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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된 기업, 왜 노동자협동조합으로 변신했을까?

기사승인 2019.10.14  17: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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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로냐에서 배우다 ③] 파산한 회사를 노동자 18명이 인수한 노동자협동조합 가조티

경남의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해외연수가 이번이 처음이니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많이 늦은 편이다. 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사회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를 볼 수 있는 볼로냐 지역을 선정했는데, 일정은 참석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두 번의 강의와 다섯 곳의 현장방문을 진행했다. 주요 연수 내용을 정원각 경남사회연대경제사회적협동조합 상임이사가 라이프인에 소개한다.

 

▲ 지난해 10월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새롭게 출발한 가조티.

에밀리야로마냐 주에 위치한 가조티는 1910년에 창업한 100년이 넘은 기업으로 건물을 마감할 때 사용하는 원목 마감재를 만드는 회사다. 이런 유서 깊은 기업을 노동자들이 인수받아 2018년 10월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그 과정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18년 3월 가조티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 절차에 들어가고 노동자들은 8월까지 일을 하면서 기업을 인수하여 경영할 준비를 했다. 이 과정에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협동조합 연합회인 레가쿱(레가협동조합)이 결합했다. 레가쿱은 가조티의 노동자들이 노동자협동조합을 만들어 회사를 인수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가조티는 과거 사업이 번창할 때에는 일하는 노동자가 130명이었으며 파산 절차를 마무리하던 지난해 8월까지 50명이 근무를 했다. 50명의 노동자 가운데 노동자협동조합에 참여해 회사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최종 18명이었다. 노동자들이 기업을 인수하도록 레가쿱이 컨설팅을 하는데 있어서 1985년에 제정한 마르코라법은 큰 힘이 되었다.

1985년 제정된 마르코라법은 파산하는 기업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그 기업을 인수할 때에는 노동자가 출자한 자본금의 3배를 정부가 지원하여 기업을 인수할 수 있게 하는 법이다. 그러나 이법은 '시장경제에서 경쟁 위반'이라는 유럽연합의 지적에 따라 몇 차례 개정을 했는데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정부가 직접 지원하지 않고 간접 지원하도록 하는 것. 둘째, 지원규모는 노동자 투자금의 세 배가 아니라 투자한 규모와 동일하게 지원하는 것. 셋째, 지원 방식은 소모성 자금이 아니라 원금과 이자를 받는 융자 형식으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수행하는 조직이 CFI(Cooperazione Finanza Impresa, 협동금융기업)라는 정부 투자 기관과 SOFICOOP(SOcieta FInanz COOP, 기업금융협동조합)이다. CFI는 정부가 98.4%를 투자한 기관이고, SOFICOOP은 99.7% 지분을 가지고 있는 정부 투자 협동조합이다. 두 조직에 대해 정부 외에 레가협동조합연합회, 컨프콘협동조합연합회 등도 투자해 참여하고 있으나 자금의 규모는 작다. 이렇게 CFI의 자금을 받아 재탄생한 기업의 수는 30년 동안 약 390개 기업에 19,000개 일자리(2019년 4월 기준)이며, 자금 규모는 1천2백만 유로(약156억 원. 2018년 기준)다. 이 기업들 가운데 80%가 시장에서 살아남았는데 이는 자본기업의 생존율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 CFI의 자금을 융자 받기 위해 가조티 18명의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퇴직금, 자금 등을 투자했고 CFI는 같은 규모의 자금을 융자했다. CFI에서 융자할 때에 담보 등의 조건은 없다. 단지 회생하고자 하는 사업프로젝트를 평가한다. 한편 레가협동조합은 가조티가 프로젝트를 작성할 때 컨설팅을 했다. 가조티 노동자들의 사업프로젝트는 2018년 10월 CFI의 승인을 받았다. 회사를 살리려고 시도한지 6개월만이고 4번이나 도전하는 끈질긴 노력이 있었다.

▲ 가조티 노동자협동조합 관계자가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전환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가조티는 2018년 10월 주식회사에서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가조티의 주인은 투자 이윤만 바라는 자본가가 아니라 회사의 일하는 18명의 노동자이다. 그리고 그 18명의 노동자들이 인수할 수 있도록 레가협동조합의 컨설팅, 마르코라법에 의한 CFI라는 제도 등의 뒷받침이 있었다.

'프로젝트를 평가할 때 핵심적인 사항은 무엇이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생산에 대한 기술적인 것 보다 마케팅 중심이었다고 설명한다. 새로운 기술도 중요하지만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는 전략이 중요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등... 우연이었는지 그 새로운 시장 가운데 하나가 한국 시장이었고 한국의 에이전트를 만나 현재 서울시 강남에서 가조티의 제품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가조티는 현재 공장의 일부만 가동하고 있으며 물류센터도 부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매출도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 2019년은 적자를 볼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2020년부터는 손익분기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고 노동자 18명이 모두 주인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 가조티 노동자협동조합 관계자가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전환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연수 참가자 중에 주식회사 가조티가 파산한 이유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 가조티의 파산 이유는 경영 정책이었다고 대답했다. 가조티의 제품은 건축 마감재이므로 건축업, 주택 경기와 밀접한데 이는 모기지론, 부동산 거품과 연계되어 있다. 그런데 거품에 대한 대비는 없이 부동산 경제에 분별없이 참여했기 때문에 그 거품이 꺼질 때 함께 꺼진 것이라고 한다. 한편 가조티가 생산하는 상품은 집, 건물을 지을 때 없어서는 안 되는 제품이다. 그러므로 이후 경영은 이런 상황들을 늘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가조티노동자협동조합은 현재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숫자가 과거에 비해 1/3 수준이다. 이는 회사의 다양한 업무를 소화하기에는 부족한 인력인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에 대해 두 가지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나는 노동자 각자가 업무 영역을 늘리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마케팅을 담당하던 사람이 회계 업무도 하는 것이다. 그래야 경비를 줄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일을 외부와 협력, 연대하는 것이다. 내부에 해결할 수 있는 노동자가 없는 분야는 아웃소싱 등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

노동자협동조합 가조티는 현재 창원, 거제, 통영, 군산과 같이 파산하는 기업이 많은 지역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다. 이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질문에 대해 "한국과 이탈리아의 법과 제도, 문화가 다른 상태에서 정확한 조언은 어렵다. 만약 이탈리아라면 서로 그룹을 잘 만들고 화합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그리고 속담처럼 '여행을 할 때에는 동반자를 잘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전체 조합원들이 충분히 논의해서 결정을 하고 그 결정한 것에 대해 받아들이고 실천하라 그리고 모두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고 마무리 했다.

정원각 상임이사(경남사회연대경제사회적협동조합) jwongak@gmail.com

<저작권자 © 라이프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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