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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는 어떻게 공간을 '함께' 소유할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19.11.30  16:5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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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공동제공간 자산화 포럼: 자산화의 기쁨과 슬픔'이 27일 서울혁신파크 미래청 다목적홀에서 열렸다.ⓒ라이프인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는 말이 있다. 침체된 지역에 상업·주거지구가 새롭게 형성되면서 높아진 땅값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기존의 거주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일컫는다. 안타깝게도 이런 내몰림 현상이 우리에게 낯설지는 않다. 특히 젠트리피케이션은 몇 년 전부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 사업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언급되고 있다. 개발이익이 공동체 전체에 돌아가지 못하고 소수의 전유물이 된 것이다. '시민자산화'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고 지역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으로 최근 떠오르고 있는 개념이다.

시민자산화는 지역 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거나 현재 가치 혹은 미래의 잠재 가치가 높은 공간을 지역 공동체 조직이 소유 또는 관리하는 과정을 뜻한다. 공동체 구성원이 자산을 함께 운영하고 공동자산 운영을 통해 얻은 유무형의 가치 역시 함께 나누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사유되거나 공공이 소유하고 있는 공간을 다시 시민들이 확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국내에는 아직 관련 사례가 많지 않기에 시민자산화 활동가들은 진행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시민자산화 활동가들을 위해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는 지난 7월부터 '공동체공간 자산화 기반 마련을 위한 지원사업'을 시행했다. 해당 사업은 약 4개월 간 진행됐으며, 센터는 지원사업 대상 단체 선정 후 사업 기간 동안 계획 및 실행 각 단계에서 필요한 자금 및 그 외 유무형의 지원을 제공했다. 직접적으로 건물 매입비를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자산화 계획을 마련한 단체가 각 실행 단계를 원활히 진행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또한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는 시민자산화 추진을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로 조직, 자원, 공간 3가지를 설정하고, 지원사업을 시행하면서 모색, 계획 수립, 전략 실행, 성공 등의 각 추진 단계에서 요소별로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틀을 잡아갔다. 센터의 지원사업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사업에 참여한 해빗투게더 협동조합과 강서양천민중의집 사람과공간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특히 나상윤 강서민중회관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공동체공간 자산화 지원사업을 통해 얻은 효과로 ▲다양한 사례를 확인하며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 및 전문지식 획득 ▲전문 컨설팅을 통해 사업 방향 설정 ▲현실적 가능성 확인을 통한 추진 동력 강화 등을 꼽았다. 이와 같은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의 지원사업 성과를 나누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서 '2019 공동제공간 자산화 포럼: 자산화의 기쁨과 슬픔'이 지난 27일 서울혁신파크 미래청 다목적홀에서 개최됐다.

▲사례 발표 중인 나상윤 강서민중회관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라이프인

시민자산화 시작 전 확인해야 할 것? 공간, 법, 자금!

이날 포럼에서는 해빗투게더 협동조합과 강서양천민중의집 사람과공간 등 시민자산화 활동 현장의 생생한 사례를 듣는 것뿐 아니라, 시민자산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실제적으로 필요한 공간 활용, 관련 법률, 자금 조달 방법 등의 정보를 전문가의 발제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먼저 양재찬 어반소사이어티 대표는 서울 성수동 '소행성', '심(SEAM) 센터', 강원대학교 옥상정원 '벌자리' 등 공동체공간을 조성한 3가지 사례를 들어서, 시민자산화 과정에서 공간과 공동체가 어떻게 관계를 맺고 기존공간 및 유휴공간을 어떻게 공동체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예를 들어 벌자리는 비어있던 학교 옥상에 텃밭과 양봉 공간을 조성하며 학생과 주민들을 위한 쉼터로 바꾼 경우로, 공간을 공동체에 돌려줌으로써 공동체 회복에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양 대표는 "보통 건물을 매입하면 수익을 극대화하는 걸 최선의 가치로 생각하지 않겠나. 하지만 공동체를 위한 공간이라면 수익성뿐 아니라 정주성도 있어야 한다"며 "투자 대상 이상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공동체공간을 만들 때는 여러 사람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공동체공간이 가져야 할 가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 이예은 법무법인 더함 변호사는 시민자산화 활동을 할 때 법인 설립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각 법인 유형과 시민자산화 관점에서 바라본 법인 유형별 특징을 검토했다. 현재 다수의 마을공동체가 법인격 없이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별도 법인을 설립해서 시민자산화를 진행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고 판단할 만한 근거가 있다. 일단, 별도 법인을 설립해 자산을 간접적으로 소유하는 형태가 되면 법인이 구성원들과 별개의 법인격이 되므로 법률관계가 단순해진다. 또한, 법인 재산과 구성원의 재산은 엄격하게 구분되기 때문에 채무 변제의 책임이 개인이 아닌 법인에게 속하게 된다. 그리고 법인격 없이는 대규모 자금조달도 어렵고 계약상의 권리 및 의무를 단체에 귀속시킬 수 없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자산화가 어렵다. 그러므로 이 변호사는 설립 목적, 원하는 의사결정 구조, 자금 조달의 용이성, 설립 절차, 조세 부담 등의 사항과 각 법인 유형의 특성을 고려해서 별도 법인을 설립 후 시민자산화를 진행하길 제언했다.

특히 이 변호사는 시민자산화 활동가들이 어려워하고 궁금하게 여기는 자금 조달과 조세 부담 문제에 대해 핵심적인 부분들을 정리하여 개략했다. 주요하게 언급한 내용은 ▲주식회사는 외부로부터 투자 유인이 가능하고 협동조합은 조합원 출자금을 늘리는 것 외에 직접적인 자금 조달이 어려움 ▲'유사수신행위(금융관계법령에 의한 인가 또는 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 혹은 신고 등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저촉하지 않도록 유의 ▲부동산업을 위한 지분형 크라우드펀딩은 원칙적으로 금지 ▲사회적경제조직에 우호적인 금융기관의 대출 상품 등장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 ▲설립 5년 미만의 법인이 과밀억제권역에 업무용 건물 매입 시 취득세 8% 중과(기본세율 4%) 등이다. 그 중에서도 유사수신행위는 많은 활동가들이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인데, 이 변호사는 "불특정 다수에게서 자금조달, 원금이나 이자 지급을 약정, 이 두 가지 부분에 유의하면 된다. 지금까지의 판례는 안면이 있는 사람에게서 자금을 조달했는지, 안면이 있더라도 자금조달 계획 단계부터 투자자 대상으로 특정했는지 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시한다. 따라서 자금조달 계획 단계부터 투자자 대상을 특정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하는 것은 지양하고, 이자가 지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시를 하는 것이 유사수신행위를 피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김선영 재단법인 밴드 기획총괄팀장이 '자산화를 위한 자원조달 전략으로서의 사회적금융의 활용'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라이프인

자본 조달에 대한 논의는 김선영 재단법인 밴드(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공제사업단이 독립 출범한 단체) 기획총괄팀장의 발제에서도 이어졌다. 김 팀장은 사업 예산을 책정하고 수익 모델을 만드는 방법을 논하는 한편, 시민자산화 사업 과정에서 사회적금융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춰 설명을 진행했다.

자금을 조달하기 이전에 적절한 예산부터 먼저 책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적당한 건물 매입 예산은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 이에 대해 김 팀장은 "통상적으로 자부담 비율을 20%, 타인 자본(대출) 비율을 80%로 설정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자부담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이 3억 원이고 대출 이자율이 3%라고 가정했을 경우, 자부담 비율과 타인 자본 비율이 2:8일 때의 연이자는 3,600만 원이다. 1:9일 경우에는 8,100만 원, 1.5:8.5의 경우에는 5,400만 원의 연이자가 각각 발생한다"고 예시를 들어 설명했다. 또한, 총 사업비가 20억 원이라고 상정했을 때 건물은 15~16억 원대의 매물을 매입해야 한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래야 건물 매입 후 남은 금액으로 리모델링 비용, 세금, 부동산 중개료 등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물 매입 후에는 건물 공간을 이용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운영 구조를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렇게 타인 자본을 끌어와 건물을 매입하고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사회적금융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된다. 김 팀장은 특히 중소벤처진흥공단,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신용보증기금 등에서 공급하는 자금을 활용해 이자 비용을 절감하는 등 정책자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장했다. 또한 공익적인 활동에 대해서는 공공부문으로부터 비용을 지원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2019 공동제공간 자산화 포럼: 자산화의 기쁨과 슬픔'에서 종합 토론을 진행했다. ⓒ라이프인

한편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는 공동체공간 자산화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지속가능한 운영'을 꼽았다. 건물을 매입하는 것으로 자산화 과정이 끝나는 게 아니라는 뜻이며, 자산화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역시 자산화 과정을 장기적이고 다각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성공과 실패 사례를 모아 좀 더 구체적이고 탄탄한 지원사업 로드맵을 마련할 예정이다.

노윤정 기자 leti_dw@naver.com

<저작권자 © 라이프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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