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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부동산’ 마케터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기사승인 2019.11.18  09:3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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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셜복덕방 - 삶이 깃든 부동산, 사회가 깃든 부동산 ⑦]

복과 덕을 생기게 하는 것이라는 말에서 유래한 복덕방(福德房)은 말 그대로 복과 덕이 있는 방을 의미한다. 과거 동네에서는 제를 올리기 위해 각자의 형편에 맞게 음식과 돈, 노동력을 제공하고 당산나무나 근처 넒은 마당이 있는 집에서 제사음식을 모두가 나눠 먹었다. 그리고 음식과 정을 나누던 그 공간을 복덕방이라고 일컫곤 했다. 이렇듯 우리의 삶과 사회적인 영역 속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던 복덕방은 부동산 투기를 일삼는 업자들의 등장으로 어느새 이름도 부동산중개소로 바뀌었다. 집과 토지를 의미하는 부동산도 더 이상 삶의 터전이 아닌 투기와 축적의 수단이 되었다. 최근 부동산 문제의 대안으로서 사회주택, 시민자산화, 공유공간 등 모델이 소개되고, '사회적 부동산'이라는 새로운 인식틀과 담론이 제안되고 있다. 삶과 사회가 깃든 부동산인 '사회적 부동산'을 사회혁신기업 더함과 함께 라이프인이 소개한다.


마케팅의 시대, 부동산 마케팅의 현재

마케팅은 모든 비즈니스 활동의 처음과 끝을 함께하는 일이다. 현업 마케터여서 이런 어마어마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많은 마케팅 전문가들이 “마케팅은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로 상품과 용역이 이동되는 모든 과정과 활동”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마케팅 담론은 이미 만들어진 물건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수요자가 원하는 것을 캐치하고 기획하는 단계까지 마케팅 과정에 포함시키고 있다.

역세권, 숲세권, 학세권 등의 말은 공동주택과 오피스텔 분양 마케팅에 자주 오르내리는 단어이다. 얼마에 사서 얼마에 팔았느냐가 모두의 관심사이고, 집은 거주하는 곳이 아닌 전 재산을 투입하는 투자 수단이 된 지 오래다. 이처럼 아쉽게도 국내 부동산 마케팅은 주택 상품 자체가 가진 몇 가지 상품성을 설명하는 데 제한된다. 첫째, 어떤 아파트 브랜드인가. 둘째, 대중교통이 근접했는가. 셋째, 학군이 좋은가로 압축되고 있다. 내가 구입하는 주택이 앞으로 재산가치가 큰 폭으로 상승될 가능성이 있는가에만 집중되는 것이다. 금융 비용과 세금 등을 감안하여 상당한 시세차익을 얻는 데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삶이 얼마나 풍성해졌는지는 알 수 없음에도 말이다. 부동산 마케팅은 전통적인, 낡은 시대의 마케팅 관점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채 답보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의 마케팅 담론은 이미 만들어진 물건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수요자가 원하는 것을 캐치하고 기획하는 단계까지 마케팅 과정에 포함시키고 있다. 아쉽게도 국내 부동산 마케팅은 주택 상품 자체가 가진 몇 가지 상품성과 잠재적 자산 가치를 설명하는 데 제한된다. ⓒpexels

 

주거상품? 함께 사는 방식을 제안하는 콘텐츠!

근 몇 년간 분야를 막론하고 주목받은 키워드를 꼽자면, 바로 ‘라이프스타일’일 것이다. 많은 이들이 ‘나다운 것’을 찾아 골몰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 SNS 공간을 중심으로 셀프인테리어 이미지가 인기를 끌고, 아담한 원룸 공간을 ‘랜선 집들이’하기도 한다. 주거공간은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집 주인의 성격과 취향, 지향을 반영하기에 나를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집은 주거상품인 동시에 함께 사는 방식을 제안하는 콘텐츠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합리적인 임대료로 장기간 안정적 주거가 가능하다는 사회주택의 특성은 문턱을 낮추는 중요한 요인인 것은 맞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회적 부동산 마케터는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 특히나, 공동체/커뮤니티는 힘들고 귀찮은 것이라는 오해 속에서, 어떻게 사람들에게 사회주택, 사회적 부동산에 대한 좋은 인식을 전달하고 사람들을 모아낼 수 있을 것인가?

어떤 사람들이 공동체주택을 선택했는가?

더함은 지난 2018년 ‘협동조합형 아파트’ 위스테이 별내의 모델하우스 방문자와 실제 계약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공동체주택 수요자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마케터로서 가장 궁금했던 대목은 바로 ‘입주를 선택한 이유’였는데, 굉장히 흥미로운 점이 발견되었다. ‘8년까지 장기 거주 가능하다는 점’(25.8%)에 이어, ‘아파트형 마을 공동체가 매력적으로 느껴져서’라는 응답 (15.4%)이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다양한 주거서비스 제공’은 12.2%로 그 뒤를 이었다.
 

‘대규모 공동체주택 수요자 조사’의 주요 내용을 기반으로 발간한 핸디북 <커뮤니티를 살다> ⓒ더함


계약 세대의 연령, 가구원수 등 특성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다. 세대주 평균연령은 41.53세로, 30대의 세대주는 전체 세대의 48.6%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가구원 수는 3인 가구가 32.7%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2인 가구(27.8%), 4인 가구(26.3%)가 이었다. 자녀와 거주 예정인 가구는 전체 응답가구 413가구 중 246가구를 차지했는데, 특히 19세 미만 구성원 중 미취학아동이 중 58.7%를 차지했다. 한편, 65세 이상의 고령자들의 비중 역시 높았는데, 고령자 수는 67명으로 전체 거주자의 5.5%를 차지했다(고령자 거주 예정 가구는 58가구에 달한다).

미취학연령의 아동이 속해 있는 가구와 고령자가 속해 있는 가구 모두 공통적으로는 ‘돌봄’의 이슈가 있는 가구 형태들이다. 장기간 합리적인 가격으로 거주하는 것을 넘어, 가족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워져 있던 돌봄의 부담을 ‘공동체’의 방식으로 풀어내고자 하는 이들이 공동체주택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유추해 볼 수도 있겠다.

사회적 부동산의 마케터는 주거(상품)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과 욕구를 읽어 내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읽어내는 사람이기도 해야 한다. 위스테이는 30대 유자녀 부부와 고령자들에게 어필했지만, 분명 다른 삶의 조건 속에서 커뮤니티, 그리고 공동체주택을 요구하는 그룹이 있을 것이다. 다양한 삶의 조건들을 부지런히 스터디하는 것. 사회적 부동산 마케터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사회적 부동산 수요자 창출은 곧 ‘메신저 창출’

사회적 부동산 마케팅을 경험하면서 몸으로 깨달은 바는,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메신저’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협동조합형 아파트’라는 생소한 주택(심지어는 아직 착공도 되지 않은 주거상품)을 설명하고 설득하기까지, 주변의 믿을 만한 지인들의 권유가 큰 힘을 발휘했다. 실제로 위스테이 별내의 실제 계약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지인의 추천으로 위스테이 입주자 모집공고를 접하게 되었다는 답변이 56%로 집계되었다. 이 과정을 소위 말하는 ‘바이럴 마케팅’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메신저 창출’이라고 이름 붙여 보고 싶다.

모든 게 빠르게 흘러가는 가운데, 사회적 부동산의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상품을 경험한 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심지어는 상품이 만들어져 나오기 이전 단계에서 마케팅을 하는 일이기에 초기에는 시행착오도 많았다. 돌이켜보면 ‘속전속결’과는 거리가 먼 과정이었다. 현재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경우, 초기에 한 사람 한 사람 만나 주거모델을 상세히 설명하고, 공을 들이는 과정을 밟고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이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전하는 메시지에 공감한 이들의 잠재력은 때때로 우리의 예상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마케터들이 처음 전달한 이야기에 ‘내가 이 공간에 머무르면서 이웃과 함께하고 싶은 일들’이 하나 둘 덧붙여진다. 절친한 친구와 공동육아 방식으로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고, 친구의 반려동식물을 함께 돌보고, 생계가 어려울 때 마을을 위한 일들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기도 한 다양한 바람과 구상들이 이야기에 덧붙여진다.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많은 장(場)’이라는 걸 보여 주면서, 입주민들 스스로가 메신저/마케터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이것이 사회적 부동산 마케팅의 전략이라면 전략이지 않을까.

김기완 (사회혁신기업 더함 팀장) webmaster@life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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