 게르만이었다. 

이 시대 복지의 변경은 도우누리다. 그 모세혈관의 건강함이 세동맥/중동맥을 거쳐, 대동맥을 지나, 심장을 바꾸어갔으면 좋겠다. 많은 고민과 시도가 필요할 것이다. 그 모든 고민과 활동의 시작점은 바로 도우누리와 같은 변경이다. 진정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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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걸(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김종걸(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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